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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벚나무 아래에는 - 카지이 모토지로

잡동사니 2023. 4. 8.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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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나무 아래에는 시체가 묻혀있다!
이것은 믿어도 되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벚꽃이 저렇게나 훌륭하게 핀다니 믿을 수 없지 않은가. 나는 저 아름다움을 믿을 수 없기에, 요 이삼일간 불안했다. 하지만 지금, 드디어 깨달을 때가 왔다. 벚나무 아래에는 시체가 묻혀있다. 이것은 믿어도 되는 사실이다.

어째서 내가 매일밤 집에 돌아가는 길, 내 방에 있는 수많은 도구 중, 고르고 골라 조그맣고 얇은 것, 안전 면도기의 면도날 같은 것이, 천리안처럼 머릿 속에 떠오르는가――너는 그걸 알 수 없다고 했지만――그리고 나에게도 역시나 알 수 없는 일이지만――그것도 이것도 역시 같은 일임에 틀림없다.

어떤 나무의 꽃이라도, 이른바 만개한 상태에 달하면, 주변 공기에 일종의 신비한 분위기를 퍼트리게 된다. 그것은 잘 돌던 팽이가 완전한 정지에 이르듯, 또한 훌륭한 음악을 연주하여 어떠한 환각을 동반하듯, 불타오르는 생식의 환각을 불러 일으키는 후광 같은 것이다. 그것은 사람의 마음을 울릴 수 밖에 없는, 신비롭고 생동감 넘치는 아름다움이다.
하지만 어제, 그저께, 내 마음을 몹시 우울하게 만든 것도 그것이었다. 나에게는 그 아름다움이 어쩐지 믿을 수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반대로 불안해지고, 우울해지고, 공허한 기분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드디어 깨달았다.
너, 이 만발하여 화려하게 흐드러진 벚나무 아래에, 하나하나 시체가 묻혀있다고 상상해 보도록 해라. 무엇이 나를 그토록 불안하게 했는지 너도 납득할 수 있겠지.
말과 같은 시체, 개와 고양이 같은 시체, 그리고 사람 같은 시체, 시체는 모두 부패하여 벌레가 꼬이고, 참을 수 없는 냄새를 풍긴다. 그러면서도 수정과 같은 액체를 질질질 흘려댄다. 벚나무의 뿌리는 탐욕스러운 문어처럼, 그것을 끌어안고, 말미잘의 촉수 같은 모근을 끌어모아 그 액체를 빨아들인다.
무엇이 저런 꽃잎을 만들고, 무엇이 저런 꽃술을 만드는지, 나는 모근이 빨아들인 수정 같은 액체가, 조용히 행렬을 지어, 관다발 속을 꿈처럼 올라가는 것이 보이는 듯 하다.


――너는 무얼 그리 괴롭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거야. 아름다운 투시술이잖아. 나는 지금 드디어 눈동자에 의지해 벚꽃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어제, 그저께, 나를 불안하게 만들던 신비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이다.
이삼일전, 나는, 여기 계곡을 따라 내려가, 돌 위를 따라 걷고 있었다.  물보라 속에서는 여기저기서 명주잠자리가 아프로디테처럼 태어나, 계곡의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너도 알다시피, 그들은 거기서 아름다운 결혼을 한다. 한동안 걷자니, 나는 이상한 것과 마주쳤다. 그것은 계곡물이 말라붙은 모래톱에, 작은 물웅덩이가 남아있는, 그 물 속이었다. 뜻밖에 석유를 흘린 것 같은 광채가, 수면에 떠올라 있었다. 너는 그것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것은 수만마리라고 셀 수도 없는, 명주잠자리의 시체였다. 틈 없이 수면을 메우고 있는, 그들의 겹치고 겹친 날개가, 빛을 반사해 기름같은 광채를 흘리고 있었다. 그곳이, 산란을 마친 그들의 무덤이었던 것이다.
나는 그것을 본 순간, 가슴이 쿵쾅거렸다. 무덤을 파헤치며 시체를 탐하는 변태와 같은 잔인한 기쁨을 나는 맛보았다. 이 계곡에는 무엇 하나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이 없다. 꾀꼬리나 박새도, 하얀 햇살을 받아 푸르게 피어오르는 나무의 새싹도, 그저 그것만으로는 흐리멍텅한 심상에 지나지 않는다. 나에게는 비극이 필요하다. 그 평형이 있음으로, 그제야 나의 심상은 명확해져 간다. 나의 마음은 악귀처럼 우울에 목말라 있다. 나의 마음에 우울이 완성될 때에만, 나의 마음은 잦아든다.


――너는 겨드랑이 밑을 닦고 있구나. 식은땀이 나는건가.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무엇도 그것을 불쾌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끈적끈적 말라붙은 정액 같다고 생각해 보렴. 그렇게 우리들의 우울은 완성되는거다.
아아, 벚나무 아래에는 시체가 묻혀있다!
도대체 어디서 떠올라 온 공상인지 전혀 짐작할 수 없는 시체가, 지금은 마치 벚나무와 하나가 되어, 아무리 머리를 흔들어도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
지금이야말로 나는, 저 벚나무 아래에서 술판을 벌이고 있는 마을 사람들과 같은 권리로, 꽃놀이 술을 마실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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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

굳이 설명이 필요없을 위대한 이야기꾼이자, 이름 그대로 영미 대중소설계의 왕이라 칭해도 부족함이 없을 작가입니다.

수많은 명작을 써냈고, 그 중 상당수가 영상화 되어 또다른 전설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국내에도 수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최고 작가 중 한 명이죠.

태어나서 지금까지 메인주에서만 살고 있는 메인주 토박이이기도 하구요.



스티븐 킹의 소설은 대부분 2003년 이후 황금가지가 그의 작품들을 정식으로 소개한 이후부터 국내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도 국내에 소개됐던 스티븐 킹 작품은 당연히 있었죠.

그리고 그 작품 중 상당수는 지금 와서는 구할래야 구할 방법이 없습니다.

해적판으로 출간된 작품도 꽤 있고, 출판사가 망했거나 책이 절판된 경우도 있거든요.



그래서 더는 구할 수 없지만 꼭 다시 출판되었으면 하는 스티븐 킹 작품 5개를 골라보기로 했습니다.

황금가지님 제발 이 책들 좀 다시 내주세요!






1. 쿠조(Cujo)

쿠조는 1981년에 발간된 스티븐 킹의 초기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토끼를 쫓아가던 순한 세인트버나드 멍멍이 쿠조가, 동굴에서 박쥐에게 물린 후 악마 들린 개가 된다는 내용의 소설입니다.

이렇게만 써 놓으면 황당하기 그지 없는 설정 같지만, 스티븐 킹은 이 작품에서 선한 본성을 가지고 있던 개 쿠조가 타락해가는 과정을 소름끼치는 묘사로 나타냅니다.

"내 안에 무언가 악한 것이 느껴져!" 라는 감정을 독자가 공유하게 할 뿐 아니라, 서서히 변해가는 쿠조의 모습을 보며 겁에 질리게 만들죠.

이후 스티븐 킹 작품에서 허구한날 배경이 되는 저주받은 동네, 메인주 캐슬록이 작품의 무대가 됩니다.



사실 이 작품은 설정이 너무 황당하다거나, 구성이 단순하다는 이유로 독자에 따라 평가가 갈리는 편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작품 자체의 속도감과 위압감이 너무나도 강렬할 뿐 아니라, 가장 믿을 수 있는 존재였던 우리집 강아지가 미쳐 날뛰는 모습을 보며 느끼게 되는 공포는 정말 어마어마한 수준입니다.




쿠조의 경우 지난 1992년, 두 출판사를 통해 국내에 소개된 바 있습니다.

밝은세상에서 '쿠조'라는 제목으로, 홍원출판사에서 '공중그네'라는 제목으로 발간된 바 있죠.

개중 홍원출판사 쪽은 확실한 해적판으로, 심지어 스티븐 킹을 프랑스 출신 작가로 소개하는 무리수까지 저질렀습니다.




1983년에는 루이스 티그 감독, 디 월리스 주연으로 영화화되기도 했습니다.

사실 사람보다는 주연 견공의 연기가 더 출중하다고 칭찬이 자자하더군요 -.-;






2. 토미노커(The Tommyknockers)

1987년작인 토미노커는, 스티븐 킹의 장편 소설 중 드물게 SF 장르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우연히 땅에서 발견한 우주선 조각을 파내는 것을 시작으로, 점차 그 우주선의 힘 때문에 개판이 되어가는 마을 이야기를 다루고 있죠.

스티븐 킹의 말에 따르면 러브크래프트의 '우주에서 온 색채'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하네요.

이 작가양반은 자기가 사는 동네에 원한이라도 있는지, 이 작품 역시 메인주 헤이븐이라는 가상의 마을을 기반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스티븐 킹이 코카인 중독 때문에 힘들어하던 시기 쓴 작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 본인은 "끔찍한 소설" 이라고 평가하기도 했고, 자신이 뭘 썼는지 기억도 잘 안 난다고 언급하기도 했죠.

더불어 무력한 주인공들과 질질 끄는 서술 등의 이유로 팬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지만...

우주선의 힘 때문에 일어나는 온갖 이상한 일들과, 마굴로 변해가는 헤이븐의 모습은 충분히 소름끼칩니다.

보기 힘든 스티븐 킹의 SF 소설이라는 가치도 있구요.




토미노커는 1994년, 교원문고를 통해 총 3권짜리 책으로 국내에 출간되었었습니다.

지금 와서는 절판되서 구하기 힘든 상황이지만요.





더불어 1993년, TV 미니시리즈로 영상화가 됐었는데...

이 쪽은 영 좋지 못한 평가만 있네요.



추억의 영화들을 비평하는 것으로 유명한 비평가 Nostalgia Critic이 해당 영화를 다루기도 했습니다.

국내에는 비디오로 출시되기도 했습니다.






3. 캐슬록의 비밀(Needful Things)

원제는 니드풀 씽즈, 필요한 것들 정도인데, 국내 출간명은 캐슬록의 비밀이 됐습니다.

1991년 작품으로, '쿠조'의 배경이었던 메인주 캐슬록이 또 나옵니다.

'The last Castle Rock story'라는 부제를 달고 나왔듯, 스티븐 킹의 장편작품 중에서는 마지막으로 캐슬록이 등장한 소설이기도 하구요.



어느날 갑자기 캐슬록에 새로 생긴 가게, 니드풀 씽즈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입니다.

별 관심 없이 쓱 둘러보던 마을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필요하고 원하는 물건을 니드풀 씽즈에서 발견하게 됩니다.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가게.

하지만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합니다.

마지막 캐슬록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나왔듯, 욕망에 가득찬 주민들이 빚어낸 참상이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소설입니다.




국내에는 이미 언급했듯 캐슬록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1992년 대성출판사에서 총 3권이 출간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분량이 삭제된 편집본일 뿐 아니라, 해적판으로 출간됐던터라 지금 와서는 도서관을 뒤져야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죠.




1993년 프레이저 클락 헤스톤 감독, 막스 본 시도우, 에드 해리스 주연으로 영화화되기도 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했다고 하니 영화로 접해보시는 것도 괜찮겠네요.






4. 미스터리 환상특급(Four past Midnight)

1990년 출간된 미스터리 환상특급은, 4가지 중편 소설이 2권의 책으로 나뉘어 발간된 작품입니다.

스티븐 킹은 1982년 이미 '사계'라는 제목으로 같은 시도를 했었던 바 있었죠.

작가의 말에 따르면, '사계'에는 공포 장르 이외의 작품을 담으려 했고, 환상특급 쪽에는 공포와 초자연적인 장르에 중점을 뒀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말에 걸맞게, 환상특급 수록작들은 충분히 공포스럽습니다!



첫번째 작품, '소설을 훔친 남자(Secret Window, Secret Garden)'는 한 작가의 파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내가 바람을 피워 이혼해 안 그래도 우울한데, 거기 누가 자기 작품을 표절했다고 찾아온다면?

점차 무너져가는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특히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두번째 작품 '멈춰버린 시간(The Langoliers)'은 비행기 안에서 자고 일어났더니 다른 승객들은 다 사라지고 고작 11명 남은 말도 안되는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비행기는 메인주 벵고어 국제공항에 착륙합니다.

어째서 11명만이 남게 된 것인지, 그들이 맞이하게 되는 것은 무엇인지...

이어지는 의문들이 풀려나가면서 더욱 흥미진진해지는 독특한 작품입니다.

시간이라는 소재를 아주 잘 활용했을 뿐더러, 스티븐 킹의 스타일이 잘 드러난 재미있는 소설이죠.



세번째 작품인 '사라진 도서관(The Library Policeman)'은 도서관에서 연체하는 사람들이 대경실색할 이야기입니다.

책을 반납하지 않으면 도서관 경찰이 찾아와 경을 친다니!

게다가 알고보니 그 도서관이 실재하지 않는 곳이라면...?

탁월한 심리묘사와 독특한 설정이 어우러진 오싹한 작품입니다.



네번째 작품 '환상카메라 660(The Sun Dog)'은, 지금은 한물 간 폴라로이드 카메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사진 속에 있는 개가 점점 다가오는 기묘한 카메라...

사진 속의 개가 점점 다가올 뿐인데, 그 공포감은 어마어마하죠.

위에 언급한 쿠조와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스티븐 킹 작품에 나오는 개는 대개 귀신보다 더 무서운 듯 합니다.




국내에는 고려원이 1993년 1, 2권을 정식으로 발매했습니다.

하지만 고려원 회사 자체가 망한 지금 와서는 구할래야 구할 방도가 없군요.





이 네 작품 중, 1권에 수록된 '소설을 훔친 남자'와 '멈춰버린 시간'은 각각 영화화 되었습니다.

'소설을 훔친 남자'는 조니 뎁이 주연을 맡아 시크릿 윈도우라는 제목으로 영화가 만들어졌고, 국내에서도 개봉했습니다.



'멈춰버린 시간' 역시 1995년 영화로 만들어진 바 있습니다.

이 작품 역시 Nostalgia Critic이 리뷰하기도 했죠.






5. 드림캐처(Dreamcatcher)

이 리스트에 포함된 작품 중 유일하게 21세기에 나온 작품입니다.

2001년작인 드림캐처의 제목은 악몽을 잡아준다는 인디언 풍습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자폐아를 구해준 후 신비한 능력을 받게 된 네 친구와, 그들이 떠난 여행에서 만나게 된 괴물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있죠.

감염이라는 소재를 기반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진행되는 이야기가 매력적인 소설입니다.

4권이라는 분량이 꽤 긴 편이지만, 접해볼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드림캐처는 2001년 창해출판사를 통해 국내에 출간되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절판되었습니다.

지금은 시중에서 구할 수가 없는 상태입니다.





이 작품 역시 2003년 영화화되었는데, 4권짜리 소설을 다 담아내지 못해 결말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모건 프리먼이라는 명배우가 출연하지만, 영화 자체가 그리 좋은 평은 받지 못했고 흥행에도 실패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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