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ground

공포단편

[번역괴담][5ch괴담][930th]자동문

괴담 번역 2018. 12. 7. 23:41
320x100



내가 어느 기계 메이커 공장에서 일하던 무렵 이야기다.


그 공장 심야 순찰을 하는 경비원들 사이에서는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돌곤 했다.


늦은 밤, X공장 복도를 흰 그림자만 있는 존재가 배회한다는 소문이었다.




X공장 옆에는 커다란 공장이 한 동 더 있고, 공장 사이를 연결하는 통로가 건설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통로의 자동문이 고장인지, 주변에 사람이 없는데도 멋대로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했다.


어느 밤, 나는 일이 늦어지는 바람에 한밤 중 공장에 홀로 남아 기계 정비를 하고 있었다.




정비하던 기계는 정기적으로 물을 넣어줄 필요가 있었기에, 나는 양동이에 물을 퍼서 끌차로 운반하고 있었다.


마침 딱 그 고장난 자동문을 통과하기 얼마 전, 통로에 놓여져 있던 짐과 끌차가 부딪히는 바람에 물이 조금 쏟아지고 말았다.


통로를 물바다로 만들어 놓고 그냥 가버리면 다음날 무슨 소리를 들을지 모르는 일이다.




나는 기계 정비를 마친 뒤, 물을 닦을 걸레를 가지고 자동문 앞으로 돌아왔다.


문앞에 도착한 순간, 위화감이 느껴졌다.


양동이의 물이 쏟아져 생긴 웅덩이에서 시작해, 자동문 쪽으로 이어지는 젖은 발자국이 보였다.




X공장에서는 안전을 위해 작업원은 모두 작업용 안전화를 신는 것이 의무화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발자국은 안전화 바닥의 미끄럼 방지용으로 붙어 있는 고무 모양이 아니라, 슬리퍼처럼, 마치 평평한 면으로 된 것 같은 모습의 자국이었다.


그 뿐 아니라, 공장에 남아 있는 건 나 혼자였다.




다른 직원들은 모두 퇴근했다는 걸 진작에 확인했던 터였다.


공장 안 역시 작업장 외에는 불이 꺼져 있었고, 경비원이 순찰을 돌 시간도 아니었다.


옆 공장도 아까 내가 물을 뜨러 갔을 때 문을 잠궜고, 열쇠는 내 주머니 안에 있다.




도둑이라도 들었나 싶어 머뭇머뭇거리며 옆 공장 상황을 살피러 가봤지만, 문은 잠겨 있고, 누가 안에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안도한 나는, 자동문 앞으로 돌아가 웅덩이를 닦기 위해 몸을 숙였다.


그 순간, 웅덩이 수면에, 흰 그림자 같은 게 문 쪽으로 스쳐지나가는 모습이 비쳤다.




깜짝 놀라 일어나서 주변을 확인했지만, 주변에는 딱히 별다를 게 없었다.


수면에 비친 것 같은 하얀 것도 마땅히 보이질 않았고.


기분 탓인가 생각하며, 다시 물을 닦으려 하던 순간, 등 뒤에서 자동문이 갑자기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문 앞에는 당연히 아무 것도 없다.


하지만 문 앞에는 평평한 바닥으로 찍힌 발자국이 이어져 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어? 내가 아까 옆 공장을 보러 갈 때도 저런 발자국이 있었던가?




기억을 되살려봐도, 웅덩이에서 자동문 쪽으로 발자국이 점점이 이어져 있었을 뿐, 문 앞에는 없었을 터였다.


그쯤 되자, 전에 경비원들에게 들었던 소문이 떠올라서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황급히 웅덩이를 닦아내고, 공장에서 도망치듯 퇴근했다.




돌아가기 직전, 공장의 불을 끌 무렵, 자동문 쪽을 슬쩍 보니 문은 아직도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 후에는 특히 이상한 일은 없었다.


공장에서 사고가 있었다거나 과거에 사람이 죽었다거나 하는 이야기도 들은 게 없고.




다만 그 자동문은 몇번이고 수리업자가 와서 문을 고쳤지만, 아직도 고쳐지지가 않았다.


별 생각 없이 들른 편의점에서, 혹은 직장이나 병원에서, 사람도 없는데 문이 열렸다 닫혔다 하는 모습은 종종 볼 수 있다.


대개 그런 경우 센서의 오작동이라고 설명이 되겠지.




하지만 문에 붙어 있는 적외선 센서가 이상한 게 아니라,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문 앞에 서 있는 건 아닐까.


센서는 그걸 인식하는 것 뿐이라는 생각을, 이런 일을 겪고 나니 안 할 수가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언제나 거기에 있어서, 우리 곁을 떡하니 배회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아직도 그 문은 가끔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하고 있다.




320x100

[번역괴담][5ch괴담][929th]독 넣은 점쟁이

괴담 번역 2018. 12. 3. 23:45
320x100



내 고향, JR 엣⚫⚫지마역이라는 한산한 역에서, 주변 대학교와 상고 학생들 사이에서 퍼졌던 유명한 소문이있다.


최근에는 아파트 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옛날에는 역에 서는 열차도 적었다.


그 탓에 주변 사람들도 근처 몬⚫⚫쵸역을 이용하는 게 더 편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아침저녁 출퇴근길에는 그럭저럭 사람이 들었지만, 한낮에는 홈이 거의 비어 있었다.


거기서 독 넣은 점쟁이가 나온다는 소문이 도는 것이다.


낮에 아무도 없는 홈에서 혼자 열차를 기다리고 있으면, 검은 베레모에 검은색 록밴드 셔츠를 입은 중년남자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슬쩍 다가와, 작게 포장된 봉투 하나를 넘겨준단다.


남자는 [안에는 독이 든 과자가 들어있어. 누구 싫은 녀석이 있으면 먹여버리라고.] 라고 말한 뒤, 달려가 버린다고 한다.


봉투를 열어보면, 가게에서 파는 작은 과자랑 메모지가 하나 들어있다.




그 메모지에는 기분 나쁘게도 받은 사람의 생년월일과 혈액형이 써 있다고 한다.


그리고 간단한 그 날의 운세도.


실제로 독 넣은 점쟁이와 만나봤다는 동생 친구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데, 생년월일과 혈액형은 실제 그 녀석 것과 딱 들어맞았다고 한다.




뭔가 뒷조사라도 하고 건네줄 대상을 정하는걸까?


당연히 과자를 직접 먹어봤다는 사람도, 누구에게 받아서 먹어봤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없기에, 큰일이 나지는 않은 거 같다.


그냥 도시전설이라면 별 상관 없겠지만, 이 남자 이야기는 역이 개업하고 얼마 뒤 소문이 퍼져나간 때부터 시작됐다.




벌써 25년은 족히 됐는데, 전해 들려오는 용모가 전혀 변하질 않는다.


최근에는 아예 귀신이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오는 등, 지역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나름대로 화제가 되는 모양이다.


만나더라도 상대를 안하면 별 피해 입을 것도 없겠지만, 어찌됐든 뭔가 묘하게 악의로 가득 차 있달까, 기분 나쁜 이야기다.




320x100
320x100



산에서 자살하는 사람이 꽤 많다고 해.


[야호!] 하는건, 아무도 없는데도 소리치는 거잖아?


하는 사람 입장에서야 당연히 메아리를 들으려고 하는거지만...




산에서 죽은 사람의 시체는 발견이 어려운 탓에, 고독이 점점 쌓여만 간다네.


그러는 사이 발견되지 못하는 고독과 외로움이, 증오로 변해가는거야.


그런데 거기서 갑자기 [야호!] 하고, 살아있는 상대한테 하는 것도 아닌데, 큰 소리가 허공에 울려퍼지잖아?




그걸 듣게 된다면, 고독과 증오에 미쳐있는 영혼이, 어떻게 생각하겠어?


[아, 나를 부르고 있구나! 동료구나! 기뻐! 이 세계로 끌어들이고 싶어! 이 산에서 나가고 싶어!]


이렇게 된다는거지.




그러니까 돌아가려고 하면, 끌어들이려고 하고, 씌려고 든다는거야.


그게 하나, 둘이 아니라면, 운이 나쁘다면 어떻게 될지는 불보듯 뻔하지.


아니나다를까, 내가 산에 가서 메아리를 들었을 때도, 이 운 나쁜 부류였어.




돌아가는 길, 차를 타고 하산하는데 쾅하고 무언가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어.


차를 멈추고 주변을 돌아봤지만 아무 것도 없는거야.


너구리라도 친건가 싶어하면서 다시 운전을 하는데, 틀어놨던 음악이 갑자기 끊기더니 [이이이이이이이이이!] 하고 째지는 여자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




깜짝 놀라 급브레이크를 밟고 음악을 끄려 했지만, 꺼지지가 않았어.


계속 [이이이이이이이이이!] 하고 째지는 목소리가 들려와서, 계속 큰일났다고, 어쩌면 좋냐고 생각하다 문득 백미러를 봤는데...


차 옆 땅바닥에 하반신이 흉하게 잘려나간 채, 상반신만 남은 약간 살찐 단발머리 아줌마 같은 게, 등이 접힐 정도로 뒤집혀서는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손으로 죽어라 뛰어오면서 나를 보고 있었어.




째지는 소리 따윈 신경도 안 쓰고, 황급히 차를 급발진시켜서 어떻게든 산을 내려왔어.


째지는 소리는 계속 들려왔지만.


그리고 산을 다 내려와서 편의점이나 민가 같은게 보이기 시작한 무렵에서야 그 째지는 소리는 멈췄어.




그쯤 되니 다시 음악을 틀 기분도 나지 않더라.


어떻게든 집에 도착하고 나서, 그 이후에는 딱히 별 일 없이 지냈었는데...


얼마 전에, 식료품을 사려고 코스트코에 가려 차를 탔는데, 아이팟에 새 노래를 넣은 겸 그걸 들으려고 틀었는데...




[이이이이이이이이이!]


잘 안다는 사람들한테 이래저래 조언을 받아보니까, 아무래도 차에 빙의했다는 거 같더라고.


차는 이제 내놓았지만, 혹시 중고차로 이걸 사게 되는 사람이 있다면 미안한 일이네.




여러분도 정말로 메아리 같은 건 안 하는게 좋아.


그걸 전하고 싶어서,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데도 기껏 쓴 글이니까.




320x100
320x100



전에 몇명인가 모여서 괴담을 늘어놓고 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지금부터 말할 방법을 쓰면, 자기한테 영적 능력이 있는지 어떤지 알 수 있대. 우선 머리 속에서 자기 집을 떠올린 다음, 자기 방에 앉아 있는 모습을 그리는거야.]


다들 흥미에 찬 얼굴로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그리고 자기 방부터 순서대로 집에 있는 모든 방을 살피면서 돌아다니는거야. 혹시 그 도중에 어느 방이던, 자기 말고 다른 누군가랑 마주치면 영적 능력이 강한거래. 그래서 누굴 마주치면 귀신이 보이는 사람이라더라.]


거기 모인 사람들 모두, 그 이야기대로 시험해 봤지만 그때는 누굴 만났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며칠 뒤, 거기 있던 사람 중 한명이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실은 나, 그 이야기를 시험해 볼 때 마주쳤었거든...]


[뭐?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방에 들어갔더니, 처음 보는 남자가 바닥에 앉아서 나를 째려보고 있었어... 그때는 좀 놀란 것 뿐이었는데... 근데 그 날, 집에 가서 방에 들어갔더니, 그 남자가 같은 자리에 앉아서, 나를 계속 째려보고 있었어...]




320x100
320x100



얼마 전 직접 들은 이야기다.


[그러고보니까 너, 리나네 할머니 심령 사진 봤어? 그거 굉장해!]


휴일, 출근 버스 안에서 여고생 2명의 대화가 들려왔다.




나는 심령 관련 이야기를 좋아하기에, 자연스레 그런 화제에는 귀를 기울이게 된다.


다만 전에 친구가 그냥 그림자가 찍힌 걸 심령 사진이라고 호들갑 떤 적이 있었기에, 이 이야기도 아마 그런 착각일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못 봤는데. 어떤 사진이야?]




아무래도 리나라는 아이네 집은 대가족인 듯 했다.


친척도 많고, 가족이 다 모이면 30명 가까이 될 정도라고 한다.


그러던 와중 지난해, 여자 홀몸으로 전쟁통에 아이들을 키워낸, 엄하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셨다고 한다.




그 장례식 때조차, 사람이 너무 많아 친척들이 저마다의 사정 때문에 모두 모일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모인 친척들만 할머니를 떠나보내고, 관 속에는 할머니가 무척 아끼던 보라색 옷을 함께 넣어 화장했다고 한다.


올해 1주기, 기왕이면 친척 모두 모이기로 해서 시간을 잡고, 기일날 다같이 할머니 성묘를 갔다.




30명이 훌쩍 넘는 가족들이 다 모인 건 장관이라, 개중에는 몇년만에야 만난 사람들도 꽤 있었단다.


1주기인데도 다들 기쁜 마음이었다.


[함께 모일 수 있어서 다행이야! 분명 할머니도 기뻐하실거야!] 라며, 할머니 묘비를 친척 모두가 둘러싸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며칠 뒤, 그 사진을 현상해보니...


친척 모두가 할머니 묘비를 둘러싸고 웃고 있는 그 한복판, 묘지가 있을 그 곳에.


할머니가 그렇게 좋아하던 보라색 옷을 입은 채, 활짝 웃으며 양손으로 브이자를 그리고 있었더란다.




[뭐야, 그게! 무서워!]


여고생들이 소란스럽게 떠드는 와중, 나는 "뭐야, 그게! 보고 싶어어어어어!" 하고 마음 속으로 소리치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좋은 이야기에, 휴일 출근으로 인한 우울감도 조금은 사라진 것 같았다.




320x100
320x100



어느날, 나는 친구 둘과 함께 술 한잔 하러 가자는 약속을 했다.


그날은 예약을 잡아놨었기에, 약속 시간 얼마 전에 가게에 도착했다.


준비된 독실로 안내된 뒤, 나는 자리를 잡았다.




방에는 아직 나 말고 아무도 없었다.


다다미 방에는 방석이 깔려 있고, 작은 탁자 밑은 바닥이 한층 낮게 파여 있어 다리를 내려놓고 앉을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어찌되었건 앉은 뒤, 나는 웃옷을 벗어 옆에 두었다.




아무 생각 없이 메뉴를 보며 친구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발끝에 무언가가 닿았다.


들여다 봤지만 아무 것도 없다.


순간 탁자 다리인가 싶었지만, 자세히 보니 탁자의 짧은 다리는 다다미 바닥에 닿아 있었다.




즉, 내가 발을 내려두고 있는 빈 공간에는 아무 것도 없을 터였다.


나는 발을 좀 움직여서 다시 한번 아까 그 감촉을 찾았다.


있었다.




정확히 내 정면 근처에, 조금 동그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조금 평평한 물체가 있었다.


다리를 조금 더 움직여보니, 이번에는 발끝이 아니라 정강이 바깥쪽에서 무언가 세로로 길쭉한 게 닿았다.




바닥에서 수직으로 솟아 있는게 아니라, 조금 비스듬하게 기울어 있다.


그 끝에는 또 둥글고 평평한 것.


나는 그게 무언지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




또는 비슷한 경험을 해봤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다리다.


지금 내가 발로 더듬고 있는 것은, 틀림없이 사람의 다리였다.




다시 한번 내가 놓인 상황을 떠올려본다.


독실에 나 혼자.


고개를 들어봐도 확실히 아무도 없다.




그런데도 다리가 있다.


몸은 가위라도 눌린 듯 움직이질 않았다.


나는 그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해, 표현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




다리와 다리가 맞닿은 채, 움직이지 못하고 있자, 어느샌가 문득 그 다리의 감촉이 사라졌다.


아마 그 다리가 사라진 건 아닐 것이다.


탁자 밑에서 다리와 다리가 맞닿을 때 다들 그러는 것처럼, 그냥 다리를 움직인 거지.




알 수 없는 존재가 조금이나마 인간적인 행동을 한 덕에, 나는 조금이나마 냉정을 되찾았다.


그리고 화장실로 향했다.


아까 그건 뭐였지?




유령?


요괴?


볼일을 보면서, 나는 혼자 생각했다.




아니, 그것에게서는 느껴지지 않았다.


뭐랄까, 의지 같은 것이.


마치 거기에 있는 것이 당연한 듯, 거기에 그저 있는 것이다.




생각이 채 정리되지 않은 채, 다시 독실로 돌아왔다.


익숙한 친구의 모습이 보였다.


[여어.]




어색한 목소리로 말을 걸며 그 앞에 앉았다.


한참 술을 마시며 별 거 없는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친구가 갑자기 [아, 미안하다.] 라고 말했다.


내게는 친구가 왜 그런 말을 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알 수 없었기에, 오히려 알아차리고 말았다.


아마 친구 녀석 다리가 닿고 만 거겠지.


누구 것인지 알 수 없는 그 다리에.




[괜찮아, 신경 쓰지마.] 라고, 나는 차마 말할 수 없었다.




320x100
320x100



몇년 전까지 살던 아파트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공동 쓰레기장에 파란 리본을 맨 테디베어가 버려져 있었다.


조금 더럽기는 했지만 상태는 괜찮아서, 세탁만 하면 들고다녀도 문제 없을 정도였다.




꽤 귀여운데 아깝네 싶으면서도, 그대로 지나쳐 출근했다.


그리고 1주일 후, 더러운 상태까지 비슷한 테디비어가 버려져 있었다.


위화감을 느꼈지만,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지나쳤다.




그 이후 며칠 간격으로 아파트 곳곳, 계단과 층계참, 난간과 현관 앞, 높고 낮은 집 베란다까지, 바로 그 테디베어가 난데없이 나타나게 되었다.


가장 기분 나빴던 건 현관문 안에 그 테디베어가 들어와 있었을 떄였다.


투입구는 10cm 크기도 안됐던데다, 그 집 사람들은 문을 잠궈뒀던 터라 경찰까지 출동할 정도로 문제가 되었다.




관리인이 수상하다고 주민들이 따졌지만, 방 여벌 열쇠는 주민들이 임의로 만드는 것 뿐, 관리인에게는 전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외에도 먹다 남은 쿠키가 같이 놓여 있었다던가, 현관문 옆 화단에 놓여 있을 때는 거기 심어져 있는 꽃을 끌어안고 있었다던가.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마치 테디베어가 스스로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싶었던 것인가 싶다.




주민들은 계속 테디베어를 내다버리려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테디베어는 랜덤한 곳으로 돌아온다.


어느날을 경계로, 누구도 테디베어에 손을 대지 않게 되었다.


표면이 축축한데다 시체 썩는 냄새 같은 악취가 나고 묘하게 부드러워 기분 나쁜 탓이었겠지.




경찰에도 신고를 했지만, 실질적인 피해가 없다며 딱히 아무 행동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 거주자들 회의 끝에, 발견하면 각자 알아서 내다버리기로 했다.


나에게도 당연히 찾아왔었다.




다음날이 타는 쓰레기 버리는 날이라 쓰레기 봉투에 넣어뒀었는데, 다음날 아침 일어나보니 집 현관 앞에 떡하니 앉아있었다.


사람이 한 짓이라면 뭘 하고 싶었던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었고, 기분 나쁨이 극에 달할 정도였다.


오늘 아침, 스쳐 지나갔던 어린아이가 봉제인형 키홀더를 가지고 있길래 문득 떠오른 체험담이다.




320x100
320x100



고모는 이른바 치매 환자였다.


남편에게 버림 받고, 양육권도 잃은 뒤, 아버지가 고모를 거둬 돌보아주던 시절이 있었다.


언제나 문제를 일으키던 고모였지만,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묘하게 귀여워 해주셨다.




아마 고모의 큰아들이 나와 비슷한 나잇대였기 때문이었겠지.


하지만 병 때문인지 어딘가 조금 이상해서, 주변 사람과 트러블을 빚기도 하고, 나한테도 노성벽력을 지르기도 했다.


그러다 갑자기 엉엉 울기도 하고, 엉망진창이었다.




어느날, 고모는 우리 집에서 비스듬하게 앞쪽 집에 살던 I씨와 작은 트러블을 빚었다.


하지만 고모치고는 드물게도, I씨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하지는 않았다.


나중에 고모는, [저놈은 어차피 지붕에서 떨어져 죽을 거니까, 괜찮아.] 라고 말했다.




고모는 그렇듯, 망상과 현실의 구별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형한테는 [트럭과 트럭 사이에 끼여 죽을거야.] 라고 말했고, 어머니한테는 [머리에 암이 생겨서 죽어.] 라고 말했다.


아버지에게는 [바다에 빠져서 죽는다.] 라고 말했다.




고모한테 [그러는 고모는 어떻게 죽는데?] 하고 묻자, [나는 목을 매서 죽어.] 라고 대답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고모는 정말로 목을 매서 자살했다.


그 무렵에는 고모는 거의 정신을 놓아, 목욕도 하지 않아 악취가 심했던데다, 가위나 식칼 같은 걸 들고 돌아다니며 주변 사람을 위협하기까지 했다.




멋대로 남의 집 마당에 구멍을 파서 경찰에 신고가 들어갈 정도였으니, 솔직히 말해 고모가 자살했을 때는 다들 한시름 놓았다는 분위기였다.


고모가 죽고 몇개월 지나, 새해가 왔을 무렵, 구급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I씨네 집 앞에 섰다.


황급히 가보니, I씨가 들것에 실려 나오고 있었다.




맞은편 집 할머니가 말하기로는, 손자가 놀러와서 같이 하네츠키[각주:1]를 하던 도중, 지붕에 하네츠키가 날아가 버렸단다.


그리고 그걸 주우러 사다리를 타고 지붕에 올라갔다가 그만 발이 미끄러진 것이다.


I씨네 집 벽에는 사다리가 세워져 있고, 그 아래에는 피가 고여 있었다.




I씨는 결국, 그 후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그 당시에는 이런 우연도 있구나 하고 넘어갔지만, 다음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어업에 종사하는 외갓집을 찾아갔다가, 친척들이랑 낚싯배를 탔는데, 그만 바다에 떨어져 익사하신 것이었다.




그 뿐 아니라, 몇년 뒤, 어머니가 심한 두통에 시달리다 병원을 찾았는데,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


수술을 했지만, 종양의 위치가 좋지 않은 곳에 있어 완전히 잘라내지는 못했다.


항암제를 복용하며 크기가 작아지나 했지만, 결국 재발했다.




두번째 수술을 받았지만, 다음에 또 재발할 가능성도 높고, 수술을 하는데도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형은 4년여 전, 회사 주차장에서 트럭 청소를 하던 중, 갑자기 들이닥친 다른 트럭과 사이에 끼여 죽었다.


나도 이제는 우연만은 아니라고 느끼고 있다.




고모는 내게, 불에 타 죽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을 무렵에는, 내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겠지.


완전한 검증을 할 수 없다는 게 아쉽다.




  1. 羽根突き. 깃털 달린 공을 나무판으로 치며 노는 일본의 전통 놀이. 배드민턴처럼 상대하기도 하고, 혼자 튀기며 놀기도 한다. [본문으로]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