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ground

홍천

320x100


부제학 이병태가 임금님의 명을 받아 경기도 동쪽과 강원도를 암행어사로서 순찰하게 되었다.

강원도 홍천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읍내와 거리가 10리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홍천은 순찰 구역이 아니었기에 이병태는 그냥 지나가려 하였다.



그리하여 한 마을 앞에 도착했는데, 몹시 배가 고파 어느 집 문 앞에서 밥을 구걸했다.

그러자 한 여자가 나왔다.

[남자가 없는 집이라 무척 가난합니다. 집에 시어머니가 계시는데도 아침 저녁을 굶고 있는데 나그네에게 줄 밥이 있겠습니까?]



이병태가 물었다.

[남편은 어디에 갔습니까?]

여자가 말했다.



[알아서 어디 쓰시려고 하십니까? 우리 남편은 바로 이 읍의 이방인데, 요망한 기생에게 홀려 어머니를 박대하고 아내를 쫓아냈습니다.]

여자가 이렇게 말하며 끊임 없이 원망의 말을 쏟아내자 방 안에 있던 노파가 말했다.

[며늘아, 무슨 이유로 쓸데 없는 말을 해서 남편의 흉을 보느냐? 그런 말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니?]



이병태가 그 모습을 보며 몹시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그는 읍내로 들어가 이방을 찾아갔다.

마침 시간이 낮 12시였다.



이방의 집에 들어서니 이방이 마루 위에 앉아 점심밥을 먹고 있었고, 그 옆에는 기생이 마주 앉아 밥을 먹고 있었다.

이병태는 마룻가에 턱 걸터 앉으며 말했다.

[나는 서울에서 온 과객이오. 우연히 이 곳까지 오게 되었는데 밥 한그릇 얻어 요기라도 때울 수 있게 해주시오.]



그 당시는 전국에 흉년이 들어 조정에서 쌀을 나누어 주어야 할 정도로 힘든 시절이었다.

이방은 한참 동안 이병태를 아래 위로 훑어 보더니, 종을 불러 시켰다.

[조금 전에 새끼 낳은 개에게 주려고 쑤었던 죽이 남아 있느냐?]



[있습니다.]

이방이 말했다.

[이 거지놈에게 그 죽이나 한 그릇 주어라.]



조금 있자 종이 술지게미와 쌀겨를 넣어 끓인 죽 한 그릇을 가져와 이병태의 앞에 던졌다.

이병태가 분노하여 외쳤다.

[그대가 비록 넉넉하게 살고 있다한들 한낱 이방일 뿐이고, 내 비록 구걸하고 있다한들 양반이다. 양반인 내가 밥을 구걸하면 그대는 먹던 밥이 아니라 새로운 밥을 지어 내놓거나 먹던 밥을 덜어서라도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짐승들이 먹고 난 찌꺼기를 사람에게 주다니 이 무슨 행패냐!]



이방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병태를 바라보다 욕을 했다.

[네놈이 양반이면 어찌하여 사랑방에 있지 않고 이따위로 돌아다니느냐? 지금은 흉년이 심하여 이 죽도 사람들이 먹지 못해 굶는데 네놈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감히 그따위로 말을 하느냐!]

이방은 죽사발을 들어 이병태를 때렸다.



이병태의 이마에서 상처가 나 피가 흐르고, 온 몸에 죽이 끼얹어졌다.

이병태는 분통함을 참고 그 집에서 나와 그대로 암행어사 출두를 외쳤다.

마침 그 읍의 사또가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어야 할 곡식을 횡령하여 서울로 보낸 것이 발각되었다.



이로 인해 사또는 봉고파직당하고, 이방과 기생은 곤장으로 때려 죽였다.

한 여자의 원망이 한 읍을 뒤흔들어 놓았으니, 옛 말에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는 것은 바로 이런 일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원문 및 번역문 : http://koreandb.nate.com/life/yadam/detail?sn=8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 글을 읽으신 후 하단의 손가락 버튼 한 번씩 클릭 해주시면 번역자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