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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눌림

[실화괴담][36th]데려갈 수 있었는데

실화 괴담 2011. 8. 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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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tistory.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Kuroi Asa이 투고해주신 이야기입니다.


저는 지금 남자친구와 같이 살고 있고, 남자친구와 저는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게 영체를 볼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이건 타고 난 것인지 후천적으로 생긴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희 가족 중에도 저처럼 형체를 볼 수 있는 사람이 여럿 있습니다.

어머니는 꿈 쪽으로 대단히 민감하셔서 미래에 관한 꿈을 쪽집게처럼 잘 맞추시고, 아버지는 가끔 영체와 마주치고 대화도 하십니다.



저는 어머니와 아버지 두 분의 능력을 모두 물려 받은 것 같구요.

제 남자친구는 영을 본다기 보다는 느낌다고 하는 편이 더 맞을 것 같네요.

그 영의 기운이 왠만큼 강하지 않으면 존재조차 느끼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 대신 저에겐 없는 능력을 가지고 있더라구요.

저는 영에 대한 겁이 있는 편인데, 남자친구는 제가 영을 보고 겁을 먹으면 저와 손을 잡는다거나 끌어안는 등 신체 접촉을 통해 제가 봤던 영을 몰아낼 수 있습니다.

아무튼 저와 제 주변의 사람들은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이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이 일을 겪은 것은 올해 2월 말쯤이었습니다.

저와 남자친구는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다음 날이 휴무였고 워낙 피곤했던터라 둘 다 골아 떨어져 있었죠.

그런데 새벽 3시쯤이었을까요?



저는 밤귀가 밝은 편이라 깊게 자던 도중에도 소리를 들으면 쉽게 잠에서 깹니다.

그 날도 어떤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났죠.

마치 사람의 손톱으로 방바닥의 장판을 수없이 두드리는 것 같은 소리였습니다.



힘겹게 눈을 뜨자, 눈 앞에는 한 여자가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엎드린 채 땅을 손톱으로 두드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그 모습을 인식하자마자 여자는 고개를 돌려 저를 쳐다봤고, 저는 어둠 속에서 여자와 눈이 마주침과 동시에 가위에 눌렸습니다.

그리고 제가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자 여자는 방 가장자리를 계속해서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저는 끙끙 앓기 시작했고, 옆에서 자던 남자친구는 그 소리에 놀라 저를 흔들어 깨웠죠.

저는 당시 남자친구의 팔베게를 베고 있었고, 남자친구의 손을 꼭 잡고 있었는데도 가위에 눌린 상태였습니다.

남자친구는 제게 왜 그러냐고 여러번 물었고, 저는 [귀신... 귀신... 저기 귀신...] 이라고만 말하고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남자친구는 제가 잡고 있는 손을 통해 제가 봤던 귀신을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여자가 제 배 위에 올라타서 제 목을 조르는 광경을 말이죠.

여자는 계속 미친듯이 제 목을 조르며 웃는데, 저는 앓는 소리 하나 내지 않고 죽은 듯이 누워있었다는 겁니다.



더더욱 이상한 것은, 제 발 밑에도 여자 귀신 하나가 더 서 있었다는 것입니다.

정작 제가 봤던 귀신은 하나였는데도 말이죠.

그리고 저는 정신을 잃은 가운데 꿈을 꿨습니다.



버스를 타고 혼자 어딘가로 가는 꿈이었죠.

손에는 파란색 비닐 봉지가 들려 있었고, 봉지 안에는 대파와 감자, 양파, 당근 같은 채소가 가득했습니다.

저는 어딘가에서 내리려고 했는데, 그 정류장에서 내리지 못해 다음 정류장에서 내리게 되었습니다.



정류장에 내려보니 의자에 고등학교 동창인 여자 아이 둘이 앉아 있었습니다.

같은 반이었던 아이도 있었고, 저희 반에 자주 놀러와 얼굴만 알고 있던 아이도 있었죠.

하지만 둘 다 별로 친한 친구가 아니었기 때문에, 저는 인사도 안 하고 그냥 가던 길을 가기 위해 몸을 돌렸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아이들이 저를 부르는 겁니다.

제 이름이 아닌 [언니.] 라구요.

그리고 [언니, 언니. 내일 우리 수학여행 가잖아. 우리 오늘 언니 집에서 같이 자면 안 돼?] 라고 둘이 입을 맞춘 것처럼 똑같이 물었습니다.



저는 남자친구와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안 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안 돼.] 라고 딱 잘라 말했습니다.

그러자 여자 아이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우뚝 섰습니다.



그리고 제 뒤에서 [아쉽다, 데려갈 수 있었는데.] 라고 말하는 겁니다.

저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습니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그 둘은 이미 사라진 후였고, 저는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눈을 뜨니 아침이었고, 곁에 있던 남자친구가 간밤에 있던 일을 이야기해줬죠.

저는 그냥 남자친구의 손을 잡고 있다 가위가 풀리자 조용히 잠들었다고 합니다.

남자친구는 제가 죽은듯 숨소리도 내지 않고 잤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남자친구는 제가 자는 동안 두시간 가까이 귀신들과 싸웠다고 합니다.

제 발 밑에 서 있던 귀신이 제 발목을 끌어내리는데, 저는 배 위에 올라탄 귀신에게 목을 졸리는 와중에 질질 끌려 내려가고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이대로 뒀다간 큰 일 나겠다 싶었던 남자친구는 귀신들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고 합니다.



[어디 한 번 데려가봐라! 내가 너희 찢여 죽여버릴 테니까!]

그런데 남자친구가 이렇게 소리치며 귀신들에게 욕을 했더니, 귀신들은 더 크게 웃으며 힘이 더 강해졌다고 합니다.

남자친구는 끌려가는 제 몸을 붙잡으며 계속 소리를 질렀다고 합니다.



꺼지라고, 죽었으면 곱게 승천할 것이지 왜 남의 집에 와서 다른 사람을 잡아 가려는 거냐고, 내 여자친구 일어나면 죽여버릴거라고.

그렇게 말했더니 귀신들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아주 잠깐 소리를 질렀던 것 같은데 온 몸에 힘이 없기에 시계를 봤더니 두 시간 가까이 지나 있었다네요.



그런데 남자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제 꿈과 묘하게 딱 들어 맞는 것이었습니다.

남자친구가 봤던 귀신 둘과 제 꿈에 나왔던 여자 아이 둘...

정말로 그 아이들이 저를 데리러 왔던 것인가 싶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거울을 봤더니, 목에는 여자 손자국이 나 있었습니다.

다른 자국들은 희미해서 잘 알아볼 수 없었지만, 다만 엄지손가락 자국만은 굉장히 선명하게 남아 있더군요...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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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17th]일본에서 눌린 가위

실화 괴담 2011. 3. 29.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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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에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2007년, 학교에서 단체로 일본에 여행을 간 적이 있었습니다.

단체 여행이었기 때문에 방은 여럿이서 함께 배정받아 쓰게 되었지요.

1주일 동안 오사카에서 출발해 도쿄를 둘러보고 귀국하는 코스였습니다.

정말 즐겁게 여행을 하던 도중, 5일째 밤에 문제가 일어났습니다.



친구 2명과 함께 3명이 같은 방을 쓰게 되었는데, 너무나 갑작스레 다른 친구 2명이 졸립다며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시간은 아직 10시 정도 밖에 되지 않았었고, 룸서비스로 맥주와 안주를 잔뜩 시켜 놨었기 때문에 그런 친구들의 모습이 당혹스러웠습니다.

그래서 그냥 [그래, 너희 먼저 자. 난 TV 좀 더 보다 잘게.] 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말이 떨어지자마자 친구들이 그대로 잠에 곯아떨어졌습니다.

저는 이상하게 여기면서도 복도에서 얼음을 가져와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맥주에 얼음을 넣고 안주와 함께 먹으며 TV를 봤습니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어느샌가 저 역시 그대로 잠에 빠져버렸습니다.



한참 자고 있는데, 어째서인지 몸이 너무 답답했습니다.

후덥지근한데다 움직일 수도 없었습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일어나려는데, 몸이 전혀 움직이지를 않았습니다.

눈만 겨우 움직여서 방 안 구석구석을 살피는데, 자기 전까지만 해도 잘 나오던 TV 화면이 지지직거리며 노이즈만 나오고 있었습니다.



이게 뭔가 싶어 더 살펴 봤습니다.



그런데 호텔 방 문 쪽 천장 구석에 여자 아이가 앉아 있었습니다.

천장에 아주 자연스럽게 말입니다.

그 때는 천장에 앉아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그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쉽게 납득했었습니다.



여자 아이는 갈색 단발에 교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반팔 와이셔츠에 갈색 니트 조끼, 체크무늬 치마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아이를 본 순간 저는 한 눈에 그 아이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피부는 혈색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창백했죠.

백인의 하얀 피부 같은 느낌이 아니라, 말 그대로 흰 도화지처럼 새하얀 얼굴이었습니다.

눈 역시 동공이 풀려 있어 눈빛을 읽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런 눈으로 그녀는 계속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이젠 죽었구나 싶었습니다.

식은 땀이 뻘뻘 흐르고, 난생 처음 눌린 가위에 당황한 채 그대로 누워있을 뿐이었습니다.

머릿 속으로 가위에서 풀려나는 법을 찾아봤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었습니다.

결국 저는 그것마저 포기하고 그저 그 아이에게서 시선을 피하려 애썼습니다.

고개를 돌릴 수조차 없어 눈알만 굴리는 수준이었지만요.



그런데 갑자기 그 아이가 앉은 채로 스르륵 저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달팽이 같은 매우 느린 속도였지만 한가지만은 알 수 있었습니다.

[저게 여기까지 오면 나는 죽겠구나.]

저는 그저 할 수 있는 것도 없이 그것을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얼마쯤 시간이 흘렀을까요.

갑자기 눈 앞이 깜깜해졌습니다.

아마 제가 정신을 잃었던 것 같습니다.

일어나보니 이미 아침이었습니다.

친구들은 어느새 옷도 다 차려입고 짐까지 싸두었더군요.

저는 후다닥 일어나서 친구들에게 질문을 마구 던졌습니다.



[야, 너희 귀신 못 봤어? 나만 본거야?]

[무슨 헛소리야, 갑자기...?]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꺼져 있는 TV에 눈이 갔습니다.



[어젯밤에 TV 누가 껐어? 난 아닌데.]

[아침에 일어나니까 꺼져 있던데?]

[...그럼 내가 먹던 얼음은 누가 버린거냐?]

[얼음은 무슨? 얼음통도 없는데 무슨 소리야.]



제가 가져왔던 얼음통은 감쪽같이 사라져 있고, TV도 꺼져있었습니다.

저는 어제 그 일이 꿈이었던 것으로 생각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테이블에는 제가 전날 밤에 얼음통을 올려뒀던 자리에 물기가 흥건히 남아 있었습니다.



얼음통은 결국 복도의 얼음 자판기 앞에서도 찾을 수 없었고, 그 층 어느 곳에도 없었습니다.



그 귀신은 과연 저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그리고 어째서 제가 잠든 뒤 방 안을 정리해 뒀던 것일까요?

아직도 그 때 일만 생각하면 온 몸에 소름이 돋습니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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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50th]휴대폰

괴담 번역 2010. 8. 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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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이부자리 안에서 벽 쪽을 향해 누운 채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는데 갑자기 가위에 눌렸다.

 

전혀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눈마저도 움직일 수 없고, 한 곳만을 계속해서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

 

그렇게, 휴대폰의 화면을 계속해서 보고 있었다.

 

거기에는 방금 전까지 내가 쓰고 있던 문자의 내용은 없었다.

 

누군가가 걸으면서 비디오 촬영을 한 것이라고 생각되는 동영상이 나오고 있다.

 

그리 특별한 것은 없는 길을 돌아다니면서.

 

시점은 사람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자신이 걸으면서 보고 있는 풍경이 그대로 보인다.

 

화면의 안 쪽에서 앞을 향해 걸어오는 사람도 있고, 시점과 같은 방향으로 걷는 등을 돌리고 있는 사람도 몇 명 있다.

 

화면의 중앙에는 시점과 완전히 같은 속도로 걷는 사람이 등을 돌린 채 걷고 있다.

 

아무래도 그 사람을 쫓고 있는 영상인 듯 하다.

 

밤에 집으로 가는 길의 도중인 것 같다.

 

영상은 대단히 뚜렷하다.

 

밤 길을 흔들림 없이 걷고 있다.

 

누군가가 비디오 카메라를 가지고 걷고 있는 것이라면 약간의 손떨림이라도 있을 법한데, 영상에는 그런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살아있는 사람을 찍고 있지만 그것을 찍고 있는 쪽은 결코 사람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주인공과 그 뒤를 쫓던 인물이 집에 도착한다.

 

자취생인듯 하다.

 

TV를 켜고, 목욕을 하고, 맥주를 마시고, 저녁 식사를 먹는다.

 

그 모든 것을 뒤에서 바라보고 있다.

 

드디어 잠자리에 들었다.

 

곧바로 자려는 것은 아닌 듯, 이불을 덮은채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사람은 벽 쪽을 향한채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그 역시 휴대폰의 화면만을 응시하고 있다.

 

아까부터 이 영상인채로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내 몸 역시 마찬가지다.

 

영상의 시점에서 주인공과 그 뒤를 쫓던 것의 차이는 고작해야 1미터 정도.

 

 

 

 

 

 

 

지금, 내 뒤에서 숨소리가 들린다...

 

 




Illustration by 슬락(http://rebirthslack.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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