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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카쿠시

[번역괴담][2ch괴담][157th]10일간의 공백

괴담 번역 2011. 3. 2.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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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 우리 형이 대학에 다니고 있을 때의 일이다.

형은 친한 친구들 10여명 정도가 있어 함께 사이 좋게 다니곤 했다고 한다.



여름 방학이 끝나고, 모두들 [더워, 나른해] 라고 투덜대면서도 모두 수업에 나왔다.

그리고 1주일 정도가 지났다.

형이 밤에 하숙집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데, 문득 갑자기 생각난 것이다.

[어라, O는 어디에 있지?]



생각해 보니 친구 O를 여름방학 이후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이었다.

여름방학 내내 함께 바다에서 놀았던 터라 그 친구가 보이지 않았으면 걱정된 나머지 바로 전화를 했을텐데...

어찌된 영문인지 그 녀석을 까맣게 잊고 있던 것이다.

그래서 바로 전화를 걸어봤지만, 돌아오는 것은 자동 응답기의 소리 뿐이었다.



뭐, 괜찮겠지라고 생각하고 다음 날 대학에서 친구들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야, O 녀석 왜 학교에 안 오는거야? 무슨 일 있어?]

그렇지만 다른 동료들의 반응도 같았다.

[어라, 그러고 보니 나 O 녀석 완전히 잊고 있었어!]

모두들 그런 말을 꺼내며 어수선해졌다.



결국 모두들 그 날까지 O의 존재를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 날도 O는 학교에 오지 않았기 때문에 형이 대표로 집에 전화를 걸어봤다고 한다.

하지만 O는 집에도 없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매일 출석을 부르던 교수님도 어째서인지 O의 이름만은 부르는 것조차 잊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틀 뒤.

옆도시의 산길에서 비틀비틀 걷고 있던 O가 발견되었다.

그가 말하기로는 [산에서 조난되어 일주일 동안 계속 걷고 있었어.] 라는 것이다.

하지만 말하는 날짜가 이상했다.

확인해 보니 그가 말하는 것은 모두 10일 전의 일이었다.



O는 일시적인 기억 혼란으로 여겨져서 잠시 병원에 입원했다 곧 퇴원하게 됐다.

하지만 본인은 역시 어딘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남아 있던 모양이다.

형과 친구들은 [분명 카미카쿠시(神隠し,귀신이나 신에 의한 갑작스런 행방불명) 야.] 라며 수군거렸다고 한다.



덧붙이자면 10일 전 O가 산으로 간 것은 확실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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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109th]5년간의 공백

괴담 번역 2010. 11. 2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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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년이 훌쩍 지난 내가 중학생이던 때의 일이다.

그 때 나는 언제나 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



양 옆이 논밭인 매우 긴 시골길을 혼자 걷고 있다.

그런데 멀리 저 편에서 기모노를 입은 여자가 작은 사내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 온다.

그리고 그 사람과 스쳐 지나가고 조금 더 걸어간 시점에서 잠이 깬다.



어쩐지 기분 나쁜 꿈이라기보다는 영문을 알 수 없는 꿈이었다.

당연히 여자도 사내아이도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 꿈 이야기를 친구에게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친구가 [나도 그런 꿈을 꾸는데?]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지만 그 이야기를 들으니 이유가 무척 궁금해졌다.

어째서 같은 꿈을 꾸는 것일까?



그 녀석은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처음 만난 녀석인데 소울 메이트라도 되는 걸까?

어쨌거나 무척 신기해하다가 문득 친구가 [다음에 또 그 꿈을 꾸면 내가 여자한테 말을 걸어볼게.] 라고 말했다.

재미있겠다 싶어서 나도 [그래, 한 번 해봐.] 라고 아무 생각 없이 부추겼다.



그리고 그 날 밤, 또 그 꿈을 꾸었다.

아, 그 녀석 저 여자한테 말을 걸겠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평소처럼 여자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언제나 말 없이 지나가던 여자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드디어 찾았다.]





그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뭔가 위험하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위험해!]

잠이 깨고 나서도 친구가 걱정되었다.

하지만 그 녀석의 집 전화번호도 모르고 있었기에 마음만 졸일 뿐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걱정을 하며 학교에 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 녀석이 실종됐다는 것이었다.

 



들은 바에 따르면 한밤중에 혼자 집을 나섰다고 한다.

물론 단순한 가출로 치부되어 버렸지만 그로부터 무려 5년이나 지난 후에 그 녀석이 말라 비틀어진 채 집으로 돌아왔다.



꿈 속에 나왔던 여자랑 사내아이와 시골의 작은 집에서 재미있게 놀고 있었는데, 문득 정신을 차리니 집 근처의 공원에 와 있었다고 한다.



이른바 "카미카쿠시(神隠し,귀신이나 신에 의한 갑작스런 행방불명)" 라고 하는 일의 일종이다.

일단 그 녀석은 지금은 건강을 회복하고 제대로 사회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사라졌던 5년간의 시간은 지금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덧붙이자면 나는 그 녀석이 사라졌던 날부터 그 꿈은 꾸지 않게 되었다.

여자와 사내아이의 정체도 영영 알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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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ration by 조생귤(http://blog.naver.com/enejwl3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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