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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570th]참새

괴담 번역 2015. 7. 27.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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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한테 먹이를 주면 안 돼요.]


그 말을 연하의 선배에게 들은 건, 직장에서 일하고 두 달 가량 지났을 무렵이었습니다.


당시 요양원에 취직한지 얼마 안 됐던 내게, 선배로서 도와주고 있던 치카짱이었습니다.




치카짱은 나이 많은 후배를 대하기 어려울텐데도, 내게 친절히 일을 알려주던 상냥한 아이였습니다.


마침 그녀와 나는 동물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어 금새 사이가 좋아졌고,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도 나쁘지 않을 관계가 구축되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언제나 생글생글 웃던 그녀가, 진지한 얼굴로 저런 말을 꺼냈던 것입니다.




이 무렵이 되면 참새는 막 날갯짓을 시작한 새끼를 데리고 먹이를 찾아 분주히 날아다닙니다.


내가 일하는 곳은 논 한가운데 있는 시골동네라, 참새 가족을 자주 보곤 했습니다.


바쁜 일상 가운데도, 귀여운 참새들을 보며 잠깐씩 마음의 안식을 얻곤 했죠.




치카짱도 마찬가지인지, 종종 [귀엽네요.] 라며 같이 웃곤 했습니다.


[그렇지만 먹이는 주면 안 되요?]


언제나 웃기만 하던 것과는 달리, 진지한 얼굴로 말하는 치카짱의 모습에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하지만 금새 아, 새똥 때문에 더러워지니까 그런건가, 하고 납득했습니다.


그러나 이어진 치카짱의 말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잡혀버리니까요.]




[응...? 잡혀버린다니 무슨 소리야? 혹시 누가 잡아서 닭꼬치라도 만든다던가?]


[아뇨, 그런게 아니라요.]


모이를 줘서 참새들이 모이면, 누가 와서 잡아갈까 걱정하는 건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치카짱은 웃으면서도 사뭇 진지한 얼굴로 이유를 말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전에 같이 일하던 치카짱의 선배가 계기였다고 합니다.


그 사람은 나나 치카짱처럼 상당히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그 선배가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바람에 싸 온 도시락에서 밥을 조금씩 남기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버리는 것도 아까우니, 그걸 물에 풀어 참새들에게 모이로 주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경계해 잘 다가오지 않던 참새들도, 서서히 먹이가 놓여져 있는 것에 익숙해져 날이 갈수록 다가오는 참새도 늘었다고 합니다.




요양원 사람들도 참새의 귀여운 모습에 다가와 바라보곤 했다고 합니다.


책임자 분들도 개나 고양이처럼 털이 날리는 것도 아니고 딱히 손이 가는 것도 아니라 묵인해줬다고 하구요.


하지만 먹이를 주기 시작하고 1년 정도 지날 무렵, 선배는 이상한 걸 발견했습니다.




모처럼 외부행사가 있어 요양원 사람들과 직원들이 모두 요양원을 비웠을 때였습니다.


남은 직원들끼리 평상시 잘 손이 닿지 않는 곳을 청소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선배는 시설 뒤편의 자갈 깔린 직원용 주차장을 청소하게 되었습니다.




자갈 사이로 무성한 잡초를 뽑고, 여기저기 버려진 담배꽁초를 찾아 투덜대며 줍고 있던 터에, 그걸 발견했다고 합니다.


마치 마른 풀처럼 보이던 그걸 손에 들어보니, 말라붙은 새의 시체였습니다.


다 큰 새였는지, 아직 새끼였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아마 참새의 시체일 것이라 생각한 선배는, 주차장 옆 화단에 고이 묻어주었다고 합니다.


선배는 참새의 죽음에 슬퍼하면서도, 모이를 먹으러 참새가 잔뜩 모이다보니 들고양이가 잡아죽인 것이리라 생각하고 넘겼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며칠 후, 다른 직원이 청소하다 또 참새의 시체를 발견했습니다.




똑같이 말라붙은 상태로, 이번에는 두마리를.


선배가 처음 참새 시체를 발견한 후, 고작해서 사나흘 지난 후였습니다.


아무리 고양이가 참새를 죽였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말라붙기에는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장마철이라 습한 날씨였기에, 그렇게 쉽게 시체가 마를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들고양이가 습격한 것말고 다른 이유를 찾을 수도 없었기에, 일단 참새에게 모이를 주는 건 그만두기로 했다고 합니다.


자신이 모이를 주는 바람에 참새가 죽었다는 생각에, 선배는 무척 낙담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참새에게 모이 주기를 멈추고 한 달 정도 지날 무렵부터, 선배에게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열심히 일하던 도중, 문득 시야 한구석에 무언가 검은게 비치는 것이었습니다.


뭔가 지나간 건가 싶어 그 그림자를 쫓아봐도, 거기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 무렵 함께 일하던 치카짱도 업무 중 갑자기 주변을 돌아보거나 고개를 갸웃거리던 선배의 모습을 종종 보곤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말고는 딱히 아무 일도 없고, 다른 직원이나 요양원 사람들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습니다.


선배도 크게 신경쓰지는 않았고, 그러는 사이 그것도 익숙해져 왔다고 합니다.




일을 마치고, 셔터를 닫고 있을 때였습니다.


유리창에는 모두 셔터가 달려있어, 여러 사람이서 퇴근 전에 그걸 닫고 갑니다.


그리고 선배가 셔터를 내린 순간...




쾅쾅쾅쾅!


쾅쾅쾅쾅!


확실히 누군가가 밖에서 두드리는 소리가 시설 안에 울려퍼졌습니다.




가까이 있던 남자 직원이 곧바로 다가와, 못된 장난이라 생각했는지 옆에 있는 창을 열고 셔터 너머를 보았습니다.


그 순간 소리는 멎고, 창 밖으로 몸을 내밀었던 직원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들어왔습니다.


[아무도 없어요.]




바로 금방 전까지만 해도 누가 두들기고 있던 셔터였습니다.


누가 장난치고 도망가는 거라면, 적어도 뒷모습은 볼 수 있었을 터입니다.


다들 그 사실에 소름이 끼쳤지만, 차마 누구도 입 밖으로는 꺼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한순간 시설은 적막해지고, 뭐라 말할 수 없는 분위기만이 감돌았다고 합니다.


우리 요양원은 병원에서 운영하고 있는거라, 위치도 병원 근처입니다.


그렇기에 요양원에 계시다가 임종은 병원에서 맞는 분도 많아, 다들 조금씩 두려워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후에도 사무실에 있는 신상이 넘어지거나,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 소리가 들리는 등 이상한 체험이 연이어 나타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장 큰일을 겪은 것은 역시 그 선배였습니다.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두 달이 채 안되어, 여름 더위가 한창일 무렵이었습니다.




직원들은 일을 마치고 요양원 내부 청소와 다음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일은 끝났지만 여름이라 워낙에 더워 다들 집에 갈 때까지는 에어콘을 틀어둡니다.


그래서 창문은 죄다 닫혀있고 실내는 꽤 시원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선배는 어째서인지 습기찬 공기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왜 그런거지?


어디 창문이라도 열린건가 싶은 생각에, 청소를 대충 마치고 주변을 쓱 돌아봤습니다.




또 검은 그림자가 시야를 지나갑니다.


놀라 그 쪽으로 눈을 돌리자, 창문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 그림자의 정체를 알 수 있었습니다.




사무실 쪽 창문, 그 너머에 참새를 찾아낸 직원용 주차장이 있었습니다.


검은 그림자는 창문 아래로 살짝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걸 응시하며 서서히 다가선 선배는 그게 무엇인지 눈치챘습니다.




그건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 얼굴이었습니다.


코를 창틀에 꽉 눌러붙인 듯 안을 바라보고 있는 그 얼굴은, 눈부터 위쪽만 보일 뿐이었습니다.


비도 안 내린 한여름인데, 긴 머리카락은 젖은 것처럼 얼굴에 찰싹 붙어있었습니다.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눈은 이상하게 무서워, 선배는 온몸에 소름이 끼침과 동시에 확신했다고 합니다.


그 참새들의 시체는 분명히 이 녀석이 잡아먹었던 거라고.


어째서인지 그 순간, 선배는 그렇게 느꼈다고 합니다.




분명 이 녀석이, 이 녀석이 참새를 먹고 있는거라고.


그 얼굴은 미끈미끈한 피부에 군데군데 초록색이 낀 황토색이었다고 합니다.


공포에 질려 큰 소리로 선배가 울기 시작하자 곧 다른 직원들이 놀라 뛰쳐왔습니다.




선배의 말을 듣고 다른 직원들도 모두 겁에 질려, 그 날은 정리도 하는 둥 마는 둥 다들 도망치듯 퇴근했다고 합니다.


치카짱도 그 자리에 있었다지만, 그 얼굴은 전혀 보질 못했다고 합니다.


선배는 그 후 지금까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책임자에게 전했다고 합니다.




조용히 듣고만 있던 책임자는 곧 뭔가 짐작이 가는 게 있는 듯,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한동안 몇몇 사람이 불려와 방에서 온갖 이야기를 나누는 듯 했지만,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지금도 모른다고 합니다.


결국 최종적으로 밝혀진 건, 지금 시설이 세워진 곳은 원래 민가였던 곳을 허물고 지은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집에는 우물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나 역시 이 이야기를 들을 때까지는 모르던 사실이지만, 우물을 메울 때는 제사를 지내거나 정화 의식을 꼭 거쳐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시설을 지을 때는 그런 의식 없이 그냥 우물을 메워버렸던 것 같습니다.




실은 시설 완성 직후에도 이상한 일이 여럿 있었었기에, 책임자도 선배의 말을 듣고 저으기 당황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지역 신사의 신주를 불러 도움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그 분이 응급처치 비슷한 걸 해줘서, 일단 지금은 별 문제가 없다는 것 같습니다.




그 신주분의 말로는, 아무래도 그 이상한 얼굴은 모여든 참새를 공양물로 착각했던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공양물이 끊기자 선배에게 항의하러 찾아온 것 같다는 말이었습니다.


게다가 선배가 봤던 그 얼굴의 모습으로 미루어보아, 더는 수신이나 용신이 아닌 마귀가 되어버린 것 같다고 합니다.




억제할 수는 있어도 완전히 그 존재를 지워버리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라는 말도 함께요.


어떻게든 공존해나가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2년 정도 그 시설에서 일하고 퇴사했지만, 내가 머물던 2년 동안은 딱히 이상한 일은 없었습니다.




아마 지금도 별 일 없이 운영되고 있겠지요.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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