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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

사다코 대 카야코, 2016

호러 영화 짧평 2018. 2. 2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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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말, 세계를 충격에 몰아넣은 일본발 호러 무비 두편이 있었으니, 링과 주온이 그것입니다.

각자 야마무라 사다코와 사에키 카야코라는 소름 끼치는 원혼을 중심으로, 결코 피할 수 없는 죽음의 저주와 그 순환에 대해 다룬 호러계의 명작입니다.

그 인기에 힘입어 수도 없는 속편, 세계 각국에서의 리메이크가 이어지기도 했죠.

그 탓에 오히려 시리즈의 위명은 점차 빛을 잃고 땅으로 내려온 느낌도 있습니다만...


아무튼 이런 두 시리즈가 콜라보레이션이라니!

서양에서 프레디 VS. 제이슨을 내놓았다면, 이것이 동양의 대답이겠죠!

하지만 여러분도 다 예상하다시피, 이런 게 멀쩡한 영화일리가 없습니다...





애시당초 가장 문제가 무엇이냐 하면, 관객들은 이제 사다코건 카야코건 질릴만큼 봐왔다는 점이겠죠.

이 작품을 그나마 제대로 이해하려면, 링과 주온 두 시리즈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깔려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사실 그 기나긴 세월 수많은 작품을 다 따라왔으면 이 두 사람이 별로 안 무서워요.

모든 호러 프랜차이즈가 그렇듯, 처음에는 소름 끼치던 귀신도 눈에 익으면 아는 친구처럼 반가워지거든요.

생전에도 순탄치 못한 삶을 살았고, 죽어서도 참 오랜 세월 힘겹게 구르고 있는 두 귀신에 대한 연민의 정이 피어오를 지경입니다.


그렇다고 또 시리즈에 이해가 없는 관객이 단발성으로 이 영화만 봤을 때 무섭느냐!

그게 또 아니라는 게 문제입니다.

애시당초 발상부터가 양 시리즈의 고인물 팬들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이니만큼, 상당히 뻔한 클리셰들이 반복되거든요.

딱히 무섭지도 않고, 설정도 납득이 안 가면 그게 재미있을리가 없겠죠.





게다가 영화 스스로도 스스로를 우습게 만듭니다.

저주에 맞서다 죽는 연구자의 모습인데, 박치기 당해서 얼굴이 짜부가 되었습니다.

이걸 보고 무서워하라는 건지 웃으라는 건지...


제목에서는 사다코랑 카야코가 박터지게 싸울 거 같이 써있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비디오를 봐서 걸린 사다코의 저주를 카야코의 저주로 상쇄하겠다는 이이제이의 발상인데...

양쪽 다 보시는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사실 사다코가 훨씬 세서 그냥 1:1로 싸우면 승패는 이미 갈리거든요.

실제로 둘이 나와서 대면하고 싸우는 장면은 기껏해야 5분이 채 안될 겁니다.

그나마도 별 이상한 마무리로 실소를 자아내고요.


그나마 좋게 봐줄만한 거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유투브로 저주의 비디오를 뿌리는 장면 정도입니다.

이거는 할리우드판 링스에서도 나왔던 장면인데, VHS 복사 떠서 저주를 뿌리던 시절에 비하면 정말 장족의 발전이죠!

유투브로 퍼져나가는 사다코를 보아라!





정말 괴상한 영화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묘한 감상을 남기기도 합니다.

이 영화가 겨냥하는 수요층에게는 생각보다 괜찮은 작품일 수도 있겠다 싶거든요.

근데 그 사람들한테도 무섭기보다는 반갑고 재밌는 경험일 거에요.

사실 이 두 시리즈 오랫동안 보아온 분들이라면, 애처롭고 웃기고 씁쓸하고 온갖 감정이 다 들 겁니다.


얘네 둘 다 첫 영화에서는 진짜 무서웠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온갖 속편에 리메이크에 리부트 거치는 동안 그 후광이 사라지고 이제는 조소의 대상이 되어가는 건가 싶기도 하고...

국내 개봉도 한번 취소됐다가 배급사가 바뀌고 다시 나올 정도로 험난했었는데, 아무쪼록 이제 둘 다 그냥 편히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제 점수는 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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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작가인 미쓰다 신조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미쓰다 신조 소설이 영화화된 건 이 작품이 최초인 탓에 저도 기대를 정말 많이 했습니다.

원작이 진짜 좋은 작품이거든요.

미쓰다 신조의 음침하고 끈적한, 기분 나쁜 공포를 어떻게 재현했을까 궁금했는데...


실상은 재현하려는 시도도 안했더라고요.

기본적인 스토리 전개 자체가 원작과 상당히 동떨어져 있습니다.

이러려면 굳이 원작으로 이름을 빌려다 쓴 이유가 뭔지 궁금해지는 수준이었어요.

원작과의 접점은 전무하다고 평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더불어 배우 연기도 영...

AKB48의 에이스였던 이타노 토모미가, 그룹 졸업 이후 처음으로 단독 주연을 맡은 영화입니다.

예쁜 걸로는 아이돌 시절부터 유명한 분이었지만, 연기력은 영 아니더라고요.

영화 자체도 제대로 된 연구가 없었는데, 배우 연기까지 모자라니 여러모로 힘든 작품이었습니다.


거기다가 마지막에는 원작과 어떻게든 접점을 엮으려는 건지 이상한 메타픽션이 들어갔는데...

아마 제가 원작 작가 미쓰다 신조였으면 감독을 한대 쳤을 거 같습니다.

거기서 이어지는 엔딩도 완전 별로에요.

이따위로 안일하게 끝내는 건 누굴 위한건지 정말.




결과적으로 제가 말씀 드릴 수 있는 건 그냥 원작 소설을 읽으시라는 겁니다.

원작 소설은 이 망작 영화보다 한 10배는 나은 훌륭한 작품이니까요.

미쓰다 신조 팬으로서, 이따위 쓰레기 영화에 노조키메를 갖다썼다는 데 울분을 금할 수 없네요.

이타노 토모미 팬이라면 또 모르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차라리 그냥 이타노 토모미 화보집을 사서 보시는게 더 좋을 거 같습니다.

제 점수는 4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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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영화 짧평 2017. 5. 11.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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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예와 마찬가지로 오노 후유미 원작에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 작품.

원작은 괴담 신미미부쿠로 시리즈처럼, 100편의 짧은 괴담이 담겨있는 괴담집이었습니다.

필연적으로 그 100개의 이야기 중, 어떤 걸 걸러내고 어떤 걸 담아낼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상황이었죠.


하지만 잔예 때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는 원작에 너무 매달렸습니다.

솔직히 귀담백경은 아마 여러분이 읽으시면 시시하다고 느끼고 넘어갈 정도의 괴담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오노 후유미의 작품들을 좋아하고, 귀담백경 책도 가지고 있지만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100편의 괴담 중 소름끼치는 건 솔직히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그걸 영화로 만든다고 달라질까요?

영화는 10편의 에피소드를 뽑아내서 만들었지만, 원작 이야기를 그대로 영상에 담는데에만 치중했습니다.

당연히 원래부터 안 무서웠던 이야기인데 영상으로 바뀌었다고 심각하게 무서워지지는 않습니다.

근데 그나마도 뭔가 진지하게 공포에 빠지기 애매해요.


지금 여러분이 보고계신 귀신의 자기부양 움짤은 영화 시작과 동시에 나오는 에피소드입니다.

솔직히 이거부터가 하나도 안 무섭고 오히려 웃기지 않습니까.

잔예의 경우에는 차라리 괴담의 기원을 파고드는 다큐멘터리 같은 맛으로 보는 매력이라도 있었지만, 귀담백경은 도저히 뭐 커버가 안 쳐지는 수준이었습니다.

10개 중에서 제 기준으로 그나마 어떻게든 팬심 동원해봐도 건질만한 에피소드는 1개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굳이 안 보셔도 될 작품이라는 겁니다.

솔직히 시간과 돈을 위해서는 아예 안 보시는게 나을 거 같고요.

제 평가는 3점입니다.

나름 기대했던 작품인데 이 정도까지 말아먹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죠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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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잔예 - 살아서는 안되는 방

호러 영화 짧평 2016. 7. 8.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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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일본 괴담을 번역하다보니 운좋게도 공포 영화를 공짜로 볼 일이 종종 생깁니다. 

7월 7일 국내 개봉한 잔예 역시 좋은 분이 전해주신 덕에 날로 보고 왔네요. 



잔예는 국내에는 십이국기, 시귀 등으로 알려져 있는 여류 공포 소설가 오노 후유미가 쓴 동명의 원작을 토대로 만들어진 공포 영화입니다.  

2003년 이후 한동안 괴담 단편들로만 창작을 이어오던 오노 후유미가, 9년여만에 출간한 장편 소설로 많은 관심을 받았죠. 

1999년 시귀로 못 받았던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이 작품으로 2013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 작품이 대중에게 어필하기 힘든 작품이었다는 점이죠. 

잔예는 현실과 허구를 교묘하게 섞어넣은 모큐멘터리 형식의 르포르타주 소설입니다.  

작가의 전작인 고스트 헌터 시리즈나 시귀 등,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호러 소설을 기대했을 팬들에게는 당연히 불만족스러운 작품일 수 밖에요. 

그 뿐 아니라 자극적인 묘사는 나오지도 않고, 어디까지나 공포의 근원과 주변을 탐구하는 내용이다보니 화끈한 호러를 기대한 이들에게는 불평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책이었습니다. 

특히 땅과 집에 얽힌 액운이라는 소재는 매일 같이 개발이 이어지고 오래된 집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국내에서 공감하기 더욱 어려운 내용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영화로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궁금했습니다.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거의 없다시피한 소설을, 어떤 식으로 영화화했을지 알고 싶었거든요. 



영화는 말 그대로 책을 완벽하게 영상화했습니다. 

도입부, 작가가 쿠보에게 제보를 받아 집에서 들려오는 소리의 정체를 파헤치는 부분부터, 책의 마지막 마무리까지 온전하게 영화 안에 모두 실려 있습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영화 전체의 서사가 무척 단절적으로 나타나게 되어버렸네요.



 

집에서 소리가 들려오는 현상을 시작으로, 그 원인을 추론하고, 과거 그 집과 땅에 있었던 일들을 역으로 추적해나가는 스토리 자체는 흥미로울 여지가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하나 단서를 찾고 이야기 사이의 연관성을 엮어 나가는 이야기가 책과 똑같은 순서대로 나타나다보니, 정작 한 이야기와 다음 이야기의 연결이 느슨하고 애매해져버렸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한 지역에서 일어난 일들이 모두 얽히고 섥히는데 정작 이야기가 하나씩 뚝뚝 끊어지다보니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이야기를 한데 엮어내는 게 어려울 수 밖에요. 

더불어 자극적이고 인위적인 공포가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보니, 단순한 호러를 원한 사람이라면 금새 질릴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책이 가지고 있던 단점을 영화가 그대로 물려받은 셈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전적으로 책을 이미 읽은 독자를 위해 제작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괴담이라는 소재는 기본적으로 글로 적히고, 독자의 상상력을 통해 구현됩니다. 

하지만 사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해도 한참 부족하죠.



 

영화화된 잔예는 그런 부분들을 아주 만족스럽게 채워줍니다.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 들려오는 바닥이 쓸리는 소리, 마루 밑에서 들려오는 괴이한 신음소리, 내 귓가에만 울려퍼지는 아기 울음소리...  

이런 소리들이 대단히 사실적으로 구현되면서 긴장감을 고조시켜주고, 책에서 상상만 하던 부분을 아주 만족스럽게 메워줍니다.  

책을 그대로 영상화한 덕에, 책의 어느 부분이 어떻게 나오는지, 그리고 어떤 이미지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원작을 읽은 관객에게는 플러스가 될 수 있겠고요. 



일본 괴담은 대개 음습하고 끝맺음이 없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데, 어떤 의미에서 잔예는 그런 스테레오 타입에 정확히 일치하는 작품입니다.  

공포의 근원을 찾아나가며 마주치게 되는 사건들은 대개 음산하고 고독하며, 알 수 없는 광기가 서려 있습니다. 

근원에 가까워지면서 재앙이 점차 퍼져나가고, 그걸 두려워한 나머지 끝을 보지 않고 포기하는 것마저 전형적인 일본 괴담과 닮아있네요. 

그나마 엔딩 직전, 공포 영화를 기대하고 들어왔다 머리 끝까지 화만 났을 관객들을 위해 억지로 집어넣은 호러 씬이 몇 있기는 하지만요. 

여러번 언급했듯, 맺고 끊음이 확실하고 무서운 장면이 딱딱 나오는 영화를 원하신다면 이 영화는 꼭 피하셔야 합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다들 훌륭했습니다. 

한때 일드의 여왕이었던 다케우치 유코는 여전히 아름다웠고, 떠오르는 신예 하시모토 아이와 사카구치 켄타로도 좋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는 신 스틸러 역할을 맡은 사사키 쿠라노스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기본적인 영화 평점은 10점 만점에 3점입니다. 

만약 단절된 서사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찾아가는 르포르타주 형식을 좋아한다면 +2점. 

일본 괴담을 정말 좋아한다면 +2점. 

원작 잔예를 읽어봤다면 +3점.



 

정작 예고편은 평범한 하우스 호러처럼 뽑아놨습니다. 

저도 예고편만 보고 원작을 완전히 무시한 망작일거라 예상했는데, 왠걸. 

오히려 지독하리만치 원작에 집착한 작품이었습니다. 

원작자 오노 후유미가 직접 감독 나카무라 요시히로를 찾아가 제작을 의뢰했다던데, 영화를 보고 나니 납득이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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