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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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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방학에 아르바이트를 했던 때의 이야기다.

작년 여름방학 직전, 나와 친구 A, B는 학교 게시판을 살피고 있었다.


그런데 그 중 이상한 아르바이트의 모집 광고가 있었던 것이다.



그 내용은 [일당 8천엔. 피서지에 있는 별장으로 이사하는 작업. 3박 4일로 숙박 포함. 식비와 교통비는 별도로 지급함.] 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어, 이거 꽤 괜찮지 않냐?] 라고 묻자 A는 [전단지대로라면 그 별장에서 묵는거겠지? 편할 것 같은데 전화해볼까?] 라고 대답했다.

B 역시 [피서지에서 지내면서 돈까지 받을 수 있다니, 괜찮네.] 라고 동의해서 우리는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고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곳은 별장의 관리 사무소 같은 곳이었다.

어째서인지 우리들은 면접 같은 것도 거치지 않고 전화 한 통화만으로 즉시 채용되었다.

이 때 수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르바이트 당일, 우리들은 이른 아침에 출발해 오전 중에 만나기로 약속하고 별장 근처의 역에 도착했다.

역에 도착하니 이미 우리들을 맞이하러 온 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안에는 사람 좋아보이는 40대 정도의 아저씨가 타고 있었다.



별장으로 향하면서 아저씨는 우리들에게 여러가지 작업 내용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대충 기억을 떠올려 보자면 장소는 피서지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2채의 별장이라는 것이었다.

건물이 노후되고 입지가 영 좋지 않아서 주인이 찾지 않게 되고, 어차피 살 사람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헐어버릴 예정이라고 한다.



그 안의 물건을 모두 옮겨내어 집을 쉽게 허물 수 있게 도우는 것이 우리의 일이었다.

덧붙이자면 짐을 옮기기 위해 매일 저녁 밴이 오지만, 작업 자체는 우리들 3명만 하기로 되어 있었다.

식사는 그 밴에 실어서 매번 가져다 줄테니 걱정할 필요 없다고 하며, 별장은 두 곳 모두 전기, 가스, 수도가 연결되어 있다고 했다.



휴대폰은 터지지 않지만 전화가 비치되어 있어 불편한 점은 없을 듯 했다.

또 잠은 자고 싶은 방에서 자도 되지만, [어차피 나중에 짐은 다 끌어내야 하니까 이왕 잘거면 입구에서 가까운 쪽이 좋을걸?] 이라고 아저씨는 말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그것은 외부와 완전히 격리되어 버리는 것을 뜻했다.



상당히 수상한 일이었지만 당시 우리들은 그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별장에 도착하고 나서 우리들은 조금 당황했다.

건물이 낡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눈 앞에 있는 건물은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2채 모두 큰 건물로, 보통 집과 별 다름 없는 크기의 통나무집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나무 벽은 거무스름해져 있었고, 해가 비치지 않는 곳이 있어 건물 밑에는 이끼가 가득이었다.

게다가 정원은 몇 년이나 방치한 것인지 완전히 황폐해져 있었다.



나무는 시든 채 가지를 여기저기 뻗치고 있었고, 무성한 잡초 사이로 여기저기 담쟁이 덩굴이 얽혀 있었다.

나와 친구들이 [우와...] 라고 멍하니 계속 서 있자, 아저씨는 [뭐, 밖에서 볼 때는 이렇지만 안은 제법 괜찮아.] 라면서 가까운 건물부터 내부 소개를 시작했다.

다행히도 아저씨의 말처럼 밖과는 달리 건물 안은 꽤 깔끔했다.



누군가 먼저 조금 정리를 하고 있었던 것인지, 현관을 들어서자 옆의 선반에 골판지 상자가 여럿 두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 이외에는 그다지 걱정할만한 것도 없었고, 별장이라고는 해도 평범한 집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며 계속 안내를 받았다.

그 다음에는 다른 한 채의 별장 쪽으로 가게 되었다.



현관을 들어서자 조금 곰팡이 냄새가 풍겼다.

뒤 쪽에서는 묘하게 음침한 기운도 느껴졌다.

아저씨는 거리낌 없이 건물 안의 설명을 해 나갔지만, 마지막에 아직 가지 않았던 1층 복도 안 쪽을 보면서 이렇게 말헀다.



[저 안 쪽은 가까기 가지 않는 편이 좋아. 전에 비가 새서 그 이후로 바닥이 미끄러워져서 위험해. 저 안 쪽 방에는 별다른 짐도 없어서 그냥 헐어버릴거니까.]

아마 곰팡이 냄새는 그 때문인가, 라고 납득했다.

대충 설명을 마치고 아저씨는 우리에게 명함을 건넸다.



[그럼, 잘 부탁해.] 라고 말하고 아저씨는 돌아가 버렸다.

첫날은 오후부터 작업을 시작한 탓에 어느 정도 정돈 되어 있는 첫번째 건물부터 시작했다.

건물 2층의 짐을 1층으로 내려놓는 작업을 하고, 저녁에 밴을 타고 온 아까와는 다른 아저씨에게 짐을 넘기는 것으로 첫날 작업은 끝났다.



우리들은 곰팡이 냄새가 나는 집에서 자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아까 작업을 한 건물의 거실에서 자기로 했다.

저녁 식사를 먹고 목욕을 하자, 지쳐있었던 탓에 금새 잠이 몰려왔다.

다음날 아침,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데 B가 이상한 말을 했다.



[저기, 어젯밤에 이상한 소리 못 들었냐?]

A가 [뭔 소리?] 라고 반문하자 B는 [아니, 밤에 잠이 깨서 화장실에 갔었는데 밖에서 무언가를 질질 끄는 것 같은 이상한 소리가 들렸거든... 왠지 기분 나빠서.] 라고 대답했다.

나는 B가 우리를 겁주려고 장난 치는 것이라고 생각해 [너는 입만 열면 거짓말이냐?] 라고 웃으면서 받아쳤다.



하지만 B는 진지한 얼굴로 [장난이 아니라 진짜로 들었어.] 라고 말했다.

나는 예상 외인 대답에 조금 당황했다.

그러자 A가 [그럼 작업 시작하기 전에 잠깐 주변을 돌아보고 올까?] 라고 제안했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A의 제안대로 별장 주변을 잠깐 산책하기로 했다.

하지만 주변을 거닐어 보아도 워낙 풀이 무성해서 지나갈 수 없는 곳도 있었는데다 딱히 눈에 띄는 것도 없었다.

결국 그 일은 B가 동물이 지나가는 소리 같은 걸 들은 것으로 일단락됐다.



그 날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어제 잤던 건물의 정리를 했다.

하루 이상 걸리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의외로 빨리 작업이 진행되어 그 날 중으로 모두 정리하고 짐을 옮겨 보낼 수 있었다.

그 날 밤, 내가 자고 있는데 옆에서 자고 있던 B가 나를 깨웠다.



B는 A도 깨워놓은 상태였다.

[이런 밤 중에 왜 깨우는거야...] 라고 투덜거리자 B는 [조용히 하고 밖에서 나는 소리를 들어봐.] 라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나와 A는 [뭐야...] 라고 생각하면서도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지익... 지익...] 하고 무엇인가를 질질 끄는 것 같은 소리가 드려왔다.

나와 A는 서로를 마주 보고, B에게 [...뭐야, 저거?] 라고 물었다.

하지만 [낸들 아냐? 그러니까 깨운거 아냐.] 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동물의 소리라고 보기에는 무언가 지나치게 규칙적이었다.

저런 소리를 내는 동물은 도저히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나는 조금 무서웠지만, A와 B에게 [창문으로 바깥을 살펴보지 않을래?] 라고 제안했다.



A와 B 역시 나만큼 겁에 질린 듯 했지만, 소리의 정체가 마음에 걸렸던 탓에 우리는 창문 쪽으로 이동했다.

커튼을 조금 열어 밖을 보았다.

그러자 다른 쪽 건물 현관 쪽에 무엇인가가 보였다.



어두운 가운데 달빛 외에는 밝은 빛이 없었기 때문에 무엇인지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1M 조금 넘어 보이는 어린 아이 정도의 사이즈의 무언가가 흔들흔들 흔들리면서 거무스름한 것을 질질 끌고 있는 것이 보였다.

우리들이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가만히 그것을 바라보고 있자, 그것은 스르륵 무엇인가를 질질 끌면서 건물 그림자 쪽으로 사라져 갔다.

그것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고 나서 2~3분쯤 지났을까.



A가 [뭐야, 저거...] 라고 입을 열었다.

내가 [사람... 인가?] 라고 물었지만 B는 [저렇게 작은 사람이라면 어린애잖아? 어린애가 이런 깊은 산 속에, 게다가 한밤 중에 있을리 없어. 말도 안 된다구.] 라고 대답했다.

확실히 그 말대로였다.



그렇다면 저것은 무엇이란말인가?

A가 [...일단 확인하러 갈까?] 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나는 완전히 겁에 질려 있었다.



[아니야. 어차피 내일 저 쪽 건물을 정리하러 갈 거잖아. 그 때 같이 확인하자.] 라고 바로 말했다.

A와 B도 내심 무서웠던지 모두 그렇게 하자고 동의했다.

그리고 그 날은 어떻게든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피로와는 분명히 다른 이유로 우리의 다리는 무거웠다.

하지만 지금은 어젯밤의 그것을 확인하러 가지 않으면 안 된다.

나와 A, B는 가까이에서 나무 막대를 주워 손에 쥐고 겁을 내면서 어젯밤 그것이 보였던 부근의 덤불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잡초를 헤집으며 별장 뒷편의 덤불을 조사하는 도중 막대기 끝에 무엇인가 부드러운 물건이 닿았다.

나는 A와 B에게 [야, 여기 뭐가 있는거 같아!] 라고 외쳤다.

덤불을 밀어 헤쳐보니 그것은 하수구의 진흙 같이 생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질척질척한 검은 색의 물체였다.



자세히 보니 그곳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띄엄띄엄 여기저기에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뒤를 따라가면 별장 뒤의 벽에도 찰싹 달라 붙어 있었다.



게다가 그 물체의 흔적을 따라가보니 정말 별장 마루 밑 쪽까지 자국이 계속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그 이상 이상한 것은 없었다.

마루 밑 쪽도 살펴봤지만 입구 부근에 그 질척질척한 물체가 있는 반면 안 쪽에는 없는 것 같았다.



나도 A도 B도 왠지 조금 기대하고 있던 것이 빗나갔던 것인지 김이 빠진 느낌이었다.

우리는 결국 어딘지 꺼림칙한 느낌을 가지고 이사 작업을 계속 하기로 했다.

오후가 되고 2층 부분이 슬슬 정돈되기 시작해서 조금 쉬자고 B가 말을 꺼냈다.



그러자 1층에 있던 A가 [잠깐 이 쪽으로 좀 와볼래?] 라고 우리들을 불렀다.

1층에 내려 가 보니 A는 전에 비가 새서 바닥에 곰팡이가 피고 있다던 복도의 앞 근처에 서서 우리들을 손짓으로 부르고 있었다.

B가 [왜 그래? 무슨 일 있냐?] 라고 묻자, A는 [이 안 쪽에서 뭔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는데... 뭔가 있는걸까? ...어제 그거라던가...] 라고 정색을 하고 말했다.



나는 순간 오싹했지만 겁내고 있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럼 확인해 볼까?] 라고 제안하고 가고 싶지 않았지만 복도 안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안 쪽으로부터 [바스락! 부스럭!] 하고 무엇인가가 꿈틀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모두 굳어 있었다.



B가 겨우 [...동물이라도 안에 들어가 있는거겠지?] 라고 전혀 자신 없는 것처럼 말했다.

하지만 어제의 일도 있으니 정말 무섭다.

그렇지만 공포와 더불어 확인을 하고 안심하고 싶다는 기분도 공존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용기를 쥐어짜내 어둑어둑한 복도 안 쪽으로 들어가보기로 했다.

[저벅... 저벅...]

바닥은 습기로 인해 곰팡이 투성이인 모양이었고, 걸을 때마다 기분 나쁜 소리가 났다.



거기다 안 쪽에서 들려오는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우리는 용기를 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복도의 안 쪽의 어두운 곳.



그 소리를 낸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배 부근에서 피를 콸콸 흘리고 있는 고양이였다.

아직 희미하게 숨이 붙어 있는 모양인지 발버둥을 치고 있었고, 거친 주변에 다리가 부딪혀 소리가 나고 있던 모양이었다.



우리들은 그것을 보자마자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악!] 하고 소리를 지르며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별장의 밖까지 도망치고 한동한 멍하게 있었다.

그리고 A가 [저 고양이, 거의 죽어 있었어... 왜 저런 곳에...] 라고 말했다.



나도 [애초에 왜 저딴 곳에 심하게 다친 고양이가 있는거야! 이상하잖아!] 라고 외쳤다.

B는 [어쨌거나 다시 한 번 가보는 편이 좋지 않을까...] 라고 말했다.

확실히 고양이를 그대로 놓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우리들은 한 번 더 복도 안 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하지만 다시 간 곳에 고양이는 없었다.

아니, 아무 것도 없었다.

피처럼 스며들어 있는 것은 있었지만 그 뿐이었다.



그렇게나 콸콸 흐르고 있던 피조차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 [뭐지?] 라는 생각을 하며 얼굴을 마주보고 주위를 살폈지만 역시 아무 것도 없었다.

복도 안 쪽에는 문이 하나 있었지만 자물쇠가 걸려 있어 꿈쩍도 하지 않았고, 그 안에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할 수 없었기에 우리는 일단 돌아가기로 했다.



나도 A도 B도 이유 없이 어쩐지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작업은 아직 남아 있었고, 슬슬 정오가 가까워진 시간이었기에 우리는 무서움을 애써 가라앉히며 짐을 옮겨 내보냈다.

점심을 먹고 있는데 우두커니 앉아 있던 B가 입을 열었다.



[면접도 없이 전화만으로 채용했다던가, 대우가 말도 안 되게 좋다던가, 작업하는 게 우리 밖에 없고 감독자도 없네. 결국 이것 때문 아냐?]

확실히 그랬다.

우리들은 그제서야 그 아르바이트가 이상한 점 투성이라는 것을 알아 차렸다.



A는 [오늘까지만 작업하고 그만 두고 돈 받고 가 버릴까?] 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나는 [일단 계약은 3박 4일이잖아. 끝까지 제대로 하지 않으면 돈을 안 줄지도 모르잖아. 게다가 '뭔지 모를 이상한 게 있어서 그만 둘게요.' 라고 말해도 이해해 줄리가 없어. 뭔가 나쁜 일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 라고 말했다.

A도 B도 [그건 그래...] 라고 수긍해서 최대한 빨리 끝내 버리기로 했다.



그리고 밴이 오면 일단 사정을 물어보기로 했다.

저녁이 되자 어쨌거나 이 곳에서 빨리 떠나고 싶었던 우리는 필사적으로 작업을 했고, 두번째 별장의 짐도 그 날 거의 모두 밖으로 꺼냈다.

밴이 도착하자 타고 있던 아저씨에게 우리들은 넌지시 여기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는지 물어 봤다.



하지만 아저씨 역시 일로 인해서 오는 것이었고, 이 곳에 관한 것은 잘 모른다고 했다.

우리들은 결국 아무런 정보 없이 마지막 밤을 맞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처음에 우리를 데려다 줬던 아저씨에게 명함을 받았었기에 바로 거기에 전화했어야 했을테지만.



그리고 그 날 밤, 사건이 일어났다.

나와 A가 거실에서 몬스터 헌터를 하고 있는데 목욕을 하고 있던 B가 뛰쳐 나와 [야! 큰일 났어! 또 그 소리가 들려!] 라고 외쳤다.

시간은 밤 10시 즈음이었다.



B의 말에 의하면 목욕탕에서 나와 옷을 입고 있는데 탈의실 창문 쪽에서 [지익... 지익...] 하고 어제와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고 한다.

그래서 당황한 나머지 우리에게 도망쳐 왔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에야말로 소리의 정체를 밝혀내겠다는 각오를 하고 현관에 있던 손전등을 가지고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무서운 마음도 물론 있었지만, 실제로 피해를 입은 것은 없었기에 호기심 쪽이 컸었다.

하지만 그것이 오산이었다.

밖에 나오자 어제와 같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1M 가량의 것이 움직이고 있었다.



손전등을 비추자 그것은 그대로 옆쪽 별장으로 사라지듯 들어가 버렸다.

없어진 곳으로 가보니 별장 문을 잠궈두었는데 어째서인지 문이 열려 있었다.

어쨌든 거기에 가만히 서 있을 수도 없었고, 무엇보다도 잠궈뒀던 문이 열린 것이 걸렸기에 우리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 들어가자 원래부터 곰팡이 냄새가 나는 건물이었지만 그것말고도 비린내 같은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이 느껴졌다.

이상한 분위기 속에서 나는 복도의 불을 켜기 위해 스위치를 찾고 있었다.

그러다 나는 한가지 이상한 점을 알아차렸다.



현관 옆, 신발장 쪽 벽에 꽃병에 가려 보이지 않아 그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 있었다.

분명히 부적이 붙어있었다.

불을 켜서 주변을 조사해보니 거기 뿐 아니라 복도 천장에도 부적이 붙어 있었다.



우리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역시 뭔가 이상해...] 라고 수긍했다.

그러자 그 때 복도 안 쪽, 지난번 고양이가 있었던 곳에서 [끼익...]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그 안에는 그 때 문이 잠겨 열리지 않았던 문 밖에 없다.



그리고 복도 모퉁이 쪽에서 [끼익... 스르륵...] 하고 무엇인가를 질질 끄는 것 같은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렸다.

우리들은 겁에 질려 아무 말도 못하고 그 자리에 그저 서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복도 모퉁이에서 무엇인가가 우리를 바라봤다.



우리는 숨을 들이켰다.





그것은 어린아이 크기의 일본 인형이었다.

인형의 목만 무표정한 얼굴로 복도 모퉁이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으... 아...] 라고 말도 아닌 목소리만 겨우 내며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A와 B 역시 그 기분 나쁜 광경에서 도망치기 위해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인형은 머리를 한 번 움츠리더니 복도에서 몸마저 드러냈다.



그 모습은 온 몸의 털이 곤두설만큼 소름 끼치는 것이었다.

상반신은 기모노를 입은 커다란 일본 인형의 모습이었지만, 하반신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새까만 진흙 같은 물체가 묻어 있었다.

질질 끌고 있는 것은 그 끈적끈적한 검은 물체의 뒤편에 있었다.



그 검은 진흙 같은 물체는 우리가 낮에 봤던 그것이었다.

인형은 점점 이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이 다가올 수록 코를 찌르는 것 같은 비린내가 점점 강해졌다.



우리들은 계속 뒷걸음질을 치며 현관에서 밖으로 나갔다.

그 때 나는 이상한 것을 하나 알아 차렸다.

그 때까지는 동요하고 있느라 그것까지는 알아차리지 못했었지만, 이 인형은 무엇인가를 노래하며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귀를 기울이자 민요 중 공놀이 같은 노래였다.

하지만 다시 들어보니 불경을 읊는 것도 같았다.

어쨌거나 그 인형은 기분 나쁜 곡조의 노래를 부르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꽤 가까운 곳에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가사는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우리들이 겨우 길가까지 나왔을 때, B가 [야, 위험해!] 라고 나와 A에게 숲 쪽을 가리키며 외쳤다.

나와 A가 숲 쪽을 바라보자, 이곳 저곳의 덤불들이 부스럭 부스럭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 많은 것들이 이 쪽으로 달려오는 것 같았다.

게다가 그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섞여, 인형이 부르는 것과 같은 곡조의 노래가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A와 B에게 [위험해! 도망치자!] 라고 큰 소리로 말하고 그대로 전력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온 힘을 다해 숨이 차서 움직일 수 없을 때까지 달렸다.

아마 1km은 달렸던 것 같다.



결국 지친 A가 [야, 좀 기다려!] 라고 우리를 불러 세웠을 때에야 우리는 겨우 멈춰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A는 숨을 헐떡이며 [무서워서 도망치긴 했지만 어쩌지? 우리 짐도 두고 왔잖아.] 라고 말했다.

B도 [이유도 모른 채 도망치긴 했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냐...?] 라고 물었다.



하지만 내가 2명에게 [그치만 다시 저기로 돌아갈 순 없잖아?] 라고 묻자 두 명 모두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 때, 숲 속에서 다시 그 노랫 소리가 들려왔다.

B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저 놈들 우리를 쫓아왔어!] 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우리들은 완전히 지쳐있었지만 그렇다고 거기 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우리는 다시 어두운 산길을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얼마나 더 달린 것일까.



우리는 겨우 드라이브 인 식당 같은 곳에 도착했다.

물론 너무 늦은 시간인지라 식당은 문을 닫고 있었지만 그래도 안심이 되었다.

문득 휴대폰을 바라보니 전파가 잡히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아저씨에게 받았던 명함에 있는 번호로 전화를 했다.

하지만 너무 늦은 시간인 탓인지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러자 A는 자기 휴대폰으로 어딘가에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A는 전화로 뭐라고 말하다가 잠시 후 [우선 와 주겠대.] 라고 힘없이 말했다.

어디에 전화한 것인지 물어보니 경찰에 전화했다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30여분 동안 우리는 또 그 인형이 쫓아오는 아닌가, 노랫 소리가 들려오는 것은 아닌가 긴장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 사이렌을 울리며 경찰차가 도착했다.

경찰차를 보자 나는 어떻게 사정을 설명할까 싶은 생각보다도 먼저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뭐랄까, 완전히 긴장의 끈이 풀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경찰차에 타서 우리는 근처의 비즈니스 호텔까지 가게 되었다.

가는 도중 우리가 겪은 일을 말했지만 당연히 믿어주지 않았다.



결국 우리가 잘못 본 것으로 처리되었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호텔 앞에서 내린 뒤 경찰관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리고 우리는 중요한 것을 알아차렸다.



지갑마저 별장에 놓고 왔던 것이다...

결국 우리들은 해가 뜰 때까지 근처 공원에서 노숙을 했다.

다음날 아침, 명함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해서 아저씨에게 잔뜩 짜증을 냈다.



그러자 첫날 역에 마중하러 왔던 아저씨가 부랴부랴 공원까지 우리를 데리러 왔다.

아저씨는 차를 운전하며 [정말 미안해. 제대로 너희들에게 설명을 해줬어야 했는데... 우선 사무실에 가서 모두 이야기해줄게.] 라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그런 아저씨에게 화를 내기도 좀 그랬기 때문에, 우리는 그냥 어색하게 앉아 있었다.



사무실에 도착하자, 먼저 누군가가 우리들의 짐을 가지러 간 모양이었다.

20분쯤 후에 짐을 가지고 올 거라고 했다.

그리고 아저씨가 그 별장에 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예상대로랄까, 그 별장 2채는 그 일본 인형이 나타나기 시작해서 주인이 버려버린 곳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헐어 버리기 위해 짐을 옮겨 내보내기 시작했는데, 계속해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던 것이다.

게다가 소문이 널리 퍼져버렸기 때문에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아무도 그 곳에서 작업을 하려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것이 1년 전의 일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곤란해진 집 주인은 주변 절에 부탁해서 제법 돈을 들여 제를 지냈다고 한다.

그리고 괜찮아질 거라 생각한 후 그 동네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교에 광고를 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거기 감쪽같이 속아 걸려 들었던 셈이다.

아저씨의 말에 의하면 원래는 밤낮을 막론하고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인형이 목격되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제를 지낸 이후에는 낮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저씨는 [정말 미안하다. 급료는 4일치 모두 지불하고, 교통비도 이 쪽에서 대줄게.] 라고 계속 사과했다.

우리들은 이미 화낼 기운도 없었기 때문에 급료와 교통비를 받아서 돌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아저씨에게 질문을 하나 했다.



[아저씨, 도대체 그 인형은 뭡니까?] 라고.

그러자 아저씨는 이렇게 대답했다.

[글쎄? 몇 년 전 그 별장에서 주인이 멋대로 고용인에게 손을 댄 적이 있었지. 아이를 유산하고 사라졌다고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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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 by 점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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