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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이벤트 호라이즌, 1997

호러 영화 짧평 2017. 6. 13.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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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우주를 향해 항해를 떠났던 이벤트 호라이즌호.


실종되었던 그 우주선이, 홀연히 돌아옵니다.


이벤트 호라이즌의 진실을 찾기 위해 파견된 이들은 과연 그곳에서 무엇을 목격하게 될까요.



사실 이 영화는 호평과 혹평이 극명하게 갈리는 독특한 작품입니다.


냉정하게 말했을 때 잘 만든 영화는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러 팬들에게 소구할만한 요소가 산재해 있기 때문이죠.


나온지 20년이 된 지금까지도 호러 팬들 사이에서는 자주 회자되는 작품입니다.


만약 호러 팬이라면, 스페이스 호러 장르의 터를 닦은 명작으로 기억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설정도 허술한 면이 있을 뿐더러 사실 그렇게 심리적으로 공포가 강한 작품은 아닙니다.


더 잘 만들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군요.


이 작품의 공포 요소는 설정 그 자체에서 오는데, 그 설정을 완전히 받아들일 수 없다면 지루한 영화로 바로 바뀌어 버릴수도 있을 겁니다.







이전 세대의 수많은 호러, SF 영화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 느껴지는데, 샤이닝이나 에일리언, 더 나아가서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까지 그 범주에 들어갈 겁니다.


헬레이저에서 이미지를 빌려온 느낌도 꽤 나는 편이고요.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PC용 게임 둠이 딱 생각나더라고요.


악마가 더 많이 나왔고 액션씬이 좀 있었으면 더 둠 같았겠죠.



더불어 이벤트 호라이즌이 아직도 기억되는 이유로는 그 독특한 설정에서 기인하는 공포와 더불어, 잔혹하기 짝이 없는 고어 묘사 때문일겁니다.


편집 과정에서 상당량이 잘려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밤에 잠 못 이룰만한 비주얼을 여러분에게 선사하거든요.


고어 요소에 약하신 분들은 피하는게 좋을 겁니다.







아마 이 영화는 B급 저예산 영화 출신이었다면 만장일치로 명작 소리를 들었을 겁니다.


문제는 이 영화가 큰 돈 들여 만들었고, 쫄딱 망했다는 점이죠.


하지만 독특한 설정과 우주에서의 고립, 강한 고어 요소로 인해 후대에 컬트적인 인기를 얻었고, 직접적으로 이 영화에서 영향을 받은 작품도 나왔습니다.


PC용 게임으로 3편까지 나온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죠.



호러 팬이라면 한번쯤은 감상할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어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보셔야 할 거 같고요.


제 점수는 7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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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 18, 2011

호러 영화 짧평 2017. 5. 20.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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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은 마지막 달 탐사선, 아폴호 18호가 존재했다는 음모론 기반의 작품입니다.

대개 아폴로 탐사선 관련 음모론은 아예 달에 안 갔다거나 가서 외계인을 만났다는 2가지로 나뉘는데, 이 작품은 추가로 아예 비밀스레 쏘아 올려진 또 하나의 탐사선이 있었다는 소재를 들고 나왔습니다.

영화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핸드헬드 파운드 풋티지라고 할 수 있겠네요.

클로버필드와 블레어위치에서 시작된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명맥을 잇는 영화인데, 이런 작품에서 요구되는 실감나는 몰입감을 잘 살렸습니다.


호러 영화는 예로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저예산으로 제작되는 B급 장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배경은 제작비 절감을 위해 대개 폐쇄되거나 고립된, 한정적인 공간으로 잡히기 마련입니다.

그런 공간에서만 전해지는 공포감 역시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그런 의미에서 생각해보면, 아폴로 18의 무대가 되는 우주 공간 역시 극단적인 폐쇄성과 한정성을 자랑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죠.

저예산 영화에 잘 어울리네요.





이 영화는 지금까지 다뤄왔던 호러 영화와는 달리, 일종의 크리쳐물입니다.

과연 어떤 존재가 달에서 기다리고 있는지는 영화를 통해 직접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조금 더 자주 나왔으면 더 좋았겠지만 저는 그럭저럭 만족스러웠어요.

우주와 달 탐사를 다룬 작품 중에서는, 현실에서 일어났던 끔찍한 공포를 다룬 아폴로 13이라는 명작도 있기 때문에 두 작품을 비교하며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제 점수는 6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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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39th]UFO

실화 괴담 2011. 8. 2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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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tistory.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PGR21(www.pgr21.com) abyssgem님이 투고해주신 이야기입니다.


20여년 전 서울 방배동에 살던 시절 집 옥상에서 UFO를 본 적이 있습니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저에게는 평생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인 체험이었죠.

그 때 날은 흐렸고, 시간은 오후 정도였습니다.



저는 평소처럼 옥상에서 혼자 운동을 하고 있었죠.

그런데 문득 북쪽 하늘에 무언가가 떠 있는 것이 느껴져서 시선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그 곳에는 짙은 회색 내지는 검은색의 둥근 공 같은 물체들이 떠 있었습니다.



대략 옥상에서 직선으로 400m 정도 떨어져 있는 것 같았고, 200m 정도 상공에 떠 있는 듯 했습니다.

옥상에서 보기에는 3~4m 정도의 지름으로 그리 커 보이지 않았는데, 그 물체가 아주 서서히 서쪽으로 날아가고 있더군요.

소음은 전혀 들리지 않았고, 추진체 같은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저 구형의 물체가 유령처럼 서서히 날아가는 데, 그런 모습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희한한 것이었습니다.

표면은 금속 특유의 광택이 보이지 않아 마치 도자기가 돌 같더군요.

그것이 기구나 풍선 같은 것이라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할텐데 그런 것도 전혀 없었습니다.



저는 난생 처음 UFO를 봤다는 흥분과, 혼자 UFO를 보고 있다는 은근한 두려움에 집으로 빠르게 내려왔습니다.

마침 집에는 부모님은 안 계시고 여동생만 있었죠.

저는 여동생에게 UFO가 나타났다고 말하고 같이 보자며 손을 붙잡고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다행히 UFO는 서쪽으로 꽤 이동하기는 했지만 확실히 그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여동생과 넋을 놓고 UFO를 보고 있자, 잠시 뒤 그 물체는 가속해서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리도 천천히 움직이던 것이 한순간 빨라지더니 서쪽 하늘로 빨려들어가듯 없어지더군요.



그런데 정작 이상한 점은 UFO가 아니라 그 이후 일어났습니다.

너무나 강렬한 체험이었던지라 20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 옥상의 풍경과 운동 기구들, 심지어 구석의 쓰레기마저 생각이 납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UFO를 본 직후 여동생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어떻게 가족에게 그 이야기를 했는지가 전혀 생각 나지 않는 겁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UFO를 본 직후가 아니라 한참 후에야 가족에게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남아 있는데, 이상하게 그 때는 같이 봤던 여동생이 대체 무슨 소리냐며 자신은 그런 걸 본 적이 없다고 해서 저만 바보가 되었었죠.

가족들 앞에서 바보가 된 탓에 이후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야기하지 않았고, 한동안은 제가 낮잠 자다 꾼 꿈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제 나이가 마흔을 바라보고, 여동생도 서른이 넘어 서로 가정을 꾸리고 있는 요즘 이상한 점을 하나 더 발견했습니다.



올해 봄에 가족과 친척들이 모여 식사를 했었는데, 마침 뉴스에서 UFO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본 여동생이 갑자기 20년 전 그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저 역시 신이 나서 제가 봤던 것들을 이야기했고, 여동생과 제 이야기가 완전히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가족들은 모두 신기하다는 듯 경청했죠.



그런데 여동생이 갑자기 이상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 때 언니랑 엄마한테 내가 이 이야기를 했었는데, 오빠가 갑자기 그런 거 본 적 없다고 했잖아.]

저는 어이가 없어서 여동생에게 반문했습니다.



[무슨 소리야? 내가 가족들한테 이야기할 때 네가 못 봤다고 해서 내가 바보 됐었잖아.]

[응? 난 분명히 봤었는데?]

[아니, 내가 먼저 옥상에서 본 다음 널 데려와서 같이 봤던 거잖아.]



[맞아, 그래서 나도 봤는데 정작 오빠가 같이 봐 놓고서는 모른다고 했잖아.]

저와 여동생은 서로 바라보며 어안이벙벙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가족들은 저와 여동생에게 모두 들었을텐데도 모두 처음 듣는 이야기라 하더군요.



이 사건은 제가 살면서 목격한 유일한 UFO 이야기고, 제 인생에 가장 미스테리하게 남아 있는 이야기입니다.

언젠가 기회가 닿는다면 저와 제 여동생의 정확한 기억을 복원해 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저나 여동생의 기억이 무언가 잘못 된 것인지, 아니면 외계인이 우리의 기억을 조작한 것인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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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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