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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

[번역괴담][5ch괴담][971st]아소의 산길

괴담 번역 2020. 6. 15.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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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시절 이야기다.

당시 나는 후쿠오카에 있는 대학교에 다녔지만, 원래 집은 오이타였다.

방학이나 연휴 때는 고향에 돌아가 고등학교 친구들과 놀곤 했다.



대학교 2학년이던 그 해 역시, 고향에 돌아와 놀고 있었다.

허구한날 한가하던 우리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당구나 다트를 하고 놀다가 질린 나머지, 대학생도 됐고 쿠마모토까지 드라이브를 하자고 친구 Y가 제안했다.



우리는 새벽 1시, 쿠마모토를 향해 가게 되었다.

오이타에서 쿠마모토까지는 타케다와 아소를 지나는 산간도로를 거쳐야 한다.

아소쯤부터는 산길만 쭉 뻗어있고 주변에 가게 하나 없다.



양쪽이 높은 삼나무로 빽빽한 어두운 길을 그저 달려가는 것이다.

한참 달리다 보니, 앞에 여자처럼 보이는 실루엣이 둘 있었다.

불빛에 비추어진 그 실루엣은, 길가에서 우리 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대학생이라 혈기왕성하던 우리는, [오, 여자다! 예쁜지 보자!] 라며 속도를 확 낮춰 그 옆을 지나가게 되었다.

아무래도 두 사람은 모녀 관계인 듯 했다. 

40살 정도 되어보이는 여자와 중학생쯤 된 것 같은 여자아이.



둘 다 하얀 원피스를 입은 채, 우리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으며 앞만 보고 걸어갔다.

우리는 [뭐야, 아줌마랑 아이네...] 라고 조금 실망하면서도, [왜 이런 늦은 밤에 둘이서 걸어가는걸까?], [이쯤 사는 사람들인가?] 라고 시덥지 않은 대화를 나눴다.

차는 계속 외길 산속을 달려갔다.



그리고 20분 정도 지났을까?

또 앞에 여성의 실루엣이 보였다.

[오, 또 여자다.] 라고 말하며, 우리는 다시 속도를 늦춰 얼굴을 바라봤다.



그리고 얼굴을 확인한 우리는, 한마디 말 없이 그 옆을 지나갔다.

나는 그 여자들을 지나치자마자 바로 친구에게 말을 걸었다.

[야, 저 사람들 아까...]



내가 거기까지 말하자, 친구 Y는 [말하지 마... 그 이상은 말하지 마...] 라고 내 말을 끊었다.

나는 잠자코 쿠마모토 시내까지 전속력으로 차를 몰았다.

손을 벌벌 떨면서.



시내에 도착해 문을 연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들어간 뒤, 나는 다시 친구에게 물었다.

[야, 아까 그 두 사람... 20분 전에도 봤던 사람들이었지?]

친구 Y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너무 무서워서 차마 확인하고 싶지가 않더라. 그래서 네 말을 막은거야.]

어쩌면 정말 닮은 사람들이 2번 지나갔던 것일지도 모른다.

다만 그 하얀 원피스 차림으로, 앞만 보며 말없이 걷는 모습을 다시 봤을 때는, 온몸에 소름이 끼쳐 말도 못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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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상사가 큐슈의 작은 섬 출신인데, 그 섬에서 있었다는 기분 나쁜 이야기다.

도민 체육대회가 있던 날 밤, 한 할머니가 실종되어 전 도민이 수색에 나섰다.

사흘 동안 필사적으로 찾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이런 작은 섬에서 사흘 넘게 찾지 못한다면, 대개 바다에 떨어졌기 마련이었다.

결국 수색은 일단 중지하게 되었다.

그런데 실종 일주일만에 할머니가 발견됐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지만, 길을 달리고 있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밭에 할머니가 가만히 앉아 있더란다.

발견한 사람이 [할머니?!] 하고 부르자, [으이, 으이.] 하고 대답도 하고 정신도 말짱해 보였단다.

일단 주변 사람들을 불러모아, 병원에 할머니를 데려갔다고 한다.



병원 가는 차 안에서, [왜 그런데 앉아 계셨어요? 어디 가셨던거에요?] 하고 묻자, 할머니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운동회가 끝나고 집에 돌아왔는데, 본 적 없는 여자아이가 있었다고 한다.

여자아이가 할머니에게 [맛있는 걸 대접할테니까 따라와.] 라고 하기에 얌전히 따라갔다고.



[자, 이게 대접이야!] 라며 접시를 내왔는데, 자세히 보니 지렁이가 스파게티처럼 담겨 있었단다.

그리고는 발견될 때까지 마땅한 기억이 없고, 정신 차리니 그 밭에 앉아 있더란다.

병원에 도착해서 검사하는 도중, 할머니가 기분 나쁘다며 토를 했다.



의사가 구토물을 살펴보니, 대량의 지렁이가 얽혀 나와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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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969th]아즈키아라이

괴담 번역 2020. 6. 6.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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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게게의 키타로 같은 만화에서 우스꽝스럽게 나와 유명한 아즈키아라이[각주:1]라는 요괴가 있다. 

그런데 내 고향인 토치기 북부, 강가의 농촌마을에는 꽤 옛날부터 목격담이 전해져 내려온다.

이쪽에서는 진지하게 공포의 대상인 것이다.



지역 사람들 사이에서는 낚시나 물놀이하러 가는 곳으로 유명하지만, 그 중 한 곳, 하천 부지에는 절대 다가가면 안된다.

증조할아버지에 할아버지, 아버지까지 귀에 못이 박일 정도로 들었던 이야기다.

아즈키아라이가 강변에 나타나, 그 소리에 이끌려 온 사람을 물에 빠트려 죽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버지가 중학생일 무렵, 친구들과 함께 강을 찾았다 팥을 물에 씻는 듯한 챠르륵챠르륵하는 소리를 듣고 무서워 벌벌 떤 적이 있다고 한다.

일행 중 두 사람이, 요괴를 한번 보겠다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향했다고 한다.

그리고 결국 한 명은 물에 떠내려가 실종되고 말았다.



아마 용소까지 떠내려가 그대로 가라앉은 게 아닐까.

살아남은 다른 한명의 말에 따르면, 소리가 나는 곳까지 갔더니 키 작은 노인 넷이 있더란다.

그들이 웃으며 통에 들어있는 무언가를 휘저어대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갑자기 그 넷이 한번에 시선을 돌려 그를 바라봤다고 한다.

그 순간 가위에 눌린 듯 몸이 움직이질 않으며 기절했고, 머리를 부딪혀 기절했다는 것이다.

다른 친구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기절하기 전 첨벙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실종된 소년을 찾기 위해 꽤 오랜 기간 수색이 이어졌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 학교와 지자체까지 나서 그 강 근처의 출입을 통제했기에, 그 후 큰일은 없었다.

한번은 어느 대학에서 민속학 조교수가 연구차 방문을 했던 적이 있다.



그는 그저 물살이 강한 하천부지에서 발을 헛디뎌 휩쓸린 게 아니냐는 의견을 냈다.

다른 곳과는 미묘하게 다른 지역 특유의 물소리가, 다른 무언가로 인식되어 사람들이 다가온 것이라고.

하지만 아즈키아라이의 전승은 꽤 옛날부터 지역에 전해지고 있다.



나 역시 아버지에게 전해들은 네 노인의 목격담의 인상이 강렬해, 지금까지도 두려워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직접 팥 씻는 소리를 들은 적은 없지만, 아직까지도 친구나 동네 아이들 사이에서는 그 소리를 들었다는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

언젠가 진상을 알고 싶지만, 무서워서 그 하천부지에는 아직도 다가가질 않고 있다.

 

  1. 小豆洗い, 팥 씻는 자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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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968th]야간 서핑

괴담 번역 2020. 6. 2.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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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다이 신항에서 야간 서핑을 하고, 11시쯤 뭍으로 돌아왔다.

센다이 신항 주차장은 저녁 7시면 문을 닫기에, 진작 주차장 밖에 세워둔 차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30명 정도의 아이들이 나를 둘러싸고 집까지 보내달라고 종알거리는 꿈을 꿨다.



부모님에게 마중 나오라고 하면 되지 않냐고 말하자, 초등학교 1학년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어른이면서 인색하네, 정말.]

결국 떨떠름하게 알았다고 대답한 뒤, 꿈에서 깼다.



이상한 꿈을 꿨다고 중얼거리며 돌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도중에 의식을 잃었다 정신을 차리니, 카지오카 영원이라는 공동묘지 광장에 있는 게 아닌가.

그 다음주 주말, 질리지도 않고 심야 서핑을 한 뒤, 이번에는 자지 않고 바로 돌아왔다.



하지만 어쩐지 길을 잃어서 한참을 헤매고 말았다.

정신을 차리니 와타리 근처의 가설주택 앞에 있었다.

그날 밤, 꿈에 그때 그 여자아이가 나와서, 고맙다고 말하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 후로는 더는 그런 일이 없었기에, 집까지 데려다 주는 건 그 2번으로 다 된 모양이다.

서핑 때문에 지친 상태에서 뭔가 착각이라도 한건가 싶기도 하지만, 아이들을 제대로 데려다 준거라면, 그걸로 된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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