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ground

고양이

[번역괴담][2ch괴담][222th]고양이 선생님

괴담 번역 2011. 8. 4. 18:53
320x100



동네 잔칫날 형이랑 형의 선배에게 들은 이야기다.

그다지 모범생은 아니었던 형이 고등학교에 다닐 때 아지트로 삼고 있던 폐병원이 있었다.

지역에서는 심령 스팟으로 유명했지만, 형보다 몇 기수 위의 선배들이 아지트로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로는, 담력을 시험하러 오는 사람은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병원의 안은 완전히 황폐해져서 정리는 하나도 되어 있지 않았다.

여기저기 진찰 도구나 서류가 널려 있어, 마치 야반도주라도 한 것 같은 모양새였다.

어느 밤, 형은 평소처럼 병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형이 혼자서 복도를 걷고 있는데, 어떤 방에서 [이리로 오세요.] 라는 말이 들렸다고 한다.

무엇인가 싶어 문을 열었더니, 그 곳은 진찰실이었다.

그리고 방 가운데의 책상 위에는 고양이가 살짝 앉아 있었다는 것이다.



형이 누가 말한 것인가 싶어 갸우뚱거리고 있는데, [부디 앉아주시지요.] 라고 고양이가 말했다고 한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형은 [아, 진찰을 받아야지.] 라는 생각이 들어 둥근 의자를 끌어와 고양이 앞에 앉았다고 한다.

고양이는 형의 건강 상태에 관해 여러가지를 물었고, 형은 하나하나 성실하게 대답했다.



문진이 끝나자, 고양이는 형에게 [당신말이죠, 턱에 종양이 있네요. 이건 입원해야만 합니다.] 라고 말했다.

형은 [네? 입원은 좀 곤란한데...] 라고 당황해서 대답했다고 한다.

그러자 고양이는 여러가지 의학 용어를 말하면서 입원하도록 계속 설득했다고 한다.



형도 그 이야기를 듣다보니 마음이 움직였고,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알겠습니다. 그럼 입원 수속을 부탁드릴게요.] 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그 때, 문을 열고 선배가 들어왔다.

그 선배의 말에 의하면 복도를 걷고 있는데 문 안 쪽에서 형의 목소리가 들렸다는 것이다.



혼잣말이라도 하는 건가 싶었지만, 누군가의 이야기에 계속 장단을 맞추고 있는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기에 의심스러워서 문을 열었더니, 의자에 앉아 고양이를 보고 이야기 하는 형이 있었다는 것이다.

고양이는 선배의 모습을 보자 바로 도망쳐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형은 그 순간 정신이 들고, 그제야 고양이가 말했다는 것과 자신이 진찰을 받은 것에 경악했다.

하지만 그 날 밤은 그대로 아무 일도 없었고, 형은 새벽에 집으로 돌아왔다.

그 후 형은 어쩐지 폐병원에 가는 것이 꺼려져서, 같이 사건을 목격한 선배와 함께 폐병원에 가는 것은 되도록 삼가하고 있었다.



그리고 반년 후, 치통을 치료하러 치과를 찾았던 형은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X-레이에 작은 종양이 찍혔다는 것이다.

예전에 찍었던 X-레이와 비교해 보았을 때 약 1년 정도 된 것 같다는 말이었다.



형은 고양이가 말했던 것이 사실이었나 싶어 깜짝 놀랐다고 한다.

결국 형은 큰 대학 병원에 가서 10일 정도 입원하며 턱의 종양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형의 병문안을 갔던 걸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다행히 종양은 양성이었고, 그 후 재발하는 일 없이 형은 건강히 살고 있다.

형은 고양이가 종양을 주의하라고 알려준 것이라며 감사해했고, 폐병원에 고양이 사료를 잔뜩 사와 놓고 왔다고 한다.

그렇지만 나는 형의 이야기에 납득할 수 없었다.



만약 그 때 선배가 문을 열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고양이에게 설득당한 형이 그대로 입원을 했다면 무슨 일이 있었을지 모르는 것 아닌가?

애초에 고양이가 말하는 입원이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나에게는 아직도 그 사건이 기묘한 공포로 남아있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 글을 읽으신 후 하단의 손가락 버튼 한 번씩 클릭 해주시면 번역자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

320x100

[번역괴담][76th]미짱

괴담 번역 2010. 9. 13. 17:15
320x100


내가 아직 초등학생이던 때, 귀여워하던 고양이가 죽었습니다.

새하얗고 부드러운 털이 좋았던 귀여운 고양이였습니다.

누구보다도 나에게 잘 따라서, 어디에 가던지 내 발 밑에 휘감겨서 붙어 다니는 응석받이였습니다.

이름은 미짱이었습니다.



우리 집 앞에는 작은 강이 흐르고 있어서, 할 일이 없는데 날씨가 좋은 날에는 언제나 강가에 앉아서 흘러가는 것을 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매우 슬픈 일이 있어서 강가로 나와 앉아서 울고 있었는데...

언제나 밖으로 나오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던 미짱이 나의 옆에 살짝 앉아서, 계속 나를 바라봐주었습니다.



그 덕에 나는 곧 다시 씩씩해질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강가에 가면, 반드시 미짱도 함께 따라왔습니다.

나의 곁에 살짝 앉아서 긴 꼬리를 흔들흔들 흔드는...

그런 한 때가 나에게는 아주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즐거운 시절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원래 병약했던 탓에 감기에 걸린 뒤 증상이 악화되서 세상을 떠난 것입니다.

당시 나는 막 학교를 옮겼던 때였기 때문에 친구도 없었고, 단지 미짱만이 유일한 친구였습니다.



가장 친한 친구를 잃은 나는 매일 울었습니다...

하루 24 시간 내내 울어도 계속 계속 눈물이 넘쳐 흘렀습니다...

걱정한 부모님은 [새로 고양이를 기르자꾸나.] 라고 말해주셨습니다.

하지만 나는 [미짱이 아니면 안 돼.] 라고 해서 걱정해 준 부모님을 난처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울다 지쳐 잠들 무렵, 나는 꿈을 꾸었습니다.

미짱의 꿈이었습니다.

미짱은 꿈 속에서 매우 건강했습니다.

나는 [건강해져서 다행이야.] 라고 말했습니다.

미짱도 내가 말하는 것을 알아들었는지, 매우 기뻐보였습니다.

그리고 잠시 동안 함께 논 뒤, 갑자기 미짱이 [이제 가야해.] 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깜짝 놀라서 [미짱 말할 수 있어?] 라고 물었습니다.

미짱은 나의 옆에 와서 [고마워.] 라고 말한 뒤 저 편으로 가버렸습니다.

가는 도중에도 몇 번이고 나를 향해 뒤를 돌아보면서...

그 때마다 나는 [가지마...] 라고 말하면서 울었습니다.

꿈에서 깨어난 후에도 나는 울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정말로 이별이구나,라는 느낌이 들면서 조금 개운했습니다.

언제나 미짱은 나를 신경 쓰고 있으니까.

계속 울고만 있는 내 꿈에 나타나서, 이별의 인사를 해준 것이구나 하고...



그 때로부터 3년이 지나, 나도 중학교 3학년입니다.

미짱의 꿈은 그 때 이후로 꾼 적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쓸쓸하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나는 강가에 앉아 물이 흐르는 것을 지켜 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언제나 곁에 미짱이 있어주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미짱, 앞으로도 천국에서 나를 지켜봐줘.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