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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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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 때문에 초등학교에 갈 일이 있었는데, 문득 학창시절 이야기가 떠올라서.

이제 20년 정도 된 일인데, 우리 옆반, 2반에서 엄청 심한 따돌림이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남녀 불문하고 거의 반 전원이 한 아이만을 따돌렸던 것이다.



쉬는 시간에 팬티까지 강제로 벗겨 복도를 뛰어 다니게 하질 않나, 화장실에 가둬두고 위에서 물을 뿌려대질 않나...

돈을 뜯어냈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그건 직접 보지는 못했으니 모를 일이고.

어쨌든 반 전원이 그 따돌림에 암묵적이라도 동참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2반 녀석들은 묘하게 사이가 좋았다.

같은 반끼리만 뭉쳐다닌다는 느낌이랄까.

동아리 활동 하는 녀석들도 자기네 반 이야기는 결코 하려들질 않았고.



그런데다 담임 선생까지 그 따돌림을 못본 척 방관했었다.

결국 따돌림 당하던 아이는 여름방학이 끝나자마자, 집에서 목을 매어 자살했다.

그리고 그 이후,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9월 사생대회 도중, 그 반 아이가 호수에 빠져 죽은 걸 시작으로, 교통사고로 죽은 아이, 또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아이가 나오기에 이르렀다.

그 뿐 아니라 투신 자살한 아이도 있었고, 행방불명 되어 아직까지도 발견되지 않은 아이까지.

거의 2달 사이 그런 일들이 한 반에서 연이어 일어난 것이다.



끝내는 12월 초입, 담임 선생이 목을 매어 자살했고.

이쯤 되니 당연히 따돌림 당하다 자살한 아이의 귀신이 원한을 품고 저지른 짓이라는 소문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2반 옆 게시판에 붙어있던, 반 아이들의 캐리커쳐에 페인트로 가위표가 쳐져 있던 적도 있었다.



겁을 먹고 전학하는 아이들도 나오더니, 결국 그 반은 졸업도 못하고 폐쇄되어 다들 다른 반으로 배정되었다.

따돌림 당하다 자살한 아이는, 어머니와 둘이 함께 살던 아이였다.

그리고 그 어머니마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외아들이 죽은 고통과, 주변의 시선을 이기지 못한 것이었겠지.

결국 학교에서는 그 문제의 반 주변을 회반죽과 페인트로 덧칠하고, 불제를 드렸다고 한다.

아직도 주변 정신병원에는, 그때 미쳐버려서 아직까지 입원 중인 2반 녀석이 있다.



살면서 유일하게 가까이서 겪은, 알 수 없고 무서운 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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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5ch괴담][955th]벽의 낙서

괴담 번역 2020. 1. 12.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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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초등학교 동창회가 있었다.

거기서 당연하다는 듯 화제에 올랐던, 우리 사이에서는 유명한 이야기를 하나.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3층짜리 건물이었다.



꼭대기인 3층은 1, 2학년 교실, 2층은 3, 4학년 교실, 가장 낮은 1층은 5, 6학년 교실이었다.

다른 학교에 다녔던 사촌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깜짝 놀랐던 걸로 봐서는 우리 학교가 좀 특이했던 거 같다.

건물 자체는 콘크리트로 지어진, 낡았다고까지 하기는 뭐해도 좀 오래 되어 보이는 것이었다.



복도 벽 같은데는 때가 타서, 어린 마음에도 더럽다고 느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묘하게도 1층, 6학년 2반 교실 앞 복도만은 어쩐지 벽이 깨끗하게 칠해져 있었다.

6학년이 될 때까지는 알아차리지도 못하던 것이었다.



뭐, 저학년일때는 무서워서 1층에는 얼씬도 못했었으니 당연한 거긴 하지만.

원래 콘크리트 벽과 비슷한 색의 페인트가, 바로 옆 6학년 1반과 6학년 3반에는 제대로 칠해져 있다.

꼭 6학년 2반 앞 복도만 눈에 띄게 깨끗했다.



어느날, 그 하얗게 칠해진 벽 끄트머리 부근, 6학년 3반 쪽 복도 벽을 무심코 봤다.

거기에는 희미하게 연필로, "<-여기" 라고 써 있었다.

"<-여기" 라고 써져있는 곳을 따라가봐야, 딱히 특별할 거 없는 그냥 벽이다.



그 무렵 학교에서는 이곳저곳에 낙서를 하는 게 유행이었다.

"왼쪽으로 다섯 걸음", "곧바로 여덟 걸음", "위를 바라봐" "오른쪽을 바라봐" 같이 적고, 그걸 따라 나아가는 게임 같은 거.

그랬기에 "<-여기" 라는 낙서 또한 그런 것의 일종이라 여기고, 별 신경 쓰지 않고 지나갔다.



2주일 정도 지났을까?

친구 Y가, 복도로 나를 불렀다.

가보니 복도 벽, "<-여기" 의 화살표 끝에, 푸른 얼룩이 떠올라 있었다.



5cm 정도의 작은 크기였지만, 정확히 화살표가 가리키는 위치였기에, 나와 Y는 [굉장하다! 엄청 신기하네.] 하고 수근거렸다.

다음날, 학교에 와 보니 그 얼룩은 갑작스럽게 두배 정도 크기가 되어 있었다.

이미 "<-여기" 라고 적힌 글자 부분까지 늘어나, 글자 또한 보이지 않았다.



얼룩의 모양은 어쩐지 사람 손바닥 같은 느낌이었다.

그쯤되니 다른 아이들도 그 얼룩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생긴 것도 손바닥 모양이니, 순식간에 "저주의 얼룩" 이니 하는 이름으로 소문이 퍼졌지.



그 이야기가 선생님 귀에도 들어간 것인지, 그날 종례 시간에는 [아무 것도 아닌 그냥 얼룩이니까, 신경 쓰지 마라.] 며 반쯤 강제적으로 집으로 돌려보내졌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학교에 가니, 놀랍게도 복도 벽, 얼룩이 있던 부분이 통째로 벗겨져 떨어져 있었다.

게다가 그곳을 중심으로, 위아래로 길고 얇은 균열이라고 할까, 금이 가 있었다.



내가 교실에 왔을 때는 이미 복도에 몇명인가 아이들이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

조례 시간이 되어 선생님이 오기 전까지, 우리 반과 양 옆반 아이들이 모여 난리도 아니었다.

[이 뒤에 무언가 있는거야.], [시체가 묻혀있을거야.] 라는 말까지 나오더니, 반에서 가볍기로 유명한 K라는 녀석이 커터칼로 그 금을 긁어내려 했다.



딱 그 순간 선생님이 오셔서, 엄청 혼났다.

미안한 일이지만 나는 모른체 하고 교실에 앉아 있었지.

점심시간, K가 질리지도 않았는지 [아침에 하던거 계속 해보자.] 하고 말을 걸어왔다.



벽을 긁어내는 걸 계속 하자는 거였다.

나는 혼날게 무서워서 [싫어.] 라고 대답했지만, K는 [여기 좀 봐.] 라며 나를 이끌었다.

얼룩이 벗겨진 벽에는, 색이 다른 부분이 보였다.



회색 벽에, 검고 굵은 선으로 횡단보도 같은 모양이 그려져 있는게, 벗겨진 부분 사이로 보였다.

[계속 가면 뭐가 있을지 궁금하지 않아?]

K의 말이었다.



K는 커터칼을 들고, 벗겨진 벽 부분을 긁어대기 시작했다.

재미있다는 듯 페인트 칠을 벗겨나간다.

그러자, 그 안에서 "반(組)" 이라는 글자가 나왔다.



아까 횡단보도처럼 보였던 건, "반(組)" 의 오른쪽 부분이었던 것이다.

더 긁어나가면 뭔가 써있을 거라는 게 확실했다.

남자 중 반은 같이 달려들어 벽 페인트를 벗기기 시작했다.



컴퍼스 바늘을 쓰는 놈도 있고, 자로 긁어대는 놈도 있고, 조각칼을 가져온 녀석까지 있었다.

나는 뒤에서 그냥 바라만 보고 있었다.

대개 이런 경우, 벽 뒤에서 시체가 나오거나, 글자가 빽빽하게 적혀 있고 부적이 잔뜩 붙여져 있다느니.



당시에도 이미 그런 무서운 이야기는 몇개 알고 있었다.

과연 이 벽 너머에도 그런 게 있을까?

두근거림과, 선생님한테 들키면 어떻게 되나하는 조바심에, 심장이 꽉 조여오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점심시간이 반도 채 지나지 않아, 벽의 페인트는 금세 다 벗겨졌다.

안에서 나온 것은 귀신도 뭣도 아닌, 아이들이 그린 것 같은 그림이었다.

"헤이세이 2년[각주:1] 6학년 2반" 이라고 써 있었다.



당시 졸업생이 그린 거겠지.

30명 정도의 남자와 여자 캐리커쳐가 단체 사진처럼 나란히 그려져 있었다.

다만 이상하게도, 그 얼굴 하나하나에는 모두 붉은 페인트로 가위표가 쳐져 있었다.



특히 윗단 오른쪽에서 세번째에 있는 아이는, 가위표를 넘어 아예 붉은색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그 아래 적혀 있었을 이름 또한, 조각칼 같은 것으로 긁혀서 읽을 수가 없었다.

우리는 선생님한테 혼날 것이라 생각해 각오하고 있었다.



하지만 5교시가 되어 선생님이 오더니,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좋아, 5교시는 체육관에서 자습이다. 가방에 교과서 다 넣고, 5교시가 끝나면 다들 집에 가도록 하렴. 청소도 안해도 되니까. 교실로 돌아오지 말고 그대로 집에 가.]

화는 전혀 내지 않으셨다.



다음날 학교에 오니, 1층 교실은 모두 출입금지로 바뀌어 있었다.

우리는 급히 지은 가건물에서 나머지 6학년을 보내야만 했다.

얼마 전, 졸업하고 13년만에 초등학교 동창회가 있었는데, 당연히 그 사건이 화제에 올랐다.



당시 담임 선생님도 오셨었기에, [선생님, 그 일 기억 나시죠? 무슨 일이었던거에요?] 하고 물어봤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아니, 그런 일이 있었니? 기억이 안 나는구나.] 하고 시치미를 딱 뗄 뿐이었다.

우리는 아직도 모두 그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1. 1990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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