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ground

2020/05

320x100

 

 

얼마 전 출장으로 도쿄 무사시노시[각주:1]라는 곳에 갔었다.

하지만 상대 쪽에 트러블이 발생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출장을 하루 연기하게 됐다.

그 날은 쉬게 됐으니, 밤에는 상사랑 같이 밥이나 먹기로 하고 그때까지는 관광이나 할겸 슬렁슬렁 돌아다닐 셈이었다.



도쿄에 오는 것은 처음이었다.

아니, 애시당초에 이런 대도시에 올 일 자체가 별로 없으니까 상당히 신선했다.

어떤 곳인지, 재미있는 곳이 있을지 하는 마음으로 적당히 돌아다녔다.



그러는 사이 아케이드 상점가에 도착했다.

새해가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즈음이었기에, 한해의 개막이라며 상당히 왁자지껄했다.

여기저기 가게가 들어서서, 우리 고향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성대한 느낌이었다.



보는 것마다 다 신기해서, 두리번대며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그런데 딱 혼자, 주변 사람과 비교해서 머리 하나만큼 키가 큰 사람이 비틀대며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저 멀리 있는데도 유난히 눈에 띄었다.



어느 정도 가까이 다가가니, 터무니 없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 남자는 상반신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거기서 파란 촉수 같은게 돋아 꿈틀대고 있었다.

4개 정도의 촉수가 여기저기 돋아 꿈틀대는데, 그 움직임이 너무나도 징그러웠다.



차마 눈을 떼지 못하고, 나는 남자를 계속 지켜봤다.

점점 남자가 다가오며,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 또한 평범한 인간의 얼굴이 아니었다.



왼쪽 입끝이 잘린 것처럼 피투성이인데다, 목이 꾸깃꾸깃하게 접혀있었다.

남자가 나를 향해 온다고 생각한 나는, 필사적으로 도망치려 했지만 마치 가위에라도 눌린 듯 몸이 전혀 움직이질 않았다.

"아, 이대로 죽는건가." 싶어서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묘한 것을 알아차렸다.

남자는 나를 전혀 보지 않고, 계속 고개를 수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남자 앞을 걸어가는 3인조의 남자가 있었다.



그리고 남자 몸에서 자라난 촉수가 그 셋 중 한 사람을 마구 휘감았다.

꽃무늬 셔츠를 입은 이를 촉수로 휘감으며, 남자는 계속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뭔가 중얼대는 것처럼 입이 움직이고, 때로는 웃었다.



남자의 상반신은 상처투성이인데다 여기저기 칼로 베인듯 벌어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몇걸음만 있으면 나와 그들이 스쳐지나갈만한 거리가 되자, 3인조가 초밥이 어떠느니 하는 이야기를 나누는게 들려왔다.

그렇게 온몸을 촉수가 휘감고 있는데도, [아하하하!] 하고 웃는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남자는 촉수로 감긴 이를 뒤에서 껴안고 있었다.

나는 남자와 눈이 맞았다.

남자는 히죽히죽 웃으며 나를 보고 있었다.



집게 손가락을 입에 대고, "쉿!"하는 듯한 제스처를 하며, 남자는 그대로 얽힌 채 걸어갔다.

뒤를 다시 돌아볼 용기는 없었다.

나는 지금 본 게 꿈이라고 스스로를 달래며, 곧바로 근처 가게에 들어가 술을 주문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금방 본 것을 잊고 싶었다.

술기운 덕분에 담이 커진 덕일까, 나는 그대로 아케이드 상점가를 산책한 뒤, 상사와 합류해 맛있는 식사를 즐겼다.

하지만 이 사건을 잊는 건, 두려움 때문에라도 할 수 없었다.



회사에서 자칭 영감이 있다는 여자 상사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잊어버려. 너한테 씌려고 할지도 모르니까.] 라며 웃어넘겼다.

아직까지 내 몸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

하지만 그 남자는 도대체 무엇이었고, 그에게 사로잡힌 이는 어떻게 된 것일까?

 

  1. 武蔵野市, 도쿄도 중심부에 위치한 시. [본문으로]
320x100

[번역괴담][2ch괴담][966th]붉은 고양이

괴담 번역 2020. 5. 30. 23:08
320x100

 

 

심령적인 것과는 관계 없지만, 어릴적 무서웠던 이야기다.

저녁을 먹고 놀고 있었다.

초인종이 울리는 소리가 나서, 당시 열살 무렵이었던 나는 현관으로 나섰다.



부모님은 맞벌이였기에, 집에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나, 어린 동생 뿐이었다.

흐린 유리 너머, 여자 같은 실루엣이 보였다.

근처 사람인가 싶어, 아무 생각 없이 문을 열었다.



들어선 것은 처음 보는 초로의 여성이었다.

할머니는 [이 책을 사줘, 천엔이야.] 라며 눈 앞에 낡은 책을 드밀었다.

할아버지가 [누가 왔니?] 하며 현관으로 오자, 할머니는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이런 낡은 책을 천엔이나 주고 사라고?

아직 어린 나이였지만 불신감이 표정으로 드러나고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알았네. 여기 천엔이야.] 라며 할머니에게 천엔짜리 지폐를 건넸다.



빙긋 웃는 할머니의 얼굴은 어쩐지 몹시 기분 나빴다.

할머니는 [잘됐구만, 이걸로 붉은 고양이는 안 나올거야.] 라고 말하고는 가버렸다.

낡은 책은 그저 흔해빠진 추리소설이었다.



왜 이런 책에 천엔이나 낸 것인지, 할아버지에게 물어보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안 내면 큰일이 난단다.]

붉은 고양이라는 건 옛날부터 방화범을 가리키는 은어였다고 한다.



즉, 천엔을 내지 않으면 방화범이 집에 불을 지를거라는 협박이었던 것이다.

다음날 학교에 가면 똑같은 할머니가 출몰했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학년을 가리지 않고, 그 할머니가 나타났다는 집만 스무집이 넘었다.



붉은 고양이는 한 곳에 나타나면, 마치 그 장소는 기피하는 것처럼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분명히 그 할머니가 나타나고 수십년이 지나도록 비슷한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금품 갈취에 대한 피해신고도 낼 수가 없단다.



그랬다가는 이번에야말로 진짜 집에 불이 날 테니까.

심지어 한 집을 특정하는 게 아니라 한 구역에 연대 책임을 물어, 어느 집에 불이 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결국 경찰력을 피해, 전국을 떠돌며 범죄를 저지른다는 게 붉은 고양이란다.



수십년 전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는, 이 이야기를 할 때면 늘 말씀하시곤 했다.

[가족의 안전을 산다고 치면, 천엔은 싼 돈인게야.]

 

320x100

[번역괴담][2ch괴담][965th]5층 창문

괴담 번역 2020. 5. 29. 23:43
320x100

 

 

3년 전 비 오던 날의 이야기다.

부엌 옆에 있는 창문에 아이 손바닥 자국이 잔뜩 찍혀 있었다.

딸이 만졌나 싶어 닦아 봤지만, 닦이질 않았다.



손자국은 바깥에서 찍혀 있는 것이었다.

문득 이곳이 5층이라고 쓰지만, 사실은 4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창 밖에는 당연히 허공 뿐이다.



아이가 올라와 손자국을 찍을 수 있는 곳 따위는 없다.

손자국을 발견하고 나서부터, 딸은 나에게는 보이지 않는 언니와 논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이가 혼자 가상의 친구를 만든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우연히 아이가 말하는 걸 들어보니, 마치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 같아서 무서워졌다.

결국 원래 이사 검토 중이던걸 앞당겨서 집을 옮겼다.

시어머니와 우리 어머니는 소꿉친구였기에, 두 분이 입다퉈 액막이라도 하라고 성화였다.



액막이를 해 준 신주분 이야기로는, 어린 아이들은 무심코 그런 것을 끌어들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딸이 놓아주지를 않으니까, 영혼이 나에게 보이기 위해 손바닥을 남긴 거 같다고.

아직도 내게는 그 집이 무서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320x100
320x100

 

 

중학교 시절 겪은 조금 무서웠던 이야기.

당시 나는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었기에, 끝나고 집에 돌아올 때면 늘 저녁 7시쯤이었다.

그날도 동아리 활동이 끝난 뒤, 친구들과 하교길을 걷고 있었다.



계절은 여름.

너무나도 찌는 듯 더웠고, 하늘이 어슴푸레했던 기억이 난다.

집 근처 교차로, 나만 오른쪽으로 가야했기에, [내일 보자.] 라고 말하며 친구들과 헤어졌다.



여기까지는 평소와 같았다.

교차로를 지나면 집까지는 걸어서 5분 정도면 도착한다.

하지만 가로등이 거의 없는 어두운 길이다.



교통량도 적어서, 밤이면 인적도 거의 없었다.

친구들과 헤어지자마자, 여자가 흥얼대는 콧노래가 들려왔다.

앞을 보니 십여미터 앞 길가에 여자가 서 있는 게 보여서, 아마 저 여자가 부르는 건가보다 싶었다.



걸어가다 그 옆을 지나치게 되는 순간, 얼핏 여자의 얼굴을 보았다.

시력이 좋지 않은데다 어둑어둑했기에 그때까지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자세히 보니 친척 이모였다.

이모는 우리 어머니 사촌동생으로, 가끔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면 인사 정도만 하는 데면데면한 사이였다.



항상 잘 모를 콧노래를 부르며 걷곤 했기에, 조금 특이한 사람이라는 인상이 있었다.

일단 아는 사이니만큼, [이모,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이모는 콧노래를 멈추고 내 쪽을 바라봤지만, 인사를 받지는 않았다.



하지만 웃는 얼굴이었다.

그냥 웃고 있다기보다는 히죽거리고 있었다는 게 더 어울리는 표현일까.

평소라면 인사를 받아줬을텐데, 왠지 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못 들은건가 싶어 다시 한번 인사를 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모랑 친밀한 사이가 아니라 나를 잊었나 싶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누구 아들이라고 소개하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다.

나는 [그럼 다음에 뵈요.] 라고 말한 뒤, 이모를 두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걸어가자니 다시 이모의 콧노래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얼마 걷지 않아 노래는 그쳤는데, 갑자기 등이 차가워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런 무더운 날에, 이 감각은 무엇일까.



어쩐지 무섭다고 생각하며 나는 발걸음을 이어갔다.

당시 학교에서는 콧쿠리상이 유행하고 있었고, 마침 그날 점심시간, 나는 친구들과 장난삼아 콧쿠리상을 했던 터였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었지만.



그 탓에 괜히, 혹시 콧쿠리상으로 불려온 귀신이 나에게 붙었나 싶었다.

쓸데없는 상상 때문에 괜히 더 무서워졌지만, 나는 애써 기분 탓이라고 스스로를 달래며 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걷는 사이 등이 급격히 차가워져, 온몸에 소름이 돋고 벌벌 떨릴 정도였다.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깨달음과 동시에, 누군가가 내 바로 뒤에서 걷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마 4, 5미터 뒤, 꽤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것을 기척으로 알 수 있었지만, 평상심을 유지하려 애쓰며 계속 걸었다.

하지만 그 인기척은 점점 나에게 다가왔다.



생애 가장 큰 공포를 느낀 순간이었다.

바로 뒤까지 온 게 아닌가 싶어진 순간, 공포와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진 나는, 뒤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려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그냥 기분 탓이려니 싶었지만, 여전히 등은 시려웠다.

다시 앞을 향해 걷기 시작한 순간, 뒤에서 차가운 공기가 나를 감싸는 듯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그때까지는 어떻게든 평정을 가장하며 걸었지만, 결국 나는 공포를 견디지 못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뒤에서 차가운 것이 쫓아오는게 느껴졌지만, 이제는 너무 무서워서 뒤를 돌아볼 수조차 없었다.

온 힘을 다해 달리자, 30초 정도만에 금세 집에 도착했다.



집에 돌아와 부엌에서 저녁을 만들고 있던 어머니를 보자, 겨우 안심할 수 있었다.

[어서 오렴... 어머, 너 왜 얼굴이 그렇게 시퍼렇니? 달려온거야?] 라고 어머니가 물었지만, [응...] 하고 밖에는 대답할 수 없었다.

엄청난 피로감에 젖은 나는, 물을 한잔 마시고 세수를 하려 세면대로 향했다.



세면대의 큰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핏기가 싹 가셔 창백했다.

기분이 좀 괜찮아질 때까지 소파에 앉아있자 싶어 거실로 향하자, 어머니가 물었다.

[너 혹시 뭐 이상한 거라도 만났니?]



[뭔가에 쫓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돌아봤지만 아무 것도 없었어. 그냥 착각했나봐.] 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어머니도 [뭐니, 그게.] 라며 웃었다.

[참, 나 오다가 A 이모 봤는데.]



그 말을 꺼내자, 어머니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미소가 사라졌다.

[인사를 했는데, 내가 누군지 잊어버렸나봐...] 라고 말하자, 어머니는 조금 화난 듯 말을 끊고 물었다.

[너 지금 무슨 말하는 거니? A 이모는 작년에 돌아가셨잖아. 네가 본 거, 정말 A 이모 맞아?]



[뭐? 그런 소식 들은 적도 없고, 틀림 없이 A 이모였어. 바로 옆에서 얼굴도 봤고 맨날 부르던 이상한 콧노래도 들었는걸!]

어머니는 새하얗게 질려, 바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큰이모에게 전화하는 것 같았다.



[A 기일이 언제였지? ...뭐, 오늘? 알았어.]

전화를 엿들으며, 오늘이 이모 첫 기일이라는 걸, 나도 깨달았다.

그 뒤 나는 엄마와 함께 이모 댁에 향을 올리러 갔다.



이모는 세상에 어떤 미련이 남았던 걸까.

그날 왜 그렇게 갑작스레 내 앞에 나타났던 건지, 등 뒤에서 느껴지던 그 기척은 뭔지는 아직도 알 수가 없다.

 

320x100

[번역괴담][2ch괴담][963rd]병원 안의 문

괴담 번역 2020. 5. 27. 23:48
320x100

 


중학생 시절, 팔이 부러져서 병원에 다니던 시기가 있었다.

어느날, 병원.

주스를 사려고, 통원 중 자주 이용하던 자판기로 향했다.



가장 가장자리 통로 막다른 골목에 있는 자판기였다.

도착하고 나니, 문득 자판기 2개 옆에 문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제껏 꽤 자주 자판기 주변을 오갔었지만, 눈에 띄지 않았는지 문을 발견한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그날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지나갔지만.

얼마 더 시간이 흐르고, 통원 종료가 임박할 무렵.

또 주스를 마시고 싶어서 그 자판기 앞에 갔는데, 옆에 있는 문이 조금 열려 있었다.



어라? 싶었지만,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나는 슬쩍 살펴보려는 생각에 문을 열었다.

문 저편에는 꽤 긴 복도가 쭉 이어져 있었다.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복도 끝에는 모퉁이도 보였지만 어째서인지 복도에는 불이 하나도 들어오질 않아 잘 보이지가 않았다.

잠시 바라봤지만 딱히 아무 일도 없었다.

재미없다 싶어 문을 닫으려는 순간, 모퉁이 너머에서 사람 그림자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사람 그림자는 나를 향해 걸어오는 듯 했다.

눈을 부릅뜨고 바라봤지만, 아직도 거리가 좀 있다보니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오른팔만 이상하리만치 길어서 땅에 팔을 질질 끌며 걷고 있었다.



어쩐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가온다.

섬뜩해져 뒤로 물러선 순간, 천천히 걸어오던 그 녀석이 갑자기 어정거리며 이상한 걸음걸이로 빠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겁에 질린 나는, 황급히 문을 닫고 주스도 사지 않은채 대합실로 달려갔다.



그 후 그 자판기 근처에는 통원이 끝날 때까지 얼씬도 하지 않았다.

결국 그게 무엇이었는지는 모른 채 지나간 셈이다.

살아있는 사람이었던 아니었던, 그런 무서운 광경은 다신 보고 싶지 않다.

 

320x100

[번역괴담][2ch괴담][962nd]101호실

괴담 번역 2020. 5. 23. 23:14
320x100

 

 

과거 호텔에서 근무하던 시절, 101호실에서는 뭔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선배에게 들었었다.

당시에는 국영으로 운영되고 있었기에 딱히 영업에 큰 신경을 쓰지는 않던 터였다.

그랬기에 그 방은 평소 야근 담당자를 위한 수면실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래도 성수기가 오면 손님을 안 받을수도 없는만큼, 일년에 몇번쯤은 손님이 묵게 된다.

하지만 언제나 한밤이 되기도 전에 방을 바꿔달라고 요청하거나, 다른 방이 없으면 아예 방을 빼버리곤 했다.

돌아가면서 그 방에서 뭔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하거나, 겁에 질려 도망치는 손님도 계셨었다.



그러는 사이, 수면실을 이용하던 직원들 사이에서 몸이 나빠지는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야근이 있는데다 체크인부터 체크아웃까지 긴 시간 긴장해야만 하니 몸이 나빠지기 쉬운 환경이긴 하겠지만.

내 눈 앞에서 쓰러져 죽은 동료만 두명이었다.



각각 뇌경색과 심근경색이었다.

40대인데 말기암으로 세상을 떠난 이도 있었고, 사고사에 원인은 듣지 못했지만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이도 있었다.

그러는 사이, 호텔의 민영화 전환이 결정되었고, 직원들도 일단 호텔을 떠나게 되었다.



호텔은 벽지도 새로 갈고, 욕실도 전체적으로 교체하는 등 반년 가량의 보수 공사에 들어갔다.

방에 있는 짐들을 들어내고, 조립형 침대는 해체한다.

그러던 와중 101호실 침대 판 뒤에서, 부적 같은 게 나왔다고 한다.



오래 전에 액막이라도 한걸까 싶었다.

딱히 효과는 없었네, 하고 떼어낸 뒤 사무실에 두었다.

보수 공사가 끝나고, 민영 기업 쪽에서도 고용 승계가 확정되었기에, 오픈 준비를 하며 우리는 다시 그 부적을 찾았다.



다시 붙일까 싶었지만, 다음날 영업 시작 전에 기도를 올릴 예정이었기에, 신주가 오면 그걸 보여보기로 했다.

다음날, 기도 의식을 마치고 신주에게 부적을 보여주자 얼굴을 찌푸렸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지 묻자, 이 부적은 검은 글씨로 보이지만 오래 전에 피로 글씨를 쓴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저희가 액막이는 하겠습니다만, 원래부터 일하던 분들은 따로 액막이를 받는 게 좋을 거 같네요.] 라고, 신주는 말했다.

호텔이 리뉴얼 오픈하고 얼마 지나, 사이가 좋았던 옛 동료 아저씨가 놀러왔다.

[나랑 야근 같이 할 때, K한테는 수면실 못 쓰게 했었지. K가 그 방에서 자면 언제나 엄청 심하게 가위를 눌려서 복도까지 들릴 정도로 비명을 질렀으니까 말이야.]



그러고보니 수면실을 쓸 때, 자주 침대에서 떨어지곤 했었다.

그것도 침대 옆이 아니라 발이 향하는 쪽으로.

누가 발목을 잡아 끌기라도 한 것처럼.



민영화 한 뒤로는 기도 효과라도 본 것인지, 방에 묵은 손님이 도망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오픈하고 1년도 되지 않아 심근경색으로 직원 한명이 죽었고, 정신이상이 와서 2명이 그만 뒀다.

나도 심근경색이 일어나 일은 그만 뒀지만, 그 후 눈의 시력이 거의 없어지고 말았다.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