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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번역괴담][2ch괴담][226th]봉인

괴담 번역 2011. 8. 1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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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현 X시에서 차로 약 1시간 정도 걸리는 산 속에는 폐병원이 있다.

해체 작업 도중 그대로 방치되어서, 위험하니까 가지 말라고 부모님은 당부하셨다.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전거로 가기에는 꽤나 먼데다 산 속이었기 때문에 나는 가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중학교 동창회 때문에 나는 오랜만에 X시에 돌아왔다.

어릴 적부터 사이가 좋았던 친구 A, B, C와 함께 옛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있는데, 어쩌다 보니 그 폐병원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내가 X시를 떠난 후에도 그 병원은 쭉 방치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누군가의 제안으로, 우리는 폐병원에 가보기로 했다.

가장 가까운 곳에 사는 A가 차를 준비하고, 손전등, 비상식량, 소금, 길을 잃었을 때를 대비한 피리를 인원 수대로 가지고 우리는 폐병원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내비게이션이 맛이 가서 절벽에서 떨어질 뻔하고, 터널 안에서 비가 새긴 했지만 우리는 겨우 폐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병원은 생각보다 훨씬 작았다.

3층 건물에 넓이는 25m 정도였다.

초등학교에 딸려 있는 수영장 정도의 크기였다.



건물 벽에는 심령 스팟에 있을 법한 낙서가 여기저기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폭주족들의 소행일까?

꽤 어려운 한자들이 적혀 있어서 의미는 알 수가 없었다.



건물 주변에는 울타리를 대신하는 것인지 밧줄이 둘러쳐 있었다.

우리는 호신용으로 바닥에 떨어져 있던 쇠파이프를 들고 안으로 들어섰다.

인기척이 없는 것으로 보아 폭주족이나 노숙자는 없는 것 같았다.



병원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들은 점점 말이 줄어들고 있었다.

병원 1층을 걸어나가는 동안 건축 일을 하고 있는 B가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이 정도 크기 건물이면 해체하는데 돈 몇 푼 들지도 않는다구. 도대체 왜 철거하다가 중간에 버려둔거지?]

실제로 창문 유리는 깨져 있었지만, 건물 자체를 해체하려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1층에는 그닥 흥미로운 것이 없었기에, 우리는 바로 2층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2층을 나아가면서 A가 입을 열었다.

[별 것도 없네. 해체 작업 중이어서 위험하다고 했던건 여기 못 오게 하려는 구실이었구나.]

여기저기서 [아, 우리 부모님도 그랬었는데.]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수술실 같은 것이라도 있었다면 병원 분위기가 났겠지만, 정말 아무 것도 없었던터라 병원이었는지조차 의심스러웠다.

[왜 부모님들은 그런 거짓말까지 하면서 여기 못 오게 하려고 했었을까?] 라고 C가 말했다.

우리는 맥이 빠진채 3층으로 올라갔다.



3층에도 딱히 별다를 것은 없었다.

우리는 모든 방을 돌아보고 무사히 건물 끝으로 왔다.

[어?] 하고 B가 다시 입을 열었다.



[3층만 넓이가 달라. 안에 방이 하나 더 있는 거 같은데.]

[오... 역시 건축 일하는 사람은 다르네.]

나는 [진짜? 숨겨진 방이라고?] 라고 말하며 그 입구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그런 것은 없었다.

그렇지만 막다른 골목의 벽이 얇은 베니어 합판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가볍게 두드려 보면 분명히 벽이 아니라 안 쪽에 공간이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어떻게 할까?] 라고 A가 물었다.

나는 [역시 부수고 들어가야겠지?] 라고 대답했다.

B와 C 역시 [이상한 건 확인해 봐야지!] , [어차피 철거할 곳이잖아.] 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쇠파이프로 벽을 가볍게 때리자, 어이 없을 정도로 가볍게 모든 합판이 안쪽으로 무너졌다.

그 안은 분명히 다른 곳과 분위기가 달랐다.

단숨에 공기가 탁하다는 것이 느껴졌다.



벽에는 병원 외벽에 있던 것과 비슷해보이는 낙서가 빽빽하다.

역시 어려워서 읽을 수가 없다.

안쪽에는 의자가 하나 있었다.



그 밑에는 검은 얼룩이 퍼져 있었고, 주변에는 수없이 조각난 밧줄이 있었다.

[뭐야, 여기는?]

A가 익살스럽게 말했다.






이상한 분위기에 눌린 것인지 목소리가 들떠있었다.

[어쩐지 위험해 보이는데.] 라고 B가 말했다.

나는 겁에 질려 [이제 나가자.] 라고 말했다.



우리는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자연스레 발을 옮기기 시작했고, 어느새 전력 질주하고 있었다.

우리는 앞다투어 달리다 넘어지기도 하면서 겨우 건물 밖으로 나왔다.

밧줄을 넘어 자동차에 도착했을 무렵, C가 입을 열었다.



[봉인이었어.]

[뭐?] 라고 우리는 다같이 반문했다.

[그 벽의 문자와 밧줄은 봉인이었다구.] 라고 C는 계속 말했다.



[내가 필사적으로 말렸는데도 너희는 내 말을 안 듣고 계속 안으로 들어갔잖아... 나는 무서워서 들어가지도 않고 여기서 기다렸어. 무사히 나와서 정말 다행이다.]

[뭐? 안 들어갔었다구?]

나와 A, B는 얼굴을 마주보고 할 말을 잃었다.



어쨌거나 우리는 이 곳에서 떠나기 위해 차에 올라탔다.

그런데 그 순간, 병원에서 피리 소리가 들려왔다.

내 목에는 분명 목걸이로 걸어두었던 피리가 사라져 있었다.



Illust by 모도,(http://mmodo.egloos.com/)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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