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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실화괴담][108th]숲쪽 창문

실화 괴담 2023. 3. 1.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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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 이 이야기는 Name No님이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고등학교 때 일입니다.

저희 학교는 전교생의 99%가 기숙생활을 하는 학교였습니다.

학교 위치 자체도 촌구석에 있어, 주변에 나가봐야 즐길거리도 없습니다.



매일이 학교, 기숙사, 독서실의 반복일 뿐이죠.

2학년 때였습니다.

교실의 위치는 1층이었는데, 복도 저편 창문 너머로는 작은 숲이라 부를 수 있을만큼 풀과 나무가 우거져 있는 공간이 있었습니다.



창문과 담장 사이가 1m 정도에 불과한 아주 좁은 공간인데, 빛도 잘 들어오지 않는데 풀과 나무, 그리고 윗층에서 버린 쓰레기들이 가득해 저희는 항상 창문을 닫아두고 한여름에조차 열지 않았어요.

아예 못으로 박아두었다든지 그런 건 아니라, 처음 반에 오고나서는 환기 때문에 종종 창문을 열곤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모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열지 않게 되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 곳에서는 냄새가 전혀 나질 않았습니다.



숲에서 날법한 나무나 흙 냄새도, 쓰레기에서 날법한 악취도 전혀.

분명 몇년은 된 것 같은 쓰레기가 보이고, 어둡고 축축해서 이끼도 이곳저곳 끼어있는데, 그냥 허공의 공기 냄새를 맡는 것처럼 말이죠.

그 일이 일어난 건 2학기가 시작된 뒤, 가을이었습니다.



4교시 체육시간에 축구를 하고, 선생님이 살짝 빨리 수업을 끝내줘서 밥도 다른 반보다 빨리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원래 2학년이 줄을 서고 있더라도 3학년들이 밥을 먹으러 오면 그대로 줄이 새로 생기면서 후배들이 비켜주는 게 당시 학교의 룰이었습니다.

그래서 보통 점심을 다 먹고나면 남는 시간은 30분 정도였는데, 그날은 교실에 들리지도 않고 체육복 차림 그대로, 3학년보다도 빨리 점심을 먹는 바람에 식사를 마치고도 점심시간은 한시간 가까이 남아있었습니다.



체육시간에 땀도 많이 흘려 지친데다, 시간도 꽤 남다보니 다들 약속이라도 한듯 낮잠을 청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꼭 자야겠다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양치를 마치고 와 보니 이미 같은 반 친구들은 한명도 남김없이 모두 자고 있었습니다.

저도 분위기를 타서 책상 위의 책을 모두 치운 뒤, 양팔을 포개어 자려는데 가만히 있자니 너무 더웠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전력난이라며, 에어컨은 선생님이 직접 켜고 끄던 터였습니다.

학생은 임의로 건드리면 안되는 상황이었기에, 창문이라도 열어야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저 혼자 자기 전 숲쪽 창문과 복도쪽 창문, 교실 문을 모두 열었습니다.



양쪽 문을 다 열어야 공기가 잘 통해 바람이 흘러 시원해지기 때문에 복도 쪽 문도 열어야 하는게 당연하지만, 점심시간 특유의 시끄러움 때문에 아이들이 잠에서 깨지 않을까 걱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을 여니 거짓말처럼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정말 이상하리만치 조용했습니다.



당시에는 그저 다행이라고, 모두 밥 먹으러 갔다보다 했습니다.

시끄러워지면 문 근처에 자던 아이가 깨서 문 닫겠지라는 생각에, 그대로 교실 가운데 제 자리로 와서 자기 시작했습니다.

숲을 통해 오는 바람이라 그런지 바람도 조용하지만 시원했습니다.



무척 편하게 잘 자는데, 문득 갑자기 눈이 떠졌습니다.

너무나도 조용했습니다.

너무 곤히 자느라 다른 친구들은 모두 이동수업을 들으러 갔고, 나 혼자 교실에서 자고있는건가 싶을 정도로요.



하지만 고개를 들어보니 다른 아이들의 모습도 보였고, 이동수업은 다른 날이라는 걸 깨달아 이내 안도했죠.

그저 짧게 잤는데도 푹 자서, 피로가 금세 풀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깨어나고 나서도 교실은 이상할만큼 너무나도 조용했습니다.



그 순간, 지금 생각해도 꿈인가 싶은 이상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숲쪽 창문에서 투명하면서도 마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듯, 공간이 울렁이는 것 같은 무언가가 보였습니다.

마치 구름이나 담요, 솜사탕처럼 가장 앞 창문에서 흘러나와, 창문 가장 가까이에 있던 아이 위에 덮혀서 그대로 꼼지락거렸습니다.



그때는 그저 넋을 잃고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구경만 하고 있었는데, 곧이어 창문에서 또다시 그 무언가가 나오더니 다른 친구를 덮고 꼼지락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몇개가 연이어 나타났고, 그러는 사이에도 저는 그저 이제 누가 덮일까 하며 태평한 생각만 할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열명 정도 되는 친구들 위로 그 무언가가 꼼지락대고 있었고, 앞으로 몇개만 더 나오면 나도 덮일 즈음이었습니다.

갑자기 문이 탁 닫히는 소리가 나서 정신을 차렸습니다.

어느덧 수업시간이 됐는지, 선생님이 오신 것이었습니다.



아이들도 모두 깨어났고, 다시 보니 그 무언가도 사라진 후였습니다.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수업이 시작되고 채 5분도 안되었는데, 친구들 몇명이 화장실에 가야겠다고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선생님은 [엎드려 잘 시간이 있으면 진작 화장실에 갔어야지.] 라고 나무라면서도 보내주었습니다.

눈치 채셨겠지요.

화징실로 향한 것은 그 무언가가 덮고 꼼지락거렸던 아이들이었습니다.



10명 모두가, 동시에 화장실로 향한 겁니다.

선생님도 그렇게 많은 인원이 한번에 화장실로 향하니 당황하셨는지, 식중독인가 싶어 다른 교실로 가서 혹시 화장실에 간 학생이 없냐고 물어볼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다른 반에서도 그런 상황은 없었고, 양호실에도 식중독 환자가 있다는 보고는 없었습니다.



단순히 우리 반 친구 열명이 동시에 화장실에 간, 딱히 기억에 남지도 않을 작은 사건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그 무언가를 본 저에게는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사건입니다.

그 무언가를 본게 꿈이었다고 해도, 하필 딱 그 친구들이 동시에 화장실에 간건 사실이니까요.



게다가 화장실에 가겠다고 교실에서 나가던 순서마저 그 무언가에 덮인 순서대로였습니다.

다음은 누구지, 하고 뭔가 규칙이 있을까 싶어 유심히 바라봤었거든요.

졸업하고도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도 떠올리면 두려움과 호기심에 잠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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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107th]젖어있는 축구복

실화 괴담 2022. 1. 26.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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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익명의 투고자분이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1997년에서 1998년 사이 겪은 일입니다.

제가 복무했던 부대는 블랙호크, UH-60 헬기를 운용하던 육군 항공단이었습니다.

지금은 부대 이름이 바뀌었지만요.



제가 복무할 무렵, 부대에서는 헬기 추락 사고가 몇번 있었습니다.

그 중 한 추락 사고 이후 일어난 일입니다.

당시 기사나 사건 기록을 찾아보시면,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육군 소속이지만 병력 수송용 헬기를 주력으로 운용하던 부대였던만큼, 간부와 사병의 비율이 50 대 50에 가까울 정도로 간부가 많은 부대였습니다.

사병의 절대적인 숫자가 적다보니 하루에도 경계근무를 여러번 나가기도 하고, 재수가 없으면 2교대로 들어가는 말뚝 근무도 심심치 않게 잡히곤 했습니다.

저는 상황실에 근무했기에 평소에는 경계근무를 서지 않았지만, 대규모 작전 등으로 부대에 인력이 모자라면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초소 경계근무에도 끌려가곤 했습니다.



어느날, 대규모로 진행된 야간 헬기 작전에서 부대 소속 헬기 한대가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보통 헬기가 추락하면 조종사와 승무원은 십중팔구 유명을 달리합니다.

하지만 그날은 탑승자 중 절반이나 생존했습니다.



사고 조사에 따르면 헬기가 추락하기 직전까지 정조종사가 조종간을 돌려 자신이 탑승한 쪽으로 헬기를 기울였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반대편에 타고 있는 부조종사와 승무원은 큰 부상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낙하산으로 탈출할 수 있지 않냐는 질문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야간에 저공 전술 비행 도중 고압선에 걸리게 되면 낙하산을 펼 시간조차 없이 추락하게 됩니다.



작전 개시 전 고압선의 배치와 송전탑 위치를 숙지하는 것이 필수적인 이유입니다.

사고 직후, 현장을 수습하기 위해 나선 선발대가 현장에서 각종 무장과 조종사 및 승무원의 유품 몇가지를 회수해 왔습니다.

그 물건을 정리하던 도중, 우연히 순직한 정조종사가 착용한 헬멧에 손을 대게 되었습니다.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은 서늘한 냉기가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사고가 밤에 났던 탓에 그러려니 생각했죠.

저는 추가 사고 처리 및 작전 지원 등으로 인해 인력이 모자란 탓에, 야간 경계근무를 나서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근무 도중, 희끄무레한 사람 같은 무언가가 초소 근처에서 얼쩡거리는 것이 보였습니다.

야음 속이라 확실한 정체를 파악할 수 없어, 수하를 통해 정체를 밝힐 것을 요구했으나 아무 대답이 없었습니다.

상황실에 보고를 하고, 지시에 따라 후임병에게 초소를 지키도록 한 뒤 정체를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근접해도 거리가 줄어들지를 않는 겁니다.

그 형상이 다리를 움직이는 느낌은 없었는데, 제가 걷는 속도와 동일한 거리를 유지하며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약 1km 거리를 추격 아닌 추격을 하며 따라가다 연병장에 도착했습니다.



그 순간 그 사람 같은 무언가는 연병장을 가로질러 빠르게 달려가더니 갑자기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결국 제가 확인한 거라곤 그 무언가가 사라지기 직전, 입고 있던 것이 부대 축구복이었다는 것과 등번호 뿐이었습니다.

상황실에는 사라졌다고 보고를 했지만, 당연히 피로나 수면 부족으로 헛것을 본 것으로 치부되어 유야무야 넘어갔습니다.



사실 부대 내에 활주로가 있다보니 가끔 아지랑이나 신기루 같은 게 보이는 일도 종종 있었으니까요.

대형 추락 사고가 벌어진 상황이다보니, 별 것도 아닌 일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기도 했죠.

며칠간 정신없이 사고 수습으로 시간이 흐른 뒤, 부대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축구 시합이 열렸습니다.



무심코 경기를 지켜보던 중, 며칠 전 봤던 무언가가 입고 있던 축구복의 등번호가 떠올랐습니다.

그날 사고로 순직한 조종사의 축구복 등번호였습니다.

어쩐지 등골이 오싹한 느낌에, 저는 경계근무 당시 상황실에 있던 간부를 찾아갔습니다.



비슷한 나이대라 평소 친하게 지내던 분이었기에, 제가 본 것들을 그대로 털어놓았죠.

이야기를 듣자 간부도 얼굴이 파래져서, 같이 순직한 조종사의 유품 추가 수습을 겸해 확인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캐비넷을 열어보자, 각자마다 고유한 등번호를 받아 한벌만 존재할 터인 축구복이 걸려있었습니다.



캐비넷 속에 있었음에도, 어째서인지 그 옷만 축축하게 젖은 채.

보통 부대 축구복은 해당 등번호를 받은 간부가 전출을 갈 때 반납하고, 전입한 간부에게 물려주곤 했는데, 그 옷만큼은 나이 많은 주임원사가 따로 가지고 나가 조용히 처리했다고 합니다.

제가 그날 밤 보았던 것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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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106th]한밤의 하이힐 소리

실화 괴담 2021. 3. 1.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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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메일로 beomdev님이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군생활 중에 겪은 체험담입니다.

저는 육군으로 입대했는데 특이하게도 배를 타게 됐습니다.

그리고 항상 정해진 기간마다 배를 타고 파견을 가는 생활을 했었죠.



한 파견지에 가게되면 타군의 협조 하에 훈련용 배에 저희 배를 뒀었습니다. 

그 타군의 배는 항상 쓰이는 것이 아닌 특정 기간에만 쓰이는 배였습니다. 

그렇기에 해당 군의 경계근무는 그냥 CCTV로만 이루어졌고, 실제 병사들이 배치되지는 않았어요.



그날은 마침 제가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작전을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보고 후 그 타군 배에 남아 쉬고 있었습니다.

칠흑과 같은 암흑 속, 영 좋지 않은 몸 때문에 잠을 청하지 못하던 터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또각... 또각....]

마치 하이힐을 신은 사람이 배에 올라타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배를 타는 사람들이라면 대략 추측이 가능하겠지만, 배를 탈 때에는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승선화라는 구두에 가까운 신발을 신습니다.

보통 군인들이 신는 전투화조차 잘 신지를 않는거죠.

혹시나 바다에 빠지면 수영을 해서 생존해야 하는데, 그런 상황에서 일반적인 전투화는 벗기가 너무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승선화를 신고 배에 타서 움직이는 소리는 [쿵... 쿵...] 에 가깝지, 결코 [또각... 또각...] 하는 소리가 날 수 없습니다.

그 배에 올라타기 위해서는 바지에서 열쇠식 자물쇠를 두 번 열어야 했습니다.

근처 항구가 나름 낚시꾼들과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었기에, 저는 술에 취한 여성분이 어쩌다가 이 배에 올라타기라도 한 것이라 여겼습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해야 하지? 

방에서 먼저 나가 퇴선을 권고해야하나 싶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때까지 또각대며 들려오던 하이힐 소리가 딱 멈췄습니다.



그 자리에 멈춰선 것이라는 생각만 들더군요.

저는 다시 고민을 했습니다.

혹시 술에 취해 쓰러진 건가?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에는 아무 다른 소리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고민하고 있던 그 순간.

[또또또각각각또각또각똑까가아악또깍!]



그 발걸음이 제가 있는 곳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하이힐을 신고 뛰는 것 같으면서도, 무언가를 질질 끌면서 오는 것 같은 소리였습니다.

순간 머리 속이 새하얘졌습니다.



어떻게 해야할지가 고민할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뭔데? 뭔데? 도대체 뭐가 오는 건데? 대체 뭔데? 하는 생각만이 머리에 가득했고 온몸에는 소름이 돋아 벌벌 떨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군사용 배를 타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문은 안과 밖에서 모두 잠글 수가 있습니다. 



밖에서 자물쇠도 걸 수는 있지만, 안에서는 그냥 스위치식이던 손잡이를 돌려서던 문을 잠글 수 있습니다.

다만 저는 환자이기 때문에 안에서 문을 잠궈놓지는 않았던 터였습니다.

너무 무서워 문 손잡이를 돌려 문을 잠근 순간.



[또각또또각또각끼이이잉끼이이이이끽...]

소리가 바로 방 앞에서 멈춰섰습니다.

사람인지 무엇인지, 정체조차 모를 "그것" 이 제가 있는 방 앞까지 왔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방문에 창문이 없는게 천만다행이었습니다.

만약 제가 밖을 내다보었거나, 혹은 밖에서 "그것" 이 저를 들여다보였다면...

심장마비가 왔을지도 모릅니다.



제발 가라고... 제발... 하며 기도하는 사이, 제가 있는 배로 접근하는 배의 엔진소리가 들렸습니다.

작전 복귀가 너무 빨라 의심했지만 항상 듣던 그 엔진소리였기에 안심했습니다.

기상이 안 좋거나 바다가 사나우면 현장 지휘자 판단 하에 작전을 수행하지 않는 일도 왕왕 있었으니까요.



안심이 됐지만, 문 앞의 "그것" 이 움직이는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는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저희 부대 배는 다시 복귀했고, 이래저래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부대원이 제가 있던 방의 문을 열려고 하더라구요. 



아마 몸상태가 안 좋다보니 걱정돼서 그랬겠죠.

그런데 문이 잠겨있으니 문을 두들기면서 [야! 야! XXX, 문 열어!] 하고 소리치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 속, 원칙적으로 환자는 혼자 두면 안되다보니 군생활한지 얼마 안된 제가 나쁜 생각이라도 한게 아닌가 싶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힘들게 몸을 가누어 잠긴 문을 열었습니다.

복귀한 선임들과 간부들을 보니 눈물이 날 것 같더라고요.

문을 왜 잠궜냐는 선임들의 질문에, 차마 있었던 일을 설명할 수는 없고 [그냥 무의식중에 그랬나봅니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아직도 "그것" 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민간인은 아니었을 것 같고... 

귀신이라고 하기에는 물리적인 소음을 발생시켰고...



전역하고 세월이 지난 지금도 계속 잊을 수가 없는 체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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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리스, 2016

호러 영화 짧평 2021. 2. 8.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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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또 시간을 낭비하고야 말았습니다.

 

2003년 서울시 송파구에서 일어난 거여동 밀실 살인 사건을 모티프로 제작된 영화입니다.

 

실제 사건은 정말 충격적이고 끔찍한 사건인데, 영화는 비극을 단순히 화제몰이용으로 이용하기 위해 가져온 것이 아닌가 싶을만큼 깊이가 없습니다.

 

사건의 영화화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파악조차 잘 안되더라고요.

 

 

 

 

 

 

주연으로 출연한 홍수아씨와 임성언씨의 캐릭터 둘 중 어느 쪽에도 크게 공감할 수 없다는 건 치명적인 문제입니다.

 

사이코패스 살인마와 무고한 피해자가 등장하는데, 양 쪽 모두 관객이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움직이지를 않습니다.

 

양 쪽 중 어느 쪽에던 공감이 되어야 극적인 상황에서 긴장감이 느껴질텐데, 그저 답답함만 느끼게 되네요.

 

상황마다 제대로 된 연결이 되지도 않고 단절된 장면들이 그냥 붙어있는 수준이에요.

 

 

 

 

 

 

화목한 가정을 질투하며, 그 자리에 자신이 있었어야 한다며 벽 한면을 차지하던 거대한 가족사진을 내다버리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저렇게 큰 가족사진이 난데없이 집에서 사라졌는데, 내내 집에서 살고 있던 남편과 아이는 물론이고, 병원에서 퇴원한 아내마저도 가족사진이 어디갔냐는 말 한마디를 안합니다.

 

저렇게 큰 쓰레기봉투를 가득 채워서 내다버리는데 고작해야 접시 하나 사라졌다는 것만 알아차리는 정도의 주의력을 발휘하는 걸 보면, 오히려 관객이 바보가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보통 가족사진은 그 가족에게 있어 무척 소중한 존재인 것이 기본이고, 그렇기 때문에 내다버린 거 아닌가요?

 

 

 

 

 

 

이 아저씨는 초반에 2번 등장합니다.

 

한번은 아이를 보던 이모할머니에게서 섬찟한 시선을 보내며 아이를 유괴하려는 것처럼.

 

또 한번은 밤길에 아내를 미행하며 금방이라도 위해를 가하려는 것처럼 달려오며.

 

근데 이 아저씨, 극 중에서 아무 것도 안하는 그냥 동네 아저씨입니다...

 

마치 뭔가 있을 것처럼 열심히 던져놓고서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나오는 걸 보니 사기당한 기분이었어요.

 

 

 

한국 호러영화는 가끔 참 놀라운 성과들을 빚어내곤 합니다만, 이런 작품을 보고 나면 참 회의감이 들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뭐가 안된 걸 영화관에 걸어뒀다는 점에서 참 안타까운 영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물론 돈 주고 보러 가서 시간까지 잃으신 분들에게...

 

제 점수는 4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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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트, 2020

호러 영화 짧평 2021. 1. 24.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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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시대가 도래한 이후, 영화관을 찾는 것도 참 쉽지 않은 일이 됐습니다.

 

호러 영화 감상이 취미인 저도 작년 5월 호텔 레이크를 관람한 이후 반년 넘게 영화관에 발도 들여놓질 않았었네요.

 

정말 오랜만에 영화관을 찾아서 본 게 바로 이 영화인데...

 

봐도 하필 이런 걸 골라서...

 

 

 

 

이 작품은 원래 2017년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단편 호러 영화, 래리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단편 작품을 감독했던 제이콥 체이스가 그대로 장편 영화의 감독 또한 맡았죠.

 

단편이 가지고 있던 독특한 매력을 장편으로 잘 살릴 수 있을지 궁금했는데, 아무래도 역량 이상의 임무였던 모양입니다.

 

사실상 영화는 단편에서 이미 다룬 소재들을 우리고 우리고 또 우리는 사골국물 같은 작품이 나와버렸습니다.

 

 

 

 

단편 영화 래리가 가지고 있던 매력은,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스마트 기기를 자유자재로 옮겨다니고, 거기서 튀어나오는 존재에 대한 공포에서 기인합니다.

 

스마트폰 안에 살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스마트폰 카메라에는 포착되는 존재.

 

그야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호러 요소라고 할 수 있을테니까요.

 

그리고 딱 여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단편 영화에서는 충분히 멋진 연출이 가능했던 거고요.

 

하지만 장편으로 이야기를 늘리는 과정에서, 주제의식이 확고하게 정해지지 못한 듯한 느낌이 강합니다.

 

그 때문에 이야기는 여기저기로 표류하다 끝내는 엔딩 시점에서 말도 안되는 결론을 내리고 말았어요.

 

 

 

 

언프렌디드 : 친구 삭제나 사탄의 인형 리부트에서 드러나듯, 호러 영화는 이제 새로운 시대의 기술들을 활용하는 단계에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단순히 아이디어 몇개만을 늘어놓고 별로 신선하지 못한 점프 스케어만으로 재주를 부리는 수준에 그치고 말았네요.

 

충분히 좋은 원작, 충분히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도 이 정도 수준에 머물렀다는 건 참 아쉬운 일입니다.

 

청소년 대상으로 만든 영화라는 느낌이 강한데, 솔직히 청소년이 보더라도 그리 재미는 없을 것 같네요.

 

 

 

간만에 영화관에서 본 호러 영화가 이 모양이라서 상심이 큽니다.

 

북미 흥행이 영 좋지 못하던데, 아무리 호러 업계가 저예산으로 적당히 만들어서 흥행 대박을 노리는 곳이라도 기준 이하의 작품은 날로 먹지 못한다는 걸 보여준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제 점수는 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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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105th]2초간의 공백

실화 괴담 2021. 1. 16.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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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 이 이야기는 jh853445님이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12년 전 이야기입니다.

친구와 통화를 하던 도중이었어요.

친구가 [무서운 이야기 하나 해줄까?] 라고 하길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화가 끊겼습니다.



바로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건 현재 통화 중이라는 안내 음성 뿐이었습니다.

저는 친구도 저에게 전화를 걸고 있는 것인가 싶어 잠시 기다려 보기로 했습니다.

곧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를 받았는데 친구의 반응이 이상했습니다.

[너 왜 그래...?]

[뭐가?]



[아니, 말을 왜 그렇게 하냐고...]

뭔가 이상하다 싶어 사정을 물어봤습니다.

친구 말로는 자기가 막 무서운 이야기를 하자 제가 그냥 아무 말 없이 듣고 있었더랍니다.



그리고는 갑자기 [씨발 존나 재미없네.] 라고 말하더니, 전화를 끊었다는 거에요.

너무 놀라고 당황한 나머지 바로 다시 저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웃으면서 믿지 않았는데, 다음날 그 친구를 만나 통화시간을 확인해 보니 저와 그 친구의 통화시간은 2초 차이가 나더라고요.



그 2초 동안, 저 대신 친구와 전화하고 있던 건 도대체 누구였던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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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104th]한밤 중의 주문

실화 괴담 2020. 11. 23.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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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 이 이야기는 피자빵맨님이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2018년 12월 22일에 있었던 일입니다. 

저는 경기도 남부에서 동네 주민들은 다 아는 오래된 피자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밤 11시 45분에 배달의 민족으로 주문이 하나 들어왔는데, 외진 곳에 있는 빌라 B동 201호에서 들어온 주문이었습니다. 



곧 가게 마감시간이라 주문도 더 안들어 올테고, 배달 대행비 오천원도 아낄 겸, 제가 직접 배달을 갔습니다.

스마트폰 네비게이션을 따라 오토바이를 타고 가서 도착하고 보니, 색벽돌로 지어진 오래된 빌라에 A동이라는 글자가 보였습니다. 

저는 그 옆은 당연히 B동이겠거니 싶어, 오토바이를 근처에 세워두고 옆 건물로 들어갔습니다.



워낙 오래 되고 관리가 안 되서인지 현관의 동호수는 다 닳아 없어졌고, 올라가는 동안 로비등도 1층에는 불이 안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오래된 빌라들은 으레 불이 안 들어오는 곳이 많다보니, 저는 별 생각 없이 스마트폰의 후레쉬를 켜고 계단을 올라갔습니다.

201호에는 연두색으로 페인트칠 한 문에 부적이 붙어있었습니다. 



뭔가 거창한건 아니고 입춘대길이라 써진 부적이었습니다. 

201호가 맞는지 확인하고 가볍게 문을 두드리니, 안에서 [네.] 하고 여자 대답소리가 들렸습니다.

곧 사람이 일어나는 소리가 났고, 거실에서 방으로 터벅터벅 들어가는 발소리가 났습니다. 



오래된 빌라라 그런지 걸을 때 바닥이 울리는게 더 잘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선결제를 했으니 지갑 찾을 필요 없이 받기만 하면 될텐데 싶었지만, 무슨 사정이 있을지 모르니 조금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어둠 속에서 3분을 기다렸는데도, 사람이 나올 기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다시 노크를 하고 초인종을 눌렀지만 대답이 없었습니다.

문 너머와 위층에서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웃음 소리가 들리고 있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얼핏 들어보니 201호에서는 강호동씨 목소리와 웃는 소리가 들려와, 아마도 "아는형님" 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혹시 화장실이라도 간건가 싶어서 노크하고 또 기다렸다가, 더는 기다릴 수 없어서 안심번호로 전화를 했습니다. 

다행히도 전화는 금방 연결됐습니다.

[피자 배달 왔습니다. 문 좀 열어주세요.]



주문한 분은 야근하면서 집에 있는 아이들에게 야식을 시켜준 거 같았습니다.

[제가 지금 밖에서 일하고 있거든요. 저희 빌라가 A동이랑 B동 말고 A2동, B2동이 따로 있는데 혹시 거기로 가신거 아닐까요? 자주들 헷갈리시는데, A2동이랑 B2동은 곧 철거 예정이라 사람이 아무도 안 살아요.]

그런데 수화기 너머, A2동과 B2동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다는 소리를 듣는 순간 위층과 문 너머에서 들리던 TV소리가 갑자기 뚝 끊겼습니다. 



보통 괴담을 보면 여기서 TV소리가 더 커지거나, 위층에서 뭔가 달려 내려오는 소리가 나곤 할텐데...

제가 겪었을 때는 은은하게 들려오던 TV소리가 뚝 끊긴 정적과 동시에 한기가 발목을 타고 올라오는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일단 알겠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고, 후레쉬로 계단을 비추면서 내려왔습니다. 



고작 2층인데 내려갈수록 한기가 뒷목까지 올라오더니 밖으로 나오자 사라졌습니다. 

건물 밖으로 나와서 고개를 들어보니 건물의 모든 불이 꺼져있었습니다.

분명 들어갈 때는 201호와 301호의 불이 켜져 있었는데.



당장이라도 집에 가고 싶었지만 일단 배달은 해야되니, 걸어서 건물사이를 헤메다가 B동을 찾았습니다. 

B동은 로비와 1층에 불도 들어오고 사람 사는 소리도 났습니다. 

201호 문을 두드리니 할머니와 아이 둘이 바로 문을 열고 피자를 받아갔습니다.



오토바이를 A2동에 세워뒀던 저는 어쩔 수 없이 A2동 앞을 지나게 되었는데,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정적만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A2동에서 들었던 대답소리와 TV소리, 웃음소리는 무엇이었을까요?

지금도 가끔 그 날을 떠올리면 등골이 오싹해지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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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어느 나라를 다녀왔다.


풍부한 자연 속, 숲을 한가로이 산책하려고 했었는데, 그 와중에 조금 무서운 체험을 해서 글을 남겨보려 한다.


사실 그 숲에는 뱀이 자주 나온다고 해서 혼자 가면 위험하다고는 하는데, 그건 나중에 알게 된 일이었다.




내가 체험한 건 뱀과는 관계 없는 일이기도 하고.


스마트폰 GPS를 믿고, 다소 무리하면서도 조금 깊은 숲까지 들어갔었다.


낮이었는데도 문득 정신을 차리니 어쩐지 어둑어둑하고 기분 나쁜 곳에 서 있었다.




이전까지 들리던 새나 벌레 울음소리도 어느덧 뚝 그치고, 주변은 죽은 듯 조용했다.


그러는 와중 갑작스레, 저 멀리 앞에서 타탁, 하고 나무를 치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숲속에서 갑작스럽게 소리가 울려퍼지기는 했지만, 그리 신경은 쓰지 않았다.




아마 뭐가 나무에 부딪히기라도 한거겠지.


그런데 잠시 뒤, 그 소리가 들린 것과는 반대 편인 뒤쪽에서, 타탁,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소린가 생각하고 있자니, 이번에는 내가 서 있는 곳 오른편 저 멀리에서도 타탁,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때부터는 뭔가 기분 나쁜 예감이 들기 시작해서, 돌아가려고 했다.


이번에는 왼편 저 멀리에서 타탁,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언가에 의해 주위를 포위당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나는 패닉에 빠질 것 같은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그 후에도 일정한 텀을 두고, 무언가 신호라도 주고 받는 양, 타탁, 타탁, 하고 나무를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같은 곳에서 2번 연속 들리는 경우는 없고, 반드시 다른 장소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어쩐지 내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사방팔방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것처럼 들려오고 있었다.




무슨 종교적 의식 같은건가 생각하고 있자니, 그 고리가 점점 좁혀져 오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소리가 조금씩 다가오고 있는게 느껴졌던 것이다.


등골이 오싹했다.




그리고 마침내, 끊임없이 주변을 둘러싸듯 소리가 울려펴지기 시작했다.


타탁, 타탁, 타탁, 타탁...


그쯤 되자 완전히 포위되어, 완전히 나를 목적으로 노리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여권과 휴대폰만 가방에서 꺼내, 가방은 그대로 버려두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옷이 더럽혀지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땅바닥을 기었다.


기어서라도 그 포위망에서 벗어나려는 생각이었다.




뱀 같은 것과 마주칠 위험도 높았지만, 그런 걸 신경 쓸 여유 따윈 없었다.


웅크려서, 또 기어서 움직이면서 계속 소리를 좇았다.


그러는 도중, 포위해 오는 소리 중 한 곳을, 바로 곁에서 지나쳤다.




타탁, 하고 엄청나게 큰 소리가 1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들려왔다.


나무를 치는 소리와 비슷했지만, 아마 나무를 치는 소리가 아닐 것이다.


그렇게 큰 소리가 날 정도로 온힘을 다해 나무를 친다면, 어디서 그러고 있는지 금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터였다.




결국 누가 소리를 내는지,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는 알 수 없었다.


조용히 엎드린채 소리가 멀어져 가기만을 기다렸다가, 단번에 달려 도망쳐 돌아왔다.


가방을 버리고 온 건 아쉬운 일이지만, 아마 마지막에는 그 자리를 중심으로 둘러싸였겠지.




완전히 가운데에 몰릴 때까지 있었더라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해 보노라면, 지금도 소름이 끼치는 무서운 체험이었다.


돌이켜 보면 숲에 막 들어섰을 때, 동물의 배설물 같은 걸 밟아 화를 내며 발로 나무를 차서 털어냈었다.


그때 큰 소리를 냈던 게, 혹시 무서운 무언가를 불러일으킨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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