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월에 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할머니의 장례식에서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할머니는 평소 사진 찍는 걸 싫어하셔서 사진은 거의 남아 있지 않은터라 영정 사진을 정할 때도 꽤나 애를 겪었습니다.
결국 집 안을 한바탕 들어 엎어서야 겨우 한장의 사진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그 사진에는 할머니와 어느 한 남자가 함께 찍혀 있었습니다.
사진 속의 할머니는 환히 웃고 계셨습니다.
남자는 젊은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집안 사람 중 그 누구도 그 남자의 정체를 모르는 것이었습니다.
장소는 확실히 친가집이었지만 그 사람이 누군지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할머니의 얼굴이나 방의 배치를 보면 최근에 찍은 사진이 틀림 없습니다.
하지만 워낙 급했던 터라 우리는 그대로 할머니의 얼굴 부분만 확대해 영정으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장례식은 무사히 끝나, 우리는 그 사진에 관한 것도 잊고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의 49재로 인해 가족이 오랜만에 한데 모인 날이었습니다.
급한 일이 있어 장례식에는 참석하지 못했던 나보다 9살 많은 사촌 누나가 그 사진을 보고 갑자기 안색이 변했습니다.
[이건 토시군이잖아!] 라고 멍하니 중얼거리는 누나.
나도 그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누나의 약혼자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할머니를 만난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3년 전에 병으로 세상을 떠났으니까요.
토시군이 할머니를 만날 가능성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리고 사진에 찍혀 있는 우리 집은 2년 전에 개축한 모습이었습니다.
어째서 이런 사진이 남아 있는 것일까요?
찍은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마음이 놓이는 건, 할머니는 무척 행복한 표정을 짓고 계셨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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