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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576th]축제 소리

괴담 번역 2015. 9. 1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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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적어두면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직접 겪는 내 입장에서는 소름 끼치는 이야기다.


우리 집 주변은 무척 조용한 주택가로, 얼마 전 새로 이사를 온 곳이다.


집은 전철 선로 주변이라 전철이 지나가는 소리 정도만 들릴 뿐이다.




낮에는 도로에서 노는 아이들 소리 정도 뿐일까.


우리 가족은 부모님, 누나, 동생 그리고 나까지 다섯이다.


어느날 누나가 쇼핑을 나가는데 부모님이 따라나서, 나와 동생만 남게 되었다.




동생은 아직 어린데다 누나는 워낙에 쇼핑을 오래 해서 나도 따라가고 싶지가 않았던 터다.


그렇게 집에서 동생과 둘이 앉아 있는데, 갑자기 동생이 [저기, 형. 어디서 축제 하는 거 아니야?] 라고 물어왔다.


무슨 소린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동생의 말을 따라 바깥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니 축제 음악이랄까, 큰북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진짜네!] 라면서 둘이 신나서 밖에 나가보려는데, 가족들이 돌아왔다.


[이런 늦은 시간에 어딜 가려는 거니, 너희들?] 


엄마의 질문에 동생이 [축제 소리가 들려!] 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부모님은 고개를 갸웃거릴 뿐.


[그런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집안에서도 소리가 들렸는데, 밖에서 안 들렸을리가 없다.




그런데도 밖에서 들어온 가족 중 누구도 소리를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 날 열린 축제도 없었고.


결국 그 상황은 나와 동생이 잘못 들은 걸로 넘어갔다.




하지만 그로부터 일주일 후.


나 혼자 집을 보고 있던 때였다.


다시 그 소리가 들려왔다.




둥둥둥하고, 북을 울리는 듯한 소리가.


아무래도 신경이 쓰여서, 나는 밖에 나가보기로 했다.


샌들을 신고 밖으로 나선다.




역 근처에서 소리가 들려오는 듯해, 그 쪽으로 향해볼 생각이었다.


옆집에서는 할머니가 마당을 쓸고 계셨다.


우리 옆집은 할아버지와 할머니 두 분만이 살고 계신다.




오래 전부터 이 동네에 사신 분들로, 이사온지 얼마 안 된 우리 가족에게 무척 친절하게 대해주신 분들이었다.


그런데 그 할머니가, 걸어가는 내 모습을 보더니 갑자기 내 팔을 붙잡으셨다.


[축제 소리가 들리니?]




순간 나는 겁에 질렸다.


마음을 읽기라도 한 건가 싶은 생각이었다.


우선 [네...] 라고 대답하자, 할머니는 갑자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가면 안 돼.]


팔을 붙잡은 힘이 더욱 강해졌다.


언제나 상냥했던 할머니가 갑자기 그런 모습을 보이니, 나는 너무 무서웠다.




[이 주변에서 축제는 하지 않아... 절대로. 그러니까... 가면 안 된단다.]


이유는 말하지 않았지만, 너무나도 진지하고 엄격한 그 얼굴을 보자 차마 물을 정신도 들지 않았다.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




겨우 할머니는 팔을 놓아주셨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얼굴을 내게 가까이 하고 말하셨다.


[축제 소리는 들려도 무시해야 해. 다른 사람한테 이야기는 해도 되지만, 축제에 가버리면 안 돼.]




무척, 무척 진지한 얼굴이었다.


무섭고도 무서워서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겨우 할머니에게 풀려나 집까지 전력으로 도망쳤다.


축제에 참가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




동생은 그 날 이후 더 이상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내게는 아직도 계속 축제의 소리가 들려온다.


할머니 말로는 저 쪽에서 지치면 자연스레 들리지 않게 된다고 하지만...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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