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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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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어주지 않으실지도 모르지만 일단 써 봅니다.

저 스스로도 이 이야기가 꿈인지 현실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정도 전의 이야기입니다.

나는 초등학교 5학년이었습니다.

여름방학이 되어 사이타마현에서 혼자 살고 계셨던 할아버지 댁에 놀러가게 되었습니다.



1주일 정도 할아버지 댁에서 묵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 되었습니다.

돌아갈 때에 할아버지께서는 내게 옛날에 쓰던 쌍안경을 주셨습니다.



할아버지가 집을 청소하다가 장롱 안에서 찾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쓸 일도 없다면서 나에게 주셨습니다.

나는 그것을 가지고 집으로 왔습니다.

그 쌍안경은 매우 먼 곳에 있는 것도 보였습니다.



나는 집 베란다에서 쌍안경으로 자주 하늘을 바라봤습니다.

푸른 하늘, 구름, 달, 별을 보는 것이 습관처럼 매일, 매주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어느 밤, 나는 시덥잖은 호기심에 쌍안경으로 다른 사람의 집을 들여다 보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집은 커튼을 쳐 놓고 있었지만 어느 아파트의 한 방만 커튼으로 가려지지 않은 방이 있었습니다.

커튼을 치지 않았다기보다는 커튼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 방에는 여자 한 명이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 집을 매일 엿보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여자 한 명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스무살 정도 되어보이는 매우 예쁜 사람이었습니다.

나는 매일 저녁 쌍안경으로 그 사람의 집을 들여다봤습니다.

그런 날이 3개월 정도 계속되었습니다.



어느 밤 나는 언제나처럼 그 여자의 방을 훔쳐 보고 있었습니다.

이 날은 방이 어두워서, 아직 그녀는 돌아오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그 방의 불이 켜졌습니다.



나는 그녀가 돌아온 것으로 생각하고 쌍안경을 들여다봤습니다.

쌍안경으로 보니 여자와 더불어 본 적 없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싶었지만 그다지 궁금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남자는 1주일에 2, 3번 여자의 방에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남자가 그 방에서 밤을 지내는 일도 있었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조금씩 조금씩 그 남자가 싫어졌습니다.

그 남자의 존재가 나에게 곧 분노였습니다.



나는 그 남자를 위협하기로 했습니다.

여자의 방에 오지 말라는 뜻으로 경고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남자가 언제나 타고 오는 차에 장난을 치는 것이었습니다.

그 남자는 언제나 아파트의 옆에 있는 맨션 앞에 차를 세웠습니다.



어느 날 나는 그 맨션의 8층에서 남자가 차를 타고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1시간 정도 지나 남자가 언제나처럼 차를 타고 왔습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맨션 앞에 차를 댔습니다.



남자는 차에서 내려 옆의 아파트로 들어갔습니다.

그 때는 오후 4시 정도였습니다.

아직 하늘은 밝았지만 그다지 사람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는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이제 기회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위협을 한다고 해도 무엇을 어떻게 할지까지는 생각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 때 눈에 들어온 것이 맨션 복도에 놓여 있던 소화기였습니다.



맨션의 8층에서 소화기를 떨어트리면 확실히 차가 부서질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소화기를 던지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실제로 하는 것은 주저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던질까 말까 고민하는 동안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의 남자아이 2명이 이리로 올라왔습니다.

나는 스스로 소화기를 던지는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에 그 아이들에게 대신 시키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나는 아이들을 불렀습니다.



그리고 나는 [이 소화기를 아래의 차에 던져봐! 재미있어!] 라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두 아이들은 조금 무서워했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자, 저 자동차에 던지면 좋은 거 줄게.]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 소년은 조금 망설이면서도 소화기를 던져버렸습니다.

던진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 소화기는 바람에 흔들려서...

차에 맞지 않고 맨션의 1층에서 놀고 있던 여자 아이의 머리에 맞아 버렸습니다.



나는 그 이후의 기억이 없습니다.

정신을 차리니 내 방 이불 안에서 덜덜 떨고 있었습니다.

나는 경찰에 잡혀가는거야... 라고 계속 생각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경찰은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뭐랄까, 그 때의 기억은 그다지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나의 꿈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할아버지에게 쌍안경을 받은 것은 확실합니다.

그 이후로 쌍안경으로 그 아파트의 방을 들여다 본 적은 없습니다.



맨션에서 소화기를 던진 것은 꿈인 걸까요...

맨션에서 떨어진 소화기에 맞아 죽은 소녀의 뉴스도 들은 적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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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47th]다이어트 전화

괴담 번역 2010. 8. 6.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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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이 마려운 것을 참을 수 없게 된 아야는 공원의 공중변소에 뛰어 들었다.

 

볼 일을 마치고 문득 눈을 들어보니 벽에 전화번호가 써 있었다.

 

자주 있는 [장난전화용 번호]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 번호 위에는 이상한 말이 써 있었다.

 

[체중이 줄어드는 전화번호]

 

설마...라고 생각하면서도 아야는 전화번호를 암기해버렸다.

 

그녀는 몸무게가 70Kg나 되는, 말랐다고는 할 수 없는 여자였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상당히 마른 몸을 하고 있었지만, 중학교에 들어간 뒤 수업을 제대로 따라갈 수 없게 된 후부터 스트레스로 인해 살이 급격히 찌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 이미 60Kg을 넘겼고, 대학생이 된 지금은 70Kg에 육박하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간은 전화도 하지 않고 그저 시간만 보낼 뿐이었다.

 

그렇지만 언제나 머리 속 한 구석에는 그 전화번호가 자리잡고 떠나지 않고 있었다.

 

걸어보자!

 

체중계가 71Kg을 가리킨 그 날, 결국 아야는 결심했다.

 

마치 몇 번이나 걸어본 것 같이 익숙하게 손가락이 번호를 눌러간다.

 

통화 연결음이 1번, 2번, 3번.

 

[여보세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저, 몸무게가 줄어들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름은?]

 

[아, 이름은 아야입니다. 사와자키 아야.]

 

[주소는?]

 

주소를 말하자 다음에는 [몸무게는?]이라고 물어왔다.

 

[65Kg입니다.]

 

조금 거짓말을 했다.

 

[몇Kg 정도 빠지고 싶니?]

 

아야는 머리 속에서 이상적인 체형을 떠올린다.

 

[5, 아니, 10Kg이요.]

 

[10Kg로 좋은거지?]

 

[자, 잠깐만요. 정말로 빠질 수 있는거에요?]

 

[10Kg로 좋은거지?]

 

[아, 아니요. 20이요. 20Kg로 해주세요.]

 

[20Kg으로 좋은거지?]

 

[그래요. 20Kg 빠지고 싶어요.]

 

[알았다.]

 

딸칵.

 

전화가 끊겼다.

 

아야는 몸을 내려다봤다.

 

여전히 배는 축 늘어져 있었고, 손목시계는 손목을 아프도록 조이고 있었다.

 

전화한 것만으로 살이 빠진다고?

 

생각해보면 그런 편리한 이야기가 있을리가 없다.

 

[바보 같잖아...]

 

멍하니 아야는 중얼댔다.

 

그리고 그 전화에 관한 일은 모두 잊어버렸다.

 

다음 날 아침.

 

침대 안에서 양팔과 양다리가 잘려나간 사와자키 아야가 발견되었다.

 





Illustration by LHaN(http://blog.naver.com/taepyung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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