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ground
320x100



* 이 이야기는 96번째 번역괴담 "마이너스 드라이버"의 후일담입니다.
* "마이너스 드라이버" 이야기를 모르시는 분은 http://vkepitaph.tistory.com/155 에서 읽고 와 주세요.


그 후 어렸던 나는 그 일도 금새 잊고 평범하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집은 이사를 가게 되었고, 집을 대청소하고 마지막으로 그 목욕탕에 다시 가게 되었습니다.

나는 대청소 도중 찾은 여러 잡동사니를 애지중지하며 가져 갔죠.



나는 평소처럼 목욕탕 안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도중 그 때 그 열쇠 구멍이 생각났죠.

한동안 그 공포를 잊고 있던 나는, 잡동사니가 가득한 바구니를 안고 열쇠 구멍을 엿보러 갔습니다.



지난 번과는 달리, 이번에는 구멍 저편이 무엇인가에 덮인 것처럼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는 잡동사니 바구니 속에 있던 젓가락을 꺼냈습니다.

그리고 서서히 열쇠 구멍 속으로 밀어 넣기 시작했죠.



그러자 그 순간, 문 너머 저 편에서 우당탕하고 무언가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깜짝 놀란 나는 젓가락에서 손을 떼버리고 말았습니다.

젓가락은 부들부들 떨리면서 그대로 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참을 있었을까요?

마침내 젓가락은 내 쪽에 떨어졌습니다.

자세히 보니 젓가락은 끝부분 몇 센치 정도가 접혀 있었습니다.



나는 너무나 무서웠지만, 이번에도 어머니에게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날을 마지막으로 우리 집은 근처의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갔습니다.

몇 년이 지나 초등학생이 된 나는, 예전에 살았던 그 마을로 놀러가게 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갔던 곳은 어렸을 때 친구들과 모여서 놀곤 했던 신사의 경내였습니다.

그 곳에 가면 옛날 친구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그 곳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단지 경내 뒤편 큰 나무 앞에 일심불란하게 무엇인가를 하고 있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 순간 나에게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 남자는 우리들이 [미키] 라고 부르며 무서워하던 청년이었습니다.



투명하다 싶을 정도로 흰 머리카락, 토끼 같이 빨간 눈...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알비노였던 것 같습니다.

그는 병적으로 난폭해서 신나게 놀고 있는 아이들 사이에 끼어들어 물건을 빼앗거나 때리곤 하는 괴상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런 미키가 눈앞에 있었습니다.

나는 가위에 눌린 것처럼 움직이지도 못하고 입을 다물고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동작을 멈추고 천천히 나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나는 보고 말았습니다.

언제나 빨갛게 빛나고 있던 미키의 왼쪽 눈이, 부서져 있는 것을.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 글을 읽으신 후 하단의 손가락 버튼 한 번씩 클릭 해주시면 번역자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