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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나는 친구 둘과 함께 술 한잔 하러 가자는 약속을 했다.


그날은 예약을 잡아놨었기에, 약속 시간 얼마 전에 가게에 도착했다.


준비된 독실로 안내된 뒤, 나는 자리를 잡았다.




방에는 아직 나 말고 아무도 없었다.


다다미 방에는 방석이 깔려 있고, 작은 탁자 밑은 바닥이 한층 낮게 파여 있어 다리를 내려놓고 앉을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어찌되었건 앉은 뒤, 나는 웃옷을 벗어 옆에 두었다.




아무 생각 없이 메뉴를 보며 친구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발끝에 무언가가 닿았다.


들여다 봤지만 아무 것도 없다.


순간 탁자 다리인가 싶었지만, 자세히 보니 탁자의 짧은 다리는 다다미 바닥에 닿아 있었다.




즉, 내가 발을 내려두고 있는 빈 공간에는 아무 것도 없을 터였다.


나는 발을 좀 움직여서 다시 한번 아까 그 감촉을 찾았다.


있었다.




정확히 내 정면 근처에, 조금 동그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조금 평평한 물체가 있었다.


다리를 조금 더 움직여보니, 이번에는 발끝이 아니라 정강이 바깥쪽에서 무언가 세로로 길쭉한 게 닿았다.




바닥에서 수직으로 솟아 있는게 아니라, 조금 비스듬하게 기울어 있다.


그 끝에는 또 둥글고 평평한 것.


나는 그게 무언지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




또는 비슷한 경험을 해봤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다리다.


지금 내가 발로 더듬고 있는 것은, 틀림없이 사람의 다리였다.




다시 한번 내가 놓인 상황을 떠올려본다.


독실에 나 혼자.


고개를 들어봐도 확실히 아무도 없다.




그런데도 다리가 있다.


몸은 가위라도 눌린 듯 움직이질 않았다.


나는 그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해, 표현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




다리와 다리가 맞닿은 채, 움직이지 못하고 있자, 어느샌가 문득 그 다리의 감촉이 사라졌다.


아마 그 다리가 사라진 건 아닐 것이다.


탁자 밑에서 다리와 다리가 맞닿을 때 다들 그러는 것처럼, 그냥 다리를 움직인 거지.




알 수 없는 존재가 조금이나마 인간적인 행동을 한 덕에, 나는 조금이나마 냉정을 되찾았다.


그리고 화장실로 향했다.


아까 그건 뭐였지?




유령?


요괴?


볼일을 보면서, 나는 혼자 생각했다.




아니, 그것에게서는 느껴지지 않았다.


뭐랄까, 의지 같은 것이.


마치 거기에 있는 것이 당연한 듯, 거기에 그저 있는 것이다.




생각이 채 정리되지 않은 채, 다시 독실로 돌아왔다.


익숙한 친구의 모습이 보였다.


[여어.]




어색한 목소리로 말을 걸며 그 앞에 앉았다.


한참 술을 마시며 별 거 없는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친구가 갑자기 [아, 미안하다.] 라고 말했다.


내게는 친구가 왜 그런 말을 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알 수 없었기에, 오히려 알아차리고 말았다.


아마 친구 녀석 다리가 닿고 만 거겠지.


누구 것인지 알 수 없는 그 다리에.




[괜찮아, 신경 쓰지마.] 라고, 나는 차마 말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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