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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실화괴담][107th]젖어있는 축구복

실화 괴담 2022. 1. 26.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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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익명의 투고자분이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1997년에서 1998년 사이 겪은 일입니다.

제가 복무했던 부대는 블랙호크, UH-60 헬기를 운용하던 육군 항공단이었습니다.

지금은 부대 이름이 바뀌었지만요.



제가 복무할 무렵, 부대에서는 헬기 추락 사고가 몇번 있었습니다.

그 중 한 추락 사고 이후 일어난 일입니다.

당시 기사나 사건 기록을 찾아보시면,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육군 소속이지만 병력 수송용 헬기를 주력으로 운용하던 부대였던만큼, 간부와 사병의 비율이 50 대 50에 가까울 정도로 간부가 많은 부대였습니다.

사병의 절대적인 숫자가 적다보니 하루에도 경계근무를 여러번 나가기도 하고, 재수가 없으면 2교대로 들어가는 말뚝 근무도 심심치 않게 잡히곤 했습니다.

저는 상황실에 근무했기에 평소에는 경계근무를 서지 않았지만, 대규모 작전 등으로 부대에 인력이 모자라면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초소 경계근무에도 끌려가곤 했습니다.



어느날, 대규모로 진행된 야간 헬기 작전에서 부대 소속 헬기 한대가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보통 헬기가 추락하면 조종사와 승무원은 십중팔구 유명을 달리합니다.

하지만 그날은 탑승자 중 절반이나 생존했습니다.



사고 조사에 따르면 헬기가 추락하기 직전까지 정조종사가 조종간을 돌려 자신이 탑승한 쪽으로 헬기를 기울였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반대편에 타고 있는 부조종사와 승무원은 큰 부상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낙하산으로 탈출할 수 있지 않냐는 질문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야간에 저공 전술 비행 도중 고압선에 걸리게 되면 낙하산을 펼 시간조차 없이 추락하게 됩니다.



작전 개시 전 고압선의 배치와 송전탑 위치를 숙지하는 것이 필수적인 이유입니다.

사고 직후, 현장을 수습하기 위해 나선 선발대가 현장에서 각종 무장과 조종사 및 승무원의 유품 몇가지를 회수해 왔습니다.

그 물건을 정리하던 도중, 우연히 순직한 정조종사가 착용한 헬멧에 손을 대게 되었습니다.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은 서늘한 냉기가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사고가 밤에 났던 탓에 그러려니 생각했죠.

저는 추가 사고 처리 및 작전 지원 등으로 인해 인력이 모자란 탓에, 야간 경계근무를 나서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근무 도중, 희끄무레한 사람 같은 무언가가 초소 근처에서 얼쩡거리는 것이 보였습니다.

야음 속이라 확실한 정체를 파악할 수 없어, 수하를 통해 정체를 밝힐 것을 요구했으나 아무 대답이 없었습니다.

상황실에 보고를 하고, 지시에 따라 후임병에게 초소를 지키도록 한 뒤 정체를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근접해도 거리가 줄어들지를 않는 겁니다.

그 형상이 다리를 움직이는 느낌은 없었는데, 제가 걷는 속도와 동일한 거리를 유지하며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약 1km 거리를 추격 아닌 추격을 하며 따라가다 연병장에 도착했습니다.



그 순간 그 사람 같은 무언가는 연병장을 가로질러 빠르게 달려가더니 갑자기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결국 제가 확인한 거라곤 그 무언가가 사라지기 직전, 입고 있던 것이 부대 축구복이었다는 것과 등번호 뿐이었습니다.

상황실에는 사라졌다고 보고를 했지만, 당연히 피로나 수면 부족으로 헛것을 본 것으로 치부되어 유야무야 넘어갔습니다.



사실 부대 내에 활주로가 있다보니 가끔 아지랑이나 신기루 같은 게 보이는 일도 종종 있었으니까요.

대형 추락 사고가 벌어진 상황이다보니, 별 것도 아닌 일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기도 했죠.

며칠간 정신없이 사고 수습으로 시간이 흐른 뒤, 부대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축구 시합이 열렸습니다.



무심코 경기를 지켜보던 중, 며칠 전 봤던 무언가가 입고 있던 축구복의 등번호가 떠올랐습니다.

그날 사고로 순직한 조종사의 축구복 등번호였습니다.

어쩐지 등골이 오싹한 느낌에, 저는 경계근무 당시 상황실에 있던 간부를 찾아갔습니다.



비슷한 나이대라 평소 친하게 지내던 분이었기에, 제가 본 것들을 그대로 털어놓았죠.

이야기를 듣자 간부도 얼굴이 파래져서, 같이 순직한 조종사의 유품 추가 수습을 겸해 확인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캐비넷을 열어보자, 각자마다 고유한 등번호를 받아 한벌만 존재할 터인 축구복이 걸려있었습니다.



캐비넷 속에 있었음에도, 어째서인지 그 옷만 축축하게 젖은 채.

보통 부대 축구복은 해당 등번호를 받은 간부가 전출을 갈 때 반납하고, 전입한 간부에게 물려주곤 했는데, 그 옷만큼은 나이 많은 주임원사가 따로 가지고 나가 조용히 처리했다고 합니다.

제가 그날 밤 보았던 것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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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106th]한밤의 하이힐 소리

실화 괴담 2021. 3. 1.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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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메일로 beomdev님이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군생활 중에 겪은 체험담입니다.

저는 육군으로 입대했는데 특이하게도 배를 타게 됐습니다.

그리고 항상 정해진 기간마다 배를 타고 파견을 가는 생활을 했었죠.



한 파견지에 가게되면 타군의 협조 하에 훈련용 배에 저희 배를 뒀었습니다. 

그 타군의 배는 항상 쓰이는 것이 아닌 특정 기간에만 쓰이는 배였습니다. 

그렇기에 해당 군의 경계근무는 그냥 CCTV로만 이루어졌고, 실제 병사들이 배치되지는 않았어요.



그날은 마침 제가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작전을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보고 후 그 타군 배에 남아 쉬고 있었습니다.

칠흑과 같은 암흑 속, 영 좋지 않은 몸 때문에 잠을 청하지 못하던 터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또각... 또각....]

마치 하이힐을 신은 사람이 배에 올라타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배를 타는 사람들이라면 대략 추측이 가능하겠지만, 배를 탈 때에는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승선화라는 구두에 가까운 신발을 신습니다.

보통 군인들이 신는 전투화조차 잘 신지를 않는거죠.

혹시나 바다에 빠지면 수영을 해서 생존해야 하는데, 그런 상황에서 일반적인 전투화는 벗기가 너무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승선화를 신고 배에 타서 움직이는 소리는 [쿵... 쿵...] 에 가깝지, 결코 [또각... 또각...] 하는 소리가 날 수 없습니다.

그 배에 올라타기 위해서는 바지에서 열쇠식 자물쇠를 두 번 열어야 했습니다.

근처 항구가 나름 낚시꾼들과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었기에, 저는 술에 취한 여성분이 어쩌다가 이 배에 올라타기라도 한 것이라 여겼습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해야 하지? 

방에서 먼저 나가 퇴선을 권고해야하나 싶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때까지 또각대며 들려오던 하이힐 소리가 딱 멈췄습니다.



그 자리에 멈춰선 것이라는 생각만 들더군요.

저는 다시 고민을 했습니다.

혹시 술에 취해 쓰러진 건가?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에는 아무 다른 소리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고민하고 있던 그 순간.

[또또또각각각또각또각똑까가아악또깍!]



그 발걸음이 제가 있는 곳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하이힐을 신고 뛰는 것 같으면서도, 무언가를 질질 끌면서 오는 것 같은 소리였습니다.

순간 머리 속이 새하얘졌습니다.



어떻게 해야할지가 고민할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뭔데? 뭔데? 도대체 뭐가 오는 건데? 대체 뭔데? 하는 생각만이 머리에 가득했고 온몸에는 소름이 돋아 벌벌 떨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군사용 배를 타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문은 안과 밖에서 모두 잠글 수가 있습니다. 



밖에서 자물쇠도 걸 수는 있지만, 안에서는 그냥 스위치식이던 손잡이를 돌려서던 문을 잠글 수 있습니다.

다만 저는 환자이기 때문에 안에서 문을 잠궈놓지는 않았던 터였습니다.

너무 무서워 문 손잡이를 돌려 문을 잠근 순간.



[또각또또각또각끼이이잉끼이이이이끽...]

소리가 바로 방 앞에서 멈춰섰습니다.

사람인지 무엇인지, 정체조차 모를 "그것" 이 제가 있는 방 앞까지 왔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방문에 창문이 없는게 천만다행이었습니다.

만약 제가 밖을 내다보었거나, 혹은 밖에서 "그것" 이 저를 들여다보였다면...

심장마비가 왔을지도 모릅니다.



제발 가라고... 제발... 하며 기도하는 사이, 제가 있는 배로 접근하는 배의 엔진소리가 들렸습니다.

작전 복귀가 너무 빨라 의심했지만 항상 듣던 그 엔진소리였기에 안심했습니다.

기상이 안 좋거나 바다가 사나우면 현장 지휘자 판단 하에 작전을 수행하지 않는 일도 왕왕 있었으니까요.



안심이 됐지만, 문 앞의 "그것" 이 움직이는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는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저희 부대 배는 다시 복귀했고, 이래저래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부대원이 제가 있던 방의 문을 열려고 하더라구요. 



아마 몸상태가 안 좋다보니 걱정돼서 그랬겠죠.

그런데 문이 잠겨있으니 문을 두들기면서 [야! 야! XXX, 문 열어!] 하고 소리치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 속, 원칙적으로 환자는 혼자 두면 안되다보니 군생활한지 얼마 안된 제가 나쁜 생각이라도 한게 아닌가 싶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힘들게 몸을 가누어 잠긴 문을 열었습니다.

복귀한 선임들과 간부들을 보니 눈물이 날 것 같더라고요.

문을 왜 잠궜냐는 선임들의 질문에, 차마 있었던 일을 설명할 수는 없고 [그냥 무의식중에 그랬나봅니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아직도 "그것" 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민간인은 아니었을 것 같고... 

귀신이라고 하기에는 물리적인 소음을 발생시켰고...



전역하고 세월이 지난 지금도 계속 잊을 수가 없는 체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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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102nd]기어오는 군인

실화 괴담 2017. 11. 11.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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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메일로 김민기님이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2014년, 제가 군 복무할 무렵 이야기입니다.


저는 가평에 있는 부대에서 복무했었습니다. 


이 사건은 제가 일병 5호봉이던 시절, 탄약고 경계초소근무를 서던 전번초 근무자, 후임 김일병에게 일어난 사건입니다. 




[야, 일어나. 근무 가야지.] 


김일병은 불침번 근무자이자 고참인 신상병이 깨워 잠에서 일어났답니다. 


밖에서는 비 내리는 소리가 유난히 시끄러웠었 날이었지요. 




근무 시간은 새벽 2시부터 4시까지. 


가장 피곤하고 졸린 시간대. 


네 소대가 번갈아가며 한달에 1번씩 서는 탄약고 근무였습니다.




탄약고는 언덕쪽에 위치해 있었기에 투입시간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야 했죠.


그런 탓에 다들 탄약고 근무를 서는 날이면 매우 싫어했었습니다. 


거기다 비까지 오는 날이니, 그야말로 최악의 근무였습니다. 




김일병은 서둘러 환복을 하고, 단독군장을 차고 방탄헬멧을 쓴 뒤, 행정반에 가서 시건된 총기를 꺼내고, 대검을 받은 뒤 보고를 했습니다.


[당직사관님. 보고드립니다. 탄약고 근무 투입하겠습니다.]


[그래, 잘 다녀와라.]




졸고 있다 막 잠에서 깬 당직사관은 졸음이 덜 깬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대대 실장에게 보고 후, 팀장에게 공포탄을 받아 검사 후 출발을 했습니다. 


비오는 날이면 우비를 써야하는데, 김일병은 계급에서 밀리다보니 찢어진 우비를 받았더랍니다. 




그걸 쓰고 가니 비는 새고 옷은 젖어, 잠이 금세 확 깼다네요. 


그렇게 올라올라 탄약고에 도착해, 근무에 투입했습니다. 


고참과 같이 서는 근무.




고참은 초소 안에 들어가 쉬고, 짬이 안되는 후임은 밖에 서서 감시하는 당연스러운 전개로 흘러갔습니다. 


십분, 삼십분, 한시간... 


시간은 흘러가고, 김일병은 그저 멍하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탄약고 언덕길을 보고 있었답니다. 




그렇게 2시간 근무 중 1시간 20분 가량이 흘렀을 때, 김일병은 그 언덕길에서 보면 안될 것을 보고 말았습니다.


비가 흘러내리는 언덕을, 무언가가 꾸물꾸물거리며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찰박... 스윽... 찰박... 스윽... 찰박... 스윽...]



 

웅덩이를 짚는 짙은 소리와, 무엇인가 끌고 오는 소리. 


그렇습니다. 


그것은 기어오고 있던 것이었죠. 




김일병은 이때부터 온몸에 소름이 돋고 등골이 오싹해짐과 동시에, 제대로 된 사고가 마비됐다고 합니다.


극도의 공포와 마주치면 비명조차 지를 수 없다고들 하죠. 


입도 마비되어, 같이 근무 들어온 염상병을 부를 수도 없었다고 합니다. 




숨넘어갈 것 같은 목소리로 졸고 있는지 자고 있는지, 초소 안 기둥에 기대어 있을 염상병을 불렀지만, 들리지 않는지 그 상태 그대로였습니다.


그러는 사이 그 소리는 더욱 크게 들리오고, 기어오는 것은 언덕길 중간에 파놓은 배수로를 지나오고 있었습니다. 


[철벅... 스윽... 철벅... 스윽... 철벅... 스윽...]  




짙게 들리는 물을 짚는 소리와 더불어, 그것의 형체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낡은 군복을 입고 있는 군인이었습니다.


허리 아래부분은 날아간건지 절단된건지 없었고, 찢어진 상의 옷가지만 끌려오고 있었다고 합니다.




비오는 날, 검은 형체가 기이한 소리를 내며 기어오고 있는 것만으로도 졸도할 지경인데, 김일병을 더 미치게 만든건 그것의 얼굴이었습니다.


두 눈구멍은 뻥 뚫려 눈알은 보이지 않고, 턱은 찢어져 간신히 붙어있는 채 덜렁거리고 있었답니다. 


그런 녀석이 말라 비틀어진 팔로 기어오는 모습을 보니, 완전히 정신이 나갈만도 하죠.




김일병은 자기도 모르게 공포탄 장전을 하고. 비명을 지르며 한발을 쏜 뒤 기절했다고 합니다. 


이후 총소리를 듣고서야 잠에서 깬 염상병의 긴급보고로, 거품 물고 실신한 김일병이 대대 팀장 및 오분대기조에게 실려 내려왔습니다. 


그 탓에 당시 졸고 있던 염상병은 진급이 누락당했고요. 




김일병은 쓰러진 이유를 대대 실장 및 대대장, 중대장, 주임 원사, 탄약관에게 죄다 보고했지만, 군대라는 곳이 어디 귀신봤다고 넘어가주는 동네겠습니까.


결국 군의관에게 "정신착란으로 인한 극도의 공포에 의한 발포" 라는 길고 얼토당토않은 판정을 받고 나서, 휴가도 잘리고 진급도 누락당하더군요.


하지만 제가 이 이야기의 진상을 알게된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습니다.




염상병도 전역을 하고, 저와 김일병 모두 상병 계급장을 달고나서야 이야기 해주더군요. 


[김상병님, 제가 그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응? 뭔데?]




김일병이 공포탄을 쏜 이유가 따로 있었던 겁니다. 


그 기어오는 질척한 소리가 가까워 올수록, 목소리가 들리더랍니다. 


처음엔 [....줘 ...놔줘...] 하고 들렸는데, 얼굴이 보일 정도로 가까이 오니 겨우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쏴줘" 라고 하고 있었습니다.]


[뭐?] 


[그러니까. 그 낡은 군복을 입고 기어오는 게 낮은 목소리로 "쏴줘" 라고 하더란 말입니다.]




아마 6.25 전쟁 당시, 폭격으로 하반신을 잃고 숨을 거둔 군인의 혼령이었을까요.


이유를 알고나니 마음이 착잡해지더군요.


6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 그 아픈 몸을 이끌고 기어다니며 자신을 고통에서 해방시켜줄 누군가를 찾아다니는 군인의 혼령이라니. 




군 복무하는 도중, 전쟁의 참혹함을 다시금 뼈에 새겼던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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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56th]산으로 가는 군인

실화 괴담 2012. 6. 22.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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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tistory.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깜늑님이 투고해 주신 이야기입니다.




군대 시절 부대 중사님께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 중사님이 하사 시절, 밤에 부대 순찰을 돌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중사님이 탄약고 근처를 지나갈 때 수상한 사람 한 명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후레쉬로 비췄더니, 군복을 입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소총도 없는 걸로 봐서 근무자는 아닌 것 같은데, 이 늦은 밤에 부대를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 무척 수상했습니다.


하지만 일단 암구어를 물었다고 합니다.




[정지! 손 들어! 움직이면 쏜다! 화랑!]


그러자 다가오던 사람은 잠시 멈추더니 미친 듯 달아나기 시작했습니다.


뭔가 수상하다고 생각한 중사님은 바로 쫓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그만 중사님은 산으로 가는 울타리 근처에서 그 사람을 놓쳐버리고 말았다고 합니다.


어서 보고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부대로 복귀하려는데, 뒤에서 섬찟한 느낌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뒤에 후레쉬를 비췄더니, 울타리 너머에 그 사람이 서 있더라는 겁니다.




그러나 울타리는 도저히 사람이 넘을 수 없는 높이였습니다.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빙 돌아서 문으로 나가야만 했죠.


그 짧은 시간에 부대 안에서 울타리 밖으로 나가는 건 도저히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누구야! 너 도대체 어느 중대 소속이야!]


중사님이 그렇게 물어보자, 군모를 푹 눌러쓰고 있던 그 사람은 고개를 들고 씩 웃은 뒤 산으로 걸어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의 얼굴을 확인한 중사님은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 사람은, 몇개월 전에 산에서 목을 매달아 자살한 자신의 동기였기 때문이었습니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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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55th]탄약고 사건

실화 괴담 2012. 6. 19.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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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tistory.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스탈릿님이 투고해 주신 이야기입니다.



제가 군복무 하던 시절 일어났던 탄약고 사건입니다.


새벽 2시 반쯤에 탄약고 초소 초병 두 사람이 각기 한 발씩 공포탄을 발포해서 부대가 뒤집어졌던 사건이었죠.


제가 근무한 부대의 탄약고 초소는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무성한 곳이었습니다.




실제로 초소 옆에 위치한 통신 창고에서 자물쇠를 잠궈 뒀는데도 한밤 중에 난데 없이 와장창하고 무엇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거나, 비오는 날만 되면 빗소리에 섞여 따닥따닥 하고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초소 바닥에서 들려오곤 했습니다.


모 사단 포병 독립 중대 소속으로 당시 제대를 2개월 앞둔 말년 병장이었던 저는, 사건이 일어났던 그 날 당직 근무를 서고 있었습니다.


당직사관(하사), 당직부사관(저), 그리고 순찰자(후임, 상병 5호봉) 까지 세 명이 당직 근무를 서게 되었고, 그 날 외출했다 돌아온 관측장교 한 분이 사오신 치킨을 나눠 먹은 뒤 꾸벅거리며 졸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새벽 2시 반.


초병 교대 시간이었던 탓에 근무 교대자들이 행정반에 들어와 총기 수령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p96k 무전기로 무전이 들어왔습니다.




[행정반, 행정반, 행정반, 행정반!]


대단히 다급한 목소리에 잠이 확 깬 저는 곧바로 무슨 일이냐고 무전에 답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다급한 목소리로 괴한 두 명이 초소 아래에서 초소 바닥을 마구 두드리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당직사관은 곧바로 부대 비상 사이렌을 울렸고, 거수자 상황을 전파하던 도중 갑자기 초소 쪽에서 몇 초 간격으로 두 발의 총성과 고함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 후 전 부대에 비상이 걸려서, 자다 깬 중대원 수십 명이 진압봉을 들고 초소로 뛰어올라갔습니다.


하지만 초소에는 사방에 총을 겨누고 정신을 못 차리는 초병 두 명만이 보일 뿐이었습니다.




상황 파악을 위해 초소 주위를 수색하는 한편, 초병들에게 사정을 물었지만 둘 다 정신을 놓아서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겨우 조금 진정이 된 뒤 그들에게 들은 이야기는 놀랄만한 것이었습니다.


근무 교대 십 분을 앞두고 철수할 기대에 정신이 말짱한 상태였는데, 어느 순간 초소 앞 도로 멀리서 사람 하나가 천천히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순찰자라고 짐작한 초병들은 초소 창문을 열고 암구어를 외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도로 중간쯤에서 그 사람이 갑자기 매우 빠른 속도로 뛰어오기 시작하더라는 겁니다.


어느 정도 형체를 식별할 수 있는 거리에 이르자 그 사람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것은 너덜너덜한 거적때기를 걸친 시커먼 사람이었습니다.


게다가 손에는 둔기로 보이는 짧은 막대마저 들고 있었다고 합니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초병들은 행정반에 즉시 무전을 날렸다고 합니다.




그 뒤 초소 바로 앞까지 달려온 괴한은 암구어를 무시하더니, 갑자기 둘로 나뉘어서 초소 좌우측 아래로 뛰어들어 오더랍니다.


그 순간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한 초병들은 총을 고쳐 잡고 확인을 위해 초소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괴한이 초소 바닥을 사방에서 마구 두드렸고, 고함에 가까운 암구어를 외쳐도 어떠한 응답조차 하지 않은채 오직 바닥만 두드리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위협을 하기 위해 사수가 한 발, 부사수가 한 발씩 공포탄을 발사하고 나서야 두드림이 멈췄고, 곧이어 중대원들이 달려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사건으로 인해 전 중대원이 한밤 중에 온 부대를 샅샅이 수색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두 시간여에 걸친 수색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이상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날이 밝은 뒤 대대장까지 찾아와 보다 자세히 수색을 했지만, 초소 바닥에서 약간의 긁힌 자국이 발견 된 것 이외에는 어떠한 이상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쨌거나 공포탄 두 발이 격발된 것은 사실이었기에, 그 사건은 멧돼지에 의한 오발 사건으로 종결되었습니다.


그 후 부대의 철조망을 보수하고 멧돼지에 대한 대응 방법을 교육받는 것으로 그 사건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 그 초병들은 그것은 분명 멧돼지가 아니라 사람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초병들은 그 후 탄약고 초소 근무를 한사코 거부하여 끝내 탄약고 초병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과연 그 때 그것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아직까지도 그것이 진짜 멧돼지였는지는 의문이 남습니다.


초소 바닥을 어째서 두드린 것인지, 멧돼지가 1.5m 높이의 초소 바닥을 두드릴 수 있는 것인지, 그 멧돼지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둘로 나뉘어 초소 바닥을 미친 듯 두드렸던 그것이 무엇일지, 아직도 저에게는 의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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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51st]목만 있는 병사

실화 괴담 2012. 2. 1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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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tistory.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유우나기님이 투고해 주신 이야기입니다.


제가 군대에 있었을 때 겪은 일입니다.

저는 몇 번 정도 이상한 일을 겪기도 해서, 귀신의 존재를 믿고 있습니다.

또 괴담도 무척 좋아했구요.



그래서 저는 후임들과 근무를 설 때면 후임들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아는지 물어보곤 했습니다.

그러던 와중 제 밑에 새로 후임 한 명이 들어왔습니다.

그 후임은 사회에서 이른바 좀 놀던 친구였는데, 거기에 아마추어 복싱 선수였기 때문에 모든 일에 자신만만한 친구였습니다.



후임은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았고, 그런 것은 모두 지어낸 이야기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이 후임과 근무를 설 때면 저는 귀신 이야기를 하고, 후임은 사람 이야기를 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전술 훈련 때문에 저희는 산으로 올라가 각자 진지에 투입되었습니다.



저는 기관총 사수였고, 후임은 부사수였기 때문에 함께 산병호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 꼽등이가 수십 마리나 들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후임은 벌레 공포증이 있었기 때문에, 저는 어쩔 수 없이 분대장에게 진지를 옮겨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래서 저와 후임은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다른 진지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밤이 깊도록 대항군은 오지 않았고, 저는 교대로 자면서 기다리자고 후임에게 제안한 뒤 먼저 눈을 붙였습니다.

그런데 왠지 오싹한 느낌이 들어서 저는 자다가 눈을 떴습니다.



하늘을 보자 보름달이 떠 있어서 그걸 보면서 집 생각을 하고 있었죠.

후임은 졸고 있는 것인지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군생활 하느라 힘들거라는 생각에 그냥 내버려뒀죠.



그런데 자세히 보니 후임은 조는 것이 아니라 눈을 뜬 채 멍하니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놀라서 후임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후임은 [이 일병님은 그거 못 보셨습니까?] 라고 되물었습니다.



뭔가 있었구나 싶어서 무슨 일인지 캐묻자, 후임은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자고 있는 사이 후임 역시 살짝 졸았다고 합니다.

그러다 잠을 깨서 졸던 자세 그대로 눈만 떠서 바닥이 보이는데, 저와 후임 사이에 군복을 입은 다리가 보이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아, 망했구나... 소대장님에게 걸렸나?] 라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들었는데, 아무도 없었다고 합니다.

저였다면 이미 그 시점에서 귀신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이 후임은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았기에 그냥 헛 것을 봤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참호 안에 누군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다시 제 쪽을 봤지만 저는 여전히 자고 있었다고 합니다.

참호 안에 있는 사람은 무릎을 꿇고 한 쪽 무릎을 세운채 무릎에 팔을 짚고 턱을 괸 채 경계를 서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우선 군복이 얼룩무늬가 아니라 회색의 단색이었습니다.

또 방탄 헬멧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모자를 쓰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상한 점은 목의 각도였습니다.



하지만 후임은 너무 멀어서 잘 보이지 않았던 탓에 자세히 바라봤다고 합니다.

자세히 보니 그 사람은 목이 없어서 손으로 머리를 들고 경계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날 이후 그 후임과는 귀신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한 3달 정도 지난 뒤 저는 넌지시 물어봤습니다.

[너 지금도 귀신 안 믿냐?]

[조심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훅 갑니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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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50th]군대 괴담

실화 괴담 2012. 1. 2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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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tistory.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스탈릿님이 투고해 주신 이야기입니다.


저는 어릴적부터 이상한 것들이 보이는 체질이었습니다.

대낮부터 방구석에 잘린 목 3개가 놓여 있는 걸 본다던가, 개집 안에 시커먼 누군가가 들어 있는 것을 본다던가 말입니다.

지금부터 제가 할 이야기들은 제가 군대에서 겪었던 기이한 체험들입니다.



1.



2008년, 제가 모 사단의 155mm 자주포병으로 입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등병 때였습니다.

저는 새벽에 상병 말년이었던 사수와 함께 막사에서 불침번 근무를 서고 있었습니다.

사수는 복도 중앙에서 현관을 바라보며 라디에이터 위에 걸터 앉아 졸고 있었고, 저는 사수 맞은편에서 좌우 복도를 살피며 근무를 서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오른쪽에 있는 행정반 문에서 시커먼 사람이 빠져 나와 바로 앞의 5 내무실로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취침 시간 이후의 모든 상황은 당직 계통 보고 하에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저는 사수를 깨웠습니다.

[J 상병님, 지금 누가 5 내무로 들어갔습니다. 어떻게 합니까?]



[니가 가서 확인해봐라.]

저는 즉시 대답하고 5 내무실로 향했습니다.

5 내무실의 문은 오래 되어서 잘 열리지 않는데다 삐걱거리는 소리까지 크게 나는 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최대한 조용히 문을 열고 안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낌새는 전혀 없었습니다.

머릿수를 세서 인원 확인을 마치고, 맞은 편의 행정반을 슬쩍 살폈더니 행정반의 당직 계통은 모두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었습니다.



[J 상병님, 확인해 봤는데 이상 없는 것 같습니다. 아마 누가 화장실을 다녀온 모양입니다.]

[그래? 당직 사관 자냐?]

[그렇습니다. 전부 자는 것 같습니다.]



[알겠다. 난 2 내무실 가서 좀 누워 있을테니까 이상 있으면 와서 깨워라.]

그리고 J 상병은 2 내무실로 비척비척 들어갔고, 전 혼자 남아 근무를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생각이 이상한 곳에 미쳤습니다.



분명 5 내무실의 문은 닫혀 있었고, 열 때 소리가 안 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아까 소리 없이 들어갔던 그것은 도대체 뭐였던 것인지...

게다가 화장실에 가기 위해서는 복도 중앙을 거쳐야 한다는 것마저 생각 나서, 저는 근무가 끝날 때까지 공포에 떨어야만 했습니다.



2.



저는 특이하게 귀신이나 이상한 것들을 볼 때 검거나 하얀 두 종류의 모습으로만 보입니다.

검은 것은 뭔가 음울하고 움직임이 재빠르고, 하얀 것은 볼 때마다 크게 놀라게 되고 왠지 스르륵거리며 움직이더군요.

굳이 구분하자면 검은 것은 일부러 제 앞에 나타났고, 하얀 것은 우연히 보게 된 것이라는 느낌입니다.



이 일은 군대에서 일병을 막 달았을 때의 여름 밤이었습니다.

탄약고 경계 근무 시간이 되어서 불침번이 깨우는 것을 듣고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갈아 입는데, 오른쪽 창문에서 뭔가 스멀스멀거리는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이상하다 싶어 창문을 힐끗 봤더니, 창 밖에 보이는 식당 입구로 새하얀 사람이 스르륵 움직여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깜짝 놀란 저는 빠르게 환복을 마치고 행정반에서 근무 교대 신고를 하기 전에 당직 사관에게 제가 봤던 것을 보고했습니다.

그렇지만 근무가 끝나고 다시 행정반에서 근무 교대 신고를 하던 저는 일병 주제에 벌써 귀신 장난이나 치냐는 갈굼을 당해야만 했습니다.

식당에는 아무 이상도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식당 문은 밤이 되면 자물쇠로 굳게 잠궈두며, 자물쇠에 이상은 없었고 열쇠는 행정반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즉, 아무도 들어갈 수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봤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3.



마지막은 병장이 되고, 슬슬 제대 날짜를 세기 시작할 즈음이었습니다.

어느날 밤에 잠을 자는데, 잠결에 천둥 번개와 함께 폭우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잠결이었지만 [아, 오늘 근무하는 애들 고생 좀 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죠.



지금도 꿈인지 아닌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상한 일은 바로 다음 순간 일어났습니다.

옆에서 소곤거리는 소리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불침번이 다음 근무자를 깨워서, 다음 근무자가 일어나 환복을 하는 소리가 같았습니다.



곧 이어 장비들을 착용하는 소리도 천둥 소리 속에 섞여 들려오더군요.

그것이 밤새도록 몇번이고 이어졌습니다.

너무 시끄러워 잠을 이룰 수가 없어 왕고로서 한마디 하려고 눈을 살짝 떴는데, 환복을 하는 도중이었는지 침상 위에 서 있는 병사들이 보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자 문득 비 오는 날 고생하는데 이해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어휴, 고생이 많구나.] 라고 한마디 하고 다시 눈을 감았습니다.

또렷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잠결에 [감사합니다.] 라는 소리를 들으며 잠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알게 된 사실은 충격이었습니다.

전날 하도 천둥 번개가 심해서, 탄약고 초소 근무자의 안전을 고려해 근무 투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날 제 내무반에서 불침번 근무자는 단 한 명도 없었고, 모두 탄약고 근무가 취소되어서 잠을 자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그 날 폭우 속에서 경계를 섰던 병사들은 누구였을까요?

그리고 그 [감사합니다.] 라는 말은 무슨 뜻이었을까요?

지금도 그 때 제가 시끄럽다고 화를 냈다면 어떤 일을 겪었을지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지곤 합니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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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괴담 2011. 12. 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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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tistory.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32님이 투고해 주신 이야기입니다.


제가 군대에 있을 때 선임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저는 후방에서 군생활을 했습니다.

후방 지역 광역시에서 XXX여단이라는 이름의 광역시 방어 여단에서 근무했죠.



제가 일병 때 즈음 저희 여단 X대대의 경비 중대가 해체되었습니다.

해체의 이유는 천마 미사일이 후방까지 보급되면서, 기존의 승전포를 해체하며 경비 중대도 같이 해체한 뒤 사단 직할 방공소대가 경비를 서는 것으로 작전이 바뀌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체된 경비 중대원들은 각각 다른 대대로 보내졌고, 저희 부대에도 경비 중대에 있었던 선임이 왔습니다.



해체가 예정됐던 부대다 보니 신병 보급이 없었고, 그러다 보니 다들 저보다 선임이어서 졸지에 선임만 늘어났던 기억이 나네요.

그 때 그 경비 중대가 지키던 곳은 어느 연구소로, 산 속에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산 네 곳에 1포, 2포, 3포, 4포 이렇게 4개의 포를 두고 대공 방어를 해서, 한 번 올라가면 8시간 동안 내려올 수 없고 올라가는데도 1시간 정도 걸리는 곳이었다고 합니다.



근무 시간이 길다보니 4명이 올라가서 2명씩 교대로 근무를 섰고, 나머지 2명이 쉴 수 있는 간이 막사가 초소 아래에 있었다고 합니다.

짧은 침상이 놓여 있어 딱 5명 정도 잘 수 있는 작은 공간이었다고 합니다.

TV도 없이 그저 침상과 관물대, 침구류만 있었다고 합니다.



근무 교대를 할 때는 부사수가 깨우러 내려오는데, 이것도 귀찮다 보니 그냥 문을 두드리면 선잠을 자던 부사수가 일어나 사수를 깨워
같이 교대를 하는 방식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선임이 제게 들려준 이야기는 3포 앞에서 일어난 일이었다고 합니다.

3포 앞에는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무덤 2기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유독 작았다고 합니다.



이 일은 제 선임이 직접 겪었던 것은 아니고, 자신이 일병일때 후임이던 이병이 겪었던 일이라고 하더군요.

평소처럼 12시에서 2시까지 근무를 마치고 막사로 내려와 선잠을 청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 지났을까, [똑똑] 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 이병은 일어나려 했지만 가위에 눌렸는지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아, 망했네... 하필 근무교대 때 가위에 눌리냐... 난 선임들한테 죽었구나...] 라고 생각하며 온 힘을 다해 가위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가위는 풀리지 않았습니다.

잠시 뒤 [탁탁] 하고 더 크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하지만 가위는 도저히 풀리지 않았기에 그 이병은 그저 듣고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소리는 더욱 커져서 [쾅쾅] 하고 세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선임은 깨지 않았고 가위는 여전히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 이병은 속으로 [아, 차라리 들어와서 그냥 깨우지.] 라고 투덜대고 있었다고 합니다.



[쾅쾅]

[쾅쾅쾅]

[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미친듯 계속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병은 과연 저것이 근무 교대를 위한 것인가 두려워져서 온 힘을 다해 가위에서 풀려 나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멈추더니, 누군가가 자신의 발목을 탁 잡더랍니다.



군대 침상을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전투화를 신고 자면 전투화 부분은 공중에 붕 뜨게 됩니다.

근무 교대가 잦다보니 일일이 신었다 벗는 것이 귀찮아 그는 전투화를 신고 자고 있었죠.

그 때부터 막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데, 도저히 발 쪽을 내려다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눈을 감고 어떻게든 가위를 풀려고 노력하는데, 자신의 발을 잡은 손이 성큼성큼 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것이 느껴지더랍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가슴에 묵직한 것이 느껴졌습니다.

너무 무서워서 눈조차 뜨지 못하고 계속 가위를 풀려고 하는데, 그 손이 뺨을 어루만지더랍니다.



마치 애인마냥 부드럽게요.

오히려 그것이 더 무서워서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는데, 잠시 그러고 있자 가슴에서 느껴지던 무게감이 사라지더랍니다.

그 이병은 이제 끝난건가 싶어 눈을 떴다고 합니다.



눈을 뜨자, 자신의 머리맡에는 피칠갑을 한 여자가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여자의 손에는 똑같이 피칠갑을 한 아이가 안겨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그대로 혼절했고, 다음날 선임들에게 엄청나게 욕을 먹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제 봤던 귀신의 이야기를 하니 그 이후로는 3포 쪽으로는 근무 투입을 시키지 않았다고 합니다.

알고 보니 그 이전에도 그런 병사들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귀신을 보는 병사가 있고 아닌 병사가 있다보니 그냥 초소는 유지하고 귀신을 보지 못하는 사람만 투입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그 2기의 무덤은 아이와 엄마의 것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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