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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296th]발렌타인 데이

괴담 번역 2012. 2. 14.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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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언니가 직장 시절 겪은 이야기입니다.

언니는 결혼한 뒤 직장을 그만 뒀지만, 직장에 다닐 때 매우 사이 좋은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Y씨라는 사람으로, 매우 밝은 성격에 얼굴도 예쁜 좋은 여성이었습니다.



2월이 되어서, 언니와 Y씨는 함께 발렌타인 초콜렛을 사러 갔습니다.

언니는 그 당시 지금의 남편과 사귀고 있었기 때문에, 남자친구를 위한 것과 직장 동료들에게 선물로 줄 것을 몇개 샀다고 합니다.

그런데 Y씨가 산 초콜렛 중, 싸 보이는 것들 사이에 비싼 게 딱 하나 섞여 있었다고 합니다.



Y씨는 남자친구가 없었기에, 언니는 Y씨에게 물었다고 합니다.

[Y야, 그건 누구한테 줄거야?]

그러자 Y씨는 아직 사귀는 사람은 없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이 기회에 고백할 생각이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언니는 [그래? 힘내!] 라고 진심으로 응원해 줬고, Y씨도 밝게 웃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2월 14일.

언니는 남자친구에게 초콜렛을 건네 줬고, 직장 동료들에게도 선물로 작은 초콜렛을 나눠줬습니다.



언니의 직장에서는 여자끼리도 서로 친한 사이라면 초콜렛을 주고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언니와 Y씨도 초콜렛을 주고 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같이 초콜렛을 사러 갔다보니, 두 사람은 서로 같은 초콜렛을 내밀었습니다.



둘 다 재밌다고 웃으면서도 초콜렛을 주고 받았습니다.

그리고 일을 하던 중, 언니는 캐비넷을 정리하다 무심코 Y씨의 책상에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그 탓에 그만 Y씨의 책상에 올려져 있던 초콜렛 박스가 떨어져 청소용 물통에 떨어져 버렸습니다.



언니는 당황했지만, 자신도 같은 초콜렛을 가지고 있다는데 생각이 미쳤습니다.

그래서 아까 Y씨에게 받았던 초콜렛을 대신 올려 놓았다고 합니다.

원래 언니는 단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기에 별 생각 없이 한 행동이었지요.



그런데 다음날 언니가 회사에 가자, Y씨가 [어라, 어제 준 초콜렛 안 먹었어?] 라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언니는 혹시 어제 초콜렛을 떨어트린 걸 들켰나 당황했지만, Y씨는 딱히 그런 기색은 없었다고 합니다.

이제 와서 사실을 고백하기도 미안했기에, 언니는 [어제는 돌아가서 그냥 자 버렸어. 오늘 먹을게.] 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언니는 평소처럼 출근했습니다.

그런데 동료가 Y씨가 죽었다는 말을 전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자택에서 죽은 것을 어머니가 발견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바로 어제까지 건강한 모습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자, 슬프기보다는 어이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그것보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Y씨가 자살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유서는 없었지만 음독사였다고 합니다.

언니의 슬픔은 여동생인 내가 봐도 괴로울 정도였습니다.

아무 것도 도와주지 못했다는 무력감과, 자살을 할 정도로 힘들었다면 어째서 상담하지 않았던 것인지에 대한 고민 때문에 언니는 한동안 우울해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1년 뒤, 언니는 결혼하고 임신까지 했습니다.

친구를 잃은 슬픔도 점차 누그러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언니가 또 우울해 하는 일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Y씨가 죽었을 때보다 더 우울해 하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나는 걱정이 된 나머지 언니에게 사정을 물었습니다.

그러자 언니는 간신히 이런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Y씨가 죽고 난 뒤 1년이 지났을 무렵의 발렌타인 데이.

언니가 남편에게 초콜렛을 주자, 남편이 괴로운 듯 말했다는 것입니다.

Y씨가 죽기 직전, 그녀에게 고백을 받았다고 말입니다.



친구의 남자친구여서 계속 참고 있었지만, 도저히 자신의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고 했다고 합니다.

이대로는 자살하거나 언니를 죽일 것 같다는 말까지 덧붙였다고 합니다.

형부는 무척 놀랐지만, Y씨와 사귈 생각은 없고 언니와 결혼할 생각이라며 Y씨를 달랬다고 합니다.



Y씨가 자살한 것은 형부에게 차였기 때문이었나...

나는 언니에게 무슨 위로의 말을 해야할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그 때 언니가 [차라리 자살이라면 좋았을텐데.] 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언니는 떠올렸던 겁니다.

[초콜렛 안 먹었어?] 라고 물었던 Y씨를요.

자살로 보기에는 유서조차 남기지 않은 너무나 갑작스러운 죽음.



그 날 언니의 실수로 뒤바뀐 두 사람의 초콜릿.

자살하거나 언니를 죽일 것 같다던 Y씨의 말까지...

나는 억측이라고 언니를 진정시켰습니다.



이미 끝난 일인데다 뱃속의 조카에게도 안 좋은 영향이 갈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진실은 나도 모릅니다.

다만 이 추측이 맞다면 언니가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만 듭니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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