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ground

풍수

320x100


옛날 전의 이씨의 선조가 부모의 상을 당해 시체를 안치할 장소를 찾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선산 옆에 있는 한 산이 밝고 모습이 수려하였으니 그 곳에 안장하기로 했다.

그런데 풍수가가 말했다.



[이 땅이 매우 좋은 길지이나, 아직까지 무덤이 없는 것은 그 땅을 팔 때마다 번개가 치고 비가 내리는 흉한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씨는 그 이야기가 허무맹랑한 것이라 생각해 무시하고 시체를 그 곳에 묻기로 했다.

그런데 상여가 그 곳에 도착해 보니 시체를 묻으려고 한 곳에 이미 무덤이 우뚝 솟아 있었다.



그것을 본 손님들이 말했다.

[어떤 나쁜 놈이 하룻밤 사이에 장지를 훔쳐 장사를 치뤘나봅니다! 이를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이씨는 한참 동안 속으로 깊게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이것은 분명 사람의 술수가 아닐 것이오. 한 번 무덤을 파봅시다.]

주위의 모든 사람이 천륜을 거스르는 행위라고 이씨를 말렸지만, 이씨는 고집을 피우며 말을 듣지 않았다.

무덤을 헐어보니 관이 하나 있었는데, 옻을 칠한 것이 마치 거울처럼 빛났다.



관 위에 놓인 깃발에는 [학생 고령 신공의 관] 이라고 붉은 글씨로 써 있었다.

이씨가 말했다.

[과연 내가 짐작한 대로구나!]



이씨는 관을 들어 무덤 밖으로 꺼내고 그것을 도끼로 부쉈다.

안에는 사기 그릇 조각만 가득 차 있었는데, 햇빛을 받자마자 가루가 되어 순식간에 모두 사라졌다.

사람들이 축하하면서도 이상하게 여겨 질문을 하니, 이씨가 말했다.



[내가 옛날부터 들었던 이야기가 있소. 산신이 땅을 너무 아끼면 사람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일부러 이런 장난을 친다고 하더군요. 내가 어찌 그런 속임수에 넘어가겠습니까?]

말을 마치고 이씨는 아무런 근심 없이 장사를 지냈다.

지금도 전의 이씨 가문은 대대로 벼슬길에 올라 집안이 매우 융성하다.



원문 및 번역본 :  http://koreandb.nate.com/life/yadam/detail?sn=44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 글을 읽으신 후 하단의 손가락 버튼 한 번씩 클릭 해주시면 번역자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   
320x100

[번역괴담][2ch괴담][114th]타임 캡슐

괴담 번역 2010. 11. 26. 18:10
320x100


나는 귀신 같은 것은 한번도 본 적 없지만, 작년 오봉(御盆, 한국의 추석과 비슷한 일본의 명절) 때는 조금 무서운 체험을 했습니다.

정말로 어떤 비이성적인 힘이 관련되어 있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작년 3월, 나와 여동생이 동시에 대학에 합격했습니다.

둘 다 다른 지방의 대학에 다니게 되었기 때문에 4월부터 집에는 부모님만 계시게 됐습니다.

그렇게 되자 집이 비어 어머니가 적적해할까봐 걱정한 아버지께서 개를 사 왔습니다.

결국 집 구석에 개집을 만들고 개를 기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학기가 시작하자 나와 여동생은 각자 하숙집에서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시간이 조금 흘러, 나는 오봉 즈음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대단히 큰 형태로 깁스를 하고 계셨습니다.

[무슨 일 있었어요?] 하고 여쭤봤습니다.

그러자 어머니는 [교통사고가 나서 쇄골이 부러졌단다...] 라고 대답하셨습니다.

길을 건너다 자동차에 옆구리를 부딪혀 날아가 전치 3주의 골절상을 입으셨다는 것입니다.



이것 뿐이라면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한 사고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고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때는 [주변을 잘 보고 다녀야죠. 부주의하니까 사고가 나는 거에요.] 라고 웃고 넘어갔지만, 설마 나에게도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어머니의 사고는 7월 중순에 일어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2개월 정도 전에 아버지가 뒤에서 갑자기 누군가에게 머리를 얻어맞는 일이 있었습니다.

또한 어머니가 사고를 당한 이유는, 여동생이 자살하려고 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는 것입니다.



여동생은 어릴 적부터 가끔 히스테리를 일으키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집에 돌아온 직후에 남자친구에게 일방적으로 이별 통보를 받고, 그 괴로움을 이기지 못해 자포자기하고 가출을 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동생의 친구가 동생이 있는 곳을 알려줘서 어머니가 달려가던 도중 갑작스럽게 옆에서 나타난 차에 치였다는 것입니다.

[올해는 우리 집에 액이 낀 해같아. 너도 혹시 모르니까 조심하거라.]

그렇게 말하고 어머니는 저녁밥을 짓기 시작하셨습니다.



그로부터 이틀 뒤.

나는 초등학교 때 묻은 타임 캡슐을 꺼내기 위해 친구들과 만나기로 했습니다.

나는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신이 나서 초등학교로 향했습니다.

한껏 신나게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달려가다 모퉁이로 커브를 꺾은 순간!

눈 앞에서 빨간 차가 나타났습니다...



...그 후의 기억은 무척 애매합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나는 자동차에 받혀서 날아갔다고 합니다.

7미터 정도를 그대로 날아간 뒤 아스팔트에 부딪혀서 뒤통수에서 피를 흘리며 온 몸에서 경련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그 후, 다행히 근처 사람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집 주소만 말하고 그대로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다행히도 생각보다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머리를 8바늘이나 꿰매는 큰 상처가 났습니다.



병원에서 돌아온 후, 나를 빼고 타임 캡슐을 열었던 친구들 중 한 명이 찾아와 내 물건들을 주고 갔습니다.

그 중 미래의 자신에게 쓴 편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편지를 읽고 나는 경악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거기에는 [벌써 죽어 있을지도 몰라. 사고나 다른 이유로.] 라고 써져 있었습니다.

초등학생이 미래의 자신에게 쓰는 편지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나중에 가족 모두에게 안 좋은 일이 덮친 것을 이상하게 여긴 할아버지가 조사를 해보셨다고 합니다.

알고보니 개집의 위치가 불단의 구석, 게다가 남서쪽에 있었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집에 찾아온 풍수사의 말에 따르면 불단이 막아주고 있던 이귀문(裏鬼門, 서남방. 음양가들이 동남방의 귀문과 더불어 꺼리는 방향) 의 결계를 개(축생)이 부순 탓에 그 방향에서 액운이 날아왔다는 것이었습니다.



깜짝 놀란 우리 가족은 바로 개집을 옮기고 불단이 있는 방을 깨끗이 청소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별다른 사고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개집을 옮긴지 정확히 1년이 되던 날, 개가 갑자기 죽어버렸습니다.

액운을 모두 가지고 가 준 것일까요?



그런 생각이 들어서 너무나도 무서웠습니다.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