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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영화

멜리스, 2016

호러 영화 짧평 2021. 2. 8.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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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또 시간을 낭비하고야 말았습니다.

 

2003년 서울시 송파구에서 일어난 거여동 밀실 살인 사건을 모티프로 제작된 영화입니다.

 

실제 사건은 정말 충격적이고 끔찍한 사건인데, 영화는 비극을 단순히 화제몰이용으로 이용하기 위해 가져온 것이 아닌가 싶을만큼 깊이가 없습니다.

 

사건의 영화화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파악조차 잘 안되더라고요.

 

 

 

 

 

 

주연으로 출연한 홍수아씨와 임성언씨의 캐릭터 둘 중 어느 쪽에도 크게 공감할 수 없다는 건 치명적인 문제입니다.

 

사이코패스 살인마와 무고한 피해자가 등장하는데, 양 쪽 모두 관객이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움직이지를 않습니다.

 

양 쪽 중 어느 쪽에던 공감이 되어야 극적인 상황에서 긴장감이 느껴질텐데, 그저 답답함만 느끼게 되네요.

 

상황마다 제대로 된 연결이 되지도 않고 단절된 장면들이 그냥 붙어있는 수준이에요.

 

 

 

 

 

 

화목한 가정을 질투하며, 그 자리에 자신이 있었어야 한다며 벽 한면을 차지하던 거대한 가족사진을 내다버리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저렇게 큰 가족사진이 난데없이 집에서 사라졌는데, 내내 집에서 살고 있던 남편과 아이는 물론이고, 병원에서 퇴원한 아내마저도 가족사진이 어디갔냐는 말 한마디를 안합니다.

 

저렇게 큰 쓰레기봉투를 가득 채워서 내다버리는데 고작해야 접시 하나 사라졌다는 것만 알아차리는 정도의 주의력을 발휘하는 걸 보면, 오히려 관객이 바보가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보통 가족사진은 그 가족에게 있어 무척 소중한 존재인 것이 기본이고, 그렇기 때문에 내다버린 거 아닌가요?

 

 

 

 

 

 

이 아저씨는 초반에 2번 등장합니다.

 

한번은 아이를 보던 이모할머니에게서 섬찟한 시선을 보내며 아이를 유괴하려는 것처럼.

 

또 한번은 밤길에 아내를 미행하며 금방이라도 위해를 가하려는 것처럼 달려오며.

 

근데 이 아저씨, 극 중에서 아무 것도 안하는 그냥 동네 아저씨입니다...

 

마치 뭔가 있을 것처럼 열심히 던져놓고서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나오는 걸 보니 사기당한 기분이었어요.

 

 

 

한국 호러영화는 가끔 참 놀라운 성과들을 빚어내곤 합니다만, 이런 작품을 보고 나면 참 회의감이 들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뭐가 안된 걸 영화관에 걸어뒀다는 점에서 참 안타까운 영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물론 돈 주고 보러 가서 시간까지 잃으신 분들에게...

 

제 점수는 4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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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코 대 카야코, 2016

호러 영화 짧평 2018. 2. 2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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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말, 세계를 충격에 몰아넣은 일본발 호러 무비 두편이 있었으니, 링과 주온이 그것입니다.

각자 야마무라 사다코와 사에키 카야코라는 소름 끼치는 원혼을 중심으로, 결코 피할 수 없는 죽음의 저주와 그 순환에 대해 다룬 호러계의 명작입니다.

그 인기에 힘입어 수도 없는 속편, 세계 각국에서의 리메이크가 이어지기도 했죠.

그 탓에 오히려 시리즈의 위명은 점차 빛을 잃고 땅으로 내려온 느낌도 있습니다만...


아무튼 이런 두 시리즈가 콜라보레이션이라니!

서양에서 프레디 VS. 제이슨을 내놓았다면, 이것이 동양의 대답이겠죠!

하지만 여러분도 다 예상하다시피, 이런 게 멀쩡한 영화일리가 없습니다...





애시당초 가장 문제가 무엇이냐 하면, 관객들은 이제 사다코건 카야코건 질릴만큼 봐왔다는 점이겠죠.

이 작품을 그나마 제대로 이해하려면, 링과 주온 두 시리즈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깔려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사실 그 기나긴 세월 수많은 작품을 다 따라왔으면 이 두 사람이 별로 안 무서워요.

모든 호러 프랜차이즈가 그렇듯, 처음에는 소름 끼치던 귀신도 눈에 익으면 아는 친구처럼 반가워지거든요.

생전에도 순탄치 못한 삶을 살았고, 죽어서도 참 오랜 세월 힘겹게 구르고 있는 두 귀신에 대한 연민의 정이 피어오를 지경입니다.


그렇다고 또 시리즈에 이해가 없는 관객이 단발성으로 이 영화만 봤을 때 무섭느냐!

그게 또 아니라는 게 문제입니다.

애시당초 발상부터가 양 시리즈의 고인물 팬들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이니만큼, 상당히 뻔한 클리셰들이 반복되거든요.

딱히 무섭지도 않고, 설정도 납득이 안 가면 그게 재미있을리가 없겠죠.





게다가 영화 스스로도 스스로를 우습게 만듭니다.

저주에 맞서다 죽는 연구자의 모습인데, 박치기 당해서 얼굴이 짜부가 되었습니다.

이걸 보고 무서워하라는 건지 웃으라는 건지...


제목에서는 사다코랑 카야코가 박터지게 싸울 거 같이 써있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비디오를 봐서 걸린 사다코의 저주를 카야코의 저주로 상쇄하겠다는 이이제이의 발상인데...

양쪽 다 보시는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사실 사다코가 훨씬 세서 그냥 1:1로 싸우면 승패는 이미 갈리거든요.

실제로 둘이 나와서 대면하고 싸우는 장면은 기껏해야 5분이 채 안될 겁니다.

그나마도 별 이상한 마무리로 실소를 자아내고요.


그나마 좋게 봐줄만한 거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유투브로 저주의 비디오를 뿌리는 장면 정도입니다.

이거는 할리우드판 링스에서도 나왔던 장면인데, VHS 복사 떠서 저주를 뿌리던 시절에 비하면 정말 장족의 발전이죠!

유투브로 퍼져나가는 사다코를 보아라!





정말 괴상한 영화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묘한 감상을 남기기도 합니다.

이 영화가 겨냥하는 수요층에게는 생각보다 괜찮은 작품일 수도 있겠다 싶거든요.

근데 그 사람들한테도 무섭기보다는 반갑고 재밌는 경험일 거에요.

사실 이 두 시리즈 오랫동안 보아온 분들이라면, 애처롭고 웃기고 씁쓸하고 온갖 감정이 다 들 겁니다.


얘네 둘 다 첫 영화에서는 진짜 무서웠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온갖 속편에 리메이크에 리부트 거치는 동안 그 후광이 사라지고 이제는 조소의 대상이 되어가는 건가 싶기도 하고...

국내 개봉도 한번 취소됐다가 배급사가 바뀌고 다시 나올 정도로 험난했었는데, 아무쪼록 이제 둘 다 그냥 편히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제 점수는 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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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소설 2: 다시 시작된 저주, 2015

호러 영화 짧평 2018. 1. 25.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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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게 뭔지 정말...

1편도 모자란 부분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합격점 이상의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2편은 완전히 말아먹었네요.

1편이 스너프 필름의 느낌이라도 전달했다면, 2편은 그냥 아무 것도 못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일단 기본 스토리 구성부터가 전작을 못 따라갑니다.

전작이 비밀을 파헤치는 쪽이었다면 이번 건 참사를 막는 쪽이죠.

호러 영화에서 어느 쪽이 더 오싹할지는 다들 아실 겁니다.

전작만큼의 스토리 구성이 안 나오니까 양보다 질이라고 스너프 필름 비중을 왕창 늘렸습니다.

근데 그게 전작처럼 리얼하고 오싹한 느낌이 안 들어서 그냥 그저 그래요...





에단 호크가 전편에서 사망하며 하차한 탓에, 전편의 조력자였던 제임스 랜슨이 주연으로 등장합니다.

호감 가는 캐릭터로 1편에 이어 노력했고, 좋은 모습 보여줬습니다.

1편에서는 경찰이었는데, 2편에서는 때려치우고 부굴의 저주를 막으려 동분서주하는 역할입니다.

대단히 소시민적인 호러 히어로인데, 그래서 더 응원해주고 싶어지는 게 있어요.

배우한테는 박수를 보내주고 싶네요.


더불어서 1편에서 제목 멋대로 번역한 죄값을 이번에 톡톡히 치뤘습니다.

원래 1편에서 에단 호크가 작가로 나오는 탓에 살인소설이라는 제목을 갖다붙인건데, 이번 작품에는 소설이라고는 코빼기도 안 나오거든요.

원제가 Sinister, 사악한 내지는 불길한이라는 뜻인데 이걸 이런 식으로 바꿔버렸으니 원.




1편에서도 하는 거 하나도 없이 아바타 놀이나 하던 부굴은 더욱 찌질해져서 돌아왔습니다.

악신에게서 느껴져야 할 위압감과 공포는 온데간데 없고, 찌질하게 뒤에 숨어서 겁이나 주다가 사라지는 삼류 악당으로 나와버리는 게 이 영화 최대의 문제입니다.

아이들의 영혼을 빼앗는 악신이라더니 하...

애들이나 겁주다가 마지막에서나 좀 있는 척 하는 동네 양아치 같은 모습이 정말 꼴뵈기 싫었습니다.

너 하나도 안 무서워 임마.




이 영화 시리즈가 꾸준히 사람을 짜증나게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면, 소재 자체는 진짜 괜찮다는 겁니다.

근데 1편에서는 그나마 진짜 스너프 필름 느낌이라도 나던 살인영화가, 2편 들어서는 그냥 아무거나 갖다붙이고 대놓고 보여주는 형태가 되어버렸어요.

아무리 호러 장르가 저가에 찍어서 남겨먹는 작품성 모자란 B급이라지만, 이런 식으로 대충 만들어서는 안됩니다.

3편은 아마 영원히 못 나올 거 같네요.


제 점수는 4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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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발 - 피의 만찬, 2013

호러 영화 짧평 2017. 12. 27.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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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광신과 카니발리즘, 그리고 가스라이팅.

무겁고 독특한 소재를 다뤘는데, 나름대로 깔끔하게 잘 뽑아낸 영화입니다.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서 자행되는 폭력의 대물림과, 강제로 이루어지는 세뇌를 직접적으로 보여줍니다.


수입판 제목에서 나타나 있듯, 식인에 대한 내용이 핵심적으로 다루어집니다.

과거 미국 개척시대, 극한의 상황에서 식인을 시작한 가문이 그 전통을 대물림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설정을 기반으로 삼고 있죠.

사실 이런 자연에 의한 극단적 상황, 근본주의 기독교 느낌이 풍기는 남부 백인을 다룬 작품들은 우리나라 정서에서는 100% 이해가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 미국 정서를 감안하고 본다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네요.





영화 내내 짓누르는 듯한 압박감으로 가득 찬 영화입니다.

희생절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살인과 식인의 행사는 이미 몇대 전부터 지속된 것으로 묘사됩니다.

그 오랜 세월, 모든 가족 구성원이 동의한 것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해보면, 이 체제가 유지되는데 얼마나 큰 폭력과 억압이 있었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가부장적 체제 위에 만들어진 단 하나의 선택지.

여기에 동의하면 그 체제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잡아먹혔겠죠.


부모는 이미 지속된 식인으로 인한 쿠루병에 걸려 제대로 된 판단조차 내리지 못하는 와중.

자녀들은 그런 부모 아래, 강제로 식인과 살인에 동참하고 가족의 일원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강요된 체제를 거부하는 순간, 칼끝은 방향을 바꿔 돌아설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 영화가 더욱 오싹해지는거죠.





특히 인상적인 부분이라면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위한 통과 의례 부분입니다.

이 부분의 충격은 직접 보시는 게 더 인상적일테니 말을 아끼는 게 좋을 거 같네요.

영화 내내 울려퍼지는 노래, It Was Me That Made Her Bad 도 그런 충격을 설명하는 연장선에 있는 거겠죠.


대단히 매력적인 소재를 다룬 작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스토리의 얼개적인 측면에서 왜 이런 선택이 나왔는지 의아해지는 부분들이 분명 있거든요.

분위기를 위해서 서사를 희생한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명확한 설명을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꽤 답답한 영화가 될 수 있을 겁니다.





폐쇄적인 사회와 광신의 조합은 늘 매력적입니다.

더불어 이 작품의 엔딩 또한 꽤 의미심장하고요.

조금 더 어두운 분위기로 끝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남기는 하지만요.

괴물을 미워하다 그 스스로 똑같은 괴물이 되는 이야기는 우울하면서도 마음을 사로잡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결말부만 생각하면 영화의 원제, We Are What We Are 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올 겁니다.


제 점수는 7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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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데스데이, 2017

호러 영화 짧평 2017. 11. 9.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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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공포영화가 아니다" 라는 카피를 대놓고 들고 나왔고, 정말 정직하게 그 말이 맞았습니다!

슬래셔 장르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슬래셔의 요소를 빌려온 호러 코미디 영화라고 정의하는 게 옳을 거 같네요.

아마 슬래셔 영화나 호러 영화에 약하신 분들이라도, 이 작품은 그리 어렵지 않게 감상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잔인한 장면도 딱히 나오질 않고, 점프 스케어도 별로 없을 뿐더러 귀신이 나오는 것도 아니니까요.


영화는 예고편에서부터 밝히듯, 타임루프를 기반으로 한 작품입니다.

주인공은 매일 생일날을 반복하며 똑같은 하루 속, 베이비 페이스 가면을 쓴 살인범에게 죽게 됩니다.

과연 살인범의 정체는 무엇인지, 죽음을 피하고 무사히 다음날을 맞는 게 목표가 되는거죠.

전체적으로 긴장감을 적절히 가져가면서도 유쾌한 편이라, 보는 내내 시간이 훅 지나갑니다.

킬링 타임용으로 아주 제격인 셈이죠.





다만 그렇다고 다 좋은 영화는 또 아닙니다.

살인범이 쓰고 나오는 베이비 페이스 가면 자체는 나름대로 친근함과 섬찟함 그 어딘가를 잡아내긴 했는데, 정작 진범과 살해동기가 납득하기 미묘합니다.

물론 사람이 사람 미워하는데 뭐 그리 대단한 이유가 필요하겠습니까만, 그래도 타임루프까지 하면서 사람을 죽여대는데는 좀 그럴듯한 동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거기다 사용한 트릭과 타임루프의 원인까지 죄다 빈틈 투성이입니다.

생일은 물론 누구에게나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특별한 날입니다만, 타임루프의 당위성까지 마련해주는 날은 아니잖아요.

영화 보는 도중에는 대충 넘어갈지도 모르지만,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면 논리적으로 돌아가는 부분은 딱히 건질 수가 없습니다.





주인공 트리 역을 맡은 제시카 로테는 그야말로 극을 하드캐리했습니다.

유쾌하고 똘끼 있는 주인공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낼 뿐 아니라, 예쁜 장면에서는 예쁘고 망가지는 장면에서는 망가져주더라고요.

영화 나머지 등장인물이 다 별로였지만, 주인공 하나만큼은 확실히 매력적인 캐릭터라서 좋았습니다.

이런 류 코미디 작품이 그렇듯, 멘탈이 정말정말 단단합니다!





정리해보자면 아쉬운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가벼운 킬링 타임으로 나쁘지 않은 영화입니다.

타임루프물의 고전 사랑의 블랙홀 포맷에, 슬래셔 요소를 적절히 잘 끌어온 게 잘 먹힌 거 같아요.

저예산 영화인데, 미국 흥행이 대박이 나면서 이미 속편 제작이 확정났다고 하네요.

제작비가 5백만 달러도 안 들었는데 미국 흥행만 5천만 달러를 넘겨서 10배 장사에 성공했습니다.

여세를 몰아 다음편에서는 좀 더 납득할만한 핍진성을 보여준다면, 더욱 매력적인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제 점수는 6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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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 미 인, 2008

호러 영화 짧평 2017. 8. 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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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는 옛날부터 그 이름만으로 수많은 전설 속에 둘러싸여 있었고, 그 신비함은 현대에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미 수도 없이 많은 매체에서 피를 탐하는 이 종족을 다뤄왔고, 온갖 모습으로 변용되었습니다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뱀파이어, 흡혈귀라는 존재는 무언가 알 수 없는 판타지 속의 존재로 다가오곤 합니다.

낮보다 밤이 긴 북유럽이라면, 어쩌면 그런 환상이 아직도 살아남아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렛 미 인은 스웨덴의 작가 욘 린드크비스트가 처음으로 쓴 작품입니다.

8곳의 출판사에서 까인 끝에 겨우 출판할 수 있었고, 이후 큰 인기를 얻으며 영화화까지 이어졌다고 하네요.

국내에도 원작 소설이 출간되어 있으니, 흥미 있으신 분은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상처 받은 두 사람의 엇갈리는 사랑 이야기입니다.

뱀파이어인 이엘리와 인간인 오스칼이 우연하게 만나는 것부터, 서로가 서로의 모든 것이 되기까지를 다루죠.

이 영화에서 묘사되는 뱀파이어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지만, 무척이나 고독한 존재입니다.

그리고 영원한 삶에 지쳐 있는 이엘리와, 현실 그 자체에 무너지고 있던 오스칼이 만나면서 두 사람의 운명은 뒤바뀌게 되죠.


영화의 제목인 렛 미 인은, 나를 들여달라는 뜻입니다.

북유럽 뱀파이어 전승에 따르면, 뱀파이어는 인간의 영역을 함부로 침입하지 못하는 존재입니다.

어디까지나 인간의 허락과 승인이 있어야만 그 영역을 침범할 수 있고, 그렇기에 온갖 감언이설과 유혹으로 인간이 스스로 초대하게 만들려 하죠.

이 전승을 떠올려보면, 사실 조금은 영화의 메세지가 다르게 보일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그렇지 않더라도 이 사랑 이야기는 처음부터 뒤틀려 있지만요.




보여주는 것보다, 그 뒤에 숨겨진 것들에 더 몰두하게 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엘리는 어떻게 살아왔을까요?

이엘리와 그의 종복, 하칸은 어떻게 만나게 되었을까요?

잠깐씩 스쳐지나가는 모습들로 그저 추측할 뿐이지만, 그것 또한 많은 생각이 들게 할겁니다.



영화는 내내 수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살아남기 위해 사람을 죽여야만 한다면, 그는 존재의 가치가 있는 것일까?

누군가를 위해 누군가를 죽일 수 있을 것인가?

희생당하는 자들의 생명은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닐까?

인간으로 죽을 것인가, 뱀파이어로 살아남을 것인가.

아마 누구도 명확한 대답은 내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고민하고 또 고민하게 될 뿐.





2008년 스웨덴판 영화가 호평 속에 성공한 이후, 2010년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가 이어졌습니다.

국내에도 익히 알려진 배우 클로이 모레츠가 주연으로 등장하며, "클로버필드" 의 감독이기도 한 매트 리브스가 감독을 맡았죠.

할리우드 리메이크 작품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큰 찬사를 받은 작품이며, 스웨덴판 영화와 비교해도 모자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잘 만든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쪽도 관심 있는 분이라면 찾아보시길.

그 스티븐 킹이 극찬을 했다니까요!





사실 렛 미 인을 그저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만으로 바라보기에는, 이 이야기는 너무 피에 젖어있습니다.

씁쓸하고 잔혹한, 출구 없는 터널 속에서 그저 두 사람이 행복하기만을 바래줄 뿐이죠.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이 이야기는 성장 스토리도, 사랑 이야기도 아닌 것 같습니다.

파멸이 예정된 운명 속, 잠시 달콤함을 보여준 잔인함일 뿐.

어떠한 미래도 이들에게 빛이 되어줄 수 없을테죠.

영원히 어둠 속에 살아가게 될 자들의 이야기, 하지만 그렇기에 더 애절하고 빛나는 이야기였습니다.



제 점수는 7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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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벨: 인형의 주인, 2017

호러 영화 짧평 2017. 8. 1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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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개봉했던 영화 "애나벨" 은 제임스 완이 제작한 영화 중 가장 평이 저조한 작품에 속할 겁니다.


물론 재정적으로는 40배를 남겨먹는 희대의 대박이었지만요.


아무튼간에 컨저링 1, 2가 성공을 거두며 아예 컨저링 유니버스를 구축할 생각을 먹은 제임스 완 입장에서는, 애나벨의 실패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을 겁니다.


기왕 흥행도 대박을 쳤겠다, 프리퀄을 제대로 만들어서 시리즈의 유일한 오점을 덮어보고 싶었겠죠.


그래서 나오게 된 것이 바로 이번 영화, 애나벨: 인형의 주인입니다.


애나벨이 컨저링의 프리퀄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이 영화는 프리퀄의 프리퀄이라는 독특한 작품인 셈이네요.




감독은 "라이트 아웃" 에서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 냈던 데이비드 샌드버그 감독이 내정되었습니다.


전작이 말아먹을만큼 말아먹어놨으니, 이제 리바운딩만 남은 셈이었죠!


여기저기서 호평이 들려와서 저도 참 기대가 컸는데... 컸는데...


그게, 전작보다는 낫긴한데 말입니다...





컨저링 시리즈의 핵심 요소를 꼽으라면 악마의 빙의와, 그걸 내쫓기 위한 엑소시즘일 것입니다.


본편 시리즈인 컨저링 1, 2에서는 각자 치열하게 악마와 대결하는 워렌 부부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했고요.


하지만 애나벨: 인형의 주인에서는 정작 그 엑소시즘 요소가 완전히 제거된 수준입니다.


뭔가 흉내를 내긴 하는데 아무 의미가 없어요.


제가 보기에는 악마 스스로도 자기가 왜 퇴치된건지 잘 모를 겁니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등장하는 악마가 사탄 그 자체가 아니냐는 언급이 있는데...


만약 그렇다고 치면 사탄은 아주 안일하거나 아주 무능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겁니다.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더불어 애나벨이라는 영화 제목과는 달리, 애나벨이 딱히 큰 의미가 있었는지는 생각을 좀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차라리 힘을 여기저기 나눠쓰지 말고 한 곳에 집중했더라면 악마가 더 강력해보이고 위압감이 느껴졌을 겁니다.


마치 계란을 두 바구니에 담아뒀는데, 양쪽 계란이 천천히 다 썩어가는 스타일의 분산 투자였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그런 느낌입니다.


오히려 메인 악마보다는 다른 악마가 더 시선을 끌기도 하고요.


영화 전체적으로 밀어주는 걸 보면 혹시 이 영화는 내년에 개봉할 더 넌을 위한 기나긴 티저영상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개인적으로 보는 내내 겹쳐보였던 영화가 있는데, 작년에 개봉했던 "위자 : 저주의 시작" 이었습니다.


두 영화 모두 빙의에 관해 다루고 있고, 빙의의 방식도 비슷할 뿐더러 프리퀄이라는 점도 동일하죠.


거기에 룰루 윌슨이라는 호러 전문 아역 배우가 주연으로 등장한다는 점도 같습니다.


두 영화 모두 합격점은 넘었지만 그 이상을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점도 똑같아서 너무 안타깝네요.





하지만 제가 느낀 것과는 달리, 아마 이번에도 제임스 완은 흥행에 성공할 겁니다.


하우스 호러의 창시자이자 마스터인 이 양반은, 결코 손해볼 장사는 벌이지를 않는 사람이니까요.


이미 또다른 스핀오프 더 넌이 내년 개봉을 앞두고 있고, 컨저링 3의 제작도 곧 시작될 예정이라고 하니 이 시리즈는 한동안 승승장구 할 것 같습니다.


대중에게 소구하는 제임스 완만의 공포 스타일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다만 저랑은 조금 안 맞는 거 같아 아쉬울 따름입니다.





라이트 아웃에서 좋은 영화를 만들었던 데이비드 샌드버그 감독의 감 자체는 살아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에는 컨저링 유니버스말고 라이트 아웃처럼 새 시나리오를 들고 감독했으면 좋겠네요.


애나벨은 프리퀄에 프리퀄까지 우려먹었으니 이제 다시 볼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워렌 부부의 창고에서 편히 쉬렴, 못생긴 인형아.




제 점수는 6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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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산범, 2017

호러 영화 짧평 2017. 8. 1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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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괴담 전문 블로그 "잠들 수 없는 밤의 기묘한 이야기" 에 실화괴담 한 편이 올라옵니다.


http://thering.co.kr/1887


부산 장산에 산다는 미확인 생물체에 관한 이야기였죠.


이 이야기는 일파만파 퍼져나가면서 장산범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이 생물체를 찾아나서는 사람들이 나올 정도로 유명세를 탔습니다.


웹툰에도 등장하고, 방송국에서 취재를 나오기도 했죠.


그리고 올해, 그 장산범을 주제로 한 영화가 개봉합니다.





사실 장산범 이야기는 애시당초 별로 매력적인 공포 소재가 아니었습니다.


처음 제보된 목격담은 하얀 털옷을 입고 있는 사람 같았다는 정도 내용이 끝이었으니까요.


사람들의 입을 타면서, 이런저런 설정들이 달라붙기 시작한 거죠.


박지원의 "호질" 에 등장하는 창귀처럼 죽은 이의 목소리를 흉내낸다는 것도 그렇고, 이름도 없던 것이 장산범이라는 이름까지 붙었고요.


결국 이 문제는 영화화 되면서도 발목을 잡는 본질적 문제로 남았습니다.


얼핏 흥미로워보이지만, 제대로 된 기반이 없고 어디서 빌려온 설정들로 이야기를 꾸려가야 하니까요.





영화의 전개는 목소리를 흉내내며 사람들을 꾀어내려드는 알 수 없는 존재의 공포와, 도플갱어가 오리지널의 자리를 빼앗으려드는 체인질링 느낌의 투-트랙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 두 이야기는 서로 전혀 연결되는 느낌이 나지가 않는 게 문제입니다.


애시당초 궤가 다른 이야기를 어떻게든 엮어보려고 후반부 들어 급격하게 설정이 붙기는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두 대상이 겹쳐보이지는 않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이것 또한 장산범에 대한 있는 이야기 없는 이야기 다 끌어쓰다보니 고육지책으로 나온 것이었겠죠.





허정 감독은 전작 "숨바꼭질" 에서 흥미로운 설정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에서 다소 헐거운 모습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장산범은 어떻게 보면 "숨바꼭질" 의 다운그레이드 버전으로 느껴질만큼 그와 비슷한 단점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두어번의 놀래키기는 확실히 효과가 있었지만, 극 전체로 봤을 때는 긴장감이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시력과 거울이라는 소재를 끌어온 것까지는 좋은데, 거기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다보니 작위적으로 느끼게 되고요.





결국 이런 간극을 메우는 건 배우들의 열연 뿐입니다.


염정아씨는 "장화홍련" 에 이어 공포 영화에 어울리는 좋은 연기를 보여줬고, 박혁권씨도 자기 역할은 충분히 잘해주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준혁씨 연기에 무척 감탄했는데, 한국 공포 영화 역사에 이름을 올릴만한 남성 캐릭터가 나온 느낌입니다.


영화 전체적으로는 그저 그랬어도 이준혁씨한테는 박수를 칠 수 밖에 없네요.






21세기에 자생하는 도시전설이라는 점에서, 장산범 이야기는 많은 흥미와 주목을 끌어왔습니다.


하지만 기반이 튼튼하지 못한데 그 위에 열심히 무언가를 쌓는다해도, 그 결과는 자가당착으로 이어질 뿐이겠죠.


그야말로 사상누각.


보는 내낸 서서히 발밑이 무너지는 느낌을 주는 영화였습니다.


이제는 장산범을 놓아줄 때가 온 것 같네요.




제 점수는 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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