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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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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0년대에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골드 러시가 일었지. 그래서 전 세계에서 일확천금을 노린 사람들이 몰려 들었어. 그 중에는 몇 만명이나 되는 중국인도 있었지.]

존은 모닥불의 불꽃을 바라보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원래 영국에서 죄수들이 유배된 유배지였어. 그런 범죄자들이 아시아인들을 환대할리 없었지. 광산의 이곳 저곳에서는 학살이 빈번했대.]



나는 스쿠버 강습을 하고 있는 이 20대 백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쩐지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 선조가 저지른 짓이지만, 지금까지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금기 되고 있어. 몇백명이 광산에서 생매장 된 것도, 원주민인 에버리진들이 중국인을 잡아 먹었다는 소문으로 바뀌어 퍼졌지.]



당시 나는 워킹 홀리데이 프로그램으로 오스트레일리아에 머물고 있었다.

존은 취미로 서핑을 즐기다 만나게 되었다.

우리는 관광이나 유학으로 오스트레일리아에 온 일본인을 헌팅하며 사이가 좋아졌던 터였다.



[확실히 선조들은 끔찍한 일을 저질렀어. 하지만 150년은 더 된 일이야. 아시아 사람들은 집념이 그렇게나 강한거야?]

존은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은 완전히 울상으로 바뀌어 있었다.





자동차로 오스트레일리아 횡단 여행을 가자는 제의를 먼저 했던 것은 존이었다.

둘이서 헌팅을 나서다보니, 존은 어느새 여자 버릇이 나쁜 백인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

결국 함께 다니던 나마저 동포를 무시한다는 악평을 듣게 되었다.



존도 그런 평판에 신경이 쓰였던 것인지, 내 휴가에 맞춰서 다른 관광지로 떠나자는 제의를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날은 우리가 대륙을 횡단하기 시작한지 사흘이 되던 날이었다.

[그렇게 떨지 마. 아무 일도 없을거야. 내일 히치하이킹을 하고, 차는 레커로 도시까지 나르면 돼. 거기에서 수리해서 다시 떠나자. 예정보다 하루 늦을 뿐이야.]



그렇게 말은 했지만 나 역시 존과 비슷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마을에서 한참은 떨어진 황무지에서, 한밤중인데도 인기척이 느껴지고 있다.

어쩌면 이것은 현실이 아니라 꿈일지도 모른다고 믿고 싶었다.



[야, 아시아 사람들은 이럴 때 뭐라고 기도를 하냐? 기독교인처럼 신에게 빌기라도 하는거야?]

존의 말에 고개를 들자, 나도 모르게 온 몸에 오한이 일었다.

흔들거리며 불타는 모닥불의 불빛에, 너덜너덜한 옷을 걸친 광부들의 모습이 스르륵 떠올랐다.





그것도 한명이 아니다.

도저히 셀 수 없을 정도로 수가 많다.

[야, 그 놈들이 더 이상 가까지 다가오지 않도록 기도해 줘...]



우리는 같이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고 숨을 죽였다.

나는 손을 모아서 정신 없이 알고 있는 경을 읊었다.

[죽고 싶지 않아!]



그 한마디 외침만을 남긴 채 존은 누군가에게 질질 끌려 갔다.

나는 필사적으로 계속 경을 외쳤다.

도대체 그 날 내가 보았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나는 아직도 알지 못한다.





눈을 꽉 감고 있던 내 얼굴을 그것이 유심히 바라보았던 것은 확실하다.

엄청난 악취가 풍겼고, 손가락이 몇번 내 코를 스쳤던 것 같다.

나는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고, 아침에 운 좋게 히치하이킹을 해서 마을로 갈 수 있었다.



나는 그대로 그 마을의 경찰서에 달려가 신고했다.

존이 사라진 것에 관해서는 자동차의 엔진이 꺼져서 따로 도움을 찾아 헤어졌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의 실종 때문에 나는 그 경찰서에서서 일주일 가량 구류되었다.



형사의 말에 따르면 그 부근에서는 지금까지 몇십명이 넘는 실종 사건이 일어났다고 한다.

나는 구류에서 풀려나자마자 도망치듯 귀국했다.

존의 소식은 지금도 들리지 않는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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