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ground

[번역괴담][2ch괴담][246th]유키오

괴담 번역 2011. 10. 6. 17:55
320x100


초등학교 때, 우리 반에 유키오라는 녀석이 전학을 왔었다.

몸집이 작고 혼혈 같은 얼굴을 한, 어딘지 모르게 안절부절한 느낌의 녀석이었다.

유키오에게는 부모님이 안 계셔서 조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었다.



그 이야기는 물론 선생님이 아니라 유키오 본인에게 들은 것이었다.

처음에는 우리 반 아이들은 유키오를 따돌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돈을 빼앗는다던가 하는 것은 아니었고, 지나가면서 등을 팔꿈치로 툭 친다거나, 필통을 칼로 자른다거나, 조회 시간에 방귀를 뀌었다고 모함하는 것 같은 것이었다.



그저 철 없는 장난이었다 싶지만 본인에게는 괴로웠던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유키오는 평소에는 안절부절해 하는 주제에 그런 때만은 묘하게 근성을 보였다.

울거나 정색하는 일도 없었고, 선생님에게 고자질을 하지도 않았다.



그러다보니 우리도 장난 치는 것이 그다지 재미가 없었고, 어느 사이 유키오를 따돌리는 건 다들 그만두게 되었다.

다만 유키오는 학교를 자주 쉬곤 했었다.

한 달에 몇 번 정도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노상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는 인상이 남아 있다.



그 당시 우리 학교에서는 학교를 쉰 학생이 있으면, 급식으로 나온 빵은 같은 반, 같은 지역에 사는 친구가 가져다 주는 규칙이 있었다.

그리고 유키오의 집에 빵을 가져다 줘야 하는 사람이 바로 나였다.

사실 우리 집과 유키오의 집은 꽤 떨어져 있었지만, 같은 반에서는 가장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유키오의 집은 나무로 지어진 문화 주택으로, 아무리 봐도 할아버지들이 살 것 같은 모습의 집이었다.

안에 들어간 적은 없었다.

어쩐지 어두운 느낌의, 내가 싫어하는 분위기의 집이었기 때문이었다.



빵을 가져다 줄 때는 언제나 할머니에게 빵을 건네고 허둥지둥 돌아가곤 했다.

그리고 어느 날, 유키오가 또 학교를 빠졌기 때문에 나는 빵을 가지고 그 집에 가게 되었다.

현관에서 초인종을 누르자 평소와는 다르게 유키오 본인이 직접 나왔다.



감기라도 걸린 것인지, 안색이 영 좋지 않았다.

유키오는 나에게 집에 들어오라고 권유했다.

[XX가 있으니까 같이 놀자.] 라고 말하면서.



그 장난감은 내가 늘상 가지고 싶어했던 것이었기 때문에, 나는 기분 나쁜 것을 참으며 그 집으로 들어 갔다.

유키오의 방에 들어서고, 나는 조금 놀랐다.

방 안에 씰이나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고, 그 사이 사이에 신사의 부적 같은 것도 붙어 있던 것이다.



우리가 열고 들어온 문에도 틈이 보이지 않도록 잔뜩 붙여져 있었다.

[...뭐야, 이게?]

[할아버지랑 할머니가 부적을 붙이시는데, 그것만 있으면 무서워서 스티커도 붙이는거야.]



유키오가 직접 그린 것 같은 부적도 있었다.

[이런 부적 그냥 떼버리면 되잖아?]

[그러면 할아버지한테 혼나...]



유키오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 날은 유키오의 방에서 1시간 정도 놀고 돌아갔다.

다음 날도 유키오는 학교를 쉬었다.



선생님은 나에게 유키오의 상태에 관해 물어보셨다.

내가 그닥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고 말하자, [그러니... 쉰다고 전화도 하지도 않아서 무슨 일인가 싶어서 말이야.] 라고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전화를 해보시면 어떨까요?]



[음, 전화는 해봤지만 아무도 받지를 않더라구. 할아버지나 할머니는 계시던?]

[어제는 안 보이셨어요.]

[그럼 학교를 쉴 거면 전화를 해달라고 유키오한테라도 좀 전해주렴.]



나는 그 날도 유키오의 방에서 놀았다.

유키오는 장난감을 잔뜩 가지고 있었다.

부러워진 내가 물어봤더니, 아버지와 어머니가 사 준 것이라고 대답했다.



[너희 부모님은 어디 계신거야?]

[돌아가셨어.]

유키오는 간단하게 그렇게 말했다.



[왜?]

[교통 사고.]

장난감을 만지며 고개를 숙이고 대답하는 유키오를 보니, 더 이상 물어볼 마음이 들지 않아서 나는 화제를 바꾸었다.



[내일은 학교 올거야?]

[모르겠어.]

[너, 괜찮은거야?]



[......]

[학교 쉴 때는 전화해달라고 선생님이 말씀하셨어.]

[...미안.]



[나한테 말해도 소용 없다구. 할아버지랑 할머니는?]

[안방에 계셔.]

[그럼, 전화해달라고 말하면 되잖아.]



[...잘 수가 없어.]

[뭐?]

[아버지랑 어머니가 꿈에 나와서, 나를 계속 불러.]



[...]

[유키오, 유키오라고 나를 몇번이고 계속 부르는거야. 그게 무서워서, 도저히 잘 수가 없어.]

[......]



[어제는 팔을 붙잡았어. 나를 데려갈 생각인 거 같아.]

나는 점점 무서워져서, 그만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키오는 계속 나를 붙잡았다.



[네가 무서워하는 건 알겠지만, 난 여기서 자면 안 돼.]

[어째서?]

[우리 집에서 어머니가 걱정하실거야...]



거기까지 말하고 나는 아차 싶었다.

유키오는 고개를 숙이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어색해진 분위기를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어서 유키오의 집에서 뛰쳐 나왔다.



그 다음 날도 유키오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선생님은 함께 가보자며 하굣길에 나를 차에 태우고 유키오의 집으로 향했다.

선생님이 현관에서 불렀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현관을 열자 선생님은 얼굴을 찌푸렸다.

신발을 벗고 집으로 들어갔다.

부엌에도, 유키오의 방에도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유키오의 방에서 나오니 오른쪽에 방이 있었다.

유키오가 어제 말했던 안쪽 방이란 이것일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선생님이 그 방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선생님은 온 몸을 꼿꼿이 세웠다 바로 문을 닫았다.

그 잠깐 사이, 나는 선생님 너머로 방 안을 보았다.

유키오의 피에 젖은 얼굴이 보였다.



아마 선생님은 바로 경찰을 불렀던 것 같다.

그 날의 기억에서 그 이후는 거의 생각나지 않지만, 경찰이 왔었던 것만은 기억이 난다.

다음 날, 선생님은 아침 조회 시간에 유키오와 조부모님이 죽었다는 것을 반 아이들에게 말하셨다.



그렇지만 피투성이였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단지 죽었다는 말 뿐이었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 나는 선생님에게 유키오가 내게 말했던 꿈의 이야기를 했다.



선생님은 잠시 동안 아무 말 없이 듣고 계셨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거라.] 라고 말하시고, 나에게 유키오의 부모님에 관해 알려 주셨다.

유키오의 부모님은 자살을 했었다고 한다.



게다가 사실은 가족 동반 자살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유키오는 그 때 운 좋게 살아 남아 조부모님께 맡겨졌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도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어쩐지 그랬을 것이라고 마음 한 구석에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며칠이 지나, 나는 경찰에 불려가서 유키오의 집에 갔을 때의 이야기를 했다.

유키오의 꿈에 관해서도 이야기 했다.



경찰은 내게 그 이야기가 거짓말이 아니냐고 끈질기게 물었다.

나는 거짓말이 아니라고 몇번이나 부인했다.

[정말 너는 그 집에서, 유키오군에게 그 이야기를 들었니?]



[네.]

함께 와 주셨던 선생님은 어쩐지 곤란한 표정을 짓고 계셨다.

경찰이 선생님에게 다가가서 절래절래 손을 흔들었다.



그것이 신호였던 것일까?

선생님은 잠시 생각을 하시더니 내게 말하셨다.

[저기, 선생님이랑 네가 유키오의 집에 갔었잖아. 그 때...]



선생님은 말을 꺼내기 어려워하시는 것 같았다.

나는 어쩐지 기분 나쁜 예감이 들고 있었다.

[...그 때, 유키오네 가족은 이미 죽은 지 3일은 훨씬 되었었대...]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 글을 읽으신 후 하단의 손가락 버튼 한 번씩 클릭 해주시면 번역자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