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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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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 읍내에 한 여자가 살았는데, 시집을 간 뒤 갑자기 매일 밤 어느 남자가 들어와 강간을 해댔다.

여자는 온 힘을 다해 거부하려 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 남자는 매일 밤마다 반드시 찾아왔는데, 이상하게 다른 사람들은 모두 그 남자를 보지 못했다.



심지어 남편이 있을 때도 여자를 강간했는데, 매번 그 고통이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였다.

여자는 그 남자가 귀신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딱히 물리칠 방도가 없어 끙끙 앓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남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며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았는데, 묘하게도 여자의 5촌 숙부를 보면 밖으로 달아나는 것이었다.



여자가 숙부에게 그 사실을 말하자 숙부가 말했다.

[그러면 내일 그 놈이 오거든, 몰래 무명실을 바늘에 꿰어 놨다가 그 놈 옷깃에 꿰매버리거라. 그러면 그 놈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겠지.]

그래서 여자는 그 말을 따르기로 했다.



다음날 그 계책에 따라 여자는 바늘에 실을 매어서 남자의 옷소매 아래에 찔러 두었다.

여자가 소리를 치자 그녀의 숙부가 들어왔고, 귀신은 놀라 달아났다.

그러자 무명실 뭉치가 슬슬 풀리기 시작했고, 숙부는 그 실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가만히 따라가보니 실이 지하로 들어가 있었기에 땅을 파 봤더니, 그 안에는 썩은 나무 밑둥이 하나 있었다.

밑둥 아래 실이 매여져 있었고, 밑둥 윗머리에는 총알만한 크기의 보라색 구슬이 하나 있었는데 그 광채가 눈부셨다.

숙부는 구슬을 뽑아 주머니에 넣고, 그 나무 밑둥은 불에 태워 버렸다.



그 이후 귀신은 여자에게 찾아오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밤, 숙부의 집 앞에 어떤 이가 찾아와 애걸하였다.

[그 구슬을 제발 돌려주세요. 만약 돌려만 주신다면 부귀공명이 다 이루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숙부는 구슬을 돌려주지 않았다.

그 사람은 밤새도록 빌다가 갔는데, 며칠 동안 계속 이렇게 찾아왔다.

그리고 어느 날 저녁 또 와서 말했다.



[그 구슬은 저에게 무척 소중한 것이지만, 당신에게는 그렇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제가 다른 구슬로 바꿔드리면 어떻겠습니까? 이 구슬은 당신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 줄 겁니다.]

그래서 숙부는 [그럼, 한 번 보여주시오.] 라고 대답했다.

그 귀신이 밖에서 검은색 구슬 하나를 방으로 들여 보냈는데, 지난번 보라색 구슬만한 크기였다.



숙부는 그 검은색 구슬도 자신이 챙기고, 보라색 구슬도 돌려주지 않았다.

그러자 귀신은 통곡하며 그 곳을 떠났고, 이후 다시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숙부는 이후 사람들에게 늘 구슬을 자랑했으나, 그 사용법을 알지는 못했다.



귀신에게 구슬의 사용법을 묻지 않았던 것은 참으로 아쉬운 일이었다.

그 후 숙부가 외출했다가 술에 취해 길바닥에서 잠이 들었는데, 그 때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구슬들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이것은 틀림 없이 귀신이 다시 구슬을 가지고 간 것일 것이다!


원문 및 번역문 : http://koreandb.nate.com/life/yadam/detail?sn=5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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