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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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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나라 간 얽히고 얽힌 수많은 관계 중에서도, 한국과 북한, 그리고 일본 3국의 관계는 정말 복잡하기 그지 없습니다. 

일제강점기와 남북분단이라는 현대사의 큰 곡절을 넘어오면서, 이 세 나라는 서로 적대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알음알음 협력하는 관계를 이어왔죠. 

그런데 이런 세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사랑 받고, 또 금지되었던 노래가 있습니다. 

바로 임진강이라는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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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히 아시겠지만 임진강은 황해도와 경기도를 가로지르는, 남북의 자연경계선 중 하나입니다.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남과 북이 갈려져 있는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입니다. 

경기도 출신의 월북시인 박세영은 이런 임진강을 주제로 한편의 시를 쓰게 됩니다. 

1950년대 쓰여진 이 시는, 북쪽에서 임진강 너머 남한을 보며 고향을 그리워하는 애달픈 마음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후 1957년, 고종한이 작곡을 해 노래가 만들어지면서 북한 사회에서 큰 히트곡이 됩니다.





림진강 맑은 물은 흘러흘러 내리고 
뭇 새들 자유로이 넘나들며 날건만
내 고향 남쪽땅 가곺아도 못 가니 
림진강 흐름아 원한 싣고 흐르느냐

강 건너 갈밭에선 갈새만 슬피 울고
메마른 들판에선 풀뿌리를 캐건만 
협동벌 이삭 바다 물결 우에 춤추니
림진강 흐름을 가르지는 못하리라

내 고향 남쪽땅 가곺아도 못가니
림진강 흐름아 원한 싣고 흐르느냐



허나 이 시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는데, 시를 쓴 작가 박세영이 공산주의 찬양에 앞장서던 인물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박세영은 일제 강점기 시절 KAPF 소속으로 활동하며 수많은 공산주의 관련 시를 써냈던 인물입니다. 

해방 후에는 월북해서 북한 문단의 거물로 자리잡았고, 현재까지도 국가로 사용되고 있는 북한판 애국가의 작사 또한 맡았습니다. 

그 공으로 북한 공훈예술가의 자리에도 올랐죠. 



이런 그의 사상적 기반은 임진강의 2연에도 드러납니다. 

북쪽에서 남쪽을 보는데, 들판이 메말라 풀뿌리나 캐먹고 있습니다. 

북쪽은 협동벌에 이삭이 가득해 바다물결 춤추듯 하는데 말이죠. 

이는 당시 천리마 운동으로 한참 북한이 남한보다 잘 나갈 무렵이라는 걸 돌려 표현한 셈입니다. 



그리하여 이 체제 찬양적인 노래가 북한에서 히트를 친 건 좋은데... 

정작 시대가 변하면서 북한 정권에서는 이 노래를 금지곡으로 처리하게 됩니다. 

남한에 두고온 고향을 그리워한다는 감상적인 내용이, 체제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뜻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음에 따라서였죠. 

결국 북한에서는 60년대 후반부터 이 노래를 들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노래가 어떻게 일본, 그리고 한국으로 전래되게 되었을까요? 

일본에서 처음 임진강 노래를 취입한 그룹은 포크 그룹 더 포크 크루세이더즈입니다. 

1960년대를 풍미한 포크송 그룹으로, 긴 휴지기가 있었지만 현재도 활동 중인 전설적인 그룹이죠. 

당시 이들에게 가사를 써주던 작사가 마츠야마 타케시가 이 노래를 추천해주고 일본어로 가사를 번안해주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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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야마 타케시는 교토 출신인데, 당시 교토에서는 일본인과 재일 한국인 간의 사이가 극단적으로 나빴다고 합니다. 


고등학생 사이에도 패싸움이 줄을 이었다고 하고요. 


그래서 1961년, 당시 고등학생이던 마츠야마 타케시는 이런 갈등을 스포츠로 해결하고자, 조총련계 학교와의 축구 친선전을 학교에 제의했다고 합니다. 


친선전은 성황리에 치뤄졌는데, 당시 이 경기에서 조총련계 학생들이 응원가로 불렀던 노래가 바로 임진강이었습니다. 


이 노래를 감명깊게 들은 마츠야마 타케시는 오랫동안 그 곡조를 기억하고 있다가 더 포크 크루세이더즈에게 전해주게 된 것이죠.




 



임진강은 더 포크 크루세이더즈의 두번째 싱글로 1968년 2월 21일 발매됩니다. 


하지만 공연에서 워낙 호평을 받았던 곡임에도, 임진강 싱글은 곧 판매중지 조치를 받게됩니다. 


조총련 측에서 원곡이 북한 노래임을 알리고, 작사자와 작곡가를 명확히 할 것, 그리고 원곡의 번역을 그대로 살릴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츠야마 타케시는 가사를 번역하면서 2연의 정치적 내용을 들어내고, 그 부분에 민족의 아픔을 담아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조총련 측의 항의로 인해, 북한 체제의 찬양적 내용이 있다는 게 드러나자 결국 정치적 이유로 이 곡은 일본에서도 금지곡이 됩니다. 


막 한일협정으로 국교를 정상화한 터였기에, 북한 노래가 널리 불리는 것을 한국 정부에서 원치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이후 더 포크 크루세이더즈는 임진강의 멜로디를 역재생해서 너무 슬퍼 참을 수 없다라는 곡을 싱글로 내기도 했습니다. 


일본 학생운동에서도 자주 부르던 노래였지만, 학생운동 바람이 잦아들면서 임진강 또한 잊혀져 갔죠. 


이 노래가 다시 빛을 볼 수 있었던 것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진 이후에서였습니다. 


2002년 재발매 된 더 포크 크루세이더즈의 임진강 싱글은, 2002년 오리콘 순위에서 연간 14위를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국내에 이 노래가 알려지게 된 것은, 또 한참 후의 일입니다. 


군사정권 내내 북한 체제 찬양을 이유로 들을 수가 없었거든요. 


제대로 임진강이라는 노래가 알려지게 된 것은, 90년대 들어서 일본에서 큰 인기를 몰았던 김연자 덕분이었습니다. 


김연자는 이 노래를 2001년 홍백가합전에서도 부르며, 오랫동안 잊혀져 있던 노래를 발굴해내는 데 큰 역할을 했죠. 


김연자 버전은 더 포크 크루세이더즈와 다르게, 남북분단 현실을 직접 이해하고 있기 때문인지 더 절절하게 가사를 번안하기도 했고요.




 



더불어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이 노래는 2004년작 영화 パッチギ!(박치기!)의 OST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영화의 원작은 더 포크 크루세이더즈판 임진강의 작사가, 마츠야마 타케시가 쓴 소년 M의 임진강(少年Mのイムジン河) 이라는 작품입니다. 


60년대 재일 한국인의 삶을 담아낸 영화 안에서, 임진강은 그 애환을 그대로 드러내는 매개체로 나타납니다. 


한일 양국에서 다시 한번 이 노래가 조명받는 계기가 되기도 했죠.



 



오랜 세월 한국, 북한, 일본 세 나라에서 참 고초도 많았고 사랑도 받았던 노래입니다만, 고향을 그리워하는 그 마음은 모두가 하나였을 겁니다. 


남에서는 북을, 북에서는 남을, 일본에서는 이제 다시 돌아가지 못하게 된 고국을. 


그 시절 사람들의 마음이 담긴 노래라고 생각하면, 들을 때마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리곤 합니다. 


음악으로나마 그 마음들이 하나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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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의 한 포수가 묘향산에서 사냥을 했다.

묘향산은 큰 산이어서 인적이 미치지 않은 곳이 많았다.

포수가 사슴 한 마리를 보고 거의 잡을 뻔 했으나 결국 잡지 못했다.



하루 종일 쫓아다녔지만 결국 사슴을 잡지 못하고 떠돌다 깊은 산 속 골짜기에 이르게 되었다.

게다가 날까지 저물어 어디로 가야할 지 알 수 없었다.

위태로운 상황에 겁을 먹고 있는데, 깎아 세운 듯한 골짜기 가운데 작은 길이 있어 앞으로 몇 리를 나아가니 초가집 한 채가 있었다.



그 집은 12칸이 길게 통해 있었는데, 한 칸만 주방이었을 뿐 나머지는 문도, 창도, 벽도 없이 길게 통해 있었다.

주방에서는 아름다운 한 여자가 저녁밥을 짓고 있었는데, 포수를 보고도 별로 놀라거나 이상히 여기는 기색이 없었다.

포수가 깊은 산 속에서 길을 잃었다고 말하자 그 예쁜 여자는 정성스럽게 응대하였다.



포수가 젊은 나이의 치기로 시험 삼아 유혹을 했더니 여자 또한 부끄러워 하는 기색이 없어 쉽게 관계를 맺었다.

잠시 후 여자가 저녁밥을 내왔는데 반찬은 곰발바닥, 사슴포, 산돼지 고기 등이었다.

포수가 남자는 없느냐고 물어보자 여자는 [사냥 나갔다.] 고 대답했다.



4시쯤 사람 발자국 소리가 나자 여자는 바로 뛰어나가 맞이하였다.

포수가 나가보니 거인이 뜰에 서서 등에 지고 온 짐을 땅에 풀어 놓고 있었고, 그 짐의 크기는 집 한 칸만 했다.

그 사람은 몸도 크고 키도 커서 지붕보다 30m는 더 높이 솟아 있었기에 방 안에서는 도저히 그 사람의 얼굴조차 볼 수 없었다.



거인이 아내를 보며 말했다.

[오신 손님을 잘 대접하였소?]

[예, 잘 대접해 드렸습니다.]



거인이 마침내 방 안으로 들어오는데, 그 사람은 키가 너무 컸으므로 방으로 똑바로 들어오지 못하고 머리부터 서서히 구부려 들어와
그대로 누웠다.

그 누운 길이가 11칸의 방을 모두 채웠다.

그 거인이 들어오자마자 곧바로 누운 것은 그의 앉은 키가 대들보보다 높아 몸을 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거인이 포수에게 물었다.

[당신은 오늘 하루 종일 사슴을 쫓았지만 잡지는 못하지 않았소?]

[예, 그렇습니다.]



[당신은 저 여자와 관계를 갖지 않았소?]

포수는 [저 거인이 이처럼 신령하고 거대한데다 내가 지은 죄를 이미 헤아리고 있구나! 어찌 속일 수 있겠는가!] 라고 생각하며 사실대로 고하고 용서를 빌었다.

거인이 말했다.



[걱정할 것 없소. 내 비록 저 여자를 이 곳에 두고 있지만 음식을 시중들게 한 것 뿐 처음부터 가까이하지 않았다오. 당신이 그녀와 관계를 가졌다해도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니 두려워할 필요 없소.]

그리고 거인은 여자를 돌아보며 말했다.

[먹을 것을 준비해 오시오.]



여자는 명령을 받들어 조금 전 거인이 메고 왔던 큰 돼지 한 마리를 잘라 큰 그릇에 가득 담아 내왔다.

모두 날고기였고 다른 음식은 없었다.

거인이 고기를 모두 먹고난 뒤, 잠잘 때가 되자 다시 여자에게 말했다.



[저 손님과 함께 자시오.]

여자가 비록 포수와 함께 누워 있었지만, 포수는 의아스럽고 두려운 마음 때문에 밤새 그냥 잠만 잤다.

다음날 아침 다시 그 거인을 보자 그저 사람과 비슷할 뿐, 진짜 사람은 아니었다.



포수의 마음 속에서는 별의별 괴이한 생각이 다 떠올랐다.

날이 밝자 그 거인은 누운 채 여자를 불러 말했다.

[손님의 밥과 내 밥을 같이 차려오시오.]



여자가 명령을 받들어 밥을 준비하여 내왔다.

포수의 것은 밥과 반찬을 익혔으나, 거인의 것은 어제처럼 날고기만 그릇 가득 담겨 있었다.

음식을 다 먹자 거인은 긴 몸을 이끌고 방 밖으로 나왔는데, 마치 긴 이무기가 요동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머리부터 똑바로 기어나온 거인은 바깥 뜰에 나와서야 드디어 앉고 말했다.

[내가 당신의 관상을 보니 정말 복이 대단하구려. 그대가 어제 이 곳에 온 것 역시 내가 유인했던 것이오. 저 여자는 이 곳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니니 두려워말고 데려 가시오. 또 내가 모아 놓은 호랑이, 표범, 노루, 사슴, 곰, 돼지 등의 가죽은 이 곳에 쌓아 놓아도 소용이 없으니 당신에게 주겠소. 그렇지만 당신은 힘이 약하여 많이 짊어질 수 없을테니 내가 힘을 다해서 운반해 주리다.]

거인은 동굴 속에 산더미처럼 쌓아두었던 가죽들을 큰 그물에 담아 어깨에 메고 나오더니 말했다.



[당신은 저 여자를 데리고 나보다 먼저 가다가 어느 곳이던 배가 멈추는 곳에서 멈추시오.]

포수가 안주 항구에 이르니, 그 거인도 산더미 같은 가죽을 등에 짊어지고 그 곳에 도착해서 말했다.

[이것들을 팔면 당신들 집안이 평생 먹고 살 재산을 될거요. 나 또한 당신에게 바라는 것이 있소. 닷새 후 소를 두 마리 잡고, 소금을 100석 사서 이 곳에서 나를 기다려 주시오. 내가 그 때 반드시 다시 오리다.]



마침내 포수와 거인은 거기서 작별했다.

포수는 배를 빌려 여자와 가죽을 실었다.

여자는 아내로 삼고, 가죽은 팔아서 엄청난 돈을 얻었다.



그 거인이 사람인지 아닌지는 여자 역시 모르는 것 같았다.

닷새 뒤 포수는 소를 잡고 소금을 구해서 약속한 장소에 나가 기다렸다.

역시 거인이 왔는데, 지난번처럼 등에 가죽을 지고 왔다.



거인은 소는 모두 먹어 치우고, 소금 100석은 가죽을 담아온 그물에 넣어 짊어졌는데, 조금도 힘들어하는 기색이 없었다.

거인은 또 [닷새 후에 또 소금 100석을 가져와서 이 곳에서 나를 기다려 주시오.] 라고 말하고 갔다.

포수는 거인의 말대로 소금을 준비했는데, 혹시 소는 거인이 잊어먹고 말하지 않은 것인가 싶어 소 두 마리도 잡아서 약속 장소에서 기다렸다.



거인은 또 가죽을 등에 잔뜩 짊어지고 왔다.

역시 예전처럼 소금을 그물에 넣어서 가져가다, 잡아온 소를 보고는 보기도 싫다는 듯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만일 소가 먹고 싶었다면 먼저 내가 말했을 것이오. 이치상 이번에는 당연히 먹지 않아야 하오.]



고개를 흔들면서 가는데, 포수가 절실한 마음으로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우리는 같은 사람이 아니고 또 오랜 친구도 아닌데 당신은 나에게 예쁜 아내와 큰 재산을 주셨습니다. 지금 내가 소를 잡아온 것은 비록 당신의 지시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은혜를 갚기 위해 드리는 것입니다. 어찌하여 한 입 먹어보지도 않고 가십니까?]

포수가 또 간청하니 거인이 손가락으로 셈을 해보고는 말했다.



[당신이 그렇게까지 말하니 비록 5일의 기한을 늦추더라도 정성을 받아들여야겠구려.]

거인이 고기를 다 먹고 가면서 말했다.

[이제 영원히 만날 수 없을 것이오. 좋은 것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니 부디 스스로를 안전히 보호하시오.]



포수가 다시 거인 앞에 꿇어 앉아 길을 막으며 말했다.

[사람들이 상대를 대함에 있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상대가 어떤 존재인지 아는 것입니다. 게다가 영원히 이별해야 하는 마당에 아직 어떤 분인지도 모르겠으니 마음이 아파서 슬픔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어르신은 사람이십니까? 아니면 짐승이십니까? 도깨비십니까? 아니면 산신령이십니까?]

거인이 말했다.



[정해진 법이 있어 스스로 내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것은 불가능하오. 그대는 내년 단오날에 낙동강 나루터에 가서 기다리다가 초립을 쓰고 청색 도포를 입은 채 검은 말 위에 앉아 있는 미소년을 만나면 그에게 물어보시오. 그러면 알 수 있을 것이오.]

그리고 거인은 홀연히 가버렸다.

포수는 한편으로는 이상하고 괴이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 이상으로 슬펐다.



집으로 돌아와 가죽을 모두 팔아버리고, 드디어 평안도 지방에서 손꼽히는 부자가 되었다.

포수는 다음해 단오날이 오기를 기다리다가 낙동강 나루터에서 기다렸다.

과연 한 미소년이 보였는데, 거인이 말한 것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포수는 말 앞으로 다가가 인사를 하고 그 소년에게 거인에 관해 물었다.

그러자 소년은 길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것은 좋지 않은 소식입니다. 그 분은 우 임금이십니다. 우 임금이 물체로 존재하면 다행이지만 없어지는 것은 불행입니다. 보통 천지의 정기가 변화하여 영웅, 호걸이 됩니다. 임금이 성스럽고 신하가 충직하고 국가가 태평하며 백성이 편안하면, 아무리 위대한 영웅이라도 세상을 구할 필요가 없지요. 그렇기 때문에 영웅이 되지 못한 정기들이 모여서 우 임금의 모습을 불러내는 것입니다. 우 임금은 깊은 산 골짜기에 몸을 감췄다가, 세상이 어지러워져서 액운이 나타날 것 같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이 때 소금이 꼭 필요하지요. 우 임금이 목숨을 거두면 정기가 우주에 흩어져 수많은 영웅들이 무더기로 태어납니다. 영웅이 태어나는 것에 어찌 까닭이 없겠습니까? 그가 소금을 달라고 했던 것은 소금을 먹고 죽으려 했던 것입니다. 소금은 첫번째 5일 동안 먹으면 몸이 쇠약해지고, 그 후 두번째로 5일 동안 소금을 먹으면 죽게 됩니다. 그러나 중간에 만약 생고기를 먹으면 5일을 더 버틸 수 있게 됩니다. 우 임금이 두번째에 굳이 쇠고기를 사양했던 것은 아마 그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아! 이제 30년 안에 우리나라에 중국 삼국시대처럼 영웅 호걸들이 넘쳐날테니 우리나라가 위태로워질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의 복은 정말 축하를 받을만 하군요. 우 임금은 당신을 친구로 삼고, 덕 있는 아내를 주었습니다. 그가 그 여자를 범한 적이 없다고 했다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사람이 타고나는 기는 남자는 양기이고 여자는 음기입니다. 그러나 남자라고 해서 양기만 있는 것은 아니고, 여자라고 음기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남자에게는 양기 중에 음기가 있고 여자에게는 음기 중에 양기가 있어서 그 때문에 교합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 임금은 완전히 양기만을 가진 신령한 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와 관계할 수 없지요.]



포수는 이 이야기를 듣고 무척이나 신기해하며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고 소년의 이름을 물었다.

소년이 말했다.

[내 이름은 정몽주입니다.]



그리고 소년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 갔다.

이후 30년도 되지 않아 나라 안이 크게 어지러웠고, 수많은 영웅들이 연달아 나타났으니 이것은 죽은 우 임금으로 인한 것이 아니겠는가?

백성들이 전란에 시달려 고깃덩이가 되는 것이 예삿일이었지만, 그 포수만은 온 집안이 무사하여 죽은 사람 하나 없었다고 한다.



원문 및 번역문 :  http://koreandb.nate.com/life/yadam/detail?sn=16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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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14th]코트를 입은 남자

실화 괴담 2011. 1. 1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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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에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dang23님이 투고해주신 이야기입니다.


저희 증조 할머니가 겪으신 일입니다.

저희 삼촌이 어렸을 때, 삼촌이 너무 심하게 우는 바람에 증조 할머니께서는 마당에 나와 삼촌을 달래고 계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옥상에서 코트를 입은 남자가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증조 할머니는 아들이 내려오는 줄 알고 그 쪽을 바라보며 기다리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코트 입은 남자는 옥상을 내려오다 말고 그저 할머니 쪽을 바라보기만 했다고 합니다.



깜짝 놀란 할머니께서 옥상으로 가 보니 남자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고 합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집 터는 6.25 전쟁 당시 국군이 북한군 포로들을 대거 처형한 곳이었다고 합니다.

그 때 기르던 개는 언제나 옥상을 보고 짖곤 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그 집이 남아 있는지조차 알 수 없지만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합니다.

그 코트를 입은 남자는 처형당한 북한군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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