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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ch 공포

[번역괴담][2ch괴담][922nd]ALS

괴담 번역 2018. 10. 2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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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동에서 야근 할 무렵 있었던 이야기.


ALS[각주:1]라는 병에 걸려서, 근력이 저하된 나머지 스스로는 움직일 수 없게 된 여자 환자가 있었다.


커뮤니케이션은 문자판이라고 부르는, 히라가나가 하나하나 적힌 투명한 판을 사용했다.




환자가 시선을 옮기면 그 시선에 있는 글자를 상대가 읽어가며 이해하는 것이다.


한밤 중, 그 환자가 계속해서 너스 콜을 눌렀다.


환자 개인실에 찾아가 무슨 일인지 묻고, 문자판을 향한 시선을 읽었다.




[방 한 구 석 에]


[검 은 간 호 사 가 있 어]


읽다가 벌써 너무 무서워져서 나는 방에서 뛰쳐나오고 말았다.




복도로 나오자, 환자는 금세 다시 너스 콜을 눌렀다.


움직일 수도 없는 채 거기 남겨진 환자도 겁에 질렸을테지만, 나 역시 무서워서 다시 돌아갈 수가 없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사무실에 있던 선배를 불러, 함께 방에 돌아갔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검은 간호사 같은 건 사라진 듯 했다.


그 사건 이후, 그 환자는 나를 불신하게 된 듯 했다.


미안하지만, 나도 무서워서 어쩔 도리가 없었던 기억 뿐이다.




  1.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근위축성측색경화증. 운동신경세포가 파괴되어 근력이 점차 떨어지고, 끝내는 움직일 수 없게 되어 사망하는 불치병. 루게릭병으로도 알려져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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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921st]10년마다

괴담 번역 2018. 9. 20.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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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주부 K씨의 이야기다.


그 사람이 여기 사무 파트로 온 건 4년여 전.


원래 정사원으로 15년 가량 일해왔던 사람이라, 금세 적응해서 일에도 익숙해졌다.




우리는 회사용 물건을 취급하는 도매 회사인데, 어느날 처음 보는 중년 남자가 접수 창구에 다가와 가만히 서 있었다.


아는 사람이 있으니까 만나고 싶다는 거였다.


이름을 물어봐도 말하지를 않았지만, 머리 모양이나 옷차림 같은 특징으로 미루어 보아 K씨를 찾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K씨를 기다리는 사이에도, 마음에 다른 곳에 있는 것 같다고 할까, 뭐라고 해야할까, 노 연극의 가면 같은 얼굴로 기다리고 있어서 조금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아는 사람이라고 말하는데다 딱히 보안에 철저한 회사도 아니라서, 바로 K씨를 불러왔다.


K씨가 오자, 그 중년 남자는 우물우물 애매한 태도였는데, 그럼에도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고, K씨를 바라보는 것 같지도 않았다.




눈만 좌표가 고정되어 있는 느낌이랄까.


무서운 걸 모르는 여자아이가 [지인 분이시죠?] 하고 묻자, K씨는 [어, 지인? 어? 어? 손님분이 아니라?] 하고 가벼운 패닉 상태에 빠졌다.


그러자 중년 남자는 [밖에서 당신을 봤습니다. 가지 않겠습니까.] 하고 말하더니, K씨를 데리고 가려했다.




주변 사람들도 이건 좀 아니다 싶어서, 여자들이 웃는 낯으로 적당히 얼버무려서 돌려보냈다.


[도대체 뭐지, 저 사람?]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K씨도 안정을 되찾았다.


[아, 벌써 10년이 지났나보네.] 하고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K씨는 누가 봐도 그냥 평범한 아줌마다.


모르는 남자가 직장까지 찾아와 구애할만큼, 연예인 같다고 느껴지는 사람이 아니다.


이 사건은 관리자 귀까지 들어가서, 회식자리에서 K씨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다.




관리자도 혹시나 무슨 일이 있으면 대비를 해야한다는 생각이었으리라.


사정을 물어보니, K씨는 가끔 모르는 남자에게 스토킹 당하는 일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어째서인지 10년 주기로, 한 사람에게 스토킹 당하면 그 후 10년간은 별 일이 없단다.




나이를 감안하면 10년 뒤에는 50대니까, 아마 다음은 없을 것 같다나.


옛날 사귀던 남자도 없었다고 하길래, 이야기는 일단 거기서 정리가 되었다.


그런데 최근 K씨와 친해져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오컬트판에 허구한날 눌러앉아 있는 내 취미로 여름날 심심해서 괴담을 늘어놓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물건 납품에, 영업 쪽 사람들도 출납 관련으로 자리를 비워 둘 밖에 없었기에 이야기도 술술 풀려, 회사 창고에 귀신이 나온다느니, 호텔에서 가위에 눌려봤다느니 뭐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는 사이 K씨가 [나, 지난번에 이상한 남자가 찾아왔었잖아. 그거, 조금 무섭더라고.] 하고 말을 꺼냈다.


그야 스토커는 무서운거지 하고 생각하며 듣고 있었는데, 그거랑은 또 다른 의미로 무서운 이야기였다.




모르는 사람에게 스토킹을 처음 당한 건 16살 때.


한밤 중 창문을 두드린다던가, 현관문 손잡이를 덜컥덜컥 돌린다던가, 현관에 말 없이 서 있다던가.


26살 때는, 잠복해있다가 여기저기서 나타났단다.




36살 때는 편지나 성적인 물건이 우편함에 꽂혀있기도 하고, 장난전화를 계속 걸어왔다고 한다.


그리고 46살이 된 올해는, 직장에 찾아왔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전에 들어서 다들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그런 일도 있구나, 무섭네, 하지만 남편분이 계시니까 다행이네, 하고 시덥지 않은 이야기가 오갔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실은 너무 오싹해서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6살 때부터 이게 시작된거야.]




K씨가 친구와 공원에서 놀고 있자니, 왠 중년 남자가 4살쯤 된 남자아이를 데리고 공원에 들어왔다고 한다.


그 남자는 무척 평범했던데다, 남자아이도 아버지처럼 따르고 있었기에 K씨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놀았다.


그러더니 그 중년 남자가, 갑자기 흔들흔들 다가오더니 정색을 하고 손을 잡아끌더란다.




K씨는 자기 아들이랑 같이 놀아줬으면 해서 데려가려는건가 싶었지만, 중년 남자는 공원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 했단다.


남자아이는 혼자 모래밭에서 놀고 있는데, 마치 처음부터 그런 아이는 있지도 않았다는 것처럼, 노의 가면 같은 굳은 얼굴이었다.


[갈까, 이리 와.]




그러면서 어딘가로 데려가려 하길래, 팔을 뿌리치고 도망쳤다고 한다.


이 사건은 너무 무서워서 부모님에게도 털어놓지 못했었다고 한다.


아이들은 정말 무서운 일에 마주치면, 부모에게조차 숨기게 되곤 하는 것이다.




[그래서 말이지, 찾아오는 남자는 나이도 얼굴도 체형도 전부 제각각이지만, 말하는게 다 똑같아. 다들 어딘가로 데려가려 하는거야. 같이 가자고 하니까 금세 알 수 있어. 그리고 얼굴은 달라도 표정은 늘 똑같아서, 다들 아무리 봐도 정상 같지가 않다니까.]


나도 보았었다.


마치 눈만 좌표가 고정된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 노의 가면 같은 얼굴.




[36살 때 걸려왔던 전화도, 자동응답기에 계속 "갑시다, 갑시다, 갑시다" 하는 말만 녹음되어 있었다니까.]


K씨는 찾아온 사람의 얼굴을 보면 바로 알아차린다고 한다.


매번 다른 남자지만, 다 똑같은 얼굴로 보인다나.




지난번에는 설마 회사까지 찾아올 줄은 몰랐기에 허를 찔렸지만, 가지 않겠습니까, 하고 말하는 걸 듣자 10년만에 또 찾아왔구나, 하고 느꼈단다.


오컬트적인 시선으로 보자면 요괴 같은게 K씨를 좋아해서, 10년마다 가까이 있는 남자의 몸을 빌려, K씨에게 맹렬한 구애를 하는게 아닐까.


매번 같이 가자고 하는 건, 어딘가로 데려가려는 거겠지.




나는 K씨가 56살이 되서도, 어쩌면 66살이 되서도 10년마다 그 남자가 맞으러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K씨가 세상을 떠날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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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920th]샛보라

괴담 번역 2018. 3. 20.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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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하면, [확실히 그 이야기 엄청 무섭지만, 진짜 있던 일이야?] 하고 반문하곤 한다.


차라리 귀신이 나오는 이야기가 오히려 현실감 있게 느껴질 정도기 때문이겠지.


이것은 내가 실제로 체험한, 기묘한 이야기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이던 해 어느 아침.


평소처럼 집 근처에 사는 친구 둘과 함께, 등교길을 걷고 있었다.


한동안 이야기하면서 걷고 있는데, 시야에 앞에서 걸어가는 여자아이 2명이 들어왔다.




한명은 나와 같은 반 아이고, 다른 한명은 다른 반 여자아이였다.


나는 같은 반 여자아이에게 시선이 못박혔다.


"온몸이 샛보랗게" 물들어 있었니까.




"새빨갛다" 거나, "새파랗다" 거나, "샛노랗다" 는 말은 있지만, "샛보라색이다" 라는 말은 없을 터이다.


하지만 내가 본 것을 그대로 말하자면, 머리카락 끝부터 온몸에 걸친 옷, 신발까지 그야말로 온몸이 보라색 페인트라도 뒤집어 쓴 양 샛보랬다.


평소 그런 괴상한 꼴을 하는 아이도 아니고, 평범한 여자아이다.




평소였다면 [우와, 저것 봐!] 하고 친구들에게 말을 꺼냈을텐데, 어째서인지 그날은 왠지 말해서는 안된다고 할까, 말하고 싶어도 말하지 못했다.


입을 열었다가는 나도 모르는 공포가 덮쳐올 것 같은, 마치 가볍게 가위에 눌린 것 같은 알 수 없는 불쾌감이 나를 감싸고 있었다.


나와 함께 걷고 있던 친구 두명도, 확실히 그 샛보란 여자아이가 시야에 들어올 터였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리키거나 하지도 않는다.


평범하게 게임 이야기 같은 걸로 신을 내고 있다.


그리고 어느덧 앞에서 걷고 있던 그 아이들을 따라잡을만큼 가까워졌다.




친구들은 여전히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이상하다.


스쳐지나가는 순간, 여자아이의 얼굴을 보았다.




졸도할 뻔 했다.


피부색까지 샛보랬다.


얼굴 피부, 팔 피부, 다리 피부, 모두 다.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자, 여자아이 두 명은 [안녕.] 하고 인사를 해왔다.


[어어.] 하고, 같이 걷던 친구들이 대답을 해준다.


나만 혼자 오그라든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역시 너무 이상하다.


누구 하나 저 여자아이가 온몸이 샛보랗다는 걸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


[너 왜 놀라는거야?] 




친구들이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묻는다.


몰래카메라인가 싶을 정도였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까지 정성을 들여 몰래카메라를 할 이유가 없다.


그 순간 처음으로, 나말고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거라고 깨달았다.




몰래카메라가 아니라는 건 교실에 들어서자 더욱 확실해졌다.


다른 아이들도 그 아이가 보라색이니 하는 말은 한마디도 없이, 평범하게 대화하고 있었으니까.


출석을 부를 때나 수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담임 선생님조차도 그것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확신했다.


그날 내 머릿속에는 종일 물음표만이 가득했다.




수업 중에도 전혀 집중을 할 수 없었고,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저 아이는 왜 보라색일까, 하고 다른 아이들한테 물어보면 될텐데 싶겠지만, 아까도 말했듯 그럴 수가 없었다.


형언할 수 없는, "이것에 가까이 해서는 안된다" 는 본능적인 꺼리낌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하물며 당사자인 여자아이에게 직접 물어보겠다는 건 가능할 리 없었다.


그리고 하교 직전, 청소시간.


그룹으로 나뉘어 학교 이곳저곳을 청소하게 된다.




우리 그룹이 담당한 곳은, 학교 건물 뒤뜰 쪽 어스름한 구석이었다.


그 보랏빛 여자아이도 같은 그룹이었다.


내 눈앞에, 온몸이 보라색인 그 아이가 빗자루로 쓰레기를 쓸어담는 뒷모습이 보인다.




주변에는 나와 그 아이밖에 없었다.


물어보려면 지금밖에는 기회가 없다.


[어, 어째서, 어...]




형언할 수 없는 꺼림칙한 기분이 말을 막아세워, 질문을 건네려해도 입이 잘 움직이질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호기심이 공포심을 넘어섰다.


과감히 그 여자아이에게 다가가서, [어째서 오늘 온몸이 보라색이야?] 하고 물었다.




그 순간, 여자아이가 몸 전체를 나에게 돌리더니 [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하고, 눈알이 튀어나올 듯 눈을 치켜뜬 채, 턱이 빠지도록 입을 벌리고 절규했다.


평소 그 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귀신 같은 모습으로, 샛보란 절규를 내뱉는다.


나도 그만 버티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빗자루를 내던지고 교실로 도망쳤다.




이윽고 종이 울리고, 청소시간이 끝나 책상 앞에 앉았다.


하지만 그 사이 교실에서 어떻게 하고 있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종례가 끝나고, 하교시간이 되자 나는 어떻게든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매일 함께 하교하는 친구는 그날 동아리 활동이 있어서, 나 혼자 하교하는 날이었다.


신발장으로 이어지는 복도를 걷고 있는데, 앞에서 그 보라색 여자아이가 친구 두명과 함께 걷고 있는 게 보였다.


그 아이도 동아리 활동을 하러 가는지, 체조복을 입고 이쪽으로 걸어온다.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 애쓰며, 종종걸음으로 지나가는데, 스쳐지나가는 순간 그 아이가 나직이 말했다.


[이제 더는 물어보지 마.]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감정이나 억양이 실린 게 아니라, 마치 외계인이나 로봇이 말하듯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이제 더는 물어보지 마.] 하고.




나는 달려서 학교를 뛰쳐나왔다.


집까지 어떻게 돌아왔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집에 돌아와서는 게임을 하고, 그 일에 관해 되도록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저녁을 먹을 때까지는 나름대로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이불에 들어가 잠을 청하려하자, 다시 공포감이 엄습했다.


만약 내일도 그 아이가 보라색이라면 어떻게 하나 생각하니, 학교에 가는 생각만 해도 우울해졌다.




부모님에게도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었다.


우울한 기분인 채, 그날은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평소처럼 등교를 했다.


또 그 여자아이와 친구가 앞에서 걸어가고 있다.


여자아이는 평범하게 돌아와 있었다.




안도하는 순간, 어쩐지 눈물이 쏟아졌다.


같이 등교하던 친구들에게 놀림 받으면서도, 기뻐서 한동안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여자아이와 지나치는 순간, 아직도 조금 무서워하며 얼굴을 바라보았지만, 피부색도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안녕.], [안녕.] 하고 평범하게 인사를 나눴다.


그 후 졸업할 때까지, 그 아이가 다시 온몸이 샛보랗게 보인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날 일도 두번 다시 물어보지 않았다.




도대체 그날 내가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제 더는 물어보지 말라는 것은, 적어도 그 아이 자신은 보라색이 됐다는 걸 자각하고 있었다는 것일까.


그 말은 생각만 해도 트라우마가 될 정도라, 그 이후에도 가끔 꿈에서 나오곤 했다.




겨우 최근 들어서야 환경과 가치관이 변하고 시간도 흘러, 그간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다 꺼내놓을 수 있게 된 이야기다.


보라색이 되었던 그 친구도, 지금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다른 친구에게 전해들었다.


지금도 거리를 걷다 가끔 흰 머리를 보라색으로 물들인 할머니를 보거나 하면 깜짝깜짝 놀란다.




엑스맨 영화가 나왔을 때도 미스틱인가 하는 온몸이 새파란 여자 캐릭터를 본 순간 그 트라우마가 되살아나, 결국 중간에 영화관을 뛰쳐나왔을 정도다.


내게는 아직도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어린 시절의 기억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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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919th]소녀원

괴담 번역 2018. 3. 19.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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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사라진 히로시마의 심령 스폿, 소녀원에서 내가 10대 시절 겪은 이야기다.


소녀원이라는 건 사용하지 않게 되어 폐허가 된 여자형무소의 별명이다.


10여년 전에는 히로시마에서 유명한 심령 스폿 중 하나였다.




당시 면허를 막 따서 운전에 맛을 들인 젊은이들은 밤이면 밤마다 심령 스폿을 돌아다니곤 했거든.


코이 언덕이니, 우오키리 댐이니, 나바라 계곡이니 여러 곳 유명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소녀원은 차에서 내려 폐가가 늘어선 넓은 부지를 돌아다니는 분위기 사는 곳이었다.




그날은 꽤 사람이 몰렸다.


남자 셋, 여자 셋.


친구네 아버지 승합차를 타고, [소녀원에서는 살해당한 왕따 수감자 귀신이 나온대!] 라는 둥, 지어낸 이야기로 여자애들을 겁주고 있었다.




좁은 길을 조금 올라가 소녀원에 도착한다.


입구 앞에 차를 세웠다.


세단이 한대 서 있다.




여기에 차를 세워놓고 다른 데를 갈 리도 없으니, 누가 먼저 왔다는 거겠지.


에이, 분위기 팍 죽네.


먼저 온 차가 나갈 수 있도록 길을 따라 차를 세워두고, 소녀원에 들어섰다.




평소에는 연결로와 교차되는 중앙 통로를 따라 들어가지만, 누가 먼저 와 있을터다.


우연히 마주치면 재미없으니, 좀 옆으로 돌아서 건물 뒤쪽으로 들어가보기로 했다.


뒤라고는 해도 골목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니, 산길로 오르듯 가서 건물 창문으로 들어간다.




남자놈들끼리는 신선하다느니 떠들었지만, 여자애들은 좀 가기 싫어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결국 역시 앞으로 가자는 쪽으로 이야기가 바뀌어, 창문으로 다시 나가는게 아니라, 현관으로 나가기로 했다.


그런데 거기서 딱 먼저 온 사람들과 마주친 것이다.




깜짝 놀라 심장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6명 모두 비명을 질렀지만, 곧 안도의 웃음이 쏟아졌다.


상대는 4, 5명 정도.




여자가 둘 있는 것 같았다.


다들 [깜짝 놀랐네!] 라느니, [완전 쫄았어!] 라며 웃고 있었다.


하지만 뭔가 점점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상대가 전혀 반응이 없는 것이다.


정말 아무 말 한마디 없이, 우리들을 지나쳐 안쪽으로 향해 갔다.


우리는 밖으로 나와, 잔뜩 위축되서 소곤소곤 이야기했다.




[뭐야, 저거...], [무섭잖아.] 하고 떠들어대며, 그 건물에서 사람들이 다시 나오기를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 사람들은 건물에서 나와, 뒤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동안 침묵이 이어지다, 누군가 [어쩔거야? 기분 나쁜데 이만 돌아갈까?] 하고 말을 꺼냈다.




여자아이 중 한명이 엄청 무서워하면서 싫다고 계속 되뇌이고 있었지만, 원래 겁쟁이인데다 안까지는 갔다가 돌아오자는 쪽으로 이야기가 가버렸다.


결국 거기서 안까지 들어갔다가 입구에 돌아올 때까지, 먼저 간 사람들과는 만나지 못했다.


[안 만났네.] 하고 말해대면서 밖으로 나오자, 그 사람들이 입구 앞에 세워둔 세단 근처에 있었다.




[우와, 벌써 나와있잖아.]


[돌아갈까... 아니, 근데 저 녀석들 뭐하는거지?]


4명이 각각 문 앞에 서 있는데, 차에 타려는 것도 아니고 뭔가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우리 쪽을 보면서 서 있었다.




우리 차로 돌아오려면 그 사람들 옆을 지나가야만 하는데, 그 동안에도 계속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짜증내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 째려보는 것 같은 느낌도 나서 기분 나쁜 분위기가 가득했다.


친구 중 한놈이 그걸 견디지 못했는지, [너희들 뭘 보고 있는거야!] 라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갑작스러웠기에 다들 움찔했는데, 정작 상대는 전혀 주눅드는 기색 없이 가만히 우리를 보고 있었다.


정말 기분이 나빠서, 어서 가자고 그 사람들을 무시하며 차에 올라탔다.


차를 출발시켰지만, 그 녀석들은 계속 우리를 보고 있었다.




다들 [뭐야, 저게... 기분 나빠.], [짜증나네, 진짜.] 하고 투덜거렸다.


서부 순환도로를 달리면서 한바탕 짜증을 늘어놓다가, 문득 [그래도 귀여운 여자애 한명 있었지 않았냐.] 하고 이야기가 나왔다.


[너 잘도 보고 있었네. 누구?]




[머리 짧은 애.]


[그런 애가 있었나?]


[있었어.]




[완전 별로다, 너.]


운전하던 녀석이 [아니 그건 그렇고, 여자가 있었다고?] 하고 말하자, [그건 좀 심하지 않냐?] 하고 웃음이 터져나왔다.


[제대로 안 봤었나... 아니, 여자애가 있던 거 같지가 않은데...]




그러는 사이 이야기가 바뀌었다.


[그건 그렇고 그 녀석들 차는 어떻게 타고 왔지?]


[뭔 소리야, 자기네 차 타고 왔지.]




[그 차에는 다 못 탈거 아냐.]


[트렁크에라도 타나 보지.]


[엥? 뭔 소리야?]




[아니, 그거 한 대에 다 못 탈 정도였잖아.]


[어라, 5명이면 탈 수 있잖아.]


어? 그렇게 사람이 많았었나?




장난치는 건가 싶었지만, [4명 아니었어?], [아니, 일고여덟명은 됐는데.], [진짜? 어디? 차 안에 타고 있었어?], [있었잖아, 다들 차 주변에!] 하고 다들 의견이 갈렸다.


나도 거기서 한마디 보탰다.


[차 주변에는 네명 밖에 없었어. 너희가 말하는 주변이라는 건 어디 이야기냐.]




[아니... 차 주변이라고, 차...]


말이 맞던 여자아이에게도 물었다.


[봤어?]




[응, 나도 일고여덟명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라?]


[나... 4명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4명밖에 못 봤어. 문마다 한명씩.]




[그렇지? 나도 그랬는데.]


차 안에 정적이 감돈다.


[아니아니, 8명까지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4명은 확실히 아니야.]




[그러면 다 어디 있었다는건데?]


[차 주변에...]


[4명 밖에 없었다니까!]




말싸움같이 되어갈 무렵, 운전하던 녀석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나... 두명 밖에 못 봤어.]


결국 제대로 답은 나오지 않고, 다들 등골만 오싹해졌다.




그 후 여자아이들은 다 집까지 데려다 주고, 남자 3명만 남았다.


아무래도 석연치 않다 싶어, 다시 한번 소녀원에 가보기로 했다.


소녀원까지는 꽤 거리가 있었지만, 새벽 아무도 없는 길을 달려 도착했다.




시간도 꽤 흘렀기에, 솔직히 이미 없을거라는 생각이었다.


소녀원에 접어드는 길, 입구가 보이는 코너를 돈 순간.


운전하던 녀석이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




[아직 있어.]


[거짓말... 진짜로?]


보니까 차 주변에... 4명이 있었다.




[4명이지...?]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1, 2, 3, 4... 4명이지...?]




[너... 어디 보고 있는거야?]


다들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것보다 저 녀석들은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거지?




갑자기 무서워진 것은 나 뿐만이 아니었는지, 운전하던 녀석은 급히 후진했다.


다들 입을 다문채, 그 후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로부터 1년 정도 지난 뒤, 다른 친구들과 소녀원에 갈 일이 있었다.




정말 다시 가고 싶지 않았지만, 무섭다고 말하면 겁쟁이 취급 당할 것 같아 말도 못 꺼냈다.


소녀원의 입구가 보이는 순간, 그때까지 느껴본 적 없는 한기가 나를 덮쳤다.


그날 봤던 세단이 여전히 거기 서 있었다.




처음에는 비슷한 다른 차인가 싶었지만, 가까이서 보니 역시 그때 그 차였다.


그때부터 계속 거기 있었다는 듯, 먼지투성이에 주변에 풀이 무성했다.


심장이 미친 듯 뛰었다.




만약 그 사람들을 다시 마주치기라도 하면 죽을 것 같았기에, 그날은 소녀원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로부터 얼마 뒤, 소녀원은 담력시험이 시끄러워 주변에 민폐라는 민원 때문에 헐렸다.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솔직히 안심했다.




마음 한구석에는 늘 걸리는 것이 남아있다.


소녀원 앞에 차가 있는한, 언젠가 어디선가 그 녀석들과 갑자기 마주칠 것 같은 기분이었으니까.


1997년 전후해서, 하얀색 오래된 카롤라였다.




그게 언제까지 있었는지 신경 쓰이기도 하지만, 역시 모르고 사는게 더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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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918th]낙인

괴담 번역 2018. 3. 7.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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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로 상경한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친구는 깊은 산속 마을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그 마을에서는 대지주인 집안이 권력을 잡고 있어, 일부에서는 "님" 이라고 불릴 정도로 숭배받았다고 합니다.




당시 친구는 그 집안이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너무나도 완벽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흥미가 생겨, [왜 그런데?] 라고 묻자, 친구는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친구네 집은 마을에서 평균보다 조금 괜찮은 정도 위치였다고 합니다.


마을 노인들은 누구나 지주 집안을 숭상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친구는 "마음에 안 들지만, "저 녀석들은 다들 상당히 실력이 있어. 시험에서 다들 만점 가까이 맞으니까 성적도 좋고, 운동신경도 뛰어나서 마라톤을 뛰어도 거의 1등이지. 하지만 뭔가 이상해. 적어도 30년간 저런 완벽한 사람들만 이어져 왔다는건데. 지주 집안은 아이가 많이 태어나는데, 어떻게 모자라는 사람이 한명도 없는거지?" 하고 의문을 품고 있었답니다.




나는 [사실 어디서 뛰어난 아이들만 모아온 거 아닐까?] 하고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친구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니, 지주 집안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반드시 작게나마 잔치를 벌여. 확실히 스무살쯤 되서 도시로 나가는 사람도 있지만, 그 사람들도 연말연시에는 다들 귀성을 하거든. 오히려 집에 남아있는 녀석들이 더 이상했어. 거의 얼굴도 비추지 않고, 연말연시에도 그늘 사이에서 슬쩍 보이는 정도였으니까... 집안에서 마을 관련된 중요한 일들을 맡아보는 사람들일텐데, 아무리 봐도 정작 마을을 떠난 사람들보다 무능해보인단 말이지. 뭐... 나는 봐버리고 말았지만.]




친구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습니다.


마치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을 떠올린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친구는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지주 집안에서 죽은 사람이 나와서 장례식을 치루던 날이었어. 나는 아직 미성년자였지만 술을 얻어마셨다가 곯아떨어졌지. 그래서 그 집에 하룻밤 묵게 됐는데, 밤중에 문득 잠이 깨서 화장실에 갔어.]


지주네 집은 넓고 어두웠습니다.


친구는 처음 오는 집인데다 술기운도 남아있었던 탓에, 길을 잃고 말았다고 합니다.




화장실이 어딘지 도저히 모르겠어서 왔던 길을 되돌아가려는데, 뒤쪽에서 [터벅... 터벅... 터벅...] 하고 발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니, 발소리라기에는 걷고 있는 게 아닌 것 같았습니다.


뭐라고 할까, 튀어오르고 있는 것 같은 소리랄까.




그게 점점 다가오고 있었답니다.


터벅... 스륵... 터벅... 스륵... 터벅...


소리가 가까워지면서, 무언가를 끄는 듯한 소리도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무서워진 친구는 가까이 있던 벽장에 들어가 문틈으로 바깥을 살폈습니다.


소리의 정체는 사람이었습니다.


안심하고 화장실이 어딘지 물어보려던 순간, 친구는 공포에 사로잡혀 얼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사람은 검은 옷을 입은 채, 얼굴에는 가면 같은 걸 쓰고 있었습니다.


다리는 하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손에 다리 하나가 들려있더라는 겁니다.




너무 충격적이라, 친구는 숨조차 쉴 수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덕인지, 검은 옷을 입은 것은 친구를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외발로 터벅터벅, 아무런 말없이 복도 안쪽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날 밤, 친구는 잠도 제대로 못 이루고 이불 속에서 벌벌 떨었다고 합니다.


날이 밝은 뒤, 어젯밤 일을 누군가에게 말해야 할지, 친구는 고민했습니다.


결국 호기심이 동해, 지주네 집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털어놓았다고 합니다.




그 사람은 [정말이냐! 조금 기다려다오.] 라고 말한 뒤, 집안으로 뛰어들어가서는 5분 정도 있다 돌아왔습니다.


[미안하구나. 봐버렸구나... 가능하면 잊어줬으면 좋겠지만, 직접 그걸 봐 버렸으니 그것도 무리겠지. 오늘은 그만 돌아가거라. 다음에 이야기하겠지만, 트라우마는 적을 수록 좋을테니.]


이틀 뒤, 그 사람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믿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 검은 옷을 입은 것은, 대대로 지주 집안에 씌어있는 귀신이라는 것입니다.


그 녀석이 홀로 무언가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조건에 맞는 사람에게 씌어서 어느 조건에 맞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한다고 합니다.


그 조건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지만, 상상하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귀신은 집안의 "낙오자" 에게 씌이는 거겠죠.


그리고 "낙오자" 후보에게, "낙오자의 낙인" 을 찍는 겁니다.


낙오의 조건은 스펙이 모자란 자.




그들에게 검은 옷을 입은 놈이 낙인을 찍어버리는 겁니다.


그 탓에 지주 집안 사람들은 모두 우수했던 겁니다.


다들 필사적으로 노력했겠죠.




살아남은 사람들은 집을 떠나고, 낙오당한 이들은 집에 남게됩니다.


집에서 도망친 사람들과, 낙인을 찍혀 집에서 도망치지 못한 사람들.


낙오자들은 집안에 숨겨진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할 일이 없으니, 자연히 사람들은 지주 집안에 우수한 사람들만 있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죠.


[마을 노인들은 다들 알고 있다고 하더라.] 하고, 친구는 덧붙였습니다.


나는 [그걸 다른 사람한테 말해도 괜찮은거야?] 하고 물었습니다.




[말하더라도 그걸 보지 않은 사람은 못 믿겠지. 게다가 지주 집안은 여기저기 연줄이 닿아있다고. 지방 선거도 지주 집안에서 밀어주는 사람이 무조건 당선되고 말이야. 얼마 전에 "낙오자" 후보로 보이던 놈 중 하나가 죽었어. 젊었으니까 아마 정신이 나갔던 거 아닐까. 말해준 사람도 얼굴이 상처투성이였으니까.  나라도 엘리트에서 낙오당해 외톨이 신세가 되면 정신줄을 놓을 거 같아. 게다가 그 집 동쪽에는 아무도 못 가는데, 가끔씩 작게 비명이 들려오니까... 그걸로 모두 연결이 되더라고. 우리 반에 지주 집안 셋째 아들이 있었는데, 마라톤을 죽어라 뛰고 나서 쓰러져서 구급차에 실려갔던 적이 있었어. 왜 그렇게까지 필사적이었는지 그때는 몰랐는데, 이제는 알 거 같다.]


친구는 그 후에도 그 집안의 무용담 비슷한 이야기를 줄줄이 늘어놨습니다.


스스로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 말투는 마치 그 집안을 숭상하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내적으로 우러러보게 되는 카리스마가 있는 건지, 아니면 영적으로 세뇌당한 것일지...


내게는 어쩐지 후자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실제로 친구는 지금까지도 지주 집안과 교류가 있어, "매번 많은 도움만 받고 있다" 고 말할 정도입니다.




무엇보다도 친구가 말할 때, 낙오당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한 태도가 완전히 다릅니다.


[그걸 본 순간부터, 그 사람들을 보는 눈이 달라졌어.] 라고 말하며 웃는 친구를 보고 있자니, 그 순간 친구 역시 귀신에 씌인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 새삼 소름 끼치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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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을 거니는 게 취미라, 길도 없고 사람도 없는, 산나물이나 캐러 가는 산에 자주 간다.


그래서 종종 이상한 것도 보게 된다.


새하얀 영양이나, 어른 크기는 훌쩍 넘는 독수리나.




하지만 가장 놀랐던 건 그거였지.


가족이 다같이 있던 거.


결코 사람이라곤 있을 수 없는 산속에.




평일 오후였는데, 그날은 미야기, 야마가타, 아키타 3개 현의 경계를 따라 걷고 있었다.


커다란 너도밤나무가 빽빽하게 자란 숲이라, 어둑어둑한 것치고는 편한 길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길이 있는 것도 아니라, 산나물 캐러 다니는 동네 사람이나, 나처럼 GPS 장비를 갖추고 온 사람이 아니고서는 들어오기도 힘든 곳이다.




그렇게 작은 산등성이를 따라 걷는데, 산등성이 아래 흐르는 작은 골짜기 옆에 사람이 서 있는 게 보였다.


계류낚시라도 하는건가 싶었다.


하지만 금세 의아해졌다.




한 사람이 아니라 4명이서 강가에 서 있던 것이다.


거리는 100m 좀 넘게 떨어져 있었기에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사람이 넷 있다는 건 확실했다.


개중 둘은 어린아이인 듯 했다.




머릿속에 가족끼리 동반자살하려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굳이 이런 곳까지 올 이유가 없다.


애시당초 어린아이가 걸어오기도 어려운 길이고.




조금 무서웠지만, 손에 든 쌍안경으로 살펴봤다.


네 사람은 나를 등지고 서 있다.


두명은 역시 어린아이다.




나머지 두 사람은 어른이고, 남자와 여자인 듯 했다.


얼굴이 보고 싶어 잠시 들여다보고 있었지만, 전혀 움직임이 없다.


누가 장난으로 마네킹을 거기 세워놓았는가 싶었다.




나는 다가가 확인해보기로 했다.


혹시 진짜 일가가 동반자살하려는 거라면 멈춰야한다고 생각했으니까.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아차리면 도망치거나 강에 뛰어들까봐, 조심스레 다가갔다.




바로 근처까지 다가가서야 알아차렸다.


정말 마네킹이었다.


어른 마네킹 둘과 아이 마네킹 둘에, 옷을 입혀 누군가 거기 세워둔 것이다.




황당한 것과 동시에, 소름이 끼쳤다.


이런 짓을 한 녀석이 있다면, 그건 분명 제정신은 아닌 녀석일테니까.


인형 앞을 바라보니, 각각 마네킹에 페인트로 이름이 적혀있었다.




그리고 작은 구멍이 수도 없이 뚫려있었다.


산탄총으로 쏜 것 마냥.


만신창이가 된 아이 마네킹의 이마에는 커터 칼날이 박혀 있었다.




나는 너무 무서워서 곧바로 하산했다.


지금 생각해도 무섭다.


그 좁은 길을 마네킹을 들고 지나가는 것 자체가 어려울텐데.




혼자 한 짓이라면 두세번은 왔다갔다 해야만 했을 것이다.


재작년 일이니 아직 그 마네킹은 거기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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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골든위크 때, 형부에게 들은 이야기다.


형부는 고등학교 때 산악부 소속이었다고 한다.


들어가자마자 흥에 겨워, 비싼 등산화를 제깍 사버렸단다.




세미오더로 산 제대로 된 물건이었다.


아마 5만엔 넘게 냈다나.


25년 전이었으니 체감상으로는 더 비쌌겠지.




하지만 작심삼일이라고, 형부는 정작 그래놓고 고문 선생님이 무서운데다 매일 근력 트레이닝을 하는데 질려버렸다고 한다.


상하관계가 요상하게 구축되어 있는 군대식 운동부에 싫증이 난 나머지, 여름방학도 되기 전에 탈퇴해버렸다나.


그때는 두번 다시 등산 같은 건 안 할 생각이었던데다, 부잣집 도련님 비스무리한 거였으니까 뭐.




물건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라, 형부는 거의 새것이나 다름 없는 등산화를 같은 반 친구에게 주기로 했다.


얌전하고 성실한 친구였다고 한다.


다행히도 사이즈는 딱 들어맞았다.




친구는 무척 기뻐하며, 평생 잊지 않겠다고 거듭 고마워했다.


워낙 비싼 신발이다보니, 차마 받을 생각도 못하고 그냥 빌려만 가겠다고 했단다.


형부는 잘 기억조차 못하고 있지만.




다만 [나한테는 이제 필요 없는 신발이야. 네가 잘 신어주면 신발도 기뻐할거야.] 라고 말하며, 스스로 멋있다고 한껏 으쓱거렸던 것만 기억이 난다나.


친구는 그 후, 대학에 가서도, 취직하고 나서도 계속 등산을 했다고 한다.


고지식한 성격이라 매년 연하장을 보내왔고, 거기에는 여름에는 호타카에 갔다느니, 이번 겨울에는 키타다케를 오른다느니 꼼꼼하게 등산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해부터인가, 소식이 뚝 끊겼다.


연하장을 받기만 할 뿐 딱히 답장도 하지 않았던데다, 형부도 결혼해서 가정을 꾸렸으니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소문으로 늦게서야 친구의 부고가 전해졌다.




암이었다고 한다.


38살의 한창 나이였다.


깊은 우정이 있던 것도 아니고, 형부 입장에서는 그저 필요 없는 신발을 준 것 뿐이었다.




젊은 나이에 벌써 세상을 떠나다니 안타깝다는 생각 정도 뿐이었단다.


연하장이 안 왔다는 것도, 사실 부고를 들은 후에야 깨달았을 정도였다니까.


그리고 형부는 천천히 그 일을 잊어갔다.




그런데 작년 연말, 헛간을 개축할 때였다.


형부는 귀찮아하면서도 일손을 도우러 고향에 내려갔다고 한다.


그랬더니 있더란다, 그 등산화가.




신을대로 신어서 검게 윤이 나는 게, 집 헛간에 들어있던 것이다.


형부는 소스라치게 놀라, 황급히 가족들에게 물어봤다고 한다.


[아, 그거. 귀신처럼 초췌한 사람이 갚으러 왔더라. 계속 빌려써서 미안하더면서.]




형부는 등골이 오싹해져서 다시 물었다.


[그거, 언제 이야기야?]


[음, 작년일걸, 확실히?]




그렇다면 진짜 유령이 아닌가.


뭐, 실제로는 착각한 거고 친구가 죽기 전에 굳이 갚으러 찾아왔던 것이겠지만.


하지만 형부는 혹시나 친구가 죽은 뒤 갚으러 온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한단다.




어차피 확인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살아서 왔든, 죽어서 왔든 정말 쓸데없이 성실하달까, 고지식한 녀석이야. 그런 닳아빠진 등산화를 이제 와서 갚으면 어쩌겠다는 건지. 하지만 녀석은 녀석대로, 계속 빌려쓴다고 생각하며 고마움을 느끼고 있던거겠지. 요즘 세상에 그렇게 고지식한 놈이 어디 버틸 수나 있었겠냐, 나처럼 적당히 닳아빠진 놈이나 버티지. 어떤 의미로는 빨리 하늘나라에 가서 행복할지도 몰라. 죽은 사람한테 할 말은 아니지만...]


형부는 묘하게 씁쓸한 듯 웃었다.




[어? 그 등산화? 있어, 아직 집에. 너 등산하고 싶으면 줄게. 신을 수 있을거야. 하하하... 거짓말이야, 거짓말. 절에다 공양했어. 또 저승에서 그 녀석이 신고 등산 다니라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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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915th]화상 치료

괴담 번역 2018. 2. 13.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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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와 초 무렵, 유바리의 어느 탄광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혼슈에서 개척민으로 넘어온 광부 A씨는, 폭발사고에 휩쓸리고 말았다.


목숨은 겨우 건졌지만, 전신에 화상을 입어 중태였다.




옛날 일이다보니 변변한 치료도 받지 못했다.


그저 온몸을 붕대로 감은 채, 아내가 기다리는 함바집 단칸방에 옮겨졌다.


데리고 온 의사는 [크게 다쳤지만, 오늘 밤만 넘기면 목숨은 건질 수 있겠지. 무슨 일 있으면 부르러 오시오.] 하고는 집 주소만 알려주고 돌아가버렸다.




그날 한밤중.


촛불 한자루 어스름한 아래, 머리맡에서 홀로 간호하던 아내가 문득 정신을 차리니 현관에 누가 온 것 같았다.


아내가 나가보니, 많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A씨와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오. 오늘 큰 재난을 만났으니 정말 안타깝게 됐습니다. 당장이라도 병문안을 오고 싶었지만, 공교롭게도 일이 많아 멈출 수가 없어 이렇게 밤 늦게 폐를 끼치며 찾아오게 되었소. 부디 우리에게도 A씨 간호를 돕게 해주시오.]


아내는 혼자 불안하던 차에, 따뜻한 제안을 받아 감동한 나머지, 방에 다 들어오지도 못할만큼 많은 동료들을 기쁘게 맞이했다.




그들 각자 한명씩, A씨에게 말을 걸고 격려해주고는, 방안에 앉아 아내에게도 따뜻한 말을 건넸다.


아내는 몽땅 안심해버리고 말았다.


그들 중 한사람이, [나는 의술에 조예가 있으니, 진찰해 보겠네.] 하고 말을 꺼냈다.




보아하니 탄광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버젓한 신사였다.


누군가의 지인일까.


[몹시 심한 화상이지만, 나는 심한 화상을 치료하는데 능통하네. 오늘밤 안에 의술을 행하면 A씨는 금세 나을게야.]




아내가 그 말을 거스를리 없었다.


그리하여 어스름 가운데, 신사의 치료가 시작되었다.


치료는 거친 것이었다.




신사는 [화상은 눌어붙은 피부를 뜯어내는 게 가장 좋은 치료법이네.] 라고 설명하면서, A씨 몸을 감은 붕대를 벗겼다.


그리고는 A씨의 피부를 아무렇게나 뜯어내기 시작했다.


광부들 사이에서도 강건한 신체를 가졌던 A씨지만, 여기에는 견뎌낼 수 없었다.




A씨는 너무나도 심한 고통에 절규하며, [차라리 죽여다오!] 라고 울며 외쳤다.


아내는 허둥댈 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너무나도 처절한 남편의 절규 앞에, 아내는 자신도 귀를 막고 울부짖기 시작했다.




신사는 [여기만 참고 넘기면 된다네. 금방 편해질거야.] 라고 말하며, 눈썹 하나 움직이지 않고 작업을 이어갔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어느새인가 A씨의 절규는 멎고, 정적이 감돌고 있었다.




신사는 아내에게 [걱정 끼쳤지만 이제 괜찮네. 금세 건강해질거야.] 라고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내는 몇번이고 몇번이고 고개를 조아리며, 바깥까지 신사를 배웅했다.


먼 하늘이 희미하게 밝아온다.




곧 새벽이다.


방으로 돌아오니, 아까까지 좁은 방에 미어터지게 들어차 있던 문병객들이 하나도 없었다.


아내는 이상하다고 여기기보다는 불쾌했다.




돌아간다면 한마디 인사라도 하고 가면 좋을 것을.


지친 아내는 A씨 머리맡에 앉아 좀 쉬려고 했지만, A씨의 안색을 보고 경악했다.


새벽 햇살 속에 보이는 A씨의 안색.




그것은 마치 납덩이 같은 색깔이었으니까.


아내는 A씨에게 매달려 다시 오열할 수 밖에 없었다.


소란을 들은 이웃집에서 의사를 데려왔다.




의사는 A씨 모습을 보자마자 아내에게 호통을 쳤다.


[누가 멋대로 환자를 건드린게야!]


A씨를 감싸고 있는 붕대는, 누가 봐도 비전문가가 매어놓은 듯 허술했다.




붕대를 벗긴 의사는, A씨의 몸에서 눈을 돌렸다.


끔찍하게 피부를 뜯겨 죽은 시체가 있었으니.


너무나도 괴기스런 사건이라 경찰이 불려왔고, 반쯤 정신을 놓은 아내에게서 어떻게 사정을 청취했다고 한다.




허나 그날 밤 나타났다는 사람들도, 그 신사도, 탄광은 물론이고 주변 마을 어디서도 짐작 가는 곳이 없었다.


이야기를 들은 어느 사람은, [그건 여우 짓일 것이네.] 라고 말했다고 한다.


여우에게 사람의 상처 딱지나 화상 자국은 신묘한 약으로 쓰인다는 것이다.




어느 지방에서는 화상을 입거나 딱지가 앉은 사람이 산에 들어서면 여우에게 홀린다는 전설이 내려온다고 한다.


A씨의 아내는 눈이 나빴던데다, 하루 종일 울었던 탓에 눈이 부어있었다고 한다.


여우는 그걸 노렸던 것일까.




안타깝게도 그 이후 아내가 어떻게 되었는지, 이 이야기의 채집자는 기록해두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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