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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귀

렛 미 인, 2008

호러 영화 짧평 2017. 8. 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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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는 옛날부터 그 이름만으로 수많은 전설 속에 둘러싸여 있었고, 그 신비함은 현대에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미 수도 없이 많은 매체에서 피를 탐하는 이 종족을 다뤄왔고, 온갖 모습으로 변용되었습니다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뱀파이어, 흡혈귀라는 존재는 무언가 알 수 없는 판타지 속의 존재로 다가오곤 합니다.

낮보다 밤이 긴 북유럽이라면, 어쩌면 그런 환상이 아직도 살아남아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렛 미 인은 스웨덴의 작가 욘 린드크비스트가 처음으로 쓴 작품입니다.

8곳의 출판사에서 까인 끝에 겨우 출판할 수 있었고, 이후 큰 인기를 얻으며 영화화까지 이어졌다고 하네요.

국내에도 원작 소설이 출간되어 있으니, 흥미 있으신 분은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상처 받은 두 사람의 엇갈리는 사랑 이야기입니다.

뱀파이어인 이엘리와 인간인 오스칼이 우연하게 만나는 것부터, 서로가 서로의 모든 것이 되기까지를 다루죠.

이 영화에서 묘사되는 뱀파이어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지만, 무척이나 고독한 존재입니다.

그리고 영원한 삶에 지쳐 있는 이엘리와, 현실 그 자체에 무너지고 있던 오스칼이 만나면서 두 사람의 운명은 뒤바뀌게 되죠.


영화의 제목인 렛 미 인은, 나를 들여달라는 뜻입니다.

북유럽 뱀파이어 전승에 따르면, 뱀파이어는 인간의 영역을 함부로 침입하지 못하는 존재입니다.

어디까지나 인간의 허락과 승인이 있어야만 그 영역을 침범할 수 있고, 그렇기에 온갖 감언이설과 유혹으로 인간이 스스로 초대하게 만들려 하죠.

이 전승을 떠올려보면, 사실 조금은 영화의 메세지가 다르게 보일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그렇지 않더라도 이 사랑 이야기는 처음부터 뒤틀려 있지만요.




보여주는 것보다, 그 뒤에 숨겨진 것들에 더 몰두하게 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엘리는 어떻게 살아왔을까요?

이엘리와 그의 종복, 하칸은 어떻게 만나게 되었을까요?

잠깐씩 스쳐지나가는 모습들로 그저 추측할 뿐이지만, 그것 또한 많은 생각이 들게 할겁니다.



영화는 내내 수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살아남기 위해 사람을 죽여야만 한다면, 그는 존재의 가치가 있는 것일까?

누군가를 위해 누군가를 죽일 수 있을 것인가?

희생당하는 자들의 생명은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닐까?

인간으로 죽을 것인가, 뱀파이어로 살아남을 것인가.

아마 누구도 명확한 대답은 내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고민하고 또 고민하게 될 뿐.





2008년 스웨덴판 영화가 호평 속에 성공한 이후, 2010년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가 이어졌습니다.

국내에도 익히 알려진 배우 클로이 모레츠가 주연으로 등장하며, "클로버필드" 의 감독이기도 한 매트 리브스가 감독을 맡았죠.

할리우드 리메이크 작품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큰 찬사를 받은 작품이며, 스웨덴판 영화와 비교해도 모자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잘 만든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쪽도 관심 있는 분이라면 찾아보시길.

그 스티븐 킹이 극찬을 했다니까요!





사실 렛 미 인을 그저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만으로 바라보기에는, 이 이야기는 너무 피에 젖어있습니다.

씁쓸하고 잔혹한, 출구 없는 터널 속에서 그저 두 사람이 행복하기만을 바래줄 뿐이죠.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이 이야기는 성장 스토리도, 사랑 이야기도 아닌 것 같습니다.

파멸이 예정된 운명 속, 잠시 달콤함을 보여준 잔인함일 뿐.

어떠한 미래도 이들에게 빛이 되어줄 수 없을테죠.

영원히 어둠 속에 살아가게 될 자들의 이야기, 하지만 그렇기에 더 애절하고 빛나는 이야기였습니다.



제 점수는 7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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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도시" 에서 펼쳐지는 쓸쓸한 러브 스토리.

사실 정통 호러 영화라고 할 수는 없을 작품입니다.

호러라는 장르 자체는 시작부터 B급이었고, 극단적으로 상업적인 장르인데 반해 이 영화는 예술영화 쪽으로 분류하는게 더 옳을 작품이거든요.

어찌되었건 뱀파이어라는 소재가 마음에 들어서 관람했습니다.


전술했다시피 이 영화는 예술영화입니다.

대놓고 사람을 겁주는 장면은 없다고 해도 될 것이고, 미묘한 감정선이 엉성한 줄거리 위에 펼쳐집니다.

그 위에 펼쳐지는 영상미야말로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이자 정체성이겠죠.

사실 이런 예술로서의 영화는 제 전공이 아닙니다만, 흑백 스크린 특유의 아름다움만큼은 충분히 즐겼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고전 공포영화를 연상시키는 느낌도 받을 수 있었고요.





"악의 도시" 라는 실존하지 않는 곳을 무대로 삼고 있지만, 감독과 배우들의 국적으로 미루어보면 이란을 빗대었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억압적인 이슬람 문화와 그 체제 아래 여성의 삶, 페미니즘까지 여러가지 스펙트럼에서 해석이 가능한 영화겠죠 아마.

다만 저는 호러 영화를 취미로 보는 사람이니 거기까지 파고들 생각은 딱히 없습니다.


흑백 영화인만큼 사운드가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하는 작품인데, 꽤 만족스러운 부분이었습니다.

호러 영화로서의 기능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영화 자체에는 아주 잘 어울렸죠.





이 영화를 호러 영화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지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어찌됐건 확실한 게 하나 있다면, 차도르를 입고 스케이드보드를 타는 뱀파이어는 이 영화에만 나온다는 거죠.

인간과 뱀파이어의 엇갈리는 사랑 이야기라는 점에서, 비슷한 소재를 다룬 렛 미 인도 함께 감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더불어 독특한 영화 수입에 앞장서는 소지섭씨에게 감사의 마음을 보냅니다.

이 영화 국내 배급은 소지섭씨가 직접 나서서 진행했고, 그 덕에 저도 제값을 내고 편하게 감상할 수 있었거든요.


제 점수는 6점입니다.

다만 이 점수는 오롯이 호러 영화로서의 점수입니다.

영화 자체를 놓고 논하자면 그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을 것이고, 그래야 마땅한 작품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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