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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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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정도 전 이야기다.

대학에 합격하고 드디어 자취를 하게 된 나는, 부모의 눈에서 벗어난 해방감을 느끼며 늦은 밤 산책을 다니는 게 취미가 되어 있었다.

우리 부모님은 워낙 과보호라서 같이 살 때는 밤 늦게 돌아다니는 건 꿈도 못 꿀 일이었으니.



대학생이 잔뜩 사는 학교 주변이었기에, 한밤 중이라도 술 먹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있어서, 그리 무섭지도 않았다.

나는 겁쟁이였기 때문에 혼자 한산한 심야 주택가, 그것도 낡아빠진 아파트 투성이인 곳을 걷는 건 평소라면 무서워 했었다.

하지만 한동안 걷고 있으면 몇번 사람과 마주치니, 그럴 때마다 두려움이 누그러지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날은 한동안 사람이 보이질 않아, 완전 쫄아서 오늘은 그만 돌아갈까, 싶던 때였다.

마침 앞에 사람이 보였다.



마음을 좀 놓은 나는, 조금 더 산책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며 그 사람 곁을 지나치는 순간.

갑자기 만면의 미소를 지으며, [뭘 찾으시나요?] 라고 그 사람이 물어왔다.

그 녀석이 어떤 복장이었는지는 기억하고 있지 않지만, 그 녀석의 얼굴은 엄청 인상에 남아 있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라는 영화가 있잖아.

거기 나온 칸사이벤 쓰는 아줌마가 더욱 일그러지고 늙은 것 같은 얼굴이었다.

그 녀석은 남자였지만.



그리고 또 엄청 기분 나빴던게, 눈도 안 좋고 야맹증까지 있는데, 어째서인지 그 녀석 얼굴만은 확실하게 보였다는 것.

그 상황에서 뭐 똑바로 대답할 수도 없고, [아, 그, 아뇨.] 정도로 더듬거리며 대답하고는 거기서 멀어졌다.

딱히 그 녀석이 따라오거나 계속 말을 걸어오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무서워서 그 녀석과 만나지 않도록 빙 돌아서 집으로 향했다.

집 앞 길에서 혹시 그 녀석이 있지는 않나 흠칫거렸지만, 없었기에 안심하고 집에 들어갔다.

문을 닫은 순간, 동시에 초인종이 울렸다.



정말 놀라서 신발도 안 벗고, 방으로 뛰쳐들어갔다.

그리고는 문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한동안 그대로 굳어 있었다.

5분인가 10분인가 모르겠지만, 그 정도 지났다.



초인종은 처음 한번만 울렸기에, 이제는 아무도 없겠지 싶어서 문구멍을 내다 봤다.

그 녀석이 있었다.

기분 나쁜 얼굴에 만면의 미소를 띄운 채.



허리에 힘이 나갔지만, 신발 벗는 것도 잊은 채 뛰어가 이불을 뒤집어 썼다.

하지만 학생이 사는 아파트는 워낙 작아서 침대에서도 문이 보인다.

문 밖에서는 [뭘 찾으시나요? 뭘 찾으시나요? 뭘 찾으시나요?] 하고 계속 말소리가 들려왔다.



너무나도 무서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자, 문에 붙어 있는 신문 구멍이 덜컥하고 열렸다.

낡은 아파트라 거기 가림막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라, 직접 들여다 보는구나 싶었다.

눈이 마주치면 끝이야, 끝이라고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 구멍으로 새하얀 팔이 쑥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 문을 열려는건가?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거기서 손잡이까지는 손이 안 닿을텐데.

패닉에 빠진 나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경찰에 신고하려 했지만, 무서워서 목소리도 안 나오고 번호도 제대로 누르질 못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그 팔은 그대로 안으로 들어오더니 문 안에 뚝 떨어졌다.

어? 하고 생각한 순간, 그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건가요? 이건가요? 이건가요?] 하고 계속 말한다.



그것도 무척 즐거운 듯, 웃음을 참을 수 없다는 듯 [히힛!], [히히힉!| 하고 웃음이 섞여 든 채.

나는 이불을 뒤집어 쓴 채 눈을 꼭 감고 그저 버틸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문 쪽에서는 무언가가 떨어지는 듯한 툭툭거리는 소리가 이어졌고, 그 녀석의 목소리도 계속 들려왔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는 잠에 빠졌다.

아침에 일어나니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 것도.



그 이후 딱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밤에 산책하는 취미는 그만 뒀다.

신문 구멍은 이후 막아버렸지만, 이사하려면 돈이 들어서 아파트에는 계속 살았었다.

도쿄 동쪽에서 있었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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