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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549th]좋아했던 삼촌

괴담 번역 2015. 3. 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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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일 무렵, 우리 집에는 삼촌이 같이 살고 있었다.


삼촌은 공장에 다니다 해고를 당해, 집세조차 못 내 우리 집에 들러붙은 것이었다.


그런 상황이니 뭐 하나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매일 나와 같이 집에서 뒹굴대고 있을 뿐이었다.




돈 한푼 없고 매일 술 먹고 잠만 자던 삼촌이었지만, 조카인 나는 무척 귀여워했었다.


가끔 아이스크림을 사주기도 하고, 같이 낚시를 가기도 했다.


나는 그런 삼촌을 꽤 좋아했었다.




삼촌이 집에 들러붙고 반년 가량 지난 어느 늦은 토요일 밤이었다.


비가 내리는 와중에, 아버지와 삼촌이 아래층에서 말다툼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큰 목소리로 언성을 높여 싸우고 있었기에, 나는 듣던 라디오를 끄고 숨을 죽였다.




쾅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고, 삼촌이 계단을 올라왔다.


나는 혹시 내 방으로 오나 싶어 긴장했지만, 옆에 있는 불단 미닫이 문이 슥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살그머니 이불을 뒤집어 쓰고 그대로 잠에 들었다.




다음날인 일요일.


부모님은 가게를 보러 가시고, 집에는 나와 삼촌 둘 뿐이었다.


나는 어제 있었던 일은 모르는 척하고, TV를 보며 엄마가 만들어 둔 튀김을 먹고 있었다.




위층에서 불단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곧이어 삼촌이 계단을 내려왔다.


나는 조금 긴장한 채 [삼촌, 안녕!] 이라고 말했다.


삼촌도 [오, 뭐야, 그거. 맛있어 보이네.] 라며 말하고는 같이 튀김을 먹기 시작했다.




[야, 츠토무. 이거 다 먹으면 같이 낚시하러갈래?]


삼촌은 내게 물었다.


나는 어린 마음에도 삼촌을 위로해줘야겠다는 생각에, [응!] 하고 크게 대답했다.




낚싯대를 2개 들고, 낚싯도구를 챙겨 물통에 넣었다.


그리고 나와 삼촌은 평소 낚시를 하던 근처 폭포 쪽으로 향했다.


폭포는 전날 내린 비로 수위가 높아져, 탁한 황토물이 사납게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별로 안 잡힐 거 같은데?] 라고 내가 말하자, 삼촌도 [어떠려나. 일단 좀 해볼까?] 라고 대답했다.


[이런 때 오히려 잘 잡히는 것도 있는거야. 뱀장어라도 한 번 낚아보자.]


그리고 삼촌은 폭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나는 굳이 이렇게 안 쪽까지 가야하나 싶으면서도, 삼촌의 뒤를 재빨리 쫓아갔다.


[여기면 되려나.]


삼촌은 폭포 앞, 높은 바위 곁에서 멈췄다.




[츠토무, 여기서 낚시하자. 한 번 올라와봐.]


삼촌은 나를 들어올렸다.


내가 바위 위에 올라서자, 삼촌은 [물 상태가 좀 어때? 잡힐 것 같니?] 라고 물었다.




나는 탁류가 소용돌이치는 수면을 내려다보며 물고기 그림자를 살폈다.


[생선 같은 건 하나도 안 보이는데?]


잠시 수면을 내려보다가, 나는 문득 삼촌이 대답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뒤를 돌아보았다.




분명히 바위 아래에 있던 삼촌은, 내 등 바로 뒤에 서 있었다.


그리고 마치 나를 밀어 떨어트리려던 것처럼, 양손을 가슴부근까지 올린 채였다.


그런 삼촌의 모습을 보고, 나는 돌처럼 굳었다.




삼촌은 무표정하고, 힘이 없는 눈을 하고 있었다.


울려퍼지는 것은 매미 울음 소리 뿐, 시간이 그대로 멈췄다.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삼촌의 눈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땀이 뺨을 타고 흐르고, 움직이지 못하는 와중에 그저 심장 고동소리만이 울려퍼졌다.


삼촌도 손을 내리지 못한 채, 그저 무기력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서로 얼마나 바라보고 있었던 것일까.




갑자기 삼촌 뒤쪽 수풀에서 바스락바스락하고 소리가 났다.


나도, 삼촌도 깜짝 놀라 수풀로 눈을 돌렸다.


근처 아저씨 같은 사람이 우리가 있는지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그대로 지나쳐 갔다.




나는 삼촌 곁을 지나쳤다.


[오늘은 잡힐 거 같지 않네. 나 먼저 돌아갈게.] 라고 말하고 걸어간다.


폭포에서 조금 멀어진 후, 나는 쏜살같이 온 힘을 다해 도망쳤다.




뒤를 보면 그 눈을 한 삼촌이 등뒤에 있을 것만 같아, 나는 앞만 보고 미친 듯 달렸다.


어느 정도 달려왔을 무렵, 나는 내가 엉엉 울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나는 집에 들르지 않고, 곧장 부모님이 있던 가게로 향했다.




당시 부모님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기에, 나는 거기서 가게가 문을 닫을 때까지 부모님과 같이 있었다.


삼촌은 그 날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다음날 밤, 아버지가 경찰에게 신고를 했고, 삼촌은 며칠 후 폭포 밑에서 익사체로 발견되었다.




나는 폭포에서 있었던 일에 관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삼촌은 혼자 낚시를 하다 실족해 죽은 것으로 처리되었다.


다만, 내가 가지고 돌아왔던 낚시도구상자에는 삼촌이 쓴 메모가 들어 있었다.


거기에는 [츠토무를 데리고 간다.] 라고 써 있었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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