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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직 초등학생이던 어느 여름날 겪은 실화다.

우리 집은 바다 근처에 있어 평소에는 여름이라도 시원하게 바닷바람이 불어온다.

하지만 그 날은 유난히 바람이 불지 않는, 그야말로 열대야였다.



아직 어려서 부모님과 함께 2층의 침실에서 자고 있던 나는 더위와 갈증에 자다가 깨어났다.

그리고 나는 냉장고에 가서 물을 마시려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 때였다.



끼익... 끼익... 하고 계단이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아버지나 어머니가 1층에 있는 화장실에 다녀온 것이라고 생각하고 침대 쪽을 보았다.

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는 사이 좋게 침대에 누워 주무시고 계셨다.



집에는 부모님과 나 말고도 1층에서 할머니가 주무시지만, 다리의 힘이 약하셔서 왠만한 일이 아니면 2층에 올라오는 일은 드무셨다.

나는 무서워져서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썼다.

그 사이에도 삐그덕거리는 소리는 비슷한 간격으로 계속 울려 퍼졌다.



게다가 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정체 모를 발소리에 덜덜 떨고 있던 와중에 나는 이상한 점을 하나 알아차렸다.

[소리가 너무 오래 나고 있어...]



우리 집 계단은 15개 정도였다.

그렇지만 소리는 적어도 50번이 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내가 그것을 알아차린 순간, 갑자기 소리가 멈췄다.



나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이불에서 머리를 살짝 꺼내서 계단 쪽의 문을 보았다.

나는 아직도 그 광경을 잊을 수가 없다.

문에 붙어 있는 불투명한 유리에, 앙상하고 새하얀 얼굴이 바짝 붙어 있었다.



젖은 긴 머리를 유리에 찰싹 붙이고, 마른 얼굴로 안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확히 보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유리가 불투명했던 탓에, 그 얼굴에는 마치 눈이 없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표정에서는 어째서인지 괴롭다, 괴롭다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 전해져 왔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아침이었다.

일요일이었지만 아침 일찍 아버지가 나를 급하게 깨우신 것이었다.



[어이, A! A! 일어나거라!]

[왜 그래, 아빠?]

[너 어젯밤에 무슨 일을 했었니?]



아버지의 질문에 나는 어젯밤의 일을 떠올렸다.

그리고 계단에서 울려퍼지던 소리와, 불투명한 유리에 붙어 있는 기분 나쁜 얼굴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러자 아버지의 얼굴이 말 그대로 새파랗게 질렸다.



아침이라 해도 떴고 옆에 아버지도 계셨기 때문에 나는 주저하지 않고 어젯밤에 얼굴이 붙어 있던 그 문을 열었다.

그 순간 바다에서 풍기는 비린내가 느껴졌다.

바다에서 느껴지는 것보다 몇 배는 진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계단의 모습이었다.

아마 바닷물인 것 같은 미끄러운 액체 투성이가 되어서, 해초 같은 것이 계단 가득 붙어 있었다.

나무로 만들어져 갈색이어야 할 계단은 새까맣게 물들어 있었다.




[아빠... 이게 뭐야...?]

내가 그렇게 말하며 해초 같은 것에 손을 뻗은 순간이었다.

[손대지 마라!]



평소에는 자상하던 아버지가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이미 손에 댄 후였다.

그것은 해초가 아니었다.



[머리카락...]

그랬다.

계단을 새까맣게 메우고 있던 것은 해초가 아니라 엄청난 양의 머리카락이었다.



아버지는 곧바로 내 손에서 머리카락을 뺏어서 던져 버리고, 손을 수건으로 몇 번이고 닦은 후 나를 꼭 껴안았다.

그 후 아버지는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수사는 전혀 진전되지 않고 누군가의 장난으로 남게 되었다.

그 이후로 나무가 삐그덕거리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를 보고 있던 그 얼굴이 떠오르곤 한다...

 



Illust by agony2008(http://blog.naver.com/agony2008)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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