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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

괴담의 중심 10주년 기념 기다미

공지사항 2019. 12. 2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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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년과 7주년에 이어, 괴담의 중심 마스코트인 기다미를 JPTTOL님이 그려주셨습니다.
어느덧 열살이 된 모습을 보니 세월이 참 빠르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네요.
다들 행복한 크리스마스, 그리고 복된 새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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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5ch괴담][954th]베이스타즈 팬

괴담 번역 2019. 12. 23.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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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누나네 이사를 돕기 위해 관동 지방으로 향했다.

이사는 문제 없이 진행되어,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할 것도 없고, 시간이 남길래 프로야구 시범경기라도 보러 갈까 싶었다.



찾아보니 세이부 돔에서 사이타마 세이부 라이온즈와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었다.

다음날, 이 경기를 보러 가기로 했다.

경기 당일, 세이부 돔에 여유롭게 들어갈 수 있었다.



노점에서 먹을 걸 사서, 느긋하게 먹으며 선수들이 몸 푸는 걸 구경했다.

관객도 늘어났다는 걸 느끼면서.

프로야구 시범경기 같은 걸 보러 오는 사람들은 대개 그 팀의 골수 팬이거나, 집이 가까운 사람 정도겠지.



나처럼 양 팀 팬도 아닌 사람이, 혼자서 경기를 보러 오는 경우는 꽤 드문 일일 것이다.

나는 주니치 드래곤즈 팬이거든.

그날은 사이타마 세이부 라이온즈 홈이니만큼, 라이온즈 팬이 많았다.



종종 그 사이로 드문드문 베이스타즈 팬이 보이는 정도.

세이부는 팬들 열기가 대단하구나, 하면서 돔 안을 이리저리 돌아보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가 말을 걸었다.

[형, 어느 팀 응원해?]



돌아보니, 거기에는 베이스타즈 유니폼을 입은 남자아이가 서 있었다.

나는 주니치 팬이니까 딱히 어느 팀을 응원하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말하고, 다시 앞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 아이는 꽤 끈질겼다.



[아, 주니치구나~ 감독이 불안하겠네. 올해는 잘 풀리면 우리가 주니치 정도는 뛰어넘을지도 몰라. 블랑코[각주:1]도 있고, 두목[각주:2]이랑 후지이[각주:3]가 제대로 던져주면 말이야...]

시끄럽구만.

어디 좀 가버려라, 망할 꼬맹이.



그렇게 생각하며 조금 짜증을 내는 한편, 이 녀석 야구 꽤 잘 아는구나, 하고 감탄도 했다.

내용은 거의 잊어버렸지만, 대충 이런 느낌으로 야구 지식을 내 귓가에서 떠벌떠벌 풀어놓는 것이었다.

야구 너무 좋아하네.

 


아니, 베이스타즈를 너무 좋아한다고 해야할까.

베이스타즈는 최근 몇년간, 리그에서도 꼴찌를 도맡아하고 있는데, 응원할 힘이 나는 것도 신기하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빨리 우승 좀 해주지 않으려나.]

갑자기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아저씨처럼 굵고 위압감 있는 낮은 목소리가 되어, 귓가에 울려퍼졌다.

어!?

 


놀라서 돌아봤지만, 남자아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때는 온몸에 소름이 쫙 끼칠 정도로 무서워서 모르고 넘어갔지만, 나중에 깨달았다.

그 남자아이가 입고 있던 유니폼은, 15년도 더 된 그 옛날, 베이스타즈가 우승했던 시즌의 유니폼이라는 걸 말이지.

 

 

  1. 1루수 토니 블랑코. 2013년과 2014년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 소속으로 2시즌간 58 홈런 기록. [본문으로]
  2. 투수 미우라 다이스케. 선수 생활을 전부 요코하마와 함께한, "하마의 두목". 통산 172승. [본문으로]
  3. 투수 후지이 슈고. 2012년과 2013년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 소속으로 13승 12패를 기록.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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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5ch괴담][953rd]아이들의 집착

괴담 번역 2019. 12. 22.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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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위크에 손자들이 귀성하지 않아 외로우셨던지, 할머니와 통화 도중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들은 무언가에 집착을 보이곤 한단다.

그 대상은 물, 불, 돌 셋으로 나뉘고, 주로 남자한테서 자주 나타난다고 한다.



각각 위험이 있기에, 그 아이가 무엇에 집착을 보이는지 알아두기 위해서라도, 시골에서 생활해 볼 필요가 있다고, 할머니는 말하셨다.

개중 가장 위험한 것이 물에 집착하는 아이.

그런 아이들은 아무때나 강 같은 데로 놀러간다.



이유 하나 없이, 이끌린다고 말하는 게 옳을지도 모른다.

나는 계류 낚시를 좋아해서 자주 강을 찾곤 했는데, 어릴 적에는 할머니에게 자주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듣곤 했다.

혼자서는 가지 말라고.



다만 물고기 구워 먹으려 소나무 가지나 라이터, 소금 같은 걸 가지고 다니고, 이야기도 자주 나누다보니 나중에는 할머니도 이해해 주셨다.

내가 흥미 있는 건 물이 아니라 물고기 쪽이고, 굳이 분류하자면 불을 좋아하는 쪽이라고.

오컬트 쪽이라기보다는 통계적이고 현실적으로, 물을 좋아하는 아이는 그만큼 익사하는 비율도 높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물에 집착하는 아이에게서는 눈을 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낚시를 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강변에 서서 낚싯줄을 내리고 수면을 보고 있자면 멍하니 정신을 놓을 때가 있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발밑에 물고기가 놓여 있고, 놀랄만큼 스스로가 자연스럽게 뒤섞여 있던 기분이 든다.



어쩌면 그런 시간이 위험한 것일지도 모르지.

불에 집착하는 건 가장 파악하기 힘든 성향이라고 한다.

대개 숨어서 담배를 피운다던가 하는 쪽으로 발산되니까.



본인 스스로도 자신이 불을 보고 싶은 것인지, 담배를 피우고 싶어하는 것인지 자각하지 못한다고 한다.

스스로가 불을 좋아한다는 걸 알아차리는 건, 대개 혼자 있다 무의미한 불장난을 할 경우라고 한다.

나는 완전히 이쪽 성향이라, 초등학교 때 아무 이유 없이 라이터를 갖고 싶어했었다.



터보 라이터나 오일 매치 같은 불 피우는 도구들을 이래저래 사모으기도 하고.

라이터가 좋아서 그런다고 느낄 때도 있었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면 불에 매료되어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아이들은 종종 불장난하다 집을 태워먹곤 한단다.



하지만 스스로가 불 근처에 있다보니, 의외로 불이 나도 위험에 처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가장 먼저 도망칠테니.

귀찮은 건 거짓말까지 해버리는 경우.



스스로가 일으킨 화재지만, 도망치는 사이 거짓말을 지어내서 혼란을 주게 되는 것이다.

다행히 나는 불을 낸 적은 없지만.

돌에 집착하는 아이에 대해서는, 나는 어떤 마음인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



종종 밖에서 돌을 주워오는 아이들이 해당된다.

내 친구 중에도 그런 아이가 있었지만, 내게는 그게 무슨 재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어떻게 보면 이게 가장 오컬트스러운 느낌이 드는데, 할머니 말에 따르면 사람과 인연에 관련된 불행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한다.



그게 언제, 어떤 불행을 가져올지는 전혀 모르니까 감당하기도 어렵고.

적당히 주의를 주면 평범한 돌은 주워오지 않겠지만, 가끔 돌 중에 딱 파장이 맞는 게 있다고 한다.

그 돌에 흥미를 가지게 된 시점에서 작용하는 것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아이들은 무슨 일이 생기기 전에 먼저 액막이를 해두던가 어디 보이던가 해야한단다.

딱히 체험이나 귀신 이야기 같은 건 아니지만, 어쩐지 계속 기억하게 되는 이야기라 적어본다.

꽤 맞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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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10주년을 맞아.

공지사항 2019. 12. 15.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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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15일, 네이버 블로그에서 첫 번역을 시작해, 어느덧 10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1주년 때 받았던 기념 그림도 어느덧 9년의 세월이 지나 열살 나이가 됐네요.

인생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손에 잡고 있었던 게 있나 싶을만큼, 습관처럼 늘 해오던 일인데, 새삼 새롭습니다.

처음의 열정에는 비길 수 없겠지만, 여전히 괴담을 좋아하고,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일본어도 못하고, 한국어도 못하고, 게으르던 제가 여기까지 온 건 늘 재밌다, 좋다, 무섭다고 반응해 주신 여러분이 계신 덕분이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앞으로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가는데까지는 가보겠습니다.

추운 겨울, 건강 조심하시고 늘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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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5ch괴담][952nd]부동산 감정

괴담 번역 2019. 12. 15.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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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있었던 일이다.

얼마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는 집 한채를 물려받았다.

입지는 나쁘지 않지만, 꽤 오래 되서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은데다, 둘이 살기에는 너무 넓다.



결국 아내와 상의한 끝에, 집을 팔기로 했다.

다행히 유품 정리를 하는 와중에도 부동산 업체로부터 광고와 명함이 들어왔기에, 거기 전화를 했다.

결과적으로는 4개 회사에서 위탁 및 매입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게 되었다.



개중 세번째 회사에서 사람이 찾아왔을 때였다.

요즘 느낌 나고 세련된 30대 초반 정도 되는 청년이 왔다.

시원시원하게 말하고, 느낌도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제시된 매입 금액이 이전 2개 회사에 비해 천만엔 가까이 높았다.

나도 아내도, 거의 이 회사에 맡겨야겠다고 생각하고 말을 꺼냈더니, 각 방의 사진을 찍을 수 있겠냐고 물어왔기에, 흔쾌히 허락했다.

내가 대동하여 다시 각 방을 안내하러 들어갔다.



그리고 불간 옆에 있는 다다미 8장 정도의 작은 방 문을 열고 안으로 청년을 안내하는 순간.

문고리에 손을 얹은채로, 갑작스럽게 가위가 눌렸다.

가위 눌림 자체는 몇번 겪은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그것도 맨정신에 겪는 건 처음이었다.



순간 뭔가 위독한 증세는 아닌가 당황하고 있는데, 바로 귓가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가 흐려 분명치 않았기에, 소리가 큰 것에 비해 뭐라고 하는지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괴로워...] 라던가, 말하는 것 같이 들렸다.



아무래도 눈알만은 힘겹게 움직일 수 있었는데,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향해 시선을 돌리면 위험할 것 같았다.

귓가쪽을 외면하고 방 안을 보자, 나를 향해 등을 보이고 뭔가를 적고 있는 청년의 등이 보였다.

그리고 거기, 갈색의 곱슬머리를 하고, 묘하게 덕지덕지 붙어있는 검은 옷을 입은 여자가 매달려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소름 끼치는 일인데, 그 여자는 이상하게 목이 길었다.

40cm 정도는 족히 됐을까.

등을 보이고 있는데, 얼굴만은 나를 바라보며 눈알을 카멜레온처럼 데굴데굴 바삐 굴리고 있었다.



너무나도 현실감 없는 광경에, 무섭다기보다도 어안이벙벙한채, 그걸 보고 있었다.

하지만 청년이 나를 바라본 순간, 그것은 사라지고 거의 동시에 가위도 풀렸다.

그 지경이니 집을 더 보여줄 수도 없고, 그저 [몸 상태가 좀 좋지가 않아서요...] 하고 변명을 하며, 돌아가자고 부탁했다.



그 후, 본 것도 있고 마음에 걸려서, 그 청년이 일하는 회사에 대해 좀 찾아봤다.

파면 팔수록 나오는 것은 악평 뿐.

당연히 오늘 아침 일찍, 그 회사에는 팔지 않겠다고 정중히 거절하는 전화를 걸었다.



청년이 이쪽을 돌아본 순간, 명확하게 [괴로워 해라.] 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던 것이다.

아마 그 청년, 어쩌면 그 회사 전체가 이것저것 나쁜 일들을 저질러 온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이 계속 이어져, 결국 지금까지 잠도 못 자다 투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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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는 시골이라, 철이 되면 뒷산에 버섯을 따러 간다.

초등학생 무렵에는, 버섯이 많이 나는 곳을 할아버지에게 배우며 둘이 함께 다녔었다.

하지만 중학생이 되고서는 혼자 다니거나 친구랑 다니거나 했다.



그날은 일요일이라, 친구랑 둘이서 같이 뒷산을 찾았다.

순조롭게 이것저것 딴 뒤, 슬슬 돌아갈까 싶던 때.

친구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더니,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나뭇가지에 다리가 걸려 넘어지는 일이 종종 있다보니, 그때도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친구는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따라서 위를 봤다.



목을 맨 사람이 있었다.

그것도 둘이나.

너무 놀라면 소리조차 지르지 못한다는 걸 그때 느꼈다.



나는 뒷걸음질치며,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패닉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한동안 보고 있자니, 그게 진짜 사람이 아니라, 마네킹이라는 걸 깨달았다.

[장난치고는 너무 심하네!] 하고 화를 내며, 친구와 산을 내려왔다.



나와 친구는 우리 집에 가서, 아버지에게 우리가 본 것을 전했다.

곧 접사다리와 손도끼, 전지가위를 가지고, 셋이서 다시 마네킹을 치우러 갔다.

아버지가 접사다리에 오르고, 나와 친구는 접사다리를 붙잡고 지탱했다.



아버지는 솜씨 좋게 마네킹의 목에 감긴 로프를 잘라서 아래로 떨어트렸다.

이런 건 어서 버려버리자고, 셋이서 우리집 헛간으로 옮겨왔다.

그대로 버렸다가는 또 누가 오해할지도 모르니까, 가능한 한 사람 같이 안 보이도록, 산산조각나게 부숴버릴 생각이었다.



마네킹이 입은 허름한 옷을 벗겼다.

마네킹의 배에는 빨간 페인트로 글씨가 써 있었다.

"이 마네킹을 내린 사람은 죽는다"



그걸 보고,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얼어붙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또 하나, 여자 원피스를 입혀놓은 마네킹의 옷을 벗겼다.

역시나 그 마네킹의 배에도 글씨가 써 있었다.



"이 마네킹을 내린 사람이, 가장 사랑하는 이가 죽는다"

아버지는 굳어버린 나와 친구를 달래며, [가서 쥬스라도 좀 사오거라.] 하며 헛간에서 내보내셨다.

그리고 그 사이, 혼자 마네킹 둘을 산산조각 낸 뒤 버려버리셨다.



그 이후, 나와 아버지, 친구에게 그 사건은 입에 올리면 안되는 것이 되었다.

말을 꺼내기조차 꺼름칙해서 여기 글로 남기는 것이지만, "가장 사랑하는 이가 죽는다" 라고 써 있는 걸 보자 너무나도 괴로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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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5ch괴담][950th]각성

괴담 번역 2019. 12. 11.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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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까지만 해도, 나보다도 멍청한 녀석이 있었다.

그런데 가을쯤 되니까 갑자기 각성을 하는 게 아닌가.

기분 나쁠 정도로 머리가 좋아져버린 것이다.



같은 농구부였던 친구인데, 공부 뿐 아니라 운동에서도, 어느 날인가를 기점으로 뭔가 뒤바뀐 것 마냥 엄청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뭐, 3학년이라 이미 은퇴한 시점이라 농구 쪽에서는 별 의미가 없었지만.

본인 스스로도 꺼름칙해 하며, [우주인한테 개조라도 당한건가?] 라고 자기 입으로 말할 정도였다.



녀석은 뭔가 생각한 게 있었는지, 가을 지나갈 무렵에야 나랑 같이 진학할 예정이던 다른 현 사립대학에서, 지역 국립대학으로 지망을 바꿨다.

들어가기 만만치 않은 곳이었지만 한방에 합격.

그것도 장학금까지 받으면서.



그 녀석은 웃으면서, [뭔가 무서운데.] 라고 말했었다.

나는 예정대로 다른 현의 대학교에 진학했기에, 최근 1년 간은 그 녀석과 잘 만나질 못했었다.

그리고 지난주, 그 녀석의 부고가 전해왔다.



1년 전까지는 아픈데라곤 하나도 없던 녀석이었는데.

사인은 심부전이었다.

원인불명이라고 한다.



소파인지 의자인지에 앉아, 웅크리고 있었다고 한다.

가족이 아침밥 먹으라고 깨우려고 했는데, 일어나질 않았단다.

괴로워하는 표정 같은 것도 없었고, 그저 평소와 똑같은 모습이었다고 한다.



대학에 들어가고서도, 그 녀석의 각성 비스무리한 건 대단했던 모양이다.

이거저거 상도 잔뜩 받았다고 하고.

그 상금과, 아르바이트 하면서 모아뒀던 돈 같은 걸 전부 남기고 가는 바람에, 고작 스무살이었던 주제에 유산 상속까지 이루어졌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야구배트와 앰프를 받았다.

그런 걸 전부 기록해 둔, 유서 같은 게 있었으니까.

친구가 생전에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어쩐지 기분 나빴다.



혹시 자살은 아닌지 의심 받기도 했지만, 아무리 조사해봐도 자연사라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고 한다.

"내가 모아둔 돈은 여동생의 학비로 써주길" 이라니.

보통 갓 대학에 들어간, 스무살짜리가 써둘 일일까, 그게?



자연사로 세상을 떠났는데?

어쩐지 무척 두렵다.

그 녀석, 왜 죽어버린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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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저럭 15년이 다 되어 가는데, 나는 신발회사 영업직이었다.

대기업의 염가 공세에 밀리고 밀려, 사장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결국 외국에서 싸구려 신발을 수입해다 팔기 시작했지만, 이게 영 못 써먹을 물건이었다.



그래서 내다버리게 되었다.

한밤 중, 수상한 트럭이 왜 시골을 드나드는지 수상했던 거겠지.

경찰에 신고가 들어가, 잠결에 뛰쳐나왔는지 구깃구깃한 제복을 입은 경찰관에게 조사를 받게 되었다.



조수석에 타고 있던 내가, 운전자 대신 대답에 나섰다.

당시 나는, 버리기 전에는 돌아오지 말라는 말을 들어 만신창이였기에, 넋두리를 잔뜩 늘어놓았다.

그랬더니 그 경찰관은,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불상에게 공양으로 바친다면, 눈감아 줄 수 없는 것도 아니라고, 촌장이 말하는군.]

기묘한 제안이었다.

넘겨받은 지도에는, 근처 마을 주변 산 속, 불상의 위치들이 그려져 있었다.



필사적으로 산마다 나뉘어 공양이라고 신발을 버리고 왔다.

멀쩡한 거 몇개는 아까워서 내가 챙기기도 했고.

사흘 정도 걸렸지만, 마침내 모든 불상에게 신발을 바칠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 사고가 났다.

날아들어온 무언가에 부딪혀, 급브레이크.

눈 앞에는 유리창이 다가왔다.



그 순간, 무언가가 내 발을 꽉 잡았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뒤 보니, 무수한 불상이 내 발목을 잡고 있었다.

머리가 하얘졌다.



보통 이런 건 재앙을 받아 죽는 상황일텐데, 왜 살려준걸까?

애시당초에 우리는 불법 폐기물 투기를 하라고, 회사에게 명령 받아 온 거였다.

그런 회사 같은데 있으면 안되겠다고, 어떻게 봐도 나쁜 놈들이라고.



너무나 감사한 마음 덕이었을까, 눈이 떠진 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그 길로 회사를 때려쳤다.

기묘한 인연에 이끌려, 그 마을에서 일을 구했고, 맨발의 지장보살에게 신발을 바친 사람이라는 소문 덕분에, 곧 취업할 수 있었다.



산과 지장보살 관리인 자리였다.

열심히 반년 정도 일하다, 회식 자리에서 듣게 되었다.

저건 사실 지장보살이 아니라, 이 산 주변에 있는 삿된 신을 가라앉히기 위해 산 제물을 바친 것이라고.



산 제물이 된 사람들은 마을에 대해 원한을 품었었기에,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는 존재는 아니라는 것 같았다.

즉, 나는 과거 산 제물에게 바치는 산 제물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그걸 깨달은 순간 오한이 들었다.



경찰관이 짐짓 도와주겠다며 건넨 말 뒷편에 숨겨진 악의.

이 마을 사람들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전혀 변하질 않았다는 걸 느꼈다.

감사한 마음으로, 지장보살을 소중히 여기며 몇년이고 일을 하고 있는 사이, 신기하게도 운길이 트였다.



도시에서 소박 맞고 돌아왔다지만, 아내도 생겼고, 묘하게 어른스러운 자식들에게 둘러싸여, 지금은 행복하게 살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혹시 그 산 제물로 바쳐진 이들의 환생은 아닐까, 가끔 생각한다.

하지만 내 곁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해 준 그 마음을 생각하면, 내게는 어떤 두려움도 없이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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