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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104th]한밤 중의 주문

실화 괴담 2020. 11. 23.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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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 이 이야기는 피자빵맨님이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2018년 12월 22일에 있었던 일입니다. 

저는 경기도 남부에서 동네 주민들은 다 아는 오래된 피자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밤 11시 45분에 배달의 민족으로 주문이 하나 들어왔는데, 외진 곳에 있는 빌라 B동 201호에서 들어온 주문이었습니다. 



곧 가게 마감시간이라 주문도 더 안들어 올테고, 배달 대행비 오천원도 아낄 겸, 제가 직접 배달을 갔습니다.

스마트폰 네비게이션을 따라 오토바이를 타고 가서 도착하고 보니, 색벽돌로 지어진 오래된 빌라에 A동이라는 글자가 보였습니다. 

저는 그 옆은 당연히 B동이겠거니 싶어, 오토바이를 근처에 세워두고 옆 건물로 들어갔습니다.



워낙 오래 되고 관리가 안 되서인지 현관의 동호수는 다 닳아 없어졌고, 올라가는 동안 로비등도 1층에는 불이 안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오래된 빌라들은 으레 불이 안 들어오는 곳이 많다보니, 저는 별 생각 없이 스마트폰의 후레쉬를 켜고 계단을 올라갔습니다.

201호에는 연두색으로 페인트칠 한 문에 부적이 붙어있었습니다. 



뭔가 거창한건 아니고 입춘대길이라 써진 부적이었습니다. 

201호가 맞는지 확인하고 가볍게 문을 두드리니, 안에서 [네.] 하고 여자 대답소리가 들렸습니다.

곧 사람이 일어나는 소리가 났고, 거실에서 방으로 터벅터벅 들어가는 발소리가 났습니다. 



오래된 빌라라 그런지 걸을 때 바닥이 울리는게 더 잘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선결제를 했으니 지갑 찾을 필요 없이 받기만 하면 될텐데 싶었지만, 무슨 사정이 있을지 모르니 조금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어둠 속에서 3분을 기다렸는데도, 사람이 나올 기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다시 노크를 하고 초인종을 눌렀지만 대답이 없었습니다.

문 너머와 위층에서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웃음 소리가 들리고 있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얼핏 들어보니 201호에서는 강호동씨 목소리와 웃는 소리가 들려와, 아마도 "아는형님" 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혹시 화장실이라도 간건가 싶어서 노크하고 또 기다렸다가, 더는 기다릴 수 없어서 안심번호로 전화를 했습니다. 

다행히도 전화는 금방 연결됐습니다.

[피자 배달 왔습니다. 문 좀 열어주세요.]



주문한 분은 야근하면서 집에 있는 아이들에게 야식을 시켜준 거 같았습니다.

[제가 지금 밖에서 일하고 있거든요. 저희 빌라가 A동이랑 B동 말고 A2동, B2동이 따로 있는데 혹시 거기로 가신거 아닐까요? 자주들 헷갈리시는데, A2동이랑 B2동은 곧 철거 예정이라 사람이 아무도 안 살아요.]

그런데 수화기 너머, A2동과 B2동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다는 소리를 듣는 순간 위층과 문 너머에서 들리던 TV소리가 갑자기 뚝 끊겼습니다. 



보통 괴담을 보면 여기서 TV소리가 더 커지거나, 위층에서 뭔가 달려 내려오는 소리가 나곤 할텐데...

제가 겪었을 때는 은은하게 들려오던 TV소리가 뚝 끊긴 정적과 동시에 한기가 발목을 타고 올라오는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일단 알겠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고, 후레쉬로 계단을 비추면서 내려왔습니다. 



고작 2층인데 내려갈수록 한기가 뒷목까지 올라오더니 밖으로 나오자 사라졌습니다. 

건물 밖으로 나와서 고개를 들어보니 건물의 모든 불이 꺼져있었습니다.

분명 들어갈 때는 201호와 301호의 불이 켜져 있었는데.



당장이라도 집에 가고 싶었지만 일단 배달은 해야되니, 걸어서 건물사이를 헤메다가 B동을 찾았습니다. 

B동은 로비와 1층에 불도 들어오고 사람 사는 소리도 났습니다. 

201호 문을 두드리니 할머니와 아이 둘이 바로 문을 열고 피자를 받아갔습니다.



오토바이를 A2동에 세워뒀던 저는 어쩔 수 없이 A2동 앞을 지나게 되었는데,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정적만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A2동에서 들었던 대답소리와 TV소리, 웃음소리는 무엇이었을까요?

지금도 가끔 그 날을 떠올리면 등골이 오싹해지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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