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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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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자살하는 사람이 꽤 많다고 해.


[야호!] 하는건, 아무도 없는데도 소리치는 거잖아?


하는 사람 입장에서야 당연히 메아리를 들으려고 하는거지만...




산에서 죽은 사람의 시체는 발견이 어려운 탓에, 고독이 점점 쌓여만 간다네.


그러는 사이 발견되지 못하는 고독과 외로움이, 증오로 변해가는거야.


그런데 거기서 갑자기 [야호!] 하고, 살아있는 상대한테 하는 것도 아닌데, 큰 소리가 허공에 울려퍼지잖아?




그걸 듣게 된다면, 고독과 증오에 미쳐있는 영혼이, 어떻게 생각하겠어?


[아, 나를 부르고 있구나! 동료구나! 기뻐! 이 세계로 끌어들이고 싶어! 이 산에서 나가고 싶어!]


이렇게 된다는거지.




그러니까 돌아가려고 하면, 끌어들이려고 하고, 씌려고 든다는거야.


그게 하나, 둘이 아니라면, 운이 나쁘다면 어떻게 될지는 불보듯 뻔하지.


아니나다를까, 내가 산에 가서 메아리를 들었을 때도, 이 운 나쁜 부류였어.




돌아가는 길, 차를 타고 하산하는데 쾅하고 무언가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어.


차를 멈추고 주변을 돌아봤지만 아무 것도 없는거야.


너구리라도 친건가 싶어하면서 다시 운전을 하는데, 틀어놨던 음악이 갑자기 끊기더니 [이이이이이이이이이!] 하고 째지는 여자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




깜짝 놀라 급브레이크를 밟고 음악을 끄려 했지만, 꺼지지가 않았어.


계속 [이이이이이이이이이!] 하고 째지는 목소리가 들려와서, 계속 큰일났다고, 어쩌면 좋냐고 생각하다 문득 백미러를 봤는데...


차 옆 땅바닥에 하반신이 흉하게 잘려나간 채, 상반신만 남은 약간 살찐 단발머리 아줌마 같은 게, 등이 접힐 정도로 뒤집혀서는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손으로 죽어라 뛰어오면서 나를 보고 있었어.




째지는 소리 따윈 신경도 안 쓰고, 황급히 차를 급발진시켜서 어떻게든 산을 내려왔어.


째지는 소리는 계속 들려왔지만.


그리고 산을 다 내려와서 편의점이나 민가 같은게 보이기 시작한 무렵에서야 그 째지는 소리는 멈췄어.




그쯤 되니 다시 음악을 틀 기분도 나지 않더라.


어떻게든 집에 도착하고 나서, 그 이후에는 딱히 별 일 없이 지냈었는데...


얼마 전에, 식료품을 사려고 코스트코에 가려 차를 탔는데, 아이팟에 새 노래를 넣은 겸 그걸 들으려고 틀었는데...




[이이이이이이이이이!]


잘 안다는 사람들한테 이래저래 조언을 받아보니까, 아무래도 차에 빙의했다는 거 같더라고.


차는 이제 내놓았지만, 혹시 중고차로 이걸 사게 되는 사람이 있다면 미안한 일이네.




여러분도 정말로 메아리 같은 건 안 하는게 좋아.


그걸 전하고 싶어서,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데도 기껏 쓴 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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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몇명인가 모여서 괴담을 늘어놓고 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지금부터 말할 방법을 쓰면, 자기한테 영적 능력이 있는지 어떤지 알 수 있대. 우선 머리 속에서 자기 집을 떠올린 다음, 자기 방에 앉아 있는 모습을 그리는거야.]


다들 흥미에 찬 얼굴로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그리고 자기 방부터 순서대로 집에 있는 모든 방을 살피면서 돌아다니는거야. 혹시 그 도중에 어느 방이던, 자기 말고 다른 누군가랑 마주치면 영적 능력이 강한거래. 그래서 누굴 마주치면 귀신이 보이는 사람이라더라.]


거기 모인 사람들 모두, 그 이야기대로 시험해 봤지만 그때는 누굴 만났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며칠 뒤, 거기 있던 사람 중 한명이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실은 나, 그 이야기를 시험해 볼 때 마주쳤었거든...]


[뭐?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방에 들어갔더니, 처음 보는 남자가 바닥에 앉아서 나를 째려보고 있었어... 그때는 좀 놀란 것 뿐이었는데... 근데 그 날, 집에 가서 방에 들어갔더니, 그 남자가 같은 자리에 앉아서, 나를 계속 째려보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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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직접 들은 이야기다.


[그러고보니까 너, 리나네 할머니 심령 사진 봤어? 그거 굉장해!]


휴일, 출근 버스 안에서 여고생 2명의 대화가 들려왔다.




나는 심령 관련 이야기를 좋아하기에, 자연스레 그런 화제에는 귀를 기울이게 된다.


다만 전에 친구가 그냥 그림자가 찍힌 걸 심령 사진이라고 호들갑 떤 적이 있었기에, 이 이야기도 아마 그런 착각일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못 봤는데. 어떤 사진이야?]




아무래도 리나라는 아이네 집은 대가족인 듯 했다.


친척도 많고, 가족이 다 모이면 30명 가까이 될 정도라고 한다.


그러던 와중 지난해, 여자 홀몸으로 전쟁통에 아이들을 키워낸, 엄하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셨다고 한다.




그 장례식 때조차, 사람이 너무 많아 친척들이 저마다의 사정 때문에 모두 모일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모인 친척들만 할머니를 떠나보내고, 관 속에는 할머니가 무척 아끼던 보라색 옷을 함께 넣어 화장했다고 한다.


올해 1주기, 기왕이면 친척 모두 모이기로 해서 시간을 잡고, 기일날 다같이 할머니 성묘를 갔다.




30명이 훌쩍 넘는 가족들이 다 모인 건 장관이라, 개중에는 몇년만에야 만난 사람들도 꽤 있었단다.


1주기인데도 다들 기쁜 마음이었다.


[함께 모일 수 있어서 다행이야! 분명 할머니도 기뻐하실거야!] 라며, 할머니 묘비를 친척 모두가 둘러싸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며칠 뒤, 그 사진을 현상해보니...


친척 모두가 할머니 묘비를 둘러싸고 웃고 있는 그 한복판, 묘지가 있을 그 곳에.


할머니가 그렇게 좋아하던 보라색 옷을 입은 채, 활짝 웃으며 양손으로 브이자를 그리고 있었더란다.




[뭐야, 그게! 무서워!]


여고생들이 소란스럽게 떠드는 와중, 나는 "뭐야, 그게! 보고 싶어어어어어!" 하고 마음 속으로 소리치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좋은 이야기에, 휴일 출근으로 인한 우울감도 조금은 사라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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