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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실화괴담][99th]왜관터널의 원혼

실화 괴담 2017. 7. 23.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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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Jiwoojeon님이 방명록에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칠곡군 왜관읍이라는 곳에 가면 폐터널이 있다. 


일제시대에 기차가 지나다니다 새로운 철도가 건설되면서 자연스럽게 버려진 곳인데, 중학교 2학년 시절 이맘때쯤 그 곳에서 겪은 일이다.


그때 난 왜관에서 친한 형과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봉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시간까지 여유가 좀 생기게 되자, 난 오래 전부터 존재를 알고 있었던 그 터널에 담력시험 삼아 가보자는 이야기를 꺼냈다. 


몇년간 동자승 생활을 한 적이 있다는 형은 재미있겠다는 듯 좋다고 했고, 그렇게 우리는 버려진 터널로 들어가게 되었다.


해가 완전히 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도로에서 좀 비껴난 곳에 있는 터널은 빛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음산했다. 




터널 반대편은 아파트 공사를 하다가 붕괴되었던가 하는 이유로 막혀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안으로 들어가는 와중에도 끝없는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증기 기관차가 지나다니며 천장에 남기기라도 했는지, 그을음이 여기저기 보였다.


이곳저곳 사진을 찍으며 흙으로 가득 찬 터널의 끝에 도착할 무렵, 갑자기 그 형이 내 팔목을 잡더니 입을 열었다.




[나가자.]


[네?]


[나가서 설명해줄테니까, 일단 나가자.]




나지막한 목소리와 달리, 내 팔목을 잡고 입구로 향하는 형의 발은 점점 빨라졌다. 


귀신은 커녕 아무런 느낌도 느끼지 못했던터라, 나는 어리둥절하면서 그대로 터널 밖까지 끌려나왔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형은 숨을 고르더니 자초지종을 설명해 줬다.




[모래가 쌓여있던 부분 윗쪽에 새하얀 무언가가 떠다니고 있었어. 그걸 보니까 머리가 점점 아파와서 계속 있었다간 위험할 것 같아서 나온거야.]


[에이, 거짓말. 전 아무것도 못 느꼈는데요?]


[아무나 그런 걸 다 느낄수 있는게 아니야. 믿건 말건 네 자유지만... 이제 돌아가자.]




결국 터널을 다 둘러보지도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종일 걸어다녀서 몸이 피곤했던건지, 터널 안에서 찍은 사진을 카톡으로 형에게 보내고 난 뒤 얼마 되지 않아 난 잠이 들었다.


그날 밤, 이상한 꿈을 꾸었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터널을 계속 뛰어다니는 꿈이었다. 


뒤에서 무언가가 쫓아오는 듯한 느낌이 들어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계속 뛰는데, 이상하게 아무리 가도 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꿈에서 깼을 땐 온몸이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고, 잠을 다시 청하면서도 찝찝한 기분이 가시질 않았다.




다음날 아침, 형에게서 답장이 왔다. 


형은 사진을 한장 보내왔다. 


어두운 터널 안을 찍은 사진이었는데, 바닥 부분에 빨간 동그라미가 쳐져있었다. 




형이 그린 듯한 동그라미였는데, 이게 뭐냐고 답장을 보내려던 순간, 다음 메시지가 왔다.


"찍은 사진들 다 지워라."


"한놈 기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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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98th]창밖의 도깨비불

실화 괴담 2017. 5. 1.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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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익명님이 메일로 보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더운 여름날이었어요. 


저는 다른 도시에 일이 생겨 밤 9시가 다 되어서야 집 근처에 도착했습니다. 


집에 가기 전, 문득 아버지가 병원에서 당직을 서시는 날이라는게 생각 났습니다.




간만에 커피나 한잔하면서 잠깐 말동무를 해드리려고, 아버지가 계시는 당직실로 향했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이라, 평소보다 운전하고 나서 더 피곤하더군요.


차를 끌고 아버지가 계시는 병원 입구에 들어섰습니다. 




밤이라 정문은 잠겨있어, 장례식장이 있는 후문에 차를 대고 아버지를 뵈었습니다. 


들어갈 때 보니 누군가 상을 당한 모양이던데 장례식장 안은 쓸쓸할 정도로 텅텅 비어있더군요. 


저는 아버지와 간단하게 차를 마시면서 오늘 있었던 일을 들려드렸습니다.




슬슬 집에 가서 쉬어야겠다 싶어 일어나자, 시간은 이미 11시 넘어서 있었습니다. 


후문을 나서니 아직도 습한 공기가 폐를 채웠습니다.


비는 여전히 추적추적 을씨년스럽게 내리더군요. 




주차장으로 가, 차에 시동을 걸고 나오려고 하는데 차를 돌릴곳이 마땅치 않아 장례식장 옆쪽으로 나있는 공터까지 갔습니다.


자갈이 깔린 공터에 들어서니 새까만 운구차가 묘한 분위기를 내뿜으며 공터 한가운데 주차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차를 돌리려 운구차 주위로 천천히 원을 그리며 운전했습니다. 




기분은 조금 음산했지만 별 신경 안쓰며 집으로 돌아왔죠.


집에 돌아와 간단히 정리를 하고, 피곤한 마음에 얼른 눈을 붙였습니다. 


한참이 지나고 깊은 새벽이었을까요. 




제가 누운 자리에서 맞은편에 창문이 나 있는데, 푸르스름한 기운이 들어 눈을 떴습니다.


아! 시퍼런 눈동자 두개!


도깨비불 같이 이글거리며 불타오르는 두개의 눈동자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겉이 다 헤진 거적떼기를 머리에 뒤덮고 있었습니다.


얼굴을 보려했지만, 그림자, 아니, 심연에 가까운 어두움 때문에 거적떼기 밑으론 두개의 눈동자만이 보였죠.


처음엔 깜짝 놀랐지만, 다시 깨달으니 너무 괘씸한겁니다. 




저는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창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곤 저는 제 입에서 제가 생각지도 못했던 낮은 중저음으로 이렇게 호통을 쳐대었죠.


[네가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발을 붙이는게냐! 네가 감히 나한테 붙으려고 하는게냐! 내가 누군지 알고 그런 괘씸한 행동을 한단 말이냐! 얼른 너의 자리로 돌아가라!]




속으로 괘씸하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었지만, 제 목소리와는 살짝 다른, 힘차고 낮게 울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호통을 칠 줄은 저 스스로도 몰랐습니다. 


제가 호통을 치니 집은 지진난 것처럼 흔들렸고, 집안에는 시퍼렇지만 무언가 의지할 수 있을 것 같은 묘한 불빛이 일렁였습니다. 


하늘에선 비오는 와중에 천둥이 몇번 치더니, 이윽고 그 형체는 사라졌습니다.




개운한 마음이 들어 창문을 짚은 제 팔을 보는데, 무언가 화를 내고 엄하던 분위기는 제 마음에서 사라지고, 아까 제 창문을 엿보고 있었던 그것에게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결 편한 마음에 잠자리에 다시 들었는데, 정작 눈을 감는 순간 저는 식은 땀을 줄줄 흘리며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그 모든 게 꿈이었던거죠. 




하지만 그 꿈이 너무 현실 같고 생생했기에, 저는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그렇게 꿈을 꾸고 난 후, 물 한잔을 마시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고 내가 왜 그런 꿈을 꾸고 왜 그것이 우리집에 붙어있나 생각해봤습니다.




전날 밤 운구차 주위를 차로 한바퀴 돌며 나온게 원인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저는 측은한 마음에, 마음속으로 간단히 망자의 복을 빌어주었습니다.


전날 밤 보았던 그 두개의 눈동자 너머로, 단지 두려움과 괘씸함이 아니라, 배고프고 쓸쓸하고 외로웠던 한 사람의 인생이 어렴풋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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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97th]산속의 할아버지

실화 괴담 2017. 4. 30.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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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비냉님이 방명록에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저희 친가는 종갓집도 아닌데 선산이 있고, 그 근처에 신주 모시는 조그만 사당 같은 것도 있는 특이한 집입니다. 


어렸을 때 저는 3살 터울인 남동생과 함께 그 선산에서 많이 놀곤 했었죠.


그래서 그런지 어른들에게 유독 지겨울 정도로 많이 들었던 소리가 있었습니다.




산에서 누가 이름을 불러도 최소 세 번 이상은 대꾸하지 말 것.


뭐, 애들 둘이 어른도 없이 놀면 걱정되니까 하는 소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저는 남동생과 함께 막대기 하나를 들고 선산으로 놀러갔습니다. 




곳곳에 풀들이 상당히 많이 자라있었기 때문에 막대기로 그걸 일일이 헤치면서 가야 했거든요. 


그렇게 한참을 신나게 놀았습니다. 


머리위로 서서히 해가 져 가는것도 모를 정도로요. 




어느덧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주변이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하더군요. 


동생도 무서웠는지 얼른 집에 가자고 보챘습니다.


저는 동생을 데리고 막대기로 풀을 헤치며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무리 내려가도 길이 안 보이는 겁니다. 


같은 곳을 뱅뱅 돌고 있는 것 같았어요. 


동생은 옆에서 얼른 집에 가자고 보채지, 날은 점점 어두워지지, 길은 안 나타나지... 




정말 환장할 노릇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저 멀리서 뭔가 희끗희끗한 형체가 보였습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옷 색깔을 보니 평소에 우릴 예뻐해주셨던 옆집 할아버지인거 같았습니다. 




안심한 저는 그 쪽으로 가려고 발을 내딛었습니다. 


그때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A야.]




저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뭔가 기분이 스산했거든요. 


사람이 저렇게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할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그리고 옆집 할아버지는 절대로 저희 남매의 이름을 부르지 않으시는 분입니다. 


이름을 알려줘도 까먹으시는 데다가 보통 똥강아지라고 하시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자기가 누굴 불렀을때 대답이 안 돌아오면 언성이 높아지잖아요? 




근데 그것은 달랐습니다. 


처음과 똑같은, 높낮이없는 목소리로 제 이름을 계속해서 불러대는겁니다.


[A야, A야...] 하고요.




저는 옆집 할아버지의 모습을 한 그것을 덜덜 떨며 쳐다보다가, 동생을 끌어안고 냅다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뒤에서 사박사박거리며 풀을 헤치는 소리가 나자 제 발은 더욱 빨라졌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짜리가 어디서 그런 힘이 솟아났는지 모르겠습니다. 




한참을 달리다가 겨우 길을 발견해 집에 돌아왔을 때는 벌써 저녁상이 다 치워진 뒤였고, 저와 동생은 제때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며 할머니께 호되게 혼났습니다. 


옆집 할아버지를 만나느라 늦었다고 동생이 울먹이며 변명을 해보았으나, 할머니는 옆집 할아버지께서는 오늘 자식들 보러가느라 윗지방으로 올라가셨다며, 제 동생의 말을 헛소리로 받아들이셨습니다. 


할머니의 잔소리는 금세 잦아들었지만, 그날 있었던 일은 대학생이 된 지금까지도 제 마음에 남아있습니다. 




옆집 할아버지의 모습을 한 그건 도대체 무엇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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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96th]악의가 담긴 한마디

실화 괴담 2017. 4. 23.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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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익명님이 방명록에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가끔 아이들은 어른들이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괴담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동생을 가리키며 "엄마, 저 악마는 태워 죽여야해." 라고 말했다는 어린 여자아이 이야기 같은 것을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이런 식으로 아이들이 내뱉는 말의 특징은, 그 말이 오직 발화 시점에만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전에도, 그 후에도 존재하지 않는 말인거죠. 


짐작컨대 말하고 있는 아이도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나중에는 그런 이야기를 한 걸 기억조차 못합니다. 


오직 "그 순간",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사람" 만이 기억하고, 그 사람만이 영향을 받는 그런 현재성만이 존재하는 이야기. 




그 듣는 사람이 되었을 때, 어떠한 영향을 받게 되는지를 떠올려보면 가끔 소름이 끼치곤 합니다. 


오늘은 그와 관련된, 제가 직접 겪은 이야기를 한번 풀어볼까 합니다.


저는 오랫동안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군 제대후 한의대 진학을 위해 7년 동안 수능 시험에 응시했죠. 


하지만 노력에 비해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현실에, 시간이 갈수록 부모님도 지치시고, 저도 스스로 부담스러워 주변 사람들과 거의 연락을 끊고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집안의 권유로 꿈을 접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꿈을 접고 나니, 빛나는 20대를 좁은 재수학원 교실에서 몽땅 보내버린 것과, 그럼에도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집안의 돈만 쓰고 친구도 잃은 비참한 모습에 스스로 무척 힘들어하던 나날들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떨치려해도, 모의고사 때마다 오르지 않던 성적에 좌절하며 학원 화장실에서 입을 막고 혼자 울던 그 모습들과, 수능을 친 뒤 저녁시간에 차마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굶은채로 이리저리 길거리를 쏘다니던 저의 모습이 스스로를 억눌러 헤어나올 수가 없더군요.


그 자괴감들과 실망감. 




그리고 결국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다는 절망.


그 당시 제 가방에는 긴 빨랫줄이 하나 있었습니다. 


새벽 2시가 되고, 골목에 인적이 한산해지면 집앞 전봇대에 목을 매려고 마련해둔 것이었습니다. 




한두번 목 매달기 직전까지 갔지만, 죽는게 겁이 나 마지막 순간을 넘지 못했었죠.


그렇게 지내던 어느날, 누나 내외가 맞벌이를 하는 탓에 저희 집에서 돌봐주던 4살짜리 조카녀석과 단둘이 집에 있게 되었습니다. 


가만히 낙서를 하고 있던 녀석이 갑자기 낙서를 멈추길래, 왜 그러나 싶어 고개를 들어 쳐다봤죠.




그런데 조카가 저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습니다.


[삼촌... 할머니는 삼촌이 필요없대.]


그리고는 다시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는 낙서를 하더군요. 




그때의 충격이란. 


새벽마다 빨래줄을 잡고, 나가야되나 말아야되나 망설이던 순간, 저의 발목을 잡던 것 중 하나가 부모님이었는데...


뭐, 지금은 결국 그때의 고비를 무사히 넘기고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 이후, 저는 하나의 존재를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다른 것이 전혀 섞이지 않은 순수한 악.


오로지 인간에 대한 미움과, 인간을 공격하여 좌절시키는 것으로만 머릿속이 가득한 순수한 악한 존재 말입니다. 




이 악한 존재가 여러 사람의 마음 속을 떠돌아 다니면서,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스스로를 의심하고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그 순간에 [그만둬, 어서.]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심을, 저는 지금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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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95th]하얀 구렁이

실화 괴담 2017. 4. 12.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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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이규진님이 방명록에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저희 외할아버지께서 들려주신 이야기입니다. 


외할아버지도 워낙 오래전에 들으신 이야기인지라 정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을수 있습니다.


군대에서 들으셨다고 하네요.




인제에서 속초로 넘어가는 곳에 향로봉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1차선 도로가 있었고요. 


도로가 1차선이다보니, 양 쪽에서 차량이 동시에 오면 사고가 날 위험이 있었죠.




그래서 차량통행을 제한하기 위해 검문소가 있었습니다. 


양 쪽에서 차를 몇 대씩 보내며 차량통행을 제한했다고 합니다. 


결국 이런 과정이 번거로워 아예 도로를 2차선으로 넓히려고 공사가 시작됐죠.




하지만 한쪽에는 절벽이 있고, 한쪽은 낭떠러지여서 산을 깎아내는 작업을 해야만 했습니다. 


지형도 험악한데 장비도 열악해서, 정말 만만치가 않은 공사였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공사 책임자의 꿈에 왠 할아버지가 나타났습니다.




그리고는 내일 하루만 공사를 쉬어달라고 부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낱 꿈 때문에 공사를 중단시킬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공사는 그대로 진행되었습니다. 




공사 중 불도저 운전수가 불도저를 밀고 올라가다가 그만 불도저의 시동이 꺼지게 되었습니다. 


시동을 다시 걸어서 가는데, 갑자기 앞에 무언가 걸리는게 있더랍니다.


힘을 주어 불도저로 확 밀었더니 불도저가 전복되었습니다.




운전수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습니다. 


앞을 보니 커다랗고 하얀 구렁이가 허리가 잘려 죽어있었습니다. 


구렁이가 허리가 잘리며 고통스러워 한 나머지 몸부림을 치는 바람에 불도저가 전복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공사 책임자는 할아버지가 나온 꿈을 믿고 공사를 중단시켰다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후회했지만 이미 때는 늦은 뒤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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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94th]음악실 커튼 너머

실화 괴담 2017. 4. 9.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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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탠코님이 방명록에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중학교 1학년 때의 일입니다.


아직도 못 잊겠어요.


음악실에서 있었던 일이었어요. 




음악실은 반지하층 제일 끝 쪽에 있었습니다.


교실 쪽 창은 운동장 쪽을 바라보고 있었고, 반대편 복도 옆으로 난 창 밖으로는 거의 다 시든 나무들과 시멘트 벽이 보였습니다.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은 없었죠. 




그 벽 너머는 바로 골목길이었고요.


교실은 밝은 날에도도 어두워서 꼭 불을 켰어야했고, 운동장 가까운 쪽도 반지하라 기본적으로 어둡기는 매한가지였습니다. 


빛이 교실 안까지 오진 않아 대부분 커튼을 닫고 있었거든요. 




그날도 커튼은 닫혀있었습니다. 


다만 운동장 쪽 창문은 열려있었어요. 


복도쪽은 닫혀있었고. 




책상열은 2-3-2 배열이었고, 저는 가운데, 책상 3개가 붙어있는 열에 앉아 있었습니다. 


수업이 시작하기 전, 앞자리에 앉은 친구와 잡담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 사이로 시원하고 부드러운 바람이 불었습니다. 




바람이 휙하고 우리를 넘어가는 바람에 친구와 저는 같이 낙서를 하다가 서로를 마주 보게 됐죠. 


바람이 지나간 건 정말 찰나였는데, 그 사이에 저는 어떤 형상을 보았습니다.


여학생이었습니다.




어둡고 불투명해서 형체 너머로 바로 친구가 보였지만, 형체는 확실했습니다.


우리 학교 교복인 듯한 체크 교복치마를 입고, 반스타킹을 신은 여학생이 우리 사이를 점프해갔습니다.


책상 3개 분단이라 폭이 넓어서인지, 다리를 쫘악 찢으며 뛰어 넘더라고요.




진짜 눈 바로 앞에 있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여학생이 뛴 쪽으로 같이 고개를 돌렸는데, 음악실 커튼 끝자락이 여운을 남기며 팔랑거렸습니다. 


진짜로 바람이 불었던 거죠.




커튼이 두터운 그 반지하에서. 


저는 호들갑을 떨면서 친구한테 말했죠.


[야, 봤어?]




표정이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넋잃고 동그랗게 뜬 눈의 친구... 


[어....]




둘이 본 건 똑같았습니다. 


제가 친구에 비해 구체적으로 본 것 같지만, 여자애가 우리 사이를 뛰어넘어간 건 확실했습니다. 


주변 친구들은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마주보고 잡담하던 우리 둘은 분명 보았습니다.




아직도 증명하듯 하얀 커튼 끝자락이 흔들리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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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93rd]도깨비불

실화 괴담 2017. 4. 5.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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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지나가던 한 남자님이 방명록에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아버지의 고향이자 할머니께서 아직 살고 계신 마을은, 산과 산 사이 협곡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협곡이라고는 해도 그렇게까지 외진 곳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마을이 산 속에 있죠. 


산 속에 있다보니 한여름도 꽤나 서늘한 곳입니다. 




아버지께서 초등학생일 무렵의 여름이었답니다. 


아버지와 친구분들은 여름이고 하니, 저기 산 너머에 있는 수박밭에 가서 수박 한통 서리해 오자고 작전을 짰답니다.


그리고 밤중에 산을 넘기 시작했죠. 




길을 가던 도중, 아버지는 이상한 사람을 보셨다고 합니다. 


논밭 옆에 도롱이를 입고 앉아있는 남자를 말입니다. 


그 남자는 수그리고 앉아있던데다, 고개도 푹 숙이고 있었습니다.




그런 탓에 달빛이 환했지만 얼굴은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냄새가 사람의 것이 아니라 무슨 짐승 노린내 같은 지독한 냄새가 풍기더랍니다. 


뿐만 아니라 달빛에 비쳐진 그 남자의 다리에는 털이 아주 무성하게 나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수박밭 주인이 서리를 감시하는가보다 싶어, 친구들에게 돌아가자고 말을 꺼냈답니다. 


그런데 먼저 가던 친구들은 그 누구도 그 남자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게 아니겠습니까. 


아버지는 분명히 봤는데 이상해서, 친구들과 같이 확인을 해보러 갔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네요.


시간은 흘러 겨울이 되었을 무렵. 


아버지는 또 한번 그런 경험을 하셨다고 합니다. 




겨울이라 농사를 쉬다보니 마을 어르신들이 회관에 모여 술도 마시고 고스톱도 치고 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막걸리가 떨어졌답니다. 


그래서 어르신들은 아버지와 친구분께 아랫마을에 가서 술 좀 받아오라고 심부름을 시키셨습니다. 




아랫마을에 가서 술을 받아오는 도중, 아버지와 친구분은 기묘한 것을 봤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수박 서리를 하기 위해 가던 길. 


그것도 그 남자가 앉아있던 장소와 비슷한 장소에, 이상한 불빛이 나타난것입니다. 




그때 아버지와 친구분은 느꼈다고 합니다. 


분명 그 불빛이 자신들을 보고 있다는 걸 말입니다.


겁에 질린 아버지와 친구분은 재빨리 집으로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불빛은 계속 아버지와 친구분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것도 하나의 불빛이 3개가 되었다, 2개가 되었다, 4개가 되었다 하면서요.


아버지와 친구분은 급한 마음에 황급히 밭고랑에 숨어서 그 불빛을 지켜보다가, 불빛이 멈춘 틈을 타서 막걸리가 담긴 주전자를 내동댕이치고 미친듯 도망쳤습니다.




아마도 아버지가 보신 것은 도깨비가 아닐까요?


저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진실이라 믿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도 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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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92nd]베란다의 흰 천

실화 괴담 2017. 3. 31.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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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익명님이 방명록에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저희 집은 저와 동갑인 오래된 아파트고, 아파트 뒤엔 산이 있어서 복도쪽 창문에서 산이 바로 보입니다. 


이것 때문인지 창가 쪽에 자리한 제 방은 여름에도 한여름이 아니면 좀 서늘하고 낮에도 그늘진 감이 있지요.


이런 집 구조탓인지, 제가 유달리 기가 약한탓인지, 저희 집에서 일어난 심령현상은 거의 저 혼자 겪습니다. 




자잘한 에피소드가 있지만 그 중 가장 인상깊었고 아직까지 겪고있는 일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제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엄마랑 둘이 거실에서 티비를 보다가 동생이 학원 차에서 내릴 시간이 되어 엄마가 동생을 마중 나갔어요. 


그때가 7,8시쯤 되네요.




겨울이라 이미 하늘은 어둑해졌고 저는 그냥 티비를 보고 있었죠.


갑자기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베란다에 흰 천이 걸려있는 것 같은데, 이불 같다고 가서 확인 좀 해보라고. 




거실과 베란다가 미닫이문으로 연결된 구조라, 저는 전화를 끊지않고 베란다로 나가 둘러봤어요. 


그런데 이불은 커녕 빨래거리도 걸려있지 않았고, 흰 천은 보이지도 않았어요. 


창문을 열어 밑을 내려다보니 동생과 엄마가 보여서 전화에 대고 [아무것도 없는데?] 라고 대답했죠.




그런데 엄마가 네 옆에 흰 천 같은게 서있는것처럼 불쑥 걸려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가뜩이나 가위도 자주 눌리는 저는, 섬찟해져서 괜히 엄마에게 화를 냈어요. 


장난치지 말라고, 그런게 어디있냐고.




화를 내곤 전화를 끊고 베란다문을 걸쇠까지 잠궈버렸어요. 


그런데 몇분 지나지않아 엄마와 동생이 뛰어오는겁니다. 


왜 그렇게 급하게 오냐고 물어보니, 제가 전화로 [그런게 어딨어?] 라고 말하는 순간, 그 흰 천 같은게 저를 돌아보더라는겁니다. 




형태도 뚜렷지 않았지만, 그것의 머리부분이 저를 향해 돌아가는게 보여 불안해서 뛰어 올라왔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너무 소름이 끼치고 무서워서 한동안 베란다에 못 갔어요. 


그걸로 끝이면 좋겠는데, 그때가 목요일이었거든요? 




토요일에 온 가족이 늦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거실쪽 전선 코드가 다 뽑혀져 있었어요. 


애써 청소하다가 끌려 들어간거라고 자기최면을 걸었지만 너무 신경 쓰이더라고요.


제 방 안에 있는 인형이 전부 뒤돌아있던 일도 있었습니다. 




방문마다 십자가를 걸고 난 뒤엔 잠잠하지만, 제 방 문밖 책장 위의 작은 자기인형은 아직도 돌아가요.


매일 똑바로 앞을 보게 세워둬도 어느새인가 방쪽으로 돌려져있죠.


아직까지 별 일은 없지만, 자꾸 이 집에서 사는게 불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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