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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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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마 전까지, S현의 그럭저럭 번화한 동네에 살고 있었다.

지은지 40년 된, 상당히 낡은 아파트였지만, 가출이나 다름 없는 독립이었기에 딱히 불만을 말할 입장도 아니었다.

처음 안내 받은 방에서 그대로 살기로 했다.



3층짜리 건물의 2층 끝방으로, 햇빛도 잘 들고, 오래 된 아파트치고는 벽이 두터운지 옆집의 생활 소음 같은 것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40년이나 된 탓에, 바닥이 낡아빠졌다고 할까, 군데군데 삐걱대는 소리가 났다.

아래층에 들리면 어쩌나 싶어, 집 안에서도 조심스레 다녔을 정도로.



일도 하지 않고 방에 틀어박혀, 완전히 밤낮이 역전된 채 밤새도록 인터넷만 하며 지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윗집 바닥은 삐걱거리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전혀 소리가 들려오질 않았으니까.



화장실에 갔다가 방에 돌아오니, 천장에서 뭔가 위화감이 느껴졌다.

눈을 부릅뜨고 보니 검은 점 같은 것이 보였다.

벌레인가 싶어 황급히 불을 켜니, 점은 사라졌다.



뭔가 싶어 투덜대며, 다시 소파에 앉아 인터넷에 몰두했다.

잠시 뒤, 목이 뻐근해서 위를 올려다보니, 또 천장에 검은 점이 보였다.

게다가 왠지 움직이는 것 같이 보이고...



재빨리 바퀴벌레 약을 손에 쥐고 검은 점을 바라봤다.

점은 움직임을 멈췄지만, 바라보고 있자니 조금씩 커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불을 켜고 보니, 또 검은 점은 사라져버렸다.



그런 일이 매일 밤마다 이어졌다.

게다가 날이 갈수록, 서서히 검은 점은 커지고 있었다.

이제 점이라고 하기보다는, 천장에 검은 얼룩이 번진 것 같은 모양새였다.



혹시 윗집 사는 사람이 죽어서 시체 썩은 물이 번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었다.

마침 여름이기도 했고.

하지만 얼룩이 나타나는 건 밤, 그것도 불을 끄고 있을 때 뿐이었다.



불을 켜면 금세 사라진다고 할까, 보이지 않게 된다.

냄새도 나지 않았다.

기분은 나빴지만, 형광등 불을 켜놓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그날 밤도 작은 간접 조명만 켜둔채 인터넷을 하고 있었다.



물방울이 이마에 떨어졌다.

어라, 물이 새나?

손으로 닦아보니, 검은 액체였다.



천장을 올려다보니 얼룩이 지름 1m 정도 크기까지 자라나 있었다.

물방울이 뺨에 떨어졌다.

나는 기겁해 불을 켜고,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아침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출근 시간이 되자마자, 관리 회사에 연락했다.

위층에서 사람이 죽었는지도 모른다고.

관리 회사 사람이 급히 내 방으로 찾아왔다.



전화에서 말한대로 설명을 했지만, 역시나 낮이 되니 얼룩은 보이질 않았다.

소파에도 물방울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었지만, 흔적은 남아있질 않았다.

의아하다는 듯한 얼굴의 관리인과 함께, 윗집을 찾아가 인터폰을 누르자, 그냥 평범한 아저씨가 나왔다.



단신 부임 중인 샐러리맨일까.

어쩐지 여윈 모습이었다.

물이 새거나 하지는 않냐고 물어봐도, 그런 건 없다고 대답하고, 실제로 방을 강제로 점검했지만 이상한 것은 없었다.



오히려 이쪽이 싱거워질만큼, 깔끔하게 정리된 방이었다.

관리인은 점점 "뭐야, 이 자식." 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윗집 아저씨는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았고, 며칠 뒤, 나는 도망치듯 이사했다.



2년 계약을 해놓고는 반년밖에 살지 않은 탓에, 위약금을 왕창 내야만했고, 최소한의 짐만 빼고는 다 처분했다.

지금은 PC방과 친구네 집을 전전하며 살고 있다.

그 이후, 어두운 방에 있으면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는 버릇이 생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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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5ch괴담][947th]상급생 언니

괴담 번역 2019. 12. 7.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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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등학생이던 시절, 언제부턴가 등교할 때 같이 다니던 상급생 언니가 있었습니다.

언제부터 같이 등교하게 됐는지도 기억나지 않고, 이름도 모릅니다.

등교 도중 길에서 만나, 학교에 도착하기까지 5, 6분 정도만 같이 걸었습니다.



대화 내용은 학교에서 있었던 얘기 같은, 흔해빠진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학교 안까지 같이 들어갔던 기억은 없습니다.

늘 교문 근처에서 헤어졌었으니까.



언니는 헤어질 때면, 늘 이런 말을 하곤 했습니다.

[나에 대한 건, 반 친구들한테 말하면 안 돼.]

협박 같은 느낌은 아니고, 평소처럼 싱글싱글 웃는 얼굴로요.



아직 저학년이었던 나는, "그렇구나, 말하면 안되는거야." 하고, 아무런 의문도 품지 않았습니다.

반 친구들은 물론이고, 부모님이나 동생한테도 그 언니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같은 반 여자아이들과 이야기하다, 우연히 그 언니에 관해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무엇이 계기였는지도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아침마다 항상 학교 오는 길에, 언니랑 만나서 같이 와.]

그 정도만 말했을 겁니다.



그리고 그날 하교 시간.

혼자 집에 가는 길을 걷고 있는데, 누가 뒤에서 어깨를 잡았습니다.

누군가 싶어 돌아보니, 언제나 등교 시간에만 만났던 언니가, 평소처럼 싱글싱글 웃으며 서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만난 건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약속을 어긴 것 따위는 완전히 잊고 있던 나는, "아, 매일 보는 언니다." 하고 아무 생각 없이 같이 가게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등교할 때 늘 언니와 만나던 곳에 이르렀습니다.



언니는 나직이 말했습니다.

[오늘, 나에 대해 학교에서 말했지?]

아차 싶어서, 언니를 봤습니다.



평소 늘 짓고 있던 미소와는 달랐습니다.

웃고는 있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았으니까요.

[죄송해요.] 라고 사과하자, 언니는 그 얼굴 그대로, [괜찮아.] 라고만 대답했습니다.



그날 이후, 언니와 내가 같이 등교하는 일은 두번 다시 없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나는 그 언니를 등교할 때와 마지막 하교할 때만 만났었습니다.

뭐,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많아서 그랬던 걸수도 있겠지만요.



관계 있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초등학교 4학년이던 시절, 학교 창립 110주년이라고 기념 앨범이 나왔었습니다.

흑백사진이지만, 한 장에 한 반씩, 전 학년 모든 반이 들어 있습니다.

문득 언니가 떠올라, 혹시나 싶어 상급생 반 사진들을 찾아봤지만 역시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단체 사진 중, 딱 하나, 얼굴이 새까맣게 칠해진 사람이 있었습니다.

사진 아래에는 나란히 서 있는 순서대로 이름이 적혀 있었지만, 그 사람의 이름만 역시 까맣게 칠해져 있었습니다.

내가 한 기억은 없는데.



무섭다기보다는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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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5ch괴담][946th]시골 우회도로

괴담 번역 2019. 12. 4.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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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출퇴근할 때 지나는 길이 있다.

시골이기에 교통량도 별로 없고, 걸어다니는 사람은 더더욱 보기 어렵다.

하지만 길 폭만큼은 쓸데없이 넓은, 시골이기에 있을 법한 우회도로다.



고등학교 무렵부터 스물 일곱이 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매일 같이 다니는 길이었기에, 그날도 별 생각 없이 차를 타고 출근했다.

출근할 때는 아무 일 없었다.

문제는 퇴근길이었다.



그날은 급한 일이 생기는 바람에, 평소보다 조금 늦은 시간에 퇴근하게 됐었다.

아마 밤 11시 무렵이었을 것이다.

가로등도 변변한 게 없는데다, 시간이 시간이니만큼 차도 별로 없었다.



당연히 걸어다니는 사람 같은 건 한명도 없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키 큰 사람 하나가 횡단보도 앞에 서 있었다.

이런 시간에, 이런 어두운 길에서 산책이라도 하는건가, 특이한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하며, 나는 파란불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며 차를 세웠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니 뭔가 이상했다.

내가 자동차용 신호에 걸려서 멈췄으니까, 보행자용 신호등은 파란불일텐데.

왜 저 사람은 길을 건너지 않는거지?



어두운 탓에 눈을 부릅뜨고 그 사람을 살피자, 온 몸이 하얗다는 걸 그제야 알아차렸다.

흰 옷을 입고 있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그저 오로지 하얬다.

그 순간 나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저 녀석, 양 팔이 없어!

게다가 키가 크다고 할 정도가 아니라, 너무나도 가늘고 길었다.

지금 떠올려보면, 얼굴까지 새하얘서, 달걀귀신 같은 모양새였던 느낌이 든다.



기분이 너무나도 나빴다.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는 순간, 나는 액셀을 힘껏 밟아 급발진했다.

저런 걸 본 건 처음이었기에, 한시라도 빨리 도망치고 싶었다.



사이드 미러에 비치는 흰 모습이 점점 작아져 간다.

흔해빠진 괴담 마냥 쫓아오거나 하는 낌새도 없다.

나는 조금 마음을 놓았지만, 몸은 계속 벌벌 떨렸다.



따뜻한 거라도 하나 마셔야겠다 싶어, 우회도로변에 있는 세븐일레븐에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리자, 바로 옆에 있는 버스 정류소에 그놈이 있었다.

나를 보고 있는지 아닌지는 당최 알 수가 없었지만, 편의점 불빛 때문에 아까 전보다 더 선명하게 놈의 모습이 보였다.



역시 양 팔이 없다.

그리고 상반신만이, 좌우로 흔들흔들 흔들리고 있다.

위험하다고, 직감적으로 느꼈다.



나는 금방 내렸던 차에 다시 뛰쳐들어, 그대로 집까지 달렸다.

도망치듯 집에 도착하니, 어머니가 거실에 앉아 있었다.

나를 바라보고, 어머니는 말했다.



[니 무슨 일 있었냐? 코피 나는구만?]

코피를 흘린 건, 태어나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놈 탓인지, 너무나도 겁에 질려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저 우연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어찌 되었건, 그 길로는 두번 다시 다니지 않고 있다.

생각해보면 그놈을 처음 본 교차로 조금 안쪽에는 계단이 있고, 그 위에는 사람 손길이 끊겨 풀이 무성한 신사가 있다.

어쩌면 그 녀석은 그 신사와 관련된 존재였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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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시절 이야기다.

친구 A에게 먼 곳에 사는 여자친구가 생긴 듯 했다.

매일 같이 염장이나 질러대서 지긋지긋했다.



어느날, A네 집에서 놀던 때였다.

새벽 2시쯤이었을까.

A가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잠들고 말았다.



그러자 나랑 마찬가지로, A의 염장질에 질릴대로 질려 있던 친구 B가 이런 제안을 해왔다.

[A 휴대폰에서 A 여자친구 번호 찾아서, 장난전화라도 해보자.]

지금 생각하면 한심하기 짝이 없는 짓이고, 반성도 하고 있다.



하지만 술이 들어가기도 했고, 그때는 어쨌건 나도 흥에 취해 있었다.

A의 휴대폰을 찾아 몰래 열고, 일단 문자를 좀 살펴보기로 했다.

슬쩍 보니 달달한 내용 투성이였다.



보낸 문자함에도 비슷한 내용이 산더미 같아서, 나와 B는 낄낄대며 웃어버렸다.

동시에 마음 속에 질투의 불길이 일었다.

본격적으로 장난전화를 할 마음을 먹게 된 것이다.



어쩐지 착신 내역에는 A 여자친구의 이름이 보이질 않았다.

결국 주소록에서 찾아서 전화를 걸었다.

받을지 받지 않을지, 두근거리며 기다리고 있는 찰나.



방 안에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네 거냐?]

B가 물었다.



[아니, 내 거 아닌데. 네 거 아냐?]

방에 있는 건 나와 A, B, 3명.

내 휴대폰이 아니다.



B의 휴대폰도 아니다.

A의 휴대폰은 지금 우리가 쥐고 있다.

이 방 안에, 휴대폰이 한대 더 있다는 것 말고는 답이 없었다.



A의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건 순간 울리기 시작한, 의문의 휴대폰.

이게 가리키는 사실은, 뭐... 하나 밖에 없겠지.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았다.



A가 늘 가지고 다니는 가방 안에서 소리가 나고 있었다.

열어보니, 하늘색 휴대폰이 하나 있었다.

조심스레 열어봤다.



화면에는 전화 건 사람의 이름이 떠 있었다.

A의 이름이.

[...이 자식, 뭐하고 다니는거야...]



B는 완전히 질린 것처럼 보였다.

나도 소름이 끼쳐서, 술이 확 깼다.

천만다행으로, A는 계속 자고 있었다.



우리는 A의 휴대폰 2개에서 각각 발신, 착신 이력을 지운 뒤, 다음날 아침에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행동했다.

차마 잠은 잘 수 없었지만.

그 이후, 어쩐지 A와는 소원해졌지만, 그 후로도 몇번인가 여자친구 자랑을 들었었다.



별 거 없는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정말 등골이 오싹해지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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