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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때문에 입원한 할머니를 친척끼리 모여 병문안 갔을 때 이야기다.


할머니의 용태는 좋지 않았고, 친척들은 전부 알고 있었다.


할머니 자신은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었을지...




그 와중, 갑자기 사촌동생이 할머니에게 매달려 울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이가 목놓어 우는 것처럼 펑펑.


다들 초조해했다.




마치 할머니가 당장이라도 죽을 듯 소란을 피우고 있었으니.


어떻게든 안정시키려 하자, 사촌동생은 울면서 [나 때문에 할머니가 돌아가실거야!] 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무슨 소린가 싶어 사정을 들어보니, 꿈 이야기라고 했다.




평범한 꿈을 꾸고 있는데, 갑자기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나타나 질문을 하더라는 것이다.


길이라도 묻는 것 같은 자연스러움에, 사촌동생은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대답을 해버렸다고 한다.


[가까운 시일 내에 죽을 거라고 짐작하는 게 있나?]




[할머니말이야?]


눈을 뜨고나서 아차 싶었다고 한다.


날마다 상태가 안 좋아하지는 할머니를 보니, 그 남자는 저승사자가 아니었나 싶어 눈물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걸 어찌해야 하나 곤란해하는 친척들은 내버려두고, 할머니는 사촌동생 등을 계속 쓰다듬으며 [괜찮단다, 괜찮아.] 라고 말하셨다.


[그 남자 꿈이라면 할머니도 본 적이 있거든.]


할머니는 사촌동생에게 말해줬다.




[할머니는 말이지, 그 질문에 언제나 이렇게 대답했었단다. 집 처마 밑 화분이 시들고 있다고, 나도 돌보지 못하고 있으니 필시 오래 가지는 못할거라고 말이야. 할머니도 그 화분들한테 못된 짓을 한게지. 이제 그렇게 둘러대는 것도 한계란다. 그러니 괜찮아. 이제 괜찮단다.]


그리고 며칠 뒤, 할머니는 세상을 떠나셨다.


나를 포함해 친척 전원은 할머니가 하신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아직도 고민하고 있다.




사촌동생을 안심시키려 할머니가 순간적으로 이야기를 지어낸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말을 오래 하기도 힘들 정도로 몸상태가 안 좋던 할머니가, 잠깐 사이에 그런 이야기를 지어냈을까 하는 의문도 있다.


할머니가 걱정했던 처마 밑 화분은, 아직 살아있던 몇개를 골라 내가 키우고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 내 꿈에 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찾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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