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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커넥트, 2020

호러 영화 짧평 2021. 1. 24.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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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시대가 도래한 이후, 영화관을 찾는 것도 참 쉽지 않은 일이 됐습니다.

 

호러 영화 감상이 취미인 저도 작년 5월 호텔 레이크를 관람한 이후 반년 넘게 영화관에 발도 들여놓질 않았었네요.

 

정말 오랜만에 영화관을 찾아서 본 게 바로 이 영화인데...

 

봐도 하필 이런 걸 골라서...

 

 

 

 

이 작품은 원래 2017년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단편 호러 영화, 래리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단편 작품을 감독했던 제이콥 체이스가 그대로 장편 영화의 감독 또한 맡았죠.

 

단편이 가지고 있던 독특한 매력을 장편으로 잘 살릴 수 있을지 궁금했는데, 아무래도 역량 이상의 임무였던 모양입니다.

 

사실상 영화는 단편에서 이미 다룬 소재들을 우리고 우리고 또 우리는 사골국물 같은 작품이 나와버렸습니다.

 

 

 

 

단편 영화 래리가 가지고 있던 매력은,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스마트 기기를 자유자재로 옮겨다니고, 거기서 튀어나오는 존재에 대한 공포에서 기인합니다.

 

스마트폰 안에 살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스마트폰 카메라에는 포착되는 존재.

 

그야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호러 요소라고 할 수 있을테니까요.

 

그리고 딱 여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단편 영화에서는 충분히 멋진 연출이 가능했던 거고요.

 

하지만 장편으로 이야기를 늘리는 과정에서, 주제의식이 확고하게 정해지지 못한 듯한 느낌이 강합니다.

 

그 때문에 이야기는 여기저기로 표류하다 끝내는 엔딩 시점에서 말도 안되는 결론을 내리고 말았어요.

 

 

 

 

언프렌디드 : 친구 삭제나 사탄의 인형 리부트에서 드러나듯, 호러 영화는 이제 새로운 시대의 기술들을 활용하는 단계에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단순히 아이디어 몇개만을 늘어놓고 별로 신선하지 못한 점프 스케어만으로 재주를 부리는 수준에 그치고 말았네요.

 

충분히 좋은 원작, 충분히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도 이 정도 수준에 머물렀다는 건 참 아쉬운 일입니다.

 

청소년 대상으로 만든 영화라는 느낌이 강한데, 솔직히 청소년이 보더라도 그리 재미는 없을 것 같네요.

 

 

 

간만에 영화관에서 본 호러 영화가 이 모양이라서 상심이 큽니다.

 

북미 흥행이 영 좋지 못하던데, 아무리 호러 업계가 저예산으로 적당히 만들어서 흥행 대박을 노리는 곳이라도 기준 이하의 작품은 날로 먹지 못한다는 걸 보여준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제 점수는 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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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영화 짧평 2018. 1. 25.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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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게 뭔지 정말...

1편도 모자란 부분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합격점 이상의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2편은 완전히 말아먹었네요.

1편이 스너프 필름의 느낌이라도 전달했다면, 2편은 그냥 아무 것도 못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일단 기본 스토리 구성부터가 전작을 못 따라갑니다.

전작이 비밀을 파헤치는 쪽이었다면 이번 건 참사를 막는 쪽이죠.

호러 영화에서 어느 쪽이 더 오싹할지는 다들 아실 겁니다.

전작만큼의 스토리 구성이 안 나오니까 양보다 질이라고 스너프 필름 비중을 왕창 늘렸습니다.

근데 그게 전작처럼 리얼하고 오싹한 느낌이 안 들어서 그냥 그저 그래요...





에단 호크가 전편에서 사망하며 하차한 탓에, 전편의 조력자였던 제임스 랜슨이 주연으로 등장합니다.

호감 가는 캐릭터로 1편에 이어 노력했고, 좋은 모습 보여줬습니다.

1편에서는 경찰이었는데, 2편에서는 때려치우고 부굴의 저주를 막으려 동분서주하는 역할입니다.

대단히 소시민적인 호러 히어로인데, 그래서 더 응원해주고 싶어지는 게 있어요.

배우한테는 박수를 보내주고 싶네요.


더불어서 1편에서 제목 멋대로 번역한 죄값을 이번에 톡톡히 치뤘습니다.

원래 1편에서 에단 호크가 작가로 나오는 탓에 살인소설이라는 제목을 갖다붙인건데, 이번 작품에는 소설이라고는 코빼기도 안 나오거든요.

원제가 Sinister, 사악한 내지는 불길한이라는 뜻인데 이걸 이런 식으로 바꿔버렸으니 원.




1편에서도 하는 거 하나도 없이 아바타 놀이나 하던 부굴은 더욱 찌질해져서 돌아왔습니다.

악신에게서 느껴져야 할 위압감과 공포는 온데간데 없고, 찌질하게 뒤에 숨어서 겁이나 주다가 사라지는 삼류 악당으로 나와버리는 게 이 영화 최대의 문제입니다.

아이들의 영혼을 빼앗는 악신이라더니 하...

애들이나 겁주다가 마지막에서나 좀 있는 척 하는 동네 양아치 같은 모습이 정말 꼴뵈기 싫었습니다.

너 하나도 안 무서워 임마.




이 영화 시리즈가 꾸준히 사람을 짜증나게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면, 소재 자체는 진짜 괜찮다는 겁니다.

근데 1편에서는 그나마 진짜 스너프 필름 느낌이라도 나던 살인영화가, 2편 들어서는 그냥 아무거나 갖다붙이고 대놓고 보여주는 형태가 되어버렸어요.

아무리 호러 장르가 저가에 찍어서 남겨먹는 작품성 모자란 B급이라지만, 이런 식으로 대충 만들어서는 안됩니다.

3편은 아마 영원히 못 나올 거 같네요.


제 점수는 4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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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발 - 피의 만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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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광신과 카니발리즘, 그리고 가스라이팅.

무겁고 독특한 소재를 다뤘는데, 나름대로 깔끔하게 잘 뽑아낸 영화입니다.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서 자행되는 폭력의 대물림과, 강제로 이루어지는 세뇌를 직접적으로 보여줍니다.


수입판 제목에서 나타나 있듯, 식인에 대한 내용이 핵심적으로 다루어집니다.

과거 미국 개척시대, 극한의 상황에서 식인을 시작한 가문이 그 전통을 대물림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설정을 기반으로 삼고 있죠.

사실 이런 자연에 의한 극단적 상황, 근본주의 기독교 느낌이 풍기는 남부 백인을 다룬 작품들은 우리나라 정서에서는 100% 이해가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 미국 정서를 감안하고 본다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네요.





영화 내내 짓누르는 듯한 압박감으로 가득 찬 영화입니다.

희생절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살인과 식인의 행사는 이미 몇대 전부터 지속된 것으로 묘사됩니다.

그 오랜 세월, 모든 가족 구성원이 동의한 것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해보면, 이 체제가 유지되는데 얼마나 큰 폭력과 억압이 있었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가부장적 체제 위에 만들어진 단 하나의 선택지.

여기에 동의하면 그 체제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잡아먹혔겠죠.


부모는 이미 지속된 식인으로 인한 쿠루병에 걸려 제대로 된 판단조차 내리지 못하는 와중.

자녀들은 그런 부모 아래, 강제로 식인과 살인에 동참하고 가족의 일원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강요된 체제를 거부하는 순간, 칼끝은 방향을 바꿔 돌아설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 영화가 더욱 오싹해지는거죠.





특히 인상적인 부분이라면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위한 통과 의례 부분입니다.

이 부분의 충격은 직접 보시는 게 더 인상적일테니 말을 아끼는 게 좋을 거 같네요.

영화 내내 울려퍼지는 노래, It Was Me That Made Her Bad 도 그런 충격을 설명하는 연장선에 있는 거겠죠.


대단히 매력적인 소재를 다룬 작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스토리의 얼개적인 측면에서 왜 이런 선택이 나왔는지 의아해지는 부분들이 분명 있거든요.

분위기를 위해서 서사를 희생한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명확한 설명을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꽤 답답한 영화가 될 수 있을 겁니다.





폐쇄적인 사회와 광신의 조합은 늘 매력적입니다.

더불어 이 작품의 엔딩 또한 꽤 의미심장하고요.

조금 더 어두운 분위기로 끝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남기는 하지만요.

괴물을 미워하다 그 스스로 똑같은 괴물이 되는 이야기는 우울하면서도 마음을 사로잡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결말부만 생각하면 영화의 원제, We Are What We Are 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올 겁니다.


제 점수는 7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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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You're Going To San Francisco

이상한 옴니버스 창작단편 2017. 11. 2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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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이야기는 창작이므로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모든 것들은 사실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 본 이야기는 출처 미 언급 및 상업적 용도 사용을 제외하곤 자유로운 사용과 재생산을 장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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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You're Going To San Francisco



근신하라 깨어라 너희 대적 마귀가 우는 사자 같이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나니




지난밤이었다. 잠옷 바람을 한 우리 막내 딸아이가 서재(나 홀로 그렇게 부르는 골방)로 종종 달려와 그림책 한 권을 쑥 내밀곤 물었다. 그 그림책은 '헨젤과 그레텔'이었는데 아마 제 엄마가 월마트에서 사줬나 보다.



"아빠, 마녀가 진짜 있는 거야?"


"..뭐라고 했니?"


"마녀. 이렇게 코가 기-다랗고 손톱이 뾰족해."



딸아이가 펼친 페이지에는 흉측한 형상의 마녀 삽화가 그려져 있었다.



"너 그것도 몰랐냐? 우리 앞집에 혼자 사는 할머니가 마녀야. 그 할멈, 지난번 니 뒷다리 보면서 군침 좀 흘리더라. 넌 이제 다 살았다!"



어느새 따라왔는지 초등학교 저학년 아들놈이 딸아이에게 이죽거렸다.



"저리 가!"



딸아이가 아들놈 쪽을 향해 팔을 허공으로 휘두르며 외쳤다.



"자, 그만. 너희 둘 그렇게 자꾸 싸우고 그러면.. 진짜 마녀가 나타나서 잡아간다!"



내가 딸아이를 번쩍 들어 올려 사방으로 흔들어대자 딸아이는 숨넘어가는 웃음소리를 연신 내뱉었다. 한편, 아들놈은 그저 멀뚱히 서서 입꼬리만 씰룩이고 있었다. 고개도 같이 삐딱하게 돌려 젖히고는 말이다. 도대체 저런 표정과 제스쳐를 아이들은 어디서 배우는 걸까?



"아빠, 세상에 마녀가 어딨어요."



아들놈이 내게 점잖이 핀잔을 주었다. 맙소사, 마치 세상 다 살아본 사내의 눈빛이로군.



"얘야, 마녀는 진짜 있을지도 모른단다. 생각보다 가까이에 말이지. 그러니까 어서 양치하고 엄마한테 굿나잇 인사하렴. 마녀는 잠들어있는 아이에겐 관심이 없거든."


"하지만 아빠, 정말 마녀가 있다면 이미 유튜브에 올라왔을걸요?"



도대체가, 인터넷이 애들한테 도움되는 꼴을 못 봤다니까.



"그래? 덕분에 새로운 걸 알게 됐구나. 마녀는 카메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가 보다. 자, 어서 양치하러 가렴."



나는 두 아이를 돌려보내곤 다시금 모니터 속 문서창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중얼거렸다.



"얘들아, 마녀는 존재한단다. 적어도 샌프란시스코에는 말이지."



 



그렇다. 마녀는 존재한다. 어딘가에그래, 마녀는 존재한다. 생각보다 가까이에. 그리고 생각보다 젊고 평범한 모습으로. 어쩌면 당신도 살면서 한 번쯤 마주쳤을지 모른다.


이건 오래된 이야기이다. 1991년 당시의 이야기이니까. 만약 딸아이가 마녀 이야기를 꺼내지만 않았다면 더 오래오래 잊고 지냈을 거다. 그러고 싶었고 말이다. 오래도록 잊고 살았던 모든 사람과의 관계 중에서 형제자매의 전 애인 만큼 잊고 사는 관계가 또 있을까? 이건 오래된 이야기인 동시에 내 누이의 전 남친이었던 새미토퍼 체이스의 이야기이다.


먼저 새미에 대해 좀 말해보겠다. 엄밀히 말해 새미는 썩 어울리고 싶은 부류의 남자는 아니었다. 술, 담배, 메리앤제인이나 약어로 된 알약은 물론이고 심지어 농지거리 하나 제대로 할 줄 모르는 남자였으니까. 그는 살면서 군것질 서리 한 번 안 해봤을 텐데, 이 모든 건 아마 그의 엄마가 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일 거다. '새미, 아가. 도둑질은 나쁜 거란다. 술, 담배도 하지 마렴. 쟤들이랑 놀지 말고. 엄마 말 듣지 않으면 제대로 된 어른이 될 수 없단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새미는 그런 남자였다. 너무도 착실해서 감히 놀릴 마음조차 들지 않는. 그런데도 여자들은 그를 썩 좋아하곤 했다. '그는 샌님이라서가 아니라 삶에 진지한 거야.'라나? 세상에 마상에, 가끔 보면 정말 여자들은 이해하기가 힘들다니까.


어쨌건,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이야기 자체는 제법 짧다.


그, 그러니까 새미가 내 누이와 진지한 만남을(오, 아무렴. 새미인데) 이어가고 있었을 무렵이었다. 새미는 한 음악 회사의 아티스트 매니저 겸 일종의 음악 프로듀서였다. 그즈음 새미는 평소 동경하던 음악 장르에 완전히 몰두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완전히. 새미가 빠져있던 건 바로 '고대 이집트 음악'이었다. 아마 고대 이집트 음악이 상업적으로도 충분히 유용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보다 정확히는 그저 그 장르에 꽂혀버린 것일 테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도 이 고대 이집트 음악은 철저하게 비주류였다. 하여, 새미는 해당 분야에 조예가 있는 사람을 찾아 백방으로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백방으로.


그 과정에서 새미는 한 여인과 접촉하게 된다. 여인 쪽에서 먼저 어떻게 알고서 연락을 취해왔는데 분명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보고 연락해온 건 아닐 거다. 그녀는 자신을 고대 이집트 음악 전문가로 소개했다. 곧 저녁 식사 약속을 잡은 새미는 그녀가 거주하는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그녀는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티셔츠와 재킷, 진 차림에다 아무리 봐도 대학생 정도로만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던 것이다. 그곳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는 동안 둘은 고대 이집트 음악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는데 여기서 그녀는 시종 심도 있는 고견을 내놓았다. 그녀의 고대 이집트 음악에 대한 조예는 새미 이상이었고 이에 새미는 그녀와 진부한 표현 따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여기서 새미는 그녀에게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물었는데(아주 조심스럽게), 시종 엷은 미소를 머금고 있던 그녀는 그 질문에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선언하듯 대답했다.



"제 직업은 마녀랍니다, 체이스 씨."



직업이 마녀라.. 정말이지, 세무서 직원이 좋아할 만한 대답 아닌가? 허나 새미는 새미인지라 그러한 대답에도 이의를 제기하거나 조소를 보내지 않았다. '마녀'를 단어 그대로의 마녀가 아닌 일종의 삶의 방식으로 해석한 것 반, 그리고 상대의 말에 섣불리 비아냥으로 화답하는 건 그의 인생 철학에 위배된다는 게 반이라서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새미는 그녀에게 조소를 보냈어야 했다. 그건, 일종의 테스트였으니까.


패밀리 레스토랑을 나선 직후 그녀는 대놓고 새미에게 끈적한 시선을 보내왔다. 문지방에서 몇 발자국이나 떨어졌을까. 그녀가 새미의 팔짱을 부드럽게 끼고선 말했다.



"체이스 씨, 저희 집에서 한잔하면서 더 이야기해요."



이럴 경우 새미는 상당히 단호한 편이다. 새미는 즉시 팔짱을 푸르곤 여자친구가 있어서 그럴 수 없겠노라고 대응했다. 그때였다. 시종 어른스럽고 고고한 태도로 일관했던 그녀가 갑자기 인도 한복판에서 새미를 윽박지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렇게 핏대 서린 얼굴로 새미를 힐난했다. 자신의 정체를 밝혔음에도 계속해서 호의를 보내와 놓곤 갑자기 자기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새미는 어떻게든 그녀를 진정시키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인생에서 대부분의 노력은 무위로 돌아가곤 하는 법이다. 그녀는 끝내 화를 풀지 않고서 뒤돌아 가버렸다. 마지막으로 새미에게 거칠게 한 마디 쏘아붙이고는.



"새미토퍼 체이스, 넌 나를 모욕했어. 망신을 주었다고. 두고 봐. 네게 저주를 내릴 테다!"



아무리 매사에 진지한 새미일지라도 그녀의 '저주'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았다. 그저 그녀가 그 순간 민망함에 화가 났던 것이라고만 여겼다. 처음 며칠간은 말이다. 며칠 후, 새미의 꿈에 나타난 탁한 쇳소리가 말했다.



"사악한 눈의 딸이 너를 찾아갈 거야. 어린 그녀, 지금의 그녀, 그리고 미래의 그녀가."



그 주부터였다. 체이스의 꿈에 웬 흐릿하고 검은 형체가 나타난 게. 꿈임에도 그 형체로부터 설명 못 할 두려움을 느낀 새미는 매번 집을 뛰쳐나오곤 했다. 허나 소용없는 짓이었다. 코너를 도는 순간 어째서인지 다시 집 안으로 돌아와 있었고 몇 번이나 도망치다가 절규하며 꿈에서 깨어나기 일쑤였다.


그리고 마침내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 형체가 드러낸 모습은 소녀였다. 소녀는 손에 쥔 칼을 앙칼지게도 흔들어대며 새미를 노려봤다. 소녀는 단지 멀찍이서 칼을 흔들어댈 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새미에겐 충분한 고통이었다. 며칠간 새미를 괴롭히던 형체는 이번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바로, 그녀 자신의 모습으로.


또 며칠간 시달리는 날이 이어지고 이번엔 중년의 여인으로 나타난 형체가 새미의 손톱들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하나하나 순차적으로 꼼꼼하게 빼먹지 않고서. 물론, 잠에서 깬 새미의 손톱들은 모두 멀쩡했다. 다만 환장하겠는 건 꿈속에서 하나하나 뜯어먹힐 때마다 절로 비명을 자아냈던 그 아픔들이 꿈을 깬 후에도 그대로였다는 것이다. 온전히 붙어있는 손톱들, 그 자리로 계속해서 욱신거리는 고통들. 더 무서운 거? 매번 꿈에서 손톱들을 모두 뜯어먹은 여인이 눈을 까뒤집은 채 새미의 가슴팍을 더듬으며 말한다는 거다.





"심장이 어느 쪽이지? 이쪽이지? 아닌가? 괜찮아, 두 군데 다 파보면 되니까."



여기까지가, 나와 누이가 새미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이다. 어찌나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지 새미는 눈에 띄게 빠진 머리와 깊은 골짜기로 박힌 눈, 내 누이만큼 가늘어진 손목을 한 채 하소연했다. 이따금 입술 가장자리로 끈적한 침을 새어가며.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딱히 도울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는 대학에서도 배운 적이 없으니까.


며칠 후, 누이는 새미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며 지역 경찰에 신고했다. 왜냐하면 그가 누이의 전화에다 평소 같지 않은 음성을 남긴 이래 연락이 되지 않았거든.



"이제 나는 이대로 죽을지도 몰라. 너무나 두려워. 그래도! 그래도! 절대로 그 개년이 날 이기게 두지는 않을 거야!"



꽤나 오래전 일인지라 새미가 정확히 개년이라고 했는지는(맞는다면 아마 태어나서 처음 한 욕일 거다) 모르겠다만 어쨌든 충분히 흥분하고 있던 건 확실했다. 한편 새미네 집을 찾아간 경관은 소득 없이 돌아가야만 했다. 아무리 현관문을 두드리고 불러도 응답이 없었던 것이다. 결국, 그다음 날 나와 누이는 직접 새미네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우리는 그 지역 경관 둘과 함께 새미네 집을 찾아갔다. 집은 전날과 달리 현관문이 열려있었다. 경관은 우리에게 문밖에 있을 것을 지시한 뒤 권총을 꺼내 들고선 거실부터 뒤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 조바심을 이기지 못한 누이가 집 안으로 뛰어들어가 새미의 이름을 외쳤다. 나는 그런 누이를 말리려고 뛰어들어갔다가 깨달았다. 현관문에서부터 집 사방으로 소금이 흩뿌려져 있다는 걸. 또, 욕실 문이 잠긴 채로 닫혀있다는 걸.



"경관님! 여기 욕실 문이 잠겨 있어요! 와보세요!"


"새미! 새미, 거기 있어?"


"물러나세요. 체이스 씨, 안에 계십니까? 체이스 씨, 계시면 대답하세요."



아무런 대답도 인기척도 없자 경관 둘은 서로를 바라볼 뿐이었다. 바로 그때. 거실에 비치된 싸구려 2단짜리 장식장에서 얼굴만 한 크기의 파라오 석상을 가져온 누이가 그걸로 욕실 문손잡이를 냅다 후려갈기기 시작했고

나와 경관 둘이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손잡이가 맥없이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욕실에서 나는 평생 못 잊을 장면을 보게 된다. 아마, 나 외에 셋도 마찬가지리라.


욕탕 안에는 새미가 누워있었다. 새미는 잠옷 차림으로 빈 욕탕 안에 누워있었고 머리카락은 두피가 온전히 드러날 정도로 다 빠져 있었다. 새미는 참으로 얌전하게도 가지런히 누워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그 옛날의 파라오상 같았다.


우리 넷은 모두 그 자리에 얼어붙어 버렸다. 새미의 몸은 마치 방금 샤워를 끝낸 양 깨끗해 마지않았지만 부릅뜬 두 눈엔 눈물마냥 죽음이 그렁하게 걸려있었다. 허나 우리는 놀랄 정신도 슬퍼할 정신도 없었다. 파라오상과 같은 모습으로 욕탕에 안장된 새미, 집 안과 마찬가지로 온 사방에 흩뿌려져 있는 소금, 욕탕 주변으로 마치 바리케이드마냥 펼쳐진 양초떼, 그 안으로 조심스레 정렬된 가지각색의 십자가상들, 그리고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오컬트 관련 서적(펼쳐진 페이지는 모두 '저주'에 관한 것들이었다)들. 이와 같은 기괴한 하모니가 전달하는 이질적 공포감에 꼼짝없이 전염되어버린 것이다. 궁극적인 공포 앞에선 그 무엇도 자유로울 수가 없는 법이다.


그렇게 우리 모두는 마치 묵시록적인 예술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광경 앞에서 잠시간 꼼짝을 못하고 있었다. 그래, 묵시록적 예술작품. 한낮의 인간세계로 재림한 사탄과 종말, 바로 그걸 캔버스 소재로 한. 한편 사방으로 보이는 소금, 양초떼, 십자가상들, 오컬트 관련 서적들이 인간 새미가 마지막까지 얼마나 처절하게 대항했는가를 짐작게 했다.


그러나.. 새미는 패배했다. 정확히 무엇과 그리 사투를 벌였는지 감히 짐작이야 못하겠지만 그래도 우리 모두는 그 결과를 짐작할 수 있었다. 새미는 떠났다는 걸. 보름 후, 나와 누이는 신문을 통해 새미의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지난달, 마녀로부터 표적이 되었다며 두려워하던 남자가 자신의 자택 욕실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


그의 여자친구에 의하면 남자의 이름은 사무엘 체이스(35)로, 자신을 마녀라고 밝힌 신원 미상의 한 여성으로부터 애정 표시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저주의 대상이 되었다고 한다.


지난 4월 18일, 체이스 씨의 여자친구로부터 신고를 받은 경찰은 노스 킹 카운티 북부 152번가 1300 블록에 위치한 아파트에서 그의 시신을 발견했다. 킹 카운티 경찰에 의하면 당시 현장에선 범죄, 폭력, 강도와 관련한 그 어떤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또 조사 결과 현장 주변으로 소금, 양초, 십자가상이 발견되었다.


한편, 킹 카운티 검시관 리치 가너는 체이스 씨의 몸에서 그 어떠한 외상도 발견되지 않았으며 사인에 대해선 급성 심근염이라 결론 내렸다.


- 1991년 5월 4일 자 <시애틀 타임즈>



새미의 사인은 급성 심근염이었다. 하나 말해주자면 말했듯 새미는 생전 술, 담배, 약 따위는 일절 하지 않았다. 매일같이 비타민을 챙겨 먹었고 가족친지 중 심장 병력이 있는 사람도 없었다. 물론 본인 역시 생전 심장과 관련한 질환을 앓은 적도 없었다.


그러니까 이런 거다. 새미는 사방으로 바리케이드를 치고선 욕탕 안에 들어가 농성을 벌이고 있었고 무언가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잠긴 욕실로 침입한 것이다.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서 말이다. 아마, 흔적이란 게 남을 수 없었던 존재였겠지. 그리고 그 무언가로 인해 새미의 심장이 갑작스레 멈추고 말았다. 그 무언가를 보고 너무도 놀라서인지, 아니면 그 무언가가 직접적으로 심장을 멈추게 했는지는 모르겠다만.



"자기, 안 잘 거야? 뭐 한다고 그렇게 오래 있어?"


"아.. 여보. 애들은 다 잠들었어?"


"진즉에."


"마무리하고 금방 갈게."


"그래, 하고 와."



나는, 내 어깨에 다정하게 손을 한번 짚고는 뒤돌아 나가는 아내에게 나도 모르게 물었다.



"여보?"


"응?"


"..혹시, 살면서 마녀 본 적 있어?"



아내는 난데없는 질문에도 일말의 당황한 표정 없이 엷은 미소를 머금고는 곧 대답했다.



"자기, 내가 바로 그 마녀야."



오히려 내가 잠시간 당황한 표정을 지어 보이자 아내는 머리를 푸는 동시에 장난스레 엉덩이를 양옆으로 흔들며

한껏 꾸며낸 목소리로 말했다.



"잊었어, 자기? 내가 밤마다 못된 마녀가 된다는 걸?"



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그대로 내보이고는 예전 내가 청혼했을 때 지었던 그 미소를 띤 여인네에게 금방 가겠노라고 조아렸다. 그렇게 엉덩이를 과장스레 씰룩대며 돌아나가는 그녀를 끝까지 지켜본 뒤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뱉고선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근신하라, 깨어라. 너희 대적 마귀가 우는 사자 같이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나니...."







-fin-




















후기


해당 이야기는 실제 사건을 모델로 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야기 속 <시애틀 타임즈>는 있는 그대로 옮긴 것이라 보면 된다.


실제 모델인 크리스토퍼 케이스는 공포에 잠식된 나날을 보낸 끝에 숨이 멎고야 말았다. 보다 정확히는, 스스로 숨을 멈추고 말았다.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을 저마다 품에 안고 사는 것이다. 사실 그 점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일는지 모른다.






http://blog.naver.com/medeiason/22115143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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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데스데이, 2017

호러 영화 짧평 2017. 11. 9.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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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공포영화가 아니다" 라는 카피를 대놓고 들고 나왔고, 정말 정직하게 그 말이 맞았습니다!

슬래셔 장르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슬래셔의 요소를 빌려온 호러 코미디 영화라고 정의하는 게 옳을 거 같네요.

아마 슬래셔 영화나 호러 영화에 약하신 분들이라도, 이 작품은 그리 어렵지 않게 감상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잔인한 장면도 딱히 나오질 않고, 점프 스케어도 별로 없을 뿐더러 귀신이 나오는 것도 아니니까요.


영화는 예고편에서부터 밝히듯, 타임루프를 기반으로 한 작품입니다.

주인공은 매일 생일날을 반복하며 똑같은 하루 속, 베이비 페이스 가면을 쓴 살인범에게 죽게 됩니다.

과연 살인범의 정체는 무엇인지, 죽음을 피하고 무사히 다음날을 맞는 게 목표가 되는거죠.

전체적으로 긴장감을 적절히 가져가면서도 유쾌한 편이라, 보는 내내 시간이 훅 지나갑니다.

킬링 타임용으로 아주 제격인 셈이죠.





다만 그렇다고 다 좋은 영화는 또 아닙니다.

살인범이 쓰고 나오는 베이비 페이스 가면 자체는 나름대로 친근함과 섬찟함 그 어딘가를 잡아내긴 했는데, 정작 진범과 살해동기가 납득하기 미묘합니다.

물론 사람이 사람 미워하는데 뭐 그리 대단한 이유가 필요하겠습니까만, 그래도 타임루프까지 하면서 사람을 죽여대는데는 좀 그럴듯한 동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거기다 사용한 트릭과 타임루프의 원인까지 죄다 빈틈 투성이입니다.

생일은 물론 누구에게나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특별한 날입니다만, 타임루프의 당위성까지 마련해주는 날은 아니잖아요.

영화 보는 도중에는 대충 넘어갈지도 모르지만,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면 논리적으로 돌아가는 부분은 딱히 건질 수가 없습니다.





주인공 트리 역을 맡은 제시카 로테는 그야말로 극을 하드캐리했습니다.

유쾌하고 똘끼 있는 주인공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낼 뿐 아니라, 예쁜 장면에서는 예쁘고 망가지는 장면에서는 망가져주더라고요.

영화 나머지 등장인물이 다 별로였지만, 주인공 하나만큼은 확실히 매력적인 캐릭터라서 좋았습니다.

이런 류 코미디 작품이 그렇듯, 멘탈이 정말정말 단단합니다!





정리해보자면 아쉬운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가벼운 킬링 타임으로 나쁘지 않은 영화입니다.

타임루프물의 고전 사랑의 블랙홀 포맷에, 슬래셔 요소를 적절히 잘 끌어온 게 잘 먹힌 거 같아요.

저예산 영화인데, 미국 흥행이 대박이 나면서 이미 속편 제작이 확정났다고 하네요.

제작비가 5백만 달러도 안 들었는데 미국 흥행만 5천만 달러를 넘겨서 10배 장사에 성공했습니다.

여세를 몰아 다음편에서는 좀 더 납득할만한 핍진성을 보여준다면, 더욱 매력적인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제 점수는 6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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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벨: 인형의 주인, 2017

호러 영화 짧평 2017. 8. 1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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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개봉했던 영화 "애나벨" 은 제임스 완이 제작한 영화 중 가장 평이 저조한 작품에 속할 겁니다.


물론 재정적으로는 40배를 남겨먹는 희대의 대박이었지만요.


아무튼간에 컨저링 1, 2가 성공을 거두며 아예 컨저링 유니버스를 구축할 생각을 먹은 제임스 완 입장에서는, 애나벨의 실패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을 겁니다.


기왕 흥행도 대박을 쳤겠다, 프리퀄을 제대로 만들어서 시리즈의 유일한 오점을 덮어보고 싶었겠죠.


그래서 나오게 된 것이 바로 이번 영화, 애나벨: 인형의 주인입니다.


애나벨이 컨저링의 프리퀄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이 영화는 프리퀄의 프리퀄이라는 독특한 작품인 셈이네요.




감독은 "라이트 아웃" 에서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 냈던 데이비드 샌드버그 감독이 내정되었습니다.


전작이 말아먹을만큼 말아먹어놨으니, 이제 리바운딩만 남은 셈이었죠!


여기저기서 호평이 들려와서 저도 참 기대가 컸는데... 컸는데...


그게, 전작보다는 낫긴한데 말입니다...





컨저링 시리즈의 핵심 요소를 꼽으라면 악마의 빙의와, 그걸 내쫓기 위한 엑소시즘일 것입니다.


본편 시리즈인 컨저링 1, 2에서는 각자 치열하게 악마와 대결하는 워렌 부부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했고요.


하지만 애나벨: 인형의 주인에서는 정작 그 엑소시즘 요소가 완전히 제거된 수준입니다.


뭔가 흉내를 내긴 하는데 아무 의미가 없어요.


제가 보기에는 악마 스스로도 자기가 왜 퇴치된건지 잘 모를 겁니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등장하는 악마가 사탄 그 자체가 아니냐는 언급이 있는데...


만약 그렇다고 치면 사탄은 아주 안일하거나 아주 무능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겁니다.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더불어 애나벨이라는 영화 제목과는 달리, 애나벨이 딱히 큰 의미가 있었는지는 생각을 좀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차라리 힘을 여기저기 나눠쓰지 말고 한 곳에 집중했더라면 악마가 더 강력해보이고 위압감이 느껴졌을 겁니다.


마치 계란을 두 바구니에 담아뒀는데, 양쪽 계란이 천천히 다 썩어가는 스타일의 분산 투자였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그런 느낌입니다.


오히려 메인 악마보다는 다른 악마가 더 시선을 끌기도 하고요.


영화 전체적으로 밀어주는 걸 보면 혹시 이 영화는 내년에 개봉할 더 넌을 위한 기나긴 티저영상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개인적으로 보는 내내 겹쳐보였던 영화가 있는데, 작년에 개봉했던 "위자 : 저주의 시작" 이었습니다.


두 영화 모두 빙의에 관해 다루고 있고, 빙의의 방식도 비슷할 뿐더러 프리퀄이라는 점도 동일하죠.


거기에 룰루 윌슨이라는 호러 전문 아역 배우가 주연으로 등장한다는 점도 같습니다.


두 영화 모두 합격점은 넘었지만 그 이상을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점도 똑같아서 너무 안타깝네요.





하지만 제가 느낀 것과는 달리, 아마 이번에도 제임스 완은 흥행에 성공할 겁니다.


하우스 호러의 창시자이자 마스터인 이 양반은, 결코 손해볼 장사는 벌이지를 않는 사람이니까요.


이미 또다른 스핀오프 더 넌이 내년 개봉을 앞두고 있고, 컨저링 3의 제작도 곧 시작될 예정이라고 하니 이 시리즈는 한동안 승승장구 할 것 같습니다.


대중에게 소구하는 제임스 완만의 공포 스타일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다만 저랑은 조금 안 맞는 거 같아 아쉬울 따름입니다.





라이트 아웃에서 좋은 영화를 만들었던 데이비드 샌드버그 감독의 감 자체는 살아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에는 컨저링 유니버스말고 라이트 아웃처럼 새 시나리오를 들고 감독했으면 좋겠네요.


애나벨은 프리퀄에 프리퀄까지 우려먹었으니 이제 다시 볼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워렌 부부의 창고에서 편히 쉬렴, 못생긴 인형아.




제 점수는 6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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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토마호크, 2015

호러 영화 짧평 2017. 6. 26.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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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당시 기준으로, 이 영화 평점은 네이버 7.84점, IMDB 7.1점, 로튼토마토 90%, 메타크리틱 72점이었습니다.

이 정도 점수면 당연히 믿고 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서 선택했는데...

아이고 이럴수가, 완전히 기대를 빗나간 작품이었습니다.


식인종에게 잡혀간 여인을 구하기 위해, 4인조 파티가 레이드를 떠납니다.

보안관과 그의 부관, 여인의 남편과 제비족 사나이까지.

과연 이 파티는 무사히 여인을 구하고 돌아올 수 있을까요?


본 토마호크, 이름 그대로 뼈로 만든 투척형 도끼입니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이 영화는 서부극입니다.

서부극에 식인종이라는 소재를 더해서 잔인함과 긴장감을 덧대려는 시도를 했다고 볼 수 있겠죠.

그런데 문제는 이게 액션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무서운 것도 아닌 그저 그런 결과물로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이 영화에서 그나마 공포 비슷한 감각을 느낄 부분이라고는 중간에 사람 도축하는 장면 하나 뿐입니다.

그런데 그나마도 공포보다는 잔인함과 징그러움으로 인한 혐오감에 가까운 감상을 남기고요.

그렇다고 액션 영화로서 훌륭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상대의 본거지에 잠입하는 내용이다보니 총을 제대로 쏘는 것도 아니고, 식인종들도 숨어있다가 도끼나 던지는 바람에 딱히 백병전이 이뤄지는 것도 아니거든요.




결국 본 토마호크는 액션도, 공포도 잡지 못한 그저 그런 영화라는 생각만 드네요.

4인 파티가 레이드를 떠나는 도중에는 로드무비 스타일로 소소하게 개그도 치긴 하는데 그거도 개인적으로는 그저 그랬던터라 딱히 남는게 없었습니다.

아예 식인종한테 더 포커스를 맞춰서 호러 요소를 강화하던가, 아니면 고전 서부극처럼 제대로 된 건 파이팅을 보여줬더라면 액션과 호러 둘 중 하나는 건졌을텐데요.


개인적으로는 왜 이렇게 평가가 좋은지 정말 의아한 정도의 영화였습니다.

암만 해도 5점에서 6점 사이 정도의 영화 같은데, 서부극의 본고장 미국은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나라에서도 평이 괜찮으니까 제가 이상한가 싶기도 하더라고요.

여러분도 한번쯤은 감상해보시고 평가를 전해주시면 좋을 거 같네요.





그나마 이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개그씬 하나를 남겨봅니다.

이건 짤방으로 만들어져서 여기저기 올라오고 그러더라고요.


제 점수는 5점입니다.

저에게는 구글 플레이에서 대여해 본 값도 아깝다 싶을 정도였던터라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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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호라이즌, 1997

호러 영화 짧평 2017. 6. 13.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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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우주를 향해 항해를 떠났던 이벤트 호라이즌호.


실종되었던 그 우주선이, 홀연히 돌아옵니다.


이벤트 호라이즌의 진실을 찾기 위해 파견된 이들은 과연 그곳에서 무엇을 목격하게 될까요.



사실 이 영화는 호평과 혹평이 극명하게 갈리는 독특한 작품입니다.


냉정하게 말했을 때 잘 만든 영화는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러 팬들에게 소구할만한 요소가 산재해 있기 때문이죠.


나온지 20년이 된 지금까지도 호러 팬들 사이에서는 자주 회자되는 작품입니다.


만약 호러 팬이라면, 스페이스 호러 장르의 터를 닦은 명작으로 기억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설정도 허술한 면이 있을 뿐더러 사실 그렇게 심리적으로 공포가 강한 작품은 아닙니다.


더 잘 만들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군요.


이 작품의 공포 요소는 설정 그 자체에서 오는데, 그 설정을 완전히 받아들일 수 없다면 지루한 영화로 바로 바뀌어 버릴수도 있을 겁니다.







이전 세대의 수많은 호러, SF 영화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 느껴지는데, 샤이닝이나 에일리언, 더 나아가서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까지 그 범주에 들어갈 겁니다.


헬레이저에서 이미지를 빌려온 느낌도 꽤 나는 편이고요.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PC용 게임 둠이 딱 생각나더라고요.


악마가 더 많이 나왔고 액션씬이 좀 있었으면 더 둠 같았겠죠.



더불어 이벤트 호라이즌이 아직도 기억되는 이유로는 그 독특한 설정에서 기인하는 공포와 더불어, 잔혹하기 짝이 없는 고어 묘사 때문일겁니다.


편집 과정에서 상당량이 잘려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밤에 잠 못 이룰만한 비주얼을 여러분에게 선사하거든요.


고어 요소에 약하신 분들은 피하는게 좋을 겁니다.







아마 이 영화는 B급 저예산 영화 출신이었다면 만장일치로 명작 소리를 들었을 겁니다.


문제는 이 영화가 큰 돈 들여 만들었고, 쫄딱 망했다는 점이죠.


하지만 독특한 설정과 우주에서의 고립, 강한 고어 요소로 인해 후대에 컬트적인 인기를 얻었고, 직접적으로 이 영화에서 영향을 받은 작품도 나왔습니다.


PC용 게임으로 3편까지 나온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죠.



호러 팬이라면 한번쯤은 감상할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어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보셔야 할 거 같고요.


제 점수는 7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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