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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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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나온 초등학교에서 떠돌던 이야기란다.


그곳에서는 6학년 때 임간학교라고, 관광지와는 동 떨어진 시골로 가곤 한단다.


그날 일정은 낮에는 등산을 하고, 밤에는 담력시험을 하는 전형적인 것이었다.




초등학생들이 선생님을 따라 산을 오르고 있는데, 길 옆에 있는 바위 위에 한 노인이 앉아 있었다.


몸은 길 반대편으로 향하고, 얼굴만 돌려 싱글싱글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웃는 얼굴은 가면을 닮아, 무척 상냥해 보였다고 한다.




예의 바른 학생 하나가 그 곁을 지날 때,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했지만 노인은 대답 없이 그저 웃고 있을 뿐이었다.


이상하다 싶어 자세히 보니, 노인의 다리가 무릎 아래까지만 보이더란다.


그 아래는 희미해서, 반대편 경치가 비쳐 보였다.




하지만 낮이고 주변에 친구들도 잔뜩 있다.


설령 그걸 깨달았다 하더라도, 다들 그저 기분 탓일거라 넘어가, 큰 혼란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밤.




담력시험이라고는 하지만, 초등학생들이 하는 것이니만큼 별다를 건 없다.


선생님과 함께 숙소 주변 어두운 길을 슬렁슬렁 걷는 정도였다.


하지만 도시와는 달리 빛도 없고 어두운 시골길, 학생들은 충분히 겁에 질려 있었다.




대충 한바퀴 돌고, 숙소까지 얼마 남지 않았을 무렵.


밭 저너머, 희미하게 빛나는 무언가가 보였다.


[저게 뭐지?]




다들 고개를 갸웃거리며 바라보는데, 그 빛이 천천히 평행이동해,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어느 정도까지 거리가 줄어들 무렵, 누군가가 외쳤다.


[낮에 본 할아버지야!]




낮에 봤던 노인이 희미한 빛을 내며, 보이지 않는 다리를 움직이지도 않은 채, 말 그대로 스르륵 다가오고 있던 것이다.


얼굴에는 변함없이 미소를 띄운채.


어떻게 겨우 모두 무사히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학생들의 동요는 멈추질 않았다.




결국 다음날 선생님들은 절에 상담해 다같이 불제를 받았다고 한다.


숙소에서 식사를 만들어 주던 그 동네 아줌마들은, 할아버지의 특징을 듣자마자 입을 모아 말했다.


[그거, 야마다 할아버지잖아!]




야마다씨라는 건 주변에서도 유명한 손자바보 할아버지였다고 한다.


하지만 애지중지하던 손자가 불행히도 일찍 세상을 떠난 후, 정신을 놓아버렸다고 한다.


어린 아이가 보이면 [아이고, 우리 손주. 왜 이런데 있어.] 라고 말하며 마음대로 데리고 돌아오는 일이 몇번이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에게 해코지를 하는 것도 아니고, 내내 온후한 성격의 할아버지였기에 다들 불쌍히 여길 뿐, 경찰에 신고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죽고서도 손자 생각을 못 잊나보네...]


아줌마들은 눈물지었다.




그 사건 이후, 임간학교에서는 담력시험이 사라졌다고 한다.


솔직히 나는 악령도 아닌데, 굳이 담력시험을 없앨 필요가 있나 의아했다.


하지만 아내가 말하기로, 거기에는 뒷이야기가 있는 모양이다.




학생들이 모두 숙소에 들어갔는지 확인하려 끝까지 밖에 남았던 선생님은 가까이 다가온 노인을 확실히 보았다고 한다.


그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단다.


[학생들은 모두 상냥하게 웃는 얼굴이었다고 했지만, 나한테는 완전히 광분해 날뛰는 것처럼 보였다고...]




도대체 어느 쪽이 할아버지의 본심이었을까?


지금도 그 초등학교에서는 유명한 괴담으로 남아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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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804th]할머니와 형

괴담 번역 2017. 1. 7.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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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2박 일정으로 친구와 함께 오토바이 여행을 떠났다.


첫날밤은 토호쿠의 어느 여관에서 묵고, 둘째날은 우리 부모님이 가지고 있는 작은 별장에서 자기로 했다.


별장을 살 무렵에는 할머니가 살아계셔서, 할머니를 별장에 모셨었다.




그렇기에 할머니가 쓰시던 일본식 방도 있어, 거기를 침실로 삼아 자기로 했다.


하룻밤을 보내고 일어났더니, 옆에서 자고 있어야 할 친구가 보이질 않았다.


나와보니 부엌 의자에 앉아 있었다.




친구는 내가 일어난 걸 보고는, [야! 나오면 나온다고 최소한 말은 해줘야 할 거 아냐!] 라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을 하고 소리쳤다


잠이 막 깬 터라, 틀림없이 벌레 이야기를 하는거라 생각했다.


[벌레? 약을 친다고 쳤는데 나왔나 보네... 거기 스프레이 있는데 그거 쓰지 그랬냐...]




그랬더니 오히려 화를 빽 냈다.


[그거 말고! 귀신!]


친구의 말에 따르면, 한밤 중에 누가 이름을 부르는 거 같아 눈을 떴다고 한다.




그런데 몸이 움직이질 않고, 왠 할머니가 자기 얼굴 바로 옆에서, [A야...] 하고 부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친구 이름은 A가 아니다.


그렇기에 [제가 아니에요!] 라고 필사적으로 외치며, [내 이름은 K입니다.] 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A야... A야...] 하고 밤새도록 불러댔다는 것이다.


A라는 이름은 우리 형 이름이었다.


실은 10여년 전, 그 친구와 만나기도 전에 이미 죽은 형.




바다에 갔다 사고로 익사했는데, 하필 그 무렵 할머니가 건강이 악화되어 입원해 계셨었다.


할머니에게는 충격을 받으실까봐 형의 죽음을 숨겼는데, 결국 할머니는 건강을 되찾지 못하고 그대로 세상을 떠나셨다.


혹시 할머니는 내가 나랑 비슷한 또래를 데려왔으니, 그게 형이라고 착각하셨던 걸까.




그렇다면 할머니는 죽어서도 아직 형을 만나지 못했다는 것일까.


나는 그게 못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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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비인후과 의사인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다.


병원에 귀가 안 좋은 아저씨가 찾아왔더란다.


진찰을 해보니 한쪽 고막이 찢어져 있었다.




그것도 상처가 심해, 화농이 지고 고름이 고여 있었다.


반대편 귀는 원래 들리지 않는 듯 해, 남자는 꽤 부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바로 치료하려 했지만, 갑자기 같이 온 아줌마가 장애인이라고 인정하라고 따지기 시작했단다.




[아니, 우선은 치료를 해야죠. 상처를 치료한 다음 여전히 청력에 문제가 있으면 인정하겠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설명해도 아줌마는 장애인이라고 인정하라고 떠들 뿐이었다.


아저씨의 상태가 어떤지, 나을 수 있을지에 관해서는 한마디 묻지도 않고.




끝내는 미친 의사라고 욕까지 먹고, 당신 같은 의사는 의사도 아니라고 소리소리 지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어찌할 도리가 없어 결국 병원 사무장이 나와 같이 설득했다고 한다.


사무장을 부르러 갈 때, 아저씨는 모기만한 목소리로 [...미안합니다...] 라고 말했다.




괴로운 듯한 얼굴이었다.


결국 상처는 치료하게 되었지만, 아저씨도, 아줌마도 그 후로 병원에 다시는 찾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병원에서는 아저씨 귀를 아줌마가 상처낸 것은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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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802nd]떠오른 시체

괴담 번역 2017. 1. 2.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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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전, 지역 해수욕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초등학생이 파도에 휩쓸려 사라졌다가, 며칠 지난 뒤 그 시체가 바다에 떠올랐다.


거기까지는 안타깝고 참혹한 사고일 뿐, 자주 있는 일이다.




하지만 떠오른 사체에는 뼈가 없었다.


대신 살가죽 안에 조개와 게만 가득 들어있을 뿐.


그 아이 가족과 우리 할아버지는 사이가 좋았기에, 장례식에 갔다가 들은 이야기라고 한다




아이 어머니는 [무덤에 넣을 뼈가 없어! 뼈를 돌려줘!] 라며 반쯤 미쳐 울부짖었다고 한다


결국 뼈 대신 조개와 게가 들어있던 이유는 차마 묻지 못했다고 한다.


그 이후 따로 들은 이야기는 없다고 하지만, 이유도 알 수 없을 뿐더러 그 가족이 불쌍해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




아이의 몸 안에 들어가 있던 게와 조개는, 뼈를 잡아먹고 거기 서식하고 있던걸까?


그렇다면 왜 부드러운 살이 아니라 뼈를 먼저 먹어치운걸까.


알 수 없지만 섬뜩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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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801st]짧은 창

괴담 번역 2017. 1. 1.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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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조외할머니 장례식날, 친척분에게 들은 이야기다.


증조외할머니 시신 곁에 짧은 창이 있길래 이상하게 생각해 친척분에게 여쭤봤었다.


그 창은 증조외할머니가 직접 마련해 두신 것이었다고 한다.




옛날, 증조외할머니의 친척이 돌아가셨을 때, 증조외할머니가 향을 올리려는데 시신이 움직였다는 것이다.


증조외할머니는 기겁해서 어머니를 불렀다.


그러자 고조외할머니가 안방에서 짧은 창을 가지고 나타났다.




그랬더니 시신이 거짓말처럼 움직임을 멈추더라는 것이다.


증조외할머니가 사는 곳에는 이따금씩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혹시 모를 가능성을 대비해 부적 삼아 짧은 창이나 날붙이를 시신 옆에 놓아두는 것이다.




혹시 죽은 게 아니라, 아직 살아있던 사람이 움직인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확실히 몸이 차가워지고 심장도 멈췄었다고 한다.


동네 사람들한테 물어봐도 [죽은 사람이 되살아났었다고!] 라던가, [목을 졸릴 뻔 했었어.] 라고 하는 사람들마저 있었다.




그 때문에 증조외할머니는 생전부터 자신이 죽으면 꼭 시신 곁에 짧은 창을 두라고 누누이 말씀하셨다고 한다.


왜 짧은 창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도 지켜지고 있는 풍습이다.


산속, 그리 많은 사람이 살지는 않는 시골 마을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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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800th]웃음녀

괴담 번역 2016. 12. 30.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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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내가 겪고 있는 이야기다.


지난주 금요일, 오오무라라는 회사 선배가 죽었다.


직접 현장을 본 건 아니지만, 아파트 자기 방에서 자기 두 귀에 볼펜을 찔러넣은 채 죽어있었다고 한다.




오오무라 본인이 펜을 손에 꽉 쥐고 있었기에, 경찰도 타살의 가능성을 배제하고 곧바로 자살로 판단했다.


회사 사람들은 오오무라의 죽음을 꽤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리 놀라지 않았다.


자살이라고는 해도 부검은 필요한 것 같아, 아마 오오무라의 시신은 검시를 거친 것 같다.




명확하게 죽은 이유가 눈에 들어오는데도 몸이 해부당해야 한다니, 안됐다고 생각한다.


곧바로 장례식이 치뤄졌다.


회사 동료들은 과장을 선두로 다들 장례식장을 찾아갔다고 한다.




나는 [정말 급한 일이 있습니다.] 라고 과장에게 말하고 바로 돌아 나왔다.


주변에서 보면 부자연스럽게 느꼈으리라.


하지만 지금 나로서는, 장례식장이라는 눅눅하고 침묵에 찬 공간을 버틸 수가 없다.




오오무라와 나는 선후배 사이를 떠나, 사이가 꽤 좋았다.


서로 집이 어디인지도 알고, 자주 왔다갔다 할 정도였으니 어느 정도였는지는 감이 오겟지.


3주 전 그날 역시, 오오무라는 퇴근길에 내 방에 놀러왔다.




우리는 캔맥주를 마시며 회사 동료들 뒷담화를 털어놓고 있었다.


둘 다 술을 마실 때는 대화만 하는 타입이라, TV나 음악도 틀어놓지 않았다.


내가 생각해도 우울한 풍경이지만.




그러는 사이, 사뒀던 맥주가 다 떨어졌다.


나는 술 없어도 이야기만 재밌으면 됐다 싶었지만, 오오무라는 그래서는 만족을 못하는 듯 했다.


[야, 사러가자.]




나는 마지못해 하면서도 오오무라와 함께 아파트를 나왔다.


근처 슈퍼에서 술을 사올 생각이었다.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오오무라가 능글능글 웃으며 물었다.




[야, 저거 뭐냐, 저거?]


그가 가리키는 쪽을 보자, 푸석푸석한 머리카락을 허리까지 늘어뜨린 여자가 장바구니를 들고 채소를 고르고 있었다.


딱히 별다른 특색 없는, 흔해빠진 광경이다.




다만 하나 이상한 점이 있다면, 여자가 큰 소리로 웃고 있다는 점이겠지.


양상추를 손에 든 채, [이햣, 이햐, 이햐, 이햣.] 하고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내게는 역시 별 특별할 거 없는 자주 있는 광경이다.




[아, 저거. 웃음녀야.]


그 웃음녀라는 사람은 주변에서 유명한 사람이다.


언뜻 보기에는 극히 평범한 젊은 여자로, 어디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한 사람이다.




긴 머리카락은 푸석푸석하지만, 그 정도 가지고서야 이상하다고 할 것도 못 되겠지.


다만 웃음녀가 이상한 점은, 그 이름대로 언제나 웃고 있다는 점이다.


[이햣, 이햐, 이햐, 이햣.] 하고, 살짝 공기가 새는 것 같은 웃음소리로.




그런 식으로 조금 습기찬 느낌의 독특한 웃음을 뿌리며, 입가에는 침을 흘리고 있다.


그렇기에 다들 "웃음녀" 라고 부른다.


계산하는 아줌마도 "웃음씨" 라고 부르고.




단지 그것 뿐이다.


정신이 나간 것 같기도 하지만, 웃음소리만 빼면 딱히 다른 사람한테 폐를 끼치는 것도 아니다.


다른 사람들도 별로 신경쓰질 않는다.




그저 기분 나쁜 것을 봤다고 생각하고, 곧바로 무시하고 말지.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오오무라는 꽤 취해있었던 것 같다.


[조금 놀려보고 와야겠다.] 라고 말하더니, 웃음녀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나도 취해있던 것 같다.


어찌되었든 그런 오오무라를 말리려 들지 않았으니까.


[이봐, 당신. 뭐가 그렇게 웃긴거야?]




오오무라는 무뚝뚝한 어조로 웃음녀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웃음녀는 대답하지 않는다.


[이햣, 이햐, 이햐, 이햣.] 하고 웃을 뿐.




[이봐, 대답해보라고. 세상이 이렇게 불경기다 뭐다 하고 힘든데, 뭐가 그렇게 즐겁다고 웃어대는거야?]


오오무라는 그렇게 말했다.


아마 그것까지는 나랑 온갖 헛소리 늘어놓던 게 취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향한 것이라 생각한다.




역시나 웃음녀는 [이햣, 이햐, 이햐, 이햣.] 하고 웃기만 할 뿐,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런 문답을 당분간 계속하더니, 오오무라는 돌아왔다.


[뭐야, 저녀석. 재미없게... 야, 이제 가자.]




우리는 바구니에 과자랑 안주를 담고, 술이 진열된 선반으로 향했다.


오오무라는 곧바로 맥주를 담기 시작했지만, 나는 맥주는 질렸던터라 츄하이나 좀 살펴보고 있었다.


갑자기 오오무라가 [우왓!] 하고 소리를 질렀다.




무슨 일인가 싶어 돌아보니, 오오무라와 웃음녀가 바로 가까이에서 마주보고 있었다.


[이햣, 이햐, 이햐, 이햣.] 하는 웃음소리와 함께, 여자 입에서 오오무라 얼굴로 침이 날아들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오오무라는 양손을 내밀어 웃음녀를 밀어 넘어트렸다.




웃음녀는 비틀비틀 넘어져,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런데도 [이햣, 이햐, 이햐, 이햣.] 하는 웃음은 멈추질 않았다.


다른 손님이나 점원들이 멀리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거북했기에, 적당히 츄하이를 고른 뒤 오오무라를 끌고 허둥지둥 계산을 마쳤다.


웃음녀에게 사과할까 싶기도 했지만, 사정도 잘 모르는데다 내가 사과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싶어 그만뒀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오오무라에게 물었다.




[네가 술을 고르고 있는 걸 멍하니 보고 있는데, 귓가에서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들리더라고. 놀라도 돌아보니까 바로 눈앞에 그 여자 얼굴이 있지 뭐야.]


그게 기분 나빠서 냅다 밀쳐버렸다는 것이다.


오오무라는 [잘 보니까 저 녀석...] 하고 무언가 덧붙이려 했지만, 도중에 웅얼거리더니 끝까지 말을 들려주지 않았다.




방에 돌아오고 나서, 우리는 또 둘이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오무라는 조금 전 일로 기분이 나쁜 것인지, 대화가 자꾸 끊겨 둘 다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렇게 대화가 끊길 때면, 오오무라는 두리번두리번 여기저기 쳐다보곤 했다.




그러는 사이 [야, 뭐 게임이라도 좀 하자.] 라고 오오무라가 말을 꺼냈다.


이 사람이 게임을 하자니, 웬일인가 싶었지만, 진삼국무쌍 3을 꺼냈다.


둘 다 금세 게임이 푹 빠졌고, 오오무라도 평소처럼 멀쩡해 보였다.




그러는 사이 막차가 끊길 시간이 다가와, 오오무라는 돌아갔다.


그때 이미 나는 슈퍼에서 있었던 일 따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다음날부터 오오무라의 행동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우선, 아무데서나 워크맨으로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그 자체는 딱히 이상한 게 아니지만, 출근 도중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하려해도, 가볍게 손만 들 뿐 이어폰을 빼려고는 하질 않는다.


가까이 가보면 엄청나게 큰 소리로 듣고 있는지, 음악 소리가 다 새어나왔다.




조금 기분 나빴지만, 그때는 딱히 아무 말 않고 지나갔다.


하지만 오오무라의 행동은 점점 심해졌다.


점심 때 같이 밥을 먹자고 하려해도, 오오무라는 허둥지둥 이어폰을 끼고 혼자 어디론가 가버린다.




끝내 업무 중에까지 이어폰을 끼는 상황마저 오게됐다.


그쯤 되자 누가 봐도 이상한 모양새였기에, 오오무라보다 더 선배인 사람이 화를 내며 따져들었다.


그러고 나서는 업무 중에 음악을 듣는 일은 없어졌지만, 대신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시끄러워!] 라던가, [아아아아아아아!] 하고 큰소리로 외치는 것이다.


주변에서 아무리 주의를 줘도 그만두려 하질 않았다.


다들 기분 나빠했다.




더는 보기 힘들어서, 나는 퇴근하고 오오무라를 불러 이야기하기로 했다.


오오무라는 나와 이야기하는 걸 꺼렸지만, [떠들썩한 곳에서라면 괜찮아.] 라고 말하기에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데리고 왔다.


패밀리 레스토랑은 적당히 혼잡해서, 고등학생들이 여기저기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나는 [최근 좀 이상한데.] 라고 먼저 말을 꺼냈다.


오오무라는 [나 스스로도 알고 있어.] 라고 말한 뒤,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슈퍼에서 있었던 사건 이후, 문득문득 [이햣, 이햐, 이햐, 이햣.] 하는 웃음소리가 들리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희미하게 들릴까말까 해서 환청인가 싶었지만, 점차 등 뒤에서 가까이 다가오는 느낌으로 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주변에서 음악이나 말소리 같은 게 들려올 때는 안 들리지만, 잠시라도 조용해지면 곧바로 [이햣, 이햐, 이햐, 이햣.] 하고 웃음소리가 들려온단다.


지금은 주변이 살짝 시끄러워도, 그것보다 크게 웃음소리가 들려올 정도라고 했다.




가장 괴로운 건 밤에 잠을 자려 할 때.


자려고 불을 끄면, 방 전체가 울리듯 웃음소리가 덮쳐온다고 한다.


좀체 잠을 이룰 수가 없다고, 오오무라는 털어놓았다.




오오무라는 이걸 이야기하는 도중에도 갑자기 크게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저 녀석이, 저 녀석이...!] 하고 울 것 같이 반복하기도 했다.


끝내는 [그 여자한테 저주받은거야.] 라고 말하기도 하고, [그 여자, 귀신이 틀림없어!] 라고 외치기까지 했다.


내가 가장 먼저 생각한 건, 오오무라가 과대망상증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었다.




웃음녀는 귀신도 아닐 뿐더러, 조금 이상한 여자일 뿐이다.


그 증거로, 그 날 이후로도 나는 웃음녀가 슈퍼에서 쇼핑하고 있는 걸 몇번이고 봤었다.


실존하는 인간이다.




웃음소리가 독특하고 기분 나쁘기 때문에 기억에 남았다던가, 오오무라가 그 여자를 밀친 죄악감 같은 것 때문에 망상이 생겨난 것이라 여겼다.


애시당초에 슈퍼에 무슨 귀신이 나오겠는가.


그렇게 말해줬지만, 오오무라는 전혀 내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저주" 라던가 "귀신" 이라던가 하는 말만 반복할 뿐.


나는 점점 초조해져, [그럼 같이 슈퍼에 가보자고.] 라고 말했다.


오오무라가 말하는 게 어처구니 없어 화도 났고, 상대가 실존하는 인간이라는 걸 확인하면 망상도 사라지지 않을까 싶었거든.




물론 오오무라는 격렬히 싫어했지만, 나는 오오무라를 강제로 질질 끌듯 레스토랑을 나와 그 슈퍼로 향했다.


가는 길, 지하철 안에서도 오오무라는 중얼중얼거리며 잔뜩 쫄아있었다.


겨우 슈퍼 앞까지 도착했지만, 오오무라는 [역시 싫어...] 라고 말할 뿐이었다.




[절대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나는 [가게 앞 주차장에서 들여다보기만 하자.] 라고 제안했다.


오오무라는 [돌아갈래.] 라고 떼를 썼지만, 나는 그의 어깨를 단단히 잡아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유리 너머로 가게 안을 바라봐도, 웃음녀는 없었다.


언제나 웃음녀와 우연히 만나는 시간은 이쯤이니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한 나의 착오였다.


큰일났다 싶었다.




여기서 웃음녀의 모습을 확인하지 못한다면, 오오무라는 쓸데없이 웃음녀가 귀신이라고 믿어버릴지도 모르니까.


조금만 더 기다리면 평소처럼 쇼핑하러 올지도 모른다고, 나는 그를 달랬다.


그러던 중, 오오무라가 두 귀를 막고 덜덜 떨기 시작했다.




[들려어... 들린다고오오...] 


마치 아이가 흐느껴 울 듯, 콧물까지 질질 흘리면서 말한다.


[역시 나는 저주받은 거야...]




하지만 나는 그게 웃음녀의 저주 같은 게 아니라는 걸 확실히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햣, 이햐, 이햐, 이햣.] 하는 웃음소리는 나한테도 들리고 있었으니까.


목만 옆으로 슬쩍 돌려보니, 나한테 어깨를 잡힌 오오무라 바로 뒤에 웃음녀가 있었다.




나는 오오무라가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게,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집중했다.


안 그래도 웃음녀를 두려워하는 오오무라가, 이런 가까운 거리에서 웃음녀와 마주치면 분명 사달이 날 터였다.


굉장히 긴 시간 같은 찰나가 흐르고, 웃음녀는 슈퍼 반대 방향으로 웃으며 떠나갔다.




떠나갈 때, 웃음녀는 내 쪽을 쳐다봤다.


나는 그때까지 웃음녀를 멀리서 지켜본 적은 있었지만, 그렇게 가까이서, 바로 정면에서 본 것은 처음이었다.


입은 빙그레 열려 있는데, 푸석푸석한 머리카락 사이 나를 향한 두 눈에는 힘이 가득했다.




하지만 무섭다고 생각한 건 웃음녀의 입 그 자체였다.


침이 입술 구석에 고여 거품이 일어나고 있는 그 입에는, 이가 없엇다.


그 후, 나는 제멋대로 도망쳐버렸다.




아무것도 모른채 벌벌 떨고 있는 오오무라를 억지로 버스에 실어 혼자 돌려보냈다.


이미 나에게는 오오무라의 망상 따위 알 바가 아니었다.


그저 내가 본 것이 너무나 기분 나쁘고 무서워서,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날 이후, 오오무라는 회사에 나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다들 [저 녀석, 연말인데 땡땡이나 치는건가?] 라고 말했다.


하지만 하도 무단결근이 심해서,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심한 게 아닌가 하는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러던 중 지난주 금요일, 오오무라가 죽었다는 걸 알게된 것이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아마 오오무라도 알아차렸던 것 같다.


나는 확실히 봤다.




웃음녀의 [이햣, 이햐, 이햐, 이햣.] 는 웃음소리가 아니다.


가까이서 자세히 들은 그것은...


[있다, 있다, 있다, 있다.] 라고 말하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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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99th]보이지 않는 책

괴담 번역 2016. 12. 27.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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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가 아니라 할아버지랑 할머니 내외가 운영하는 동네 헌책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만화책이나 단행본보다는 고서나 끈으로 묶인 오래된 책 같은 걸 주로 다루는 곳이었다.


고서를 모으는 사람이나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꽤 자주 경험하는 것 같은데, 종종 사온 책을 가게에 와서 세보면 줄어들어있는 경우가 있다.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치매라도 온 거 아니냐고 묻고 싶겠지만, 잘못 세는게 아니라 세는 사람에 따라 권 수가 바뀌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할아버지가 사왔을 때 10권이었는데, 할머니가 세면 6권이고, 내가 세면 8권이라는 것이다.


눈앞에서 할머니가 세는 걸 볼 때는 분명 6권인데, 정작 내가 세면 어째서인지 8권이 있다.




사람의 눈에 따라 보이지 않는 고서가 섞여 들어오는 것이다.


그렇게 사람에 따라 보이기도 하고 안 보이기도 하는 책은, 팔기 시작해도 어느샌가 사라져버린다.


옥션 같은데 올려서 팔아도, 막상 택배로 보내면 도중에 배송 사고가 나서 손님한테 가기 전에 어디로 사라져 버리곤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딱히 재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지만, 아무리 고가의 책이라도 그런 책은 버리는 게 암묵적인 룰로 자리잡았다.


가장 심한 건 아무도 보지 못하는 책이다.


그런 책은 사올 때도, 가게에 진열할 때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손님이 그 책을 들고 계산대에 왔을 때, 가격표가 없는 걸 보고서야 알아차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 경우 손님에게 [원하신다면 팔겠지만 책이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라고 꼭 사전에 주의를 주었다.


기분 나쁘다며 안 사는 손님도 있지만, 대부분은 재미있어하며 책을 가지고 돌아간다.




그리고는 사흘쯤 있다가 새파랗게 질려서 찾아오는 것이다.


가장 놀랐던 일은 어느 초등학생 손님이 왔을 때였다.


여자아이였는데, 혼자 찾아와 이런저런 책을 살피다가 계산대로 왔다.




무거운 듯, 무언가를 엄청 껴안은 듯한 모양새였지만...


나는 물론이고 할아버지, 할머니한테도 아무 것도 보이지가 않았다.


결국 할아버지가 [책을 좋아하면 그거 다 가지고 가도 된단다.] 라고 말했다.




소녀는 기뻐하며 여전히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껴안고 돌아갔다.


그리고 재미를 붙였는지, 내가 아르바이트를 그만 둘 때까지 이따금씩 찾아와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책을 공짜로 받아가곤 했다.


어떤 책인지 물어둘걸 그랬다고, 지금도 종종 후회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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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98th]새까만 괴물

괴담 번역 2016. 12. 26.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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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3년 전쯤 이야기다.


그 무렵, 나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구직 활동과 논문 작성에 시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마침 여름방학이겠다, 기분 전환이라도 할 생각에 토호쿠 각지를 여행해 보기로 했다.




차를 타고 혼자 마음 편히 떠나는 여행이었다.


기분 내키는대로 훌쩍 적당한 데 들르기도 하고, 운전하다 지치면 길가에 차를 세우고 낮잠도 잤다.


완전히 백지 상태에서 돌아다니는 여행이었던 셈이다.




첫날은 그저 토호쿠를 북상해, 아오모리 국도변에 있는 편의점 주차장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그 다음날은 시내를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녔다.


네부타 축제도 보고, 상가에서 쇼핑도 하고 실컷 놀았다.




이틀째 밤.


아키타현 어느 도로에 접어들었는데, 근처는 이미 어둑어둑했다.


차 안 디지털 시계는 밤 10시가 지났다는 걸 알리고 있었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소리에 잡음이 끼어, 지직거리는 소리가 기분 나빴다.


나는 라디오를 끄고 내비게이션에 눈을 돌렸다.


당연히 주변은 전혀 모르는 지명투성이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냐 싶었지만, 길가에 서 있는 표지판과 내비게이션을 의지해 계속 국도를 타고 남하했다.


한동안 나아가니, 왼편에 몹시 좁은 산길이 산 안쪽으로 이어져 가는 게 보였다.


이 앞에는 뭐가 있을지 궁금해져, 나는 조금 무서웠지만 그대로 좌회전에 그 길로 접어들었다.




길은 얼마 안 가 비포장으로 바뀌어, 덜컹덜컹 소리를 내며 빛이라곤 전조등 뿐인 길을 나아갔다.


타이어가 찢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라, 나는 적당히 돌아갈 생각에 유턴할만한 장소를 찾았다.


그런데 앞에 낡아빠진 작은 오두막이 보였다.




집이라고 하기보다는 여러해 넘게 방치되어 있던 헛간 같은 모습이었다.


군데군데 나무로 된 벽이 썩어 떨어져있고,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모양새다.


밖에서 보기로는 고작해야 다다미 6, 7장 정도 크기 정도였다.




아무튼 왠지 기분이 나빴다.


다행히 유턴할 정도의 공간이 옆에 있었기에, 나는 신중히 후진해서 방향전환에 나섰다.


그 순간, 갑작스레 오두막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덜컹, 덜컹, 쾅, 타닥, 쾅.]


목재 여러개가 서로 부딪히는 것 같은 소리였다.


등골에 소름이 끼쳤다.




기대어 세워둔 목재가 우연히 넘어지는 소리 같기도 했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부자연스러웠다.


무언가가 오두막 안에서 움직이며 집안 물건과 부딪혀 나는 소리로 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주변이 어두캄캄한데다, 아무 것도 없는 곳이었기에 더욱 무서웠다.




나는 서둘러 돌아나서려고 핸들을 돌리다, 무심코 오두막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무언가 새까만 녀석이 오두막 안에서 나오려던 찰나였다.


그 녀석의 몸은 털이 가득했다.




새까맣고 긴 털이 온몸에 빽빽하게 나 있어서, 마치 어릴 적 그림책에서 본 설인을 연상케 했다.


초등학생 정도 키인데다 얼굴까지 털이 가득해, 이목구비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하지만 가까이 했다가는 큰일 날 거라는 위험한 분위기가 풍겼다.




스스로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벌벌 떨리고, 눈물이 폭포처럼 흘렀다.


그 녀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뭐라고 할까, 악의 같은 가벼운 게 아니라, 재난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을 것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


도망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한순간이라도 빨리 거기서 도망치려 했기에, 자세한 것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리자 근처 현 셀프 주유소에 있었으니까.


나는 그대로 샛길에 눈도 주지 않고, 국도를 타고 내려와 바로 집에 돌아왔다.




집 주차장에서 트렁크를 열자, 작은 날벌레 시체가 엄청나게 들어있었다.


세차용 물통에는 갈색의 더러운 물이 한껏 고여있어, 거기에도 날벌레가 몇마리 모여있었다.


물이 있는 장소에는 한번도 가지 않았고, 애시당초 여행을 시작한 이래 트렁크를 연 적도 없었다.




그로부터 한동안은 비참한 나날이 이어졌다.


대학교 구내식당에 가면 국이 물통에 고여있던 갈색 물로 보여 마실 수 없다거나, 강의 때 옆에 앉은 사람에게 작은 날벌레가 빽빽하게 붙어있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었다.


졸업 논문을 잠시 중단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약을 먹자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그 오두막에 있던 새까만 녀석의 악몽은 잊을 수가 없다.


그 녀석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관계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홀로 여행을 떠나기 한달여 전, 토호쿠 지방에서 꽤 위험하다고 악명 높은 심령 스폿에 갔었다.




거기서는 별 일 없었는데...


이제 다시는 길 가다 샛길로 들어서지 않으리라 나는 맹세했다.


여러분도 담력시험하러 갈 때는 부디 조심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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