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ground

[번역괴담][2ch괴담][481st]장소 지정

괴담 번역 2014. 9. 22. 21:17
320x100




계속된 싸움 끝에 관계가 악화되어, 이별을 앞두고 있는 커플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남자가 여자에게 전화를 했다.

 

[보여주고 싶은 게 있으니까 나와주면 좋겠어.]

 

 

 

오랫동안 사귀며 서로 선물도 엄청 줬었기에, 여자는 남자가 추억이 어린 물건이라도 보여주며 이별을 미루려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래서 확실하게 이야기하고 관계를 끝맺기 위해 밤중에 남자가 사는 아파트까지 갔다.

 

아파트 근처까지 도착해 택시에서 내리자, 휴대폰 벨소리가 울려퍼졌다.

 

 

 

남자친구의 전화였다.

 

[뭔데? 나 도착했어.]

 

[야아, 여기야, 여기.]

 

 

 

무슨 소린가 싶어 50m 정도 떨어진 아파트 입구릏 보니, 어두워서 잘은 모르겠지만 사람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이 쪽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것 같다.

 

일부러 아래까지 마중 나왔나 싶어 맥이 빠진다.

 

 

 

[뭐? 거기 있는거야?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네.] 라고 말한 뒤 입구로 향하던 참이었다.

 

[아, 미안해. 놓고 온 게 있네. 잠깐만 기다려줘.] 라고 남자가 말한다.

 

[됐어. 기다리는 것도 지루하니까 나도 갈게.] 라고 말했지만, [괜찮으니까 거기서 기다려, 거기서.]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고는 [금방 돌아올게.] 라며 입구에서 사라졌다.

 

어째서인지 그 사이에도 전화는 연결된 채다.

 

무슨 생각인지도 모르겠고, 괜히 전화를 끊었다 화라도 내면 더 귀찮아질 터였다.

 

 

 

[나 바쁘단 말이야. 아르바이트 끝나고 바로 온 거란 말이야. 좀 있으면 막차도 끊긴다고.]

 

[미안, 미안해. 이제 곧이야, 곧이니까.]

 

덜컥, 철컹, 쾅쾅쾅쾅하고 방 안에서 들리는 것 같은 소리가 한바탕 들려온다.

 

 

 

곧이어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는 "땡"하는 소리가 들려서, 드디어 왔구나 싶었다.

 

무거운 문을 여는 것 같은 소리가 휴대폰에서 들려왔기에, 입구 쪽을 바라봤지만 남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뒷문 쪽으로 오는걸까?

 

 

 

[야, 너 어디야?]

 

[기다... 지...]

 

[응? 지지직거려서 잘 안 들려. 뭐라고?]

 

 

 

[...다렸...지...]

 

[뭐?]

 

[기다렸지.]

 

 

 

그 순간, 몇 미터 떨어진 뒤에서 쾅하고 굉음이 울려퍼졌다.

 

혹시나하는 생각에 뒤를 돌아봤더니, 역시 남자친구였다.

 

가로등에 비춰진 그는, 지금까지 본 적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피를, 끝없이 머리에서 내뿜고 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런 의견을 말했다.

 

[일부러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장소를 지정했던 건, 아마 뛰어내리면서 여자친구가 휘말리지 않게 하려는 거였을 겁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가로등 아래 가장 잘 보이는 곳에서, 자신이 죽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르죠.]

 

물건을 가지러 간다고 말하고 갔으리라 여겨지는 옥상에는, 유서가 남아 있었다.

 

 

 

세상에 미련은 전혀 없으며, 그저 자신이 얼마나 여자친구를 사랑했는지만이, 끝없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 여자는 정신적 충격이 너무 커서, 일도 그만 두고 현재까지 홀로 지내고 있다.

 

휴대폰도 그 이후 사용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 때 콘크리트에 떨어져 전화기가 박살나던 그 소리가, 다시 귓가에 울려퍼지는 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도저히 전화기를 귓가에 가져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 글을 읽으신 후 하단의 공감 버튼 한 번씩 클릭 해주시면 번역자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