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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괴담

[실화괴담][103rd]복이 들어오는 신발장

실화 괴담 2018. 2. 2.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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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익명님이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어느 집이던, 신발을 벗고 산다면 신발을 놓는 곳이 있을겁니다. 


그런데 신발을 벗고나서 정리하는 방향을 의식해 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어린시절 어머니가 신발을 정리하라고 하면 항상 신발 끝이 현관쪽을 보게 맞춰서 정리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어머니가 신발장을 보시곤 한마디씩 하셨습니다.


신발을 바깥쪽으로 두면 복이 걸어나간다고, 집 안쪽으로 오게 정리해야 복이 들어온다고요.


저는 속으로 그럴리가 있나 하면서도, 다시 신발 방향을 돌려놓고는 했죠.




이 이야기는 약 7년전 12월, 제가 중학생 때 이야기입니다. 


중학생 때 저는 그 나이대 학생들이 그렇듯, 학교에서는 자고, 학원에서 공부하고, 집에 돌아오면 밤새 컴퓨터를 하고는 했습니다.


제 방은 현관을 들어오자마자 바로 오른쪽으로, 안방과는 대각선으로 2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습니다.




밤에 게임을 하다가 안방문 여닫는 소리나 부모님이 걸어오는 소리가 들리면, 모니터를 끄고 자는 척 하곤 했죠.


겨울, 난방비를 아껴야한다는 이유로 베란다 창문과 문을 모두 잠그고 두꺼운 커텐을 쳤던터라 거실은 밤이 되면 굉장히 어두웠습니다.


그 탓에 모니터 불빛이 방문틈으로 새어나가 부모님한테 몰컴이 걸리곤 했거든요.




그 날도 가족 모두가 잠들기 전, 신발장 정리 좀 하라는 어머니의 말에 신발을 모두 안쪽 방향으로 정리하고 있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신발을 안쪽으로 향하게 두면 복이 들어온다고 했는데, 그럼 복이 신발이라도 신고 들어오는걸까?"


헛소리 같겠지만 정말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신발을 정리하고나니, 가족들 모두 방문을 닫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저는 성공적인 몰컴을 위해, 화장실 가는 척을 하며 안방 문이 제대로 닫혔는지 확인했습니다. 


안방 문 여닫는 소리는 굉장히 커서, 안방 문만 닫혀있어도 열리는 소리를 듣고 빠른 자는 척이 가능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저는 컴퓨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몇시간이 지났을까요. 


새벽 2시쯤, 저는 문 밖에서 탁하는 소리를 듣고 순간 놀라 모니터를 꺼버렸습니다.




속으로 "어째서? 안방문에선 아무 소리도 안났는데 어떻게?" 하면서, 저는 방문으로 다가가 귀를 댔습니다. 


[탁탁, 탁.]


문 밖에선 분명히 소리가 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놀란건 소리가 나기 때문만은 아니였습니다. 


소리의 방향이 이상했거든요. 


분명히 방문 바로 밖 왼쪽, 신발장에서 소리가 나고 있었습니다. 




마치 신발을 신고 바닥에 몇 번 발을 구르는 듯한 그런 소리가요. 


가족들은 모두 방에서 자고 있을텐데. 


저는 잘못들은 것이라 생각하며 바닥에 살짝 주저 앉았습니다. 




하지만 이어서 들려온 소리는 굳이 문에 귀를 대지 않아도 될 정도였습니다.


신발장에서부터 굉장히 빠른 발걸음 소리가 부엌으로 달려가는겁니다.


진짜 복이 들어온 것은 아닐지언정, 뭔가가 들어왔다는건 확실했습니다.




저는 재빨리 제 방 작은 창문을 닫고 방문을 잠가버렸습니다.


다시 문에 살짝 귀를 가져다대자, 발소리의 주인이 부엌에서부터 방문 앞으로 돌아오는 소리가 나더니. 방문 앞 거실에서 터벅터벅 맴돌다가 침묵이 이어졌습니다. 


차마 이 침묵을 깨며 방문을 열고 나가서 확인할 용기가 나지 않아, 저는 날이 어느정도 밝아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때 나가기로 마음 먹고 다시 모니터를 켰습니다.




시간은 흘러서 새벽 6시쯤.


날이 어느정도 밝아오자, 저는 슬슬 나가도 좋겠다고 생각해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왔습니다.


거실에는 다행히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 두꺼운 커튼도, 잠가놨던 베란다 문과 창문도 전부 활짝 열려진 상태로, 거실에는 곧바로 차가운 바람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안방문은 굳게 닫혀있었죠. 


신발장의 신발들은 여전히 가지런히 정돈된 상태였습니다.




대체 그 날 신발장을 통해 들어와서 뛰어다니다가 베란다 문을 열고 사라진 그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몇년이 지난 지금도, 신발을 안쪽으로 정리할 때면 또다시 뭔가가 집 안으로 걸어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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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102nd]기어오는 군인

실화 괴담 2017. 11. 11.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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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메일로 김민기님이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2014년, 제가 군 복무할 무렵 이야기입니다.


저는 가평에 있는 부대에서 복무했었습니다. 


이 사건은 제가 일병 5호봉이던 시절, 탄약고 경계초소근무를 서던 전번초 근무자, 후임 김일병에게 일어난 사건입니다. 




[야, 일어나. 근무 가야지.] 


김일병은 불침번 근무자이자 고참인 신상병이 깨워 잠에서 일어났답니다. 


밖에서는 비 내리는 소리가 유난히 시끄러웠었 날이었지요. 




근무 시간은 새벽 2시부터 4시까지. 


가장 피곤하고 졸린 시간대. 


네 소대가 번갈아가며 한달에 1번씩 서는 탄약고 근무였습니다.




탄약고는 언덕쪽에 위치해 있었기에 투입시간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야 했죠.


그런 탓에 다들 탄약고 근무를 서는 날이면 매우 싫어했었습니다. 


거기다 비까지 오는 날이니, 그야말로 최악의 근무였습니다. 




김일병은 서둘러 환복을 하고, 단독군장을 차고 방탄헬멧을 쓴 뒤, 행정반에 가서 시건된 총기를 꺼내고, 대검을 받은 뒤 보고를 했습니다.


[당직사관님. 보고드립니다. 탄약고 근무 투입하겠습니다.]


[그래, 잘 다녀와라.]




졸고 있다 막 잠에서 깬 당직사관은 졸음이 덜 깬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대대 실장에게 보고 후, 팀장에게 공포탄을 받아 검사 후 출발을 했습니다. 


비오는 날이면 우비를 써야하는데, 김일병은 계급에서 밀리다보니 찢어진 우비를 받았더랍니다. 




그걸 쓰고 가니 비는 새고 옷은 젖어, 잠이 금세 확 깼다네요. 


그렇게 올라올라 탄약고에 도착해, 근무에 투입했습니다. 


고참과 같이 서는 근무.




고참은 초소 안에 들어가 쉬고, 짬이 안되는 후임은 밖에 서서 감시하는 당연스러운 전개로 흘러갔습니다. 


십분, 삼십분, 한시간... 


시간은 흘러가고, 김일병은 그저 멍하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탄약고 언덕길을 보고 있었답니다. 




그렇게 2시간 근무 중 1시간 20분 가량이 흘렀을 때, 김일병은 그 언덕길에서 보면 안될 것을 보고 말았습니다.


비가 흘러내리는 언덕을, 무언가가 꾸물꾸물거리며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찰박... 스윽... 찰박... 스윽... 찰박... 스윽...]



 

웅덩이를 짚는 짙은 소리와, 무엇인가 끌고 오는 소리. 


그렇습니다. 


그것은 기어오고 있던 것이었죠. 




김일병은 이때부터 온몸에 소름이 돋고 등골이 오싹해짐과 동시에, 제대로 된 사고가 마비됐다고 합니다.


극도의 공포와 마주치면 비명조차 지를 수 없다고들 하죠. 


입도 마비되어, 같이 근무 들어온 염상병을 부를 수도 없었다고 합니다. 




숨넘어갈 것 같은 목소리로 졸고 있는지 자고 있는지, 초소 안 기둥에 기대어 있을 염상병을 불렀지만, 들리지 않는지 그 상태 그대로였습니다.


그러는 사이 그 소리는 더욱 크게 들리오고, 기어오는 것은 언덕길 중간에 파놓은 배수로를 지나오고 있었습니다. 


[철벅... 스윽... 철벅... 스윽... 철벅... 스윽...]  




짙게 들리는 물을 짚는 소리와 더불어, 그것의 형체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낡은 군복을 입고 있는 군인이었습니다.


허리 아래부분은 날아간건지 절단된건지 없었고, 찢어진 상의 옷가지만 끌려오고 있었다고 합니다.




비오는 날, 검은 형체가 기이한 소리를 내며 기어오고 있는 것만으로도 졸도할 지경인데, 김일병을 더 미치게 만든건 그것의 얼굴이었습니다.


두 눈구멍은 뻥 뚫려 눈알은 보이지 않고, 턱은 찢어져 간신히 붙어있는 채 덜렁거리고 있었답니다. 


그런 녀석이 말라 비틀어진 팔로 기어오는 모습을 보니, 완전히 정신이 나갈만도 하죠.




김일병은 자기도 모르게 공포탄 장전을 하고. 비명을 지르며 한발을 쏜 뒤 기절했다고 합니다. 


이후 총소리를 듣고서야 잠에서 깬 염상병의 긴급보고로, 거품 물고 실신한 김일병이 대대 팀장 및 오분대기조에게 실려 내려왔습니다. 


그 탓에 당시 졸고 있던 염상병은 진급이 누락당했고요. 




김일병은 쓰러진 이유를 대대 실장 및 대대장, 중대장, 주임 원사, 탄약관에게 죄다 보고했지만, 군대라는 곳이 어디 귀신봤다고 넘어가주는 동네겠습니까.


결국 군의관에게 "정신착란으로 인한 극도의 공포에 의한 발포" 라는 길고 얼토당토않은 판정을 받고 나서, 휴가도 잘리고 진급도 누락당하더군요.


하지만 제가 이 이야기의 진상을 알게된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습니다.




염상병도 전역을 하고, 저와 김일병 모두 상병 계급장을 달고나서야 이야기 해주더군요. 


[김상병님, 제가 그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응? 뭔데?]




김일병이 공포탄을 쏜 이유가 따로 있었던 겁니다. 


그 기어오는 질척한 소리가 가까워 올수록, 목소리가 들리더랍니다. 


처음엔 [....줘 ...놔줘...] 하고 들렸는데, 얼굴이 보일 정도로 가까이 오니 겨우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쏴줘" 라고 하고 있었습니다.]


[뭐?] 


[그러니까. 그 낡은 군복을 입고 기어오는 게 낮은 목소리로 "쏴줘" 라고 하더란 말입니다.]




아마 6.25 전쟁 당시, 폭격으로 하반신을 잃고 숨을 거둔 군인의 혼령이었을까요.


이유를 알고나니 마음이 착잡해지더군요.


6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 그 아픈 몸을 이끌고 기어다니며 자신을 고통에서 해방시켜줄 누군가를 찾아다니는 군인의 혼령이라니. 




군 복무하는 도중, 전쟁의 참혹함을 다시금 뼈에 새겼던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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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101st]친구네 집

실화 괴담 2017. 11. 8.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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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메일로 지나가던 모찌님이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저희 집은 부모님이 그냥 풀어 키우시는 스타일이라, 서울로 이사오고 난 5살 때부터 저는 혼자 놀이터에 나가 놀았습니다. 


지금이야 놀이터가 휑하지만, 당시에는 아이들을 데려나와 놀게 하시는 부모님들이 많았던데다 아파트 바로 앞에 있는 곳이니 괜찮다고 생각하셨던 거겠죠.


그 때 서울에서 처음 사귄 친구라고 기억되는 아이가 있습니다. 




당시 유치원 선생님 말씀으로는, 제가 특정한 친구와 엄청 친해지기보다는 두루두루 친해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마 제일 친했던 건 그 친구일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소꿉친구라고 생각되는 아이들도 7살 때 유치원을 그만두고 논술과외를 함께 하면서 친해진거니까요.



 

하여튼 그 친구, 남자 아이는 저희 유치원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놀이터에서만 만났거든요. 


하지만 이상할 것은 없었습니다. 




근처에 유치원만 두 개인데다가, 멀리 버스 타고 다니는 유치원에 보내는 아줌마들이 그 때에도 있었거든요.


유치원이 끝나면 집에도 안 들르고 바로 놀이터로 가서 그 남자 아이와 놀았습니다. 


솔직히 지금 생각하면 이상합니다. 




제가 놀이터에 오기 전부터 그 남자애는 모래밭에서 절 기다리고 있었고, 없어도 제가 먼저 가서 놀고 있으면 금방 등장했거든요. 


정말 제가 사정이 안될 때를 제외하고는 매일 함께 놀았습니다. 


엄마도 나중엔 유치원 끝나도 놀이터에 있겠거니, 하시면서 아파트 복도에서 제 이름 한번 불러 확인하기만 하실 정도였죠.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남자 아이가 문득 [우리 집에 가서 놀자!]라고 제안해왔습니다.


저야 환영이었죠. 




친구 집에 가서 노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거니와, 서로 집에 초대하는 것은 처음이었거든요. 


하지만 조금 쑥쓰러웠기 때문에 쭈뼛쭈뼛하고 있으니, 엄마도 널 데려오랬다면서 제 손을 잡아 끌더라고요.


저는 결국 걔를 따라 저희 아파트 단지를 벗어났습니다. 




저도 기대가 되었습니다.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간 건 이번에 처음이었거든요. 


그 애의 손을 잡고 모르는 길을 지나 모험을 하는 기분으로, 그 애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 애의 집은 저희 집과 달리 주택이었습니다. 


대문을 여니 안에는 진짜 하얗다, 하고 탄성이 나올 듯한 커다란 개가 있었습니다. 


개가 절 보고 짖으니 안에서 뭔가를 소리치며 아줌마 한 분이 나와 개를 꾸짖으셨습니다. 




그리고 남자애 뒤에 숨은 절 보더니 웃으시더군요. 


부러웠습니다. 


저희 집은 개는 커녕 물고기 하나 키우지 않고 우리 엄마는 저렇게 상냥하게 예쁘지 않았거든요. 




어머님은 저를 반기시면서 집 안으로 이끄셨습니다.


아마 이 때부터 친구의 표정이 조금 뭔가 불편해보였던 것 같습니다.


눈치 없는 저는 어머님이 가져다주신 간식을 먹으며 그 애의 방에서 마음껏 뛰놀았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창 밖을 보니 날이 어둑어둑해진겁니다. 


아주 밤은 아니고 슬슬 해가 지는 초저녁 정도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방문이 열리더니 어머님이 자고 가라고 하시더라고요. 




저야 좋았죠, 친구랑 밤 늦게까지 놀 수 있을테니까.


제가 알았다고 하자, 어머님이 이불을 꺼내오시겠다며 문을 닫고 나가셨습니다. 


그때, 남자애가 제 손목을 잡았습니다.




[안되겠어.]


느닷없는 소리에 그 애를 보자 엄청 화난 표정이었습니다. 


저희 오빠처럼 무표정한 얼굴이라 순간적으로 겁이 났습니다. 




한 번도 싸워본 적이 없는 착한 친구였는걸요. 


제가 왜 그러나 이해를 못하고 있으니, 절 끌고 방에서 나가 눈치를 보면서 현관 밖으로, 그러니까 마당으로 나가더군요. 


그리고 개를 피해 집 옆으로 돌아가더니 절 보고 [넌 안되겠어. 안돼.] 이런 말을 하더니 덤불이었나 돌이었나를 치우더라고요. 




그 뒤에는 구멍이 하나 있었습니다. 


여전히 무슨 일인지 모르는 제가 뒤에 서있자, 남자 아이는 절 구멍으로 잡아끌더니 나가라고 하는거예요.


왜냐고 물으니까 [너희 엄마가 걱정하실거야.] 라고 말하더라고요. 




그제서야 엄마 생각이 났습니다. 


심지어 말도 안 하고 왔으니 엄청 혼날 것 같았습니다. 


급한 마음에 대문은 생각도 못하고 구멍으로 나가려고 움직이는데, 걔가 뭘 손목에 끼워주더군요. 




파란색 팔찌였습니다. 


비즈인지 돌인지 그런 게 꿰어진 팔찌였죠.


그리곤 웃기에, 저도 인사를 건네고 구멍으로 나와서 왔던 길 쪽으로 가던 와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또 생각이 나는 게, 걔네 엄마한테 인사를 안하고 온 거죠. 


엄마가 인사는 잘 하고 다녀야한댔어요. 


어차피 대문을 지나쳐 가야하니까 초인종으로 인사드리고 가자는 생각으로 가는데, 걔네 집이 무척 소란스럽더라고요.



 

그렇게 상냥하던 아줌마가 [어디 갔어! 어디다 놨어!] 하고 소리 지르는 게 들리고, 개가 그 대형견 특유의 큰 울음소리로 컹컹 짖어댔습니다.


저는 어린 마음에 너무 놀라서 울면서 막 집으로 달려갔죠. 


그리고 다음에 눈 떴을 땐 병원이었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작은 오빠가 학교 갔다 돌아오는데, 놀이터 어디에 사람이 모여있더래요. 


가보니까 중간에 제가 쓰러져 있었더라나요. 


오빠들이 놀라서 엄마 불러오고 그대로 병원으로 직행했답니다.




문제는 오빠가 절 발견한 날이 제가 그 애랑 그 애 집에 갔던 날의 낮이었다는겁니다. 


저는 하루종일 걔네 집에서 놀다가 해가 지고 나서야 나왔는데 말이에요. 


그리고 제가 눈을 뜬 건 그로부터 사흘이 지난 후였다고 합니다.



 

제가 이해가 안 가서 나는 분명히 수요일에 그 친구네 집에 갔다고 주장을 했지만, 오히려 엄마는 그 친구가 누구냐고 하시더라고요. 


나중에 엄마께 여쭤보니 목격자 분들도 제가 혼자 있다가 갑자기 일어나더니 쓰러졌다고 했다고 합니다. 


오빠도 상상의 친구다, 꿈꾼거다 뭐 이런 얘기를 하고요.



 

하지만 저는 그 아이가 상상의 친구라고 생각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건 이제 성인인 지금에 와서도 여전합니다.


왜냐하면 나중에 정신을 차렸을 때 그 전까지 제가 가지고 있었을리 없던 그 애가 줬던 팔찌가 제 손목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이 사준 것도 아니라 엄마도 그건 어디서 난 거냐고 물으셨을 정도죠.


그 이후로 전 병원 침대 신세를 져본 적이 없습니다. 


도대체 그 아이는 누구였고,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요?




아무것도 알 수 없지만 어째서인지 그 아이에게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아이가 없었더라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지 못했을 것 같거든요.


한참 지난 어릴 때의 일을 갑자기 꺼낸 이유는 딱히 별 건 아닙니다.




늘 지니고 다녔던 그 아이가 준 팔찌의 끈이 얼마 전 끊어져 버렸거든요.


혹시나 싶은 마음에, 언젠가 이 글을 쓸 수 없기 전에 누군가에게 말해놓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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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100th]창 너머 하얀 손

실화 괴담 2017. 11. 3.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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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제가 직접 겪었던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제가 고등학교 재학 시절 실제로 겪은 이야기입니다.


새벽녘, 비몽사몽간에 본 것이라 진짜였는지는 아직도 알 수 없지만요.


블로그를 오랫동안 보아오신 분이라면 아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경기도 동두천시에 있는 외국어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당시 수도권에 처음으로 생긴 공립 외국어 고등학교였는데, 특이하게도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해야하는 학교였습니다.


저는 근처 포천시에서 중학교를 다녔던 것도 있고, 아버지가 군인이시라 자주 이사를 다니는 집안 환경상 기숙사 학교가 마침 딱 들어맞았고요.


그래서 고등학교 3년간 내내 기숙사에서 살아야만 했죠.




기숙사는 학교 본관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었는데, 당시만 해도 지행동이 지금만큼 개발이 되지가 않아서 학교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재개발 들어가면서 이주한 폐가들이 학교 근처에 서너채 남아있었고, 제가 2학년이 되기 전까지는 학교 근처에 매점도 딱 하나 있을 정도로 외곽이었죠.


이렇게 외진 곳이다보니, 기숙사 뒤쪽에는 산이 맞닿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산이 조선시대 성균관 대사성까지 오르셨던 어느 선비님의 선산이더라고요.


크게 묘역이 조성되어 있는데, 하필 아래쪽에 있는 무덤 몇개는 기숙사 뒤쪽 창문을 열면 바로 눈에 들어오는 위치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기숙사 3층 정도 위치에서 문을 열면 무덤과 바로 눈이 마주치는 방이 몇곳 있을 정도였죠.




그리고 고등학교 3학년 때, 제가 하필 그 방을 배정받고 말았습니다.


처음에는 창문만 열면 보이는 무덤 때문에 좀 오싹하고 꺼름칙하기도 했지만, 방을 같이 쓰던 친구들이 이전부터 친하던 녀석들이라 금세 잊고 신나게 1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8월 즈음, 저는 그 방에서 이상한 것을 보고 말았습니다.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새벽이었습니다.


문득 자다가 깨어난 저는, 목이 말라 책상 위에 떠놓은 물을 마시려 일어섰죠.


몸을 일으켰는데, 문득 책상 너머 더워서 열어뒀던 창문 밖이 보였습니다.




순간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창문 너머, 바로 보이는 무덤 앞에 무언가 희뿌연게 떠 있었거든요.


저는 시력이 좋지가 않아 안경을 써야 앞이 제대로 보입니다.




조금 더 다가가, 책상 위에 올려놨던 안경을 쓰는 순간, 그제야 희뿌연 것의 정체를 알 수 있었습니다.


손이었습니다.


몸도 없고, 그저 희뿌연 손만이 허공에 둥둥 떠서 이리 오라는 듯, 천천히 손짓하고 있었습니다.




순간 등골에 소름이 쫙 끼쳐서, 그대로 줄행랑쳐서 침대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이불을 푹 덮어쓴 채, 날이 밝을 때까지 벌벌 떨고 있었죠.


당시 기숙사 기상 시간은 6시였는데, 기숙사 기상 음악이 울릴 때까지 제정신이 아닌 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쓰고 있던 게 생각나네요.




그 후 아무 일도 없었지만, 이 이야기를 기숙사 사감 선생님한테 했다가 들은 이야기는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야, 어차피 너희 기숙사 뒤쪽에 있는 무덤들은 다 가묘라서 안에 묻힌 사람도 없어.]


친구들에게도 이야기를 해줬지만, 다들 헛꿈 꾼 거라고 한마디씩 거들 뿐이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 후 아무 일도 없었는데다, 같은 방에서 이상한 걸 본 사람은 저 뿐이었으니 아마 꿈을 꾼 것 같기는 합니다.


하지만 가끔 묘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 비어있는 가묘를, 제가 들어가서 메워야한다는 뜻의 손짓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요.




그해, 저는 수능은 망했지만 괴담 번역을 시작했고, 아직까지도 멀쩡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괴담 블로그 운영자가, 인생에 딱 한번 겪어본 기괴한 사건 이야기였습니다.


그때 그 손 안 따라가길 천만다행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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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99th]왜관터널의 원혼

실화 괴담 2017. 7. 23.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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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Jiwoojeon님이 방명록에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칠곡군 왜관읍이라는 곳에 가면 폐터널이 있다. 


일제시대에 기차가 지나다니다 새로운 철도가 건설되면서 자연스럽게 버려진 곳인데, 중학교 2학년 시절 이맘때쯤 그 곳에서 겪은 일이다.


그때 난 왜관에서 친한 형과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봉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시간까지 여유가 좀 생기게 되자, 난 오래 전부터 존재를 알고 있었던 그 터널에 담력시험 삼아 가보자는 이야기를 꺼냈다. 


몇년간 동자승 생활을 한 적이 있다는 형은 재미있겠다는 듯 좋다고 했고, 그렇게 우리는 버려진 터널로 들어가게 되었다.


해가 완전히 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도로에서 좀 비껴난 곳에 있는 터널은 빛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음산했다. 




터널 반대편은 아파트 공사를 하다가 붕괴되었던가 하는 이유로 막혀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안으로 들어가는 와중에도 끝없는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증기 기관차가 지나다니며 천장에 남기기라도 했는지, 그을음이 여기저기 보였다.


이곳저곳 사진을 찍으며 흙으로 가득 찬 터널의 끝에 도착할 무렵, 갑자기 그 형이 내 팔목을 잡더니 입을 열었다.




[나가자.]


[네?]


[나가서 설명해줄테니까, 일단 나가자.]




나지막한 목소리와 달리, 내 팔목을 잡고 입구로 향하는 형의 발은 점점 빨라졌다. 


귀신은 커녕 아무런 느낌도 느끼지 못했던터라, 나는 어리둥절하면서 그대로 터널 밖까지 끌려나왔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형은 숨을 고르더니 자초지종을 설명해 줬다.




[모래가 쌓여있던 부분 윗쪽에 새하얀 무언가가 떠다니고 있었어. 그걸 보니까 머리가 점점 아파와서 계속 있었다간 위험할 것 같아서 나온거야.]


[에이, 거짓말. 전 아무것도 못 느꼈는데요?]


[아무나 그런 걸 다 느낄수 있는게 아니야. 믿건 말건 네 자유지만... 이제 돌아가자.]




결국 터널을 다 둘러보지도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종일 걸어다녀서 몸이 피곤했던건지, 터널 안에서 찍은 사진을 카톡으로 형에게 보내고 난 뒤 얼마 되지 않아 난 잠이 들었다.


그날 밤, 이상한 꿈을 꾸었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터널을 계속 뛰어다니는 꿈이었다. 


뒤에서 무언가가 쫓아오는 듯한 느낌이 들어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계속 뛰는데, 이상하게 아무리 가도 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꿈에서 깼을 땐 온몸이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고, 잠을 다시 청하면서도 찝찝한 기분이 가시질 않았다.




다음날 아침, 형에게서 답장이 왔다. 


형은 사진을 한장 보내왔다. 


어두운 터널 안을 찍은 사진이었는데, 바닥 부분에 빨간 동그라미가 쳐져있었다. 




형이 그린 듯한 동그라미였는데, 이게 뭐냐고 답장을 보내려던 순간, 다음 메시지가 왔다.


"찍은 사진들 다 지워라."


"한놈 기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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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98th]창밖의 도깨비불

실화 괴담 2017. 5. 1.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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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익명님이 메일로 보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더운 여름날이었어요. 


저는 다른 도시에 일이 생겨 밤 9시가 다 되어서야 집 근처에 도착했습니다. 


집에 가기 전, 문득 아버지가 병원에서 당직을 서시는 날이라는게 생각 났습니다.




간만에 커피나 한잔하면서 잠깐 말동무를 해드리려고, 아버지가 계시는 당직실로 향했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이라, 평소보다 운전하고 나서 더 피곤하더군요.


차를 끌고 아버지가 계시는 병원 입구에 들어섰습니다. 




밤이라 정문은 잠겨있어, 장례식장이 있는 후문에 차를 대고 아버지를 뵈었습니다. 


들어갈 때 보니 누군가 상을 당한 모양이던데 장례식장 안은 쓸쓸할 정도로 텅텅 비어있더군요. 


저는 아버지와 간단하게 차를 마시면서 오늘 있었던 일을 들려드렸습니다.




슬슬 집에 가서 쉬어야겠다 싶어 일어나자, 시간은 이미 11시 넘어서 있었습니다. 


후문을 나서니 아직도 습한 공기가 폐를 채웠습니다.


비는 여전히 추적추적 을씨년스럽게 내리더군요. 




주차장으로 가, 차에 시동을 걸고 나오려고 하는데 차를 돌릴곳이 마땅치 않아 장례식장 옆쪽으로 나있는 공터까지 갔습니다.


자갈이 깔린 공터에 들어서니 새까만 운구차가 묘한 분위기를 내뿜으며 공터 한가운데 주차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차를 돌리려 운구차 주위로 천천히 원을 그리며 운전했습니다. 




기분은 조금 음산했지만 별 신경 안쓰며 집으로 돌아왔죠.


집에 돌아와 간단히 정리를 하고, 피곤한 마음에 얼른 눈을 붙였습니다. 


한참이 지나고 깊은 새벽이었을까요. 




제가 누운 자리에서 맞은편에 창문이 나 있는데, 푸르스름한 기운이 들어 눈을 떴습니다.


아! 시퍼런 눈동자 두개!


도깨비불 같이 이글거리며 불타오르는 두개의 눈동자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겉이 다 헤진 거적떼기를 머리에 뒤덮고 있었습니다.


얼굴을 보려했지만, 그림자, 아니, 심연에 가까운 어두움 때문에 거적떼기 밑으론 두개의 눈동자만이 보였죠.


처음엔 깜짝 놀랐지만, 다시 깨달으니 너무 괘씸한겁니다. 




저는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창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곤 저는 제 입에서 제가 생각지도 못했던 낮은 중저음으로 이렇게 호통을 쳐대었죠.


[네가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발을 붙이는게냐! 네가 감히 나한테 붙으려고 하는게냐! 내가 누군지 알고 그런 괘씸한 행동을 한단 말이냐! 얼른 너의 자리로 돌아가라!]




속으로 괘씸하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었지만, 제 목소리와는 살짝 다른, 힘차고 낮게 울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호통을 칠 줄은 저 스스로도 몰랐습니다. 


제가 호통을 치니 집은 지진난 것처럼 흔들렸고, 집안에는 시퍼렇지만 무언가 의지할 수 있을 것 같은 묘한 불빛이 일렁였습니다. 


하늘에선 비오는 와중에 천둥이 몇번 치더니, 이윽고 그 형체는 사라졌습니다.




개운한 마음이 들어 창문을 짚은 제 팔을 보는데, 무언가 화를 내고 엄하던 분위기는 제 마음에서 사라지고, 아까 제 창문을 엿보고 있었던 그것에게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결 편한 마음에 잠자리에 다시 들었는데, 정작 눈을 감는 순간 저는 식은 땀을 줄줄 흘리며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그 모든 게 꿈이었던거죠. 




하지만 그 꿈이 너무 현실 같고 생생했기에, 저는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그렇게 꿈을 꾸고 난 후, 물 한잔을 마시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고 내가 왜 그런 꿈을 꾸고 왜 그것이 우리집에 붙어있나 생각해봤습니다.




전날 밤 운구차 주위를 차로 한바퀴 돌며 나온게 원인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저는 측은한 마음에, 마음속으로 간단히 망자의 복을 빌어주었습니다.


전날 밤 보았던 그 두개의 눈동자 너머로, 단지 두려움과 괘씸함이 아니라, 배고프고 쓸쓸하고 외로웠던 한 사람의 인생이 어렴풋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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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97th]산속의 할아버지

실화 괴담 2017. 4. 30.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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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비냉님이 방명록에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저희 친가는 종갓집도 아닌데 선산이 있고, 그 근처에 신주 모시는 조그만 사당 같은 것도 있는 특이한 집입니다. 


어렸을 때 저는 3살 터울인 남동생과 함께 그 선산에서 많이 놀곤 했었죠.


그래서 그런지 어른들에게 유독 지겨울 정도로 많이 들었던 소리가 있었습니다.




산에서 누가 이름을 불러도 최소 세 번 이상은 대꾸하지 말 것.


뭐, 애들 둘이 어른도 없이 놀면 걱정되니까 하는 소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저는 남동생과 함께 막대기 하나를 들고 선산으로 놀러갔습니다. 




곳곳에 풀들이 상당히 많이 자라있었기 때문에 막대기로 그걸 일일이 헤치면서 가야 했거든요. 


그렇게 한참을 신나게 놀았습니다. 


머리위로 서서히 해가 져 가는것도 모를 정도로요. 




어느덧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주변이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하더군요. 


동생도 무서웠는지 얼른 집에 가자고 보챘습니다.


저는 동생을 데리고 막대기로 풀을 헤치며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무리 내려가도 길이 안 보이는 겁니다. 


같은 곳을 뱅뱅 돌고 있는 것 같았어요. 


동생은 옆에서 얼른 집에 가자고 보채지, 날은 점점 어두워지지, 길은 안 나타나지... 




정말 환장할 노릇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저 멀리서 뭔가 희끗희끗한 형체가 보였습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옷 색깔을 보니 평소에 우릴 예뻐해주셨던 옆집 할아버지인거 같았습니다. 




안심한 저는 그 쪽으로 가려고 발을 내딛었습니다. 


그때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A야.]




저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뭔가 기분이 스산했거든요. 


사람이 저렇게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할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그리고 옆집 할아버지는 절대로 저희 남매의 이름을 부르지 않으시는 분입니다. 


이름을 알려줘도 까먹으시는 데다가 보통 똥강아지라고 하시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자기가 누굴 불렀을때 대답이 안 돌아오면 언성이 높아지잖아요? 




근데 그것은 달랐습니다. 


처음과 똑같은, 높낮이없는 목소리로 제 이름을 계속해서 불러대는겁니다.


[A야, A야...] 하고요.




저는 옆집 할아버지의 모습을 한 그것을 덜덜 떨며 쳐다보다가, 동생을 끌어안고 냅다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뒤에서 사박사박거리며 풀을 헤치는 소리가 나자 제 발은 더욱 빨라졌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짜리가 어디서 그런 힘이 솟아났는지 모르겠습니다. 




한참을 달리다가 겨우 길을 발견해 집에 돌아왔을 때는 벌써 저녁상이 다 치워진 뒤였고, 저와 동생은 제때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며 할머니께 호되게 혼났습니다. 


옆집 할아버지를 만나느라 늦었다고 동생이 울먹이며 변명을 해보았으나, 할머니는 옆집 할아버지께서는 오늘 자식들 보러가느라 윗지방으로 올라가셨다며, 제 동생의 말을 헛소리로 받아들이셨습니다. 


할머니의 잔소리는 금세 잦아들었지만, 그날 있었던 일은 대학생이 된 지금까지도 제 마음에 남아있습니다. 




옆집 할아버지의 모습을 한 그건 도대체 무엇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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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96th]악의가 담긴 한마디

실화 괴담 2017. 4. 23.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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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익명님이 방명록에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가끔 아이들은 어른들이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괴담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동생을 가리키며 "엄마, 저 악마는 태워 죽여야해." 라고 말했다는 어린 여자아이 이야기 같은 것을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이런 식으로 아이들이 내뱉는 말의 특징은, 그 말이 오직 발화 시점에만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전에도, 그 후에도 존재하지 않는 말인거죠. 


짐작컨대 말하고 있는 아이도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나중에는 그런 이야기를 한 걸 기억조차 못합니다. 


오직 "그 순간",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사람" 만이 기억하고, 그 사람만이 영향을 받는 그런 현재성만이 존재하는 이야기. 




그 듣는 사람이 되었을 때, 어떠한 영향을 받게 되는지를 떠올려보면 가끔 소름이 끼치곤 합니다. 


오늘은 그와 관련된, 제가 직접 겪은 이야기를 한번 풀어볼까 합니다.


저는 오랫동안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군 제대후 한의대 진학을 위해 7년 동안 수능 시험에 응시했죠. 


하지만 노력에 비해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현실에, 시간이 갈수록 부모님도 지치시고, 저도 스스로 부담스러워 주변 사람들과 거의 연락을 끊고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집안의 권유로 꿈을 접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꿈을 접고 나니, 빛나는 20대를 좁은 재수학원 교실에서 몽땅 보내버린 것과, 그럼에도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집안의 돈만 쓰고 친구도 잃은 비참한 모습에 스스로 무척 힘들어하던 나날들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떨치려해도, 모의고사 때마다 오르지 않던 성적에 좌절하며 학원 화장실에서 입을 막고 혼자 울던 그 모습들과, 수능을 친 뒤 저녁시간에 차마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굶은채로 이리저리 길거리를 쏘다니던 저의 모습이 스스로를 억눌러 헤어나올 수가 없더군요.


그 자괴감들과 실망감. 




그리고 결국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다는 절망.


그 당시 제 가방에는 긴 빨랫줄이 하나 있었습니다. 


새벽 2시가 되고, 골목에 인적이 한산해지면 집앞 전봇대에 목을 매려고 마련해둔 것이었습니다. 




한두번 목 매달기 직전까지 갔지만, 죽는게 겁이 나 마지막 순간을 넘지 못했었죠.


그렇게 지내던 어느날, 누나 내외가 맞벌이를 하는 탓에 저희 집에서 돌봐주던 4살짜리 조카녀석과 단둘이 집에 있게 되었습니다. 


가만히 낙서를 하고 있던 녀석이 갑자기 낙서를 멈추길래, 왜 그러나 싶어 고개를 들어 쳐다봤죠.




그런데 조카가 저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습니다.


[삼촌... 할머니는 삼촌이 필요없대.]


그리고는 다시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는 낙서를 하더군요. 




그때의 충격이란. 


새벽마다 빨래줄을 잡고, 나가야되나 말아야되나 망설이던 순간, 저의 발목을 잡던 것 중 하나가 부모님이었는데...


뭐, 지금은 결국 그때의 고비를 무사히 넘기고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 이후, 저는 하나의 존재를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다른 것이 전혀 섞이지 않은 순수한 악.


오로지 인간에 대한 미움과, 인간을 공격하여 좌절시키는 것으로만 머릿속이 가득한 순수한 악한 존재 말입니다. 




이 악한 존재가 여러 사람의 마음 속을 떠돌아 다니면서,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스스로를 의심하고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그 순간에 [그만둬, 어서.]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심을, 저는 지금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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