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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나홀로 도쿄 여행 4박 5일 - 2일차

잡동사니 2017. 11. 30.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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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두번째 날입니다.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커피를 한잔.

숙소가 참 좋았던게, 라운지에서 커피랑 차를 맘대로 타먹을 수 있다는 거였습니다.

먹고 나서 설거지는 꼭 해놓아야 하지만요.

7시 반쯤 되서 출발했습니다.

숙소 근처 자판기에서 캔 단팥죽을 팔길래 하나 사봤는데, 맛은 그냥 우리나라에서도 파는 레토르트 단팥죽 맛이더라고요.

근데 엄청 달아요 으으...


둘째날 첫번째 행선지는 신사인 칸다묘진.

그런데 가는 도중에 신사가 하나 보이길래 여기도 잠깐 들렀습니다.

배불뚝이 너구리가 인상적이었어요.





칸다 강을 건너가면 바로 앞에 보이는 건 아키하바라!

여기서 직진하면 아키하바라입니다만, 아키하바라는 나흘째 하루를 통으로 써서 돌아볼 예정이었기에 여기서는 왼쪽으로 꺾어서 갑니다.

쭉 걸어가다보니 왼쪽 멀리 도쿄대 의대가 보이더군요.

일본 최고 엘리트들이 모여있는 건물!

그리고 숙소에서 한 30분 정도 걸은 끝에 칸다묘진에 도착했습니다.





칸다묘진은 일본 3대 축제 중 하나인 칸다 마츠리가 열리는 곳으로도 유명한데, 5월달에 열리는 축제라서 이번 여행과는 인연이 없었습니다.

도쿄 전체를 총괄하는 신사로, 일본에 있는 어지간한 유적이 그렇듯 지진과 전쟁통에 다 무너졌다가 현대에 새로 지은 건물입니다.

저 사자탈은 점괘를 뽑아주는 자판기인데, 사자가 춤추고 소리를 내더라고요.

신기하긴 했는데 굳이 점을 볼 생각은 없었기에 구경만 했습니다.


오른쪽 아래에 있는 건 칸다묘진 3대 신 중 하나인 다이코쿠텐, 한국 발음으로는 대흑천(大黒天)입니다.

칠복신 중 하나로, 재물과 가정의 행복, 남녀의 인연을 담당하는 신이라는군요.





2000년대 들어 세운 사자상, 그리고 망한 점괘를 뽑은 이들의 한이 담긴 조형물입니다.

흉한 점괘를 뽑으면 저기다 묶어서 액운을 떨쳐내는거죠.


왼쪽 아래에 있는 건 칸다묘진 3대 신 중 하나이자, 칠복신 중에서도 인기 있는 에비스입니다.

어업과 풍년을 담당하는 신으로, 유명한 에비스 맥주가 바로 이 신의 이름을 따왔죠.

칸다묘진 3대 신 중 나머지 하나는 타이라노 마사카도인데, 이건 실존 인물을 신으로 모시는 거라 굳이 찾아보지 않았습니다.


오른쪽 아래에 있는 건 신사에서 키우는 조랑말이에요.

신마(神馬) 아카리쨩이라고 이름도 붙여놨더라고요.

귀여웠습니다.





칸다묘진은 아키하바라 근처이기도 하고, 러브라이브 애니메이션에도 등장한 덕에 오타쿠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곳입니다.

러브라이브의 경우 등장 캐릭터 중 한명이 여기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바람에 팬들 사이에서는 성지로 자리잡았다네요.

그래서인지 걸려있는 에마에도 그림이 그려져 있거나, 뒷면에 러브라이브 캐릭터들이 인쇄되어 있는 게 꽤 보였습니다.

애니메이션 흥행을 관광업에 잘 활용한 케이스가 아닌가 싶군요.





칸다묘진을 다 돌아봤으니, 이제 다음 행선지는 도쿄 돔입니다.

칸다묘진에서 도쿄 돔까지도 걸어서 한 20분 정도 걸려요.

천천히 걸어가는 사이, 일본에서 최초로 의과대학을 설립한 준텐도 대학이 눈에 들어옵니다.

현대에도 의학 쪽에 강세를 보이는 학교죠.


도쿄 돔에 도착해서, 우선 도쿄 돔 호텔에 티켓 수령차 들렀습니다.

안에는 벌써부터 예쁜 트리가 우뚝 서 있고, 울트라맨도 있더라고요.

나와보니 도쿄 돔 아니랄까봐, 자판기부터 요미우리 자이언츠입니다.





그리고 여기가 바로 도쿄 돔!

일본 야구의 심장입니다.

얼마 전 우리나라가 준우승을 차지한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도 바로 이곳에서 개최됐었죠.

하지만 야구 시즌도 다 끝난 겨울, 왜 도쿄 돔을 왔느냐...


그것은 바로 도쿄 돔 시티라는 놀이공원이 옆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쿄에는 요미우리 랜드나 후지큐 하이랜드, 디즈니랜드나 하나야시키 같은 놀이공원이 잔뜩 있지만, 여기만큼 도심 중심에 자리잡은 규모 있는 놀이공원이 또 없습니다.

중심 바큇살이 없는 관람차 빅-오와, 그 관람차를 뚫고 지나가는 롤러코스터 썬더돌핀이 이 놀이공원의 상징입니다.

이거 타려고 한국에서 이미 티켓도 끊어왔었습니다.

30,000원 정도 가격에 놀이기구 4번 탑승과 우주박물관 관람이 가능한 티켓이죠.





그런데 너무 일찍 왔어요...

놀이동산 개장이 10시부터인데, 아직 30분 정도 남은 시점에 도착해버렸거든요.

어쩔 수 없이 주변을 좀 돌아다녔습니다.

분수대도 보이고, 난데없이 카드캡처 사쿠라 전문점도 있고...

야구장답게, 야구 박물관이랑 야구 관련 메가스토어도 눈에 들어오더군요.





근데 이놈의 놀이공원이 10시를 넘겨서도 문을 안 열더라고요.

결국 지칠대로 지친 나머지, 먼저 문을 연 메가스토어랑 야구 박물관이나 먼저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메가스토어는 기본적으로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메인으로 삼고, 곁다리로 일본 야구 대표팀이나 여타 프로팀 물품을 판매하고 있더군요.

대만 출신으로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활약 중인 양다이강, 일본 발음으로 요 다이칸 선수의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는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본인 메이저리거 코너도 흥미롭더군요.

마에다 켄타, 다나카 마사히로, 다르빗슈 유 세 선수 모두 올해 만만치 않은 시즌을 보냈는데, 내년에는 더 좋은 모습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이어서 들어간 야구 박물관.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많은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본은 프로야구 역사가 길다보니 어르신들이 옛 추억을 돌아볼겸 많이 찾아오시는 것 같아요.

윗줄은 작년 오릭스 버팔로즈의 크리스 마레로가 기록한 일본 프로야구 통산 100,000번째 홈런볼과 배트, 일본시리즈 우승컵입니다.


각 구단별 유니폼과 선수 용품, 감독 메세지 등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 중 인상적이었던 것 두개가 아랫줄 물건들입니다.

닛폰햄 파이터즈 소속으로, 현재 일본 야구의 신성인 오타니 쇼헤이 선수의 글러브와 스파이크.

그리고 이승엽 선수의 기록을 깨고, 아시아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작성했던 야쿠르트 소속 블라디미르 발렌틴의 56호 홈런볼입니다.





일본 프로야구 전설들 속에서, 하리모토 이사오라는 이름으로 걸려 있는 장훈 선수를 발견했습니다.

재일 한국인에 대한 차별적 시선 속에서도, 끝까지 한국 국적을 유지하며 일본 프로야구에서 전설을 써 나갔던 위대한 선수죠.

오른쪽 위 사진 중, 두번째 배트가 바로 장훈 선수의 3,000 안타 기록 배트라고 합니다.


아래쪽 사진은 장훈 선수와도 절친했던 오 사다하루, 왕정치의 일본도입니다.

타격 연습을 위해 저 일본도로 볏짚을 베면서 훈련했다고 하는데, 지금 와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훈련법이죠.

그야말로 낭만과 전설의 시대였던 셈입니다.





야구 박물관에는 일본을 거쳐간 한국인 선수들의 물품도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타자의 경우 이종범, 이승엽, 이대호 세 선수의 배트가 있더라고요.

이종범 선수는 주니치 드래곤즈 시절, 이승엽 선수는 치바 롯데 마린즈 시절, 이대호 선수는 소프트뱅크 호크스 시절 배트입니다.





투수는 선동렬, 박찬호, 오승환 세 선수의 글러브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선동렬 선수는 주니치 드래곤즈 시절, 박찬호 선수는 오릭스 버팔로즈 시절, 오승환 선수는 한신 타이거즈 시절 글러브네요.

해외에서 한국 선수들 물건을 보니까 새삼 더 반가웠습니다.





일본 야구가 낳은 대스타, 스즈키 이치로 코너도 한켠에 따로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메이저리그 3,000 안타, 미일 통산 4,359 안타...

국적을 떠나, 그저 대단한 선수입니다.


그 너머에는 WBC 우승 기념 코너가.

일본은 초대 WBC와 2회 WBC를 연속 우승했죠.

우리나라도 충분히 우승할 기회가 여러번 있었기에 더욱 아쉬웠던 대회들입니다.

일본도 우승이 정말 기뻤던지, 당시 선발 멤버 유니폼, 트로피 뿐 아니라 우승하고 나서 뿌렸던 색종이까지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좀 샘나더라고요 ㅠㅠ





도쿄 돔은 우리나라 동대문 운동장처럼, 원래 그 자리에 있던 고라쿠엔 야구장을 밀어버리고 지은 구장입니다.

그래서 고라쿠엔 야구장에서 사용하던 물건들이 잔뜩 옮겨져서 전시 중이었어요.

일본 어르신분들은 이런 거 하나하나 보면서 추억에 젖으시더라고요.

지금 와서 봐도 불펜 투수를 실어나르던 카트는 참 귀엽고 센스 있는 디자인입니다.





일본 야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장훈 선수.

아래에 있는 배트 박스는, 실제로 스폰지 배트를 들고 프로 투수의 공을 쳐볼 수 있는 체험형 코너입니다.

저도 시도해서 안타를 하나 쳤어요!

유쾌한 코너였습니다.


일본 야구 박물관은 입장료 600엔을 받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공식 어플을 설치하면 100엔을 할인해주는 행사가 진행 중이라 저는 500엔만 냈고요.

야구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번쯤 방문할 법 하긴한데, 한국어 팜플렛이나 가이드가 없다는 점은 참고를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영어 소개문도 없기 때문에, 일본어 소개문을 어느 정도 이해하실 정도는 되어야 더 쉬운 관람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네요.





아무튼 이렇게 야구 박물관을 돌아보고 다시 놀이공원으로 갔는데...

아이고 맙소사.

바람이 너무 세게 부는 통에 썬더돌핀이 운행 중지 중이었습니다 ㅠㅠ

이거 하나 타려고 한국에서 왔는데!

억장이 무너지더라고요.


하지만 별 수 있겠어요, 날씨를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고.

대신 옆에 있는 관람차, 빅-오를 타기로 했습니다.

여기 관람차는 독특하게 안에 노래방 기기가 설치되어 있어서, 관람차를 타는 동안 노래를 부를 수가 있습니다.

한류 열풍 덕에 한국 가수가 부른 노래도 꽤 있으니, 찾아가시면 일본 하늘 위에서 한국 노래를 신나게 부르시는 것도 좋을 거 같네요.

저도 판타스틱 베이비랑 TT를 부르고 왔습니다 너무해 너무해.





빅-오는 80m 높이까지 올라갑니다.

도쿄돔을 내려다보는 경험은 아무데서나 할 수 있는게 아니죠!

혼자 타서 우울했지만, 날도 맑고 풍경은 참 좋았습니다 흑흑...





내린 뒤 지나가다 봤던 바이킹.

저는 바이킹은 별로 좋아하질 않아서 그냥 구경만 하고 지나갔습니다.

사실 이 놀이공원이 썬더돌핀 빼면 성인 남성이 혼자 탈 놀이기구가 마땅치가 않아요...

하지만 바람은 여전히 쌩쌩 불더라고요 ㅠㅠ





어쩔 수 없이 또 방황하다 발견한 점프샵.

일본 최고의 만화잡지 소년 점프 관련 상품을 파는 곳이었습니다.

루피랑 나루토를 만났긴 했는데, 딱히 제 취향에 맞는 물건은 없어서 구경만 하고 나왔습니다.

벽에는 만화가들 싸인이 쫙 걸려있더라고요.





하지만 바람은 멈추지가 않습니다...

바람아 멈추어다오 ㅠㅠ

방황하다 마주친 메이저리그 카페, 에비스, 슈퍼전대 포스터.



그리고 하도 심심해서 스카이 플라워라는 놀이기구를 하나 더 탔습니다.

이것도 바람이 세서 운행 중지였는데, 마침 근처에 가니까 딱 운행 시작하더라고요.

일종의 곤돌라인데,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가 뚝 떨어지는걸 2번 반복합니다.

60m 까지 올라가는데, 고라쿠엔 시절부터 있던 유서 깊은 놀이기구라고 하더라고요.

좀 춥긴 했지만 주변 풍경이 한눈에 들어와서 인상 깊었습니다.





어느덧 점심때.

점심은 회전초밥을 먹었습니다.

해선 미사키코라는 프랜차이즈 회전초밥집인데, 마침 놀이공원 바로 옆에 있더라고요.

이거저거 해서 9 접시 먹었는데, 맛있었습니다.

1,780엔 나왔던걸로 기억하네요.





밥을 먹고 나와도 바람이 멈추질 않더랍니다.

어쩔 수 없이 이번에는 티켓에 포함되어 있는 코스, 우주박물관 TenQ로 향했습니다.

입장하면 상영하는 영상이 있는데, 영상 시작 시간을 맞춰 들어가야 해서 잠시 대기했습니다.

우주박물관답게 기념품점에서는 우주식을 판매하고 있더군요.

일본인 우주인의 싸인이나 UFO 모양의 조명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기껏 들어간 우주 박물관은... 그저 그랬어요.

저는 일본어 안내문이라도 읽을 수 있지만, 아예 일본어를 모르신다면 진짜 별 거 없이 걷다가 나오실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저처럼 결합 티켓을 구매하셨다면 들릴만 하겠습니다만, 아니면 따로 가시는 건 별로 추천할 일이 못되는 거 같아요.

여기 단독 입장 티켓은 무려 1,800엔입니다.

우주를 정말 사랑하는 분이 아니라면, 단독 입장은 지양하고 다른 데 돈을 쓰시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싶네요.





우주박물관을 나섰는데 아직도 바람이... 응?

바람이 잦아든데다 갑자기 썬더돌핀이 시운전을 시작합니다!

신나서 달려가서 맨앞에 줄을 섰습니다.

시운전 결과에 따라 운행 시작 여부가 결정된다는 직원의 말을 믿고, 30여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운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날 9시 30분에 도쿄 돔에 도착했는데, 6시간 기다린 끝에 3시 30분에 마침내 맨처음으로 썬더돌핀에 탑승했습니다 흑흑.

썬더돌핀은 정말 끝내주는 롤러코스터였습니다.

360도 회전만 없을 뿐, 틸팅 노선에 급강하, 폭포수 커브에 놀이기구와 건물 관통까지 롤러코스터에 넣을 수 있는 재미는 다 우겨넣은 느낌이에요.

2번 탔는데, 지금도 또 타고 싶습니다.

롤러코스터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이거 하나를 위해서라도 도쿄 돔 한번 찾아가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썬더돌핀의 한을 풀었으니, 이제 마음 편히 다음 목적지로 이동합니다.

다음 목적지는 일본 축구 박물관!

그렇습니다, 저는 스포츠를 좋아합니다 히히.


가는 길은 20분 정도 걸린다고 나오는데, 언덕길을 끼고 있어서 실제로는 그보다 더 걸립니다.

도중에 지장보살님이 여섯분 계시더라고요.

아무튼 겨우겨우 도착한 일본 축구협회!

축구협회 건물 지하로 일본 축구 박물관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안에 들어서니 우선 일본 국가대표팀 선수들 기념품이 맞이하더라고요.

인터밀란에서 뛰는 나가토모 유토, 프랑크푸르트에서 뛰는 하세베 마코토의 A매치 100 경기 기념 유니폼.

그 아래에는 도르트문트에서 뛰는 카가와 신지의 축구화입니다.

일본은 프로리그가 3부까지 구축되어 있는데, 개중 이미 완전히 자리를 잡은 J1과 J2는 각 팀 유니폼과 마스코트, 구단 용품이 한자리에 전시되어 있더라고요.

국내 프로축구보다 짧은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자리잡은 걸 보면 참 부럽다는 생각 뿐입니다.





일본 축구 박물관 티켓은 재미있게도 뒷면이 2002 한일 월드컵 티켓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조별리그 일본과 러시아 경기 티켓인데, 일본에서도 2002 한일 월드컵을 소중한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작은 재미이지만 이런 것 하나하나가 참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입장료는 500엔이에요.





박물관 안에도 이것저것 구경할 게 많았습니다.

왼쪽 위에 있는 건 J리그 우승 트로피입니다.

우승컵 형태인 K리그와는 다르게 쉴드 형태인데 크기가 상당하더라고요.

그 옆에는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일본 선발 베스트 일레븐입니다.

저기 빈 자리에 직접 들어가 선수들과 어깨동무하고 파이팅을 다질 수 있도록 만들어뒀더라고요.


2002 한일 월드컵에 참가한 선수들의 축구용품도 전시 중이었습니다.

잉글랜드의 간판이었던 데이비드 베컴의 축구화, 그리고 이 대회 MVP를 수상했던 골키퍼 올리버 칸의 장갑.





4강 신화를 써내려간 전설의 유니폼을 일본 와서 보니까 감회가 새롭더군요.

한일 월드컵 우승팀 브라질, 1998년 처음 월드컵에 진출했던 일본 국가대표팀 유니폼도 있었습니다.

오른쪽 아래는 일본 국가대표팀이 각급 대회에서 수상한 페어플레이 트로피래요.





축구 박물관이니만큼 일본 국가대표팀이 따온 트로피도 잔뜩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개중 윗줄 두개가 참 묵직한 대회들인데, 왼쪽은 2011년 여자 월드컵 우승, 오른쪽은 2014년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 우승 트로피입니다.

우리나라도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은 2010년 우승한 적이 있지만, 아직 성인 대표팀에서는 그만한 성적이 나오지 못하고 있어 아쉽네요.

언젠가 성인 대표팀에서도 월드컵 제패를 꿈꿔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원합니다.


아랫줄 왼쪽은 아시안컵, 오른쪽은 곧 개최를 앞둔 동아시안컵입니다.

우리나라는 지난번 대회에서 아쉽게 준우승에 머무르며 아시안컵 우승을 또 미루게 되었는데, 2000년대 들어 꾸준히 성적을 내온 일본이 참 부럽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아시안컵을 우승해야 컨페드레이션즈 컵도 나가보고 그럴텐데 ㅠㅠ

다음달 동아시안컵에서는 대표팀이 간만에 우승컵 드는 모습이 보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축구 박물관 로비에 전시되어 있던 일본 대표 선수들의 발자국입니다.

왼쪽 위는 미우라 카즈요시, 오른쪽 위는 나카무라 슌스케, 왼쪽 아래는 엔도 야스히토, 오른쪽 아래는 다카하라 나오히로.

90년대와 2000년대에 걸쳐 일본 대표팀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던 이름들인데, 모두 아직도 현역으로 뛰고 있더라고요.

개중 마흔 넘은 나이에도 축구 선수로 뛰고 있는 미우라 카즈요시는 참 대단하다는 생각 뿐입니다.





이렇게 축구 박물관 감상이 끝났으니 이제 또 이동할 때가 됐습니다.

롯폰기 힐즈로 갈 생각이었는데, 근처 지하철이 롯폰기로 바로 가는게 없어서 결국 노기자카역까지 간 다음 걸어서 이동하기로 합니다.

근데 노기자카는 이름에 고개라는 뜻의 사카(坂)가 들어가는만큼 경사가 좀 있더라고요...

차라리 환승을 해서라도 롯폰기로 바로 갔어야 했습니다 ㅠㅠ


가는 길에 자판기를 봤는데, 자판기 한정으로 팔리는 메론소다가 무과즙이더라고요.

우리나라는 해당 재료가 들어가지 않으면 상품명에 표기를 못하는데, 일본은 또 다른 모양입니다.

결국 수상한 무과즙 메론소다는 거르고 탄산수를 마셨는데, 탄산이 어마어마하게 세더라고요.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른쪽 아래는 노기자카역에 내려서 걸어가다 마주친 국립신미술관.

여기서 신카이 마코토 감독 특별전을 하고 있어서 가보고 싶었는데, 아무리 스케쥴을 짜봐도 시간이 안 맞더라고요.

화요일날 쉬고 10시부터 6시까지만 운영하는, 여행객 입장에서는 정말 아쉬운 시간대의 전시였습니다 ㅠㅠ





또 20분 가량 걸어서 겨우 도착한 롯폰기 힐즈.

롯폰기는 긴자와 더불어 도쿄의 대표적인 부촌 중 하나인데, 그 중심에 있는 롯폰기 힐즈는 문화예술과 온갖 비싼 가게들이 모여있는 복합단지입니다.

중심에 우뚝 서 있는 모리 빌딩에는 미술관과 전망대가 유명한데, 저는 이번에 그걸 보러 온 게 아니라 밑에서 사진만 한장.

저 멀리 도쿄 타워가 빛납니다.


왼쪽 아래에 있는 거미는 마망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롯폰기 힐즈의 랜드마크입니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거미를 밀어주더라고요.

저거 밑에 들어가보면 안에 알까지 배고 있어서 더 징그러워요.





천천히 걸어내려오면 TV 아사히가 보입니다.

계획에는 없지만 또 안 들어가 볼 수가 없죠.

60년 역사의 방송국으로, 특히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강세를 보이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장 먼저 맞이해주는 건 TV 아사히의 마스코트, 고엑스팬더, 그리고 밝게 빛나는 거대한 트리.


아래쪽에 있는 건 배우 쿠로야나기 테츠코가 40년 넘게 진행 중인 전설적인 토크쇼, "테츠코의 방" 스튜디오를 재현한 것입니다.

쿠로야나기 테츠코 옆에 있는 버튼들을 누르면 육성이 흘러나오더라고요.

쿠로야나기 테츠코는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창가의 토토" 를 쓴 바로 그 분입니다.

책은 유명한데 정작 일본에서 유명한 배우라는 사실은 그리 알려져 있지가 않더라고요.





TV 아사히의 간판 애니메이션 쌍두마차, 짱구와 도라에몽.

두 작품 모두 작가 사후에도 애니메이션이 이어지며,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사실 롯폰기 힐즈에 왜 왔느냐 하면, 바로 이걸 보러 왔던 겁니다.

매년 삼성 갤럭시에서 주최하는 일루미네이션 행사가 있거든요.

도쿄타워와 롯폰기 힐즈 사이, 케야키자카를 전부 빛으로 물들이는 "롯폰기 힐즈 케야키자카 일루미네이션" 입니다.

길 전체가 빛으로 확 물들어 있는데, 정말 아름답더라고요.

하루 종일 걸어서 지친 와중에도, 저 거리를 걸어 올라갈 때는 참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하얀 불빛이 빨갛게 변하는 것까지 구경한 뒤, 모리빌딩을 통해 롯폰기 힐즈를 빠져나옵니다.

롯폰기 힐즈는 워낙 비싼 가게들 밖에 없어서, 저처럼 가난한 여행자는 뭘 사먹을 수가 없어요.

결국 나와서 한참을 방황하다가, 우리나라에서 소문이 자자한 라멘 프랜차이즈, 이치란 라멘에 들어갔습니다.


이치란 라멘은 중앙에 뿌려져 있는 저 매운 소스로 유명한데, 확실히 저 소스 덕분에 돈코츠 라멘 특유의 느끼한 맛이 좀 잡히는 느낌이더군요.

다른 라멘 프랜차이즈보다 한국 사람들에게 더 인기가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맛있게 먹었어요.





소화도 시킬겸, 천천히 롯폰기를 걸어다니다 서점이 보이길래 쓱 들어가봤습니다.

일본어를 할 줄 알고 책도 좋아하니 서점은 보이면 들어가보고 싶더라고요.

괴담 번역을 취미로 하고 있다보니 괴담 관련 서적부터 뒤적거려 보고, 잡지나 문고본도 천천히 돌아봤습니다.

개중 특이한 게 바로 저 노기자카 46 문고였어요.

노기자카 46은 일본 아이돌 그룹인데, 롯폰기 근처 노기자카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올해 들어 코단샤 문고와 제휴를 맺어, 책 표지를 아이돌 멤버들이 장식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같은 동네 아이돌이라고 롯폰기 쪽 서점에서 코너를 크게 내준 걸 보니 뭔가 유쾌한 마음에 사진도 찍어왔습니다.





롯폰기역에서 숙소까지는 또 지하철 한방에 가더랍니다.

이번 여행은 참 숙소가 교통이 편리해서 좋았어요.

오는 길에 패밀리마트에 들려서 야식을 사왔습니다.

겨울 한정으로 나온 귤맛 호로요이랑 우유 푸딩, 그리고 슈크림!

맛있게 또 잘 먹고, 사흘째 여행을 위해 지친 몸을 침대에 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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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도쿄 여행 4박 5일 - 1일차

잡동사니 2017. 11. 2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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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0일부터 24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일본 도쿄에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혼자서는 처음 가는 해외 여행이라 긴장을 많이 했는데, 정작 가보니까 별 문제 없이 계획대로 잘 돌아보고 온 것 같네요.

일정도 어디 갈까 고민하면서 이거저거 넣고 빼고했었는데, 그럭저럭 일정 세웠던대로 잘 돌아다닌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일본어를 할 줄 아는게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첫날, 공항 리무진을 타고 인천공항으로 이동했습니다.

비행기가 8시 10분 출발이라, 4시 40분 첫차를 타고 이동하면 넉넉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7시쯤 도착했는데 그날 따라 출국심사 줄이 끝도 없이 서 있더라고요.

조금만 늦게 왔어도 비행기 못 탈 뻔 했습니다.





아무튼 사전에 대여 신청해놨던 포켓 와이파이도 수령하고, 무사히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일본까지 가는 길은 반쯤 졸면서 갔던 거 같네요.





나리타 공항에 착륙하니 공항 절대 반대라는 플래카드가 보이더라고요.

사진 상으로는 잘 안 보입니다만.

나리타 공항 건설 과정에서 원주민들이 보상 문제 등으로 인해 엄청 싸웠다는데, 아직도 그 흔적이 남아 있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제주항공을 타고 가서 3 터미널에 내렸는데, 이동 수단은 죄다 2 터미널에 있습니다.

3 터미널이 저가 항공사 전담 터미널인데, 우리나라 항공사 중에는 제주항공만 그쪽으로 배정이 됐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공항 내 셔틀 버스를 타고 2 터미널로 이동한 뒤, 교통카드를 사고 지하철에 탑승했습니다.

대개의 경우 스카이라이너나 스카이엑세스 같은 전용 철도를 타는데, 저는 마침 지하철 타고 가면 숙소 근처 역이 나오더라고요.


아무튼 도착한 숙소.

IRORI라고 써 있는 저 곳입니다.

호스텔인데, 기숙사처럼 2층 침대로 배정됩니다.

게스트 하우스 같은 곳이랑은 달리 다들 잠만 자고 나오는 스타일이라 조용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잘 맞았습니다.

체크인은 4시 이후라서 일단 짐만 맡겨놓고 나왔습니다.

니혼바시 근처라서 아사쿠사, 아키하바라는 걸어서 갈 수 있을 정도 거리라 참 좋았어요.





아사쿠사 가는 길의 풍경들입니다.

이상하게 우리나라 옛날 문방구 마냥, 오래된 장난감 파는 가게들이 많더라고요.

저런 가게가 한 5곳 정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은 반다이 제 2 빌딩입니다.

원래 이 쪽이 반다이의 발상지라, 옛 본사랑 2 빌딩까지 여기에 모여 있더라고요.

지금은 시나가와 거쳐서 롯폰기 쪽으로 옮겨 갔습니다만.





한 30분 정도 걸어가는 사이, 이런저런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신사 옆에서 전통 혼례 사진을 찍고 있는 커플이 인상 깊었네요.

강 건너 보이는 스카이트리.

옆에 있는 아사히 맥주 본사는 공사 중인지, 유명한 황금 거품 조형은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열심히 걸어서 도착한 곳은 점심을 먹으러 온 우나테츠라는 장어 덮밥 전문점.





돈이 없는 관계로 런치 메뉴 중에서도 가장 저렴한 우나동을 시켰습니다 흑흑.

장어 0.5마리지만 1,890엔이라는 만만치 않은 가격이에요.

하지만 장어는 장어니만큼 맛있었습니다.

여러분이 보시면서 기대하는만큼의 딱 그 맛이에요!

나오니까 슬슬 바람이 불기에 자판기에서 따뜻한 코코아를 하나.

자판기 대국이라는 별명만큼 정말 자판기가 아무데나 있었습니다 도쿄...





이제 메인 관광지인 아사쿠사로 또 걸어갑니다.

중간에 길을 헷갈려서 할아버지한테 여쭤봤더니 이거저거 지도 팜플렛까지 안겨주시면서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 주시더라고요.

근데 카미나리몬 쪽이 아니라 센소지 바로 앞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그 탓에 카미나리몬 사진 찍는 걸 깜빡했어요 흑흑.

아무튼 탁발승을 지나쳐 이천문으로!


센소지는 절입니다만, 그 옆에 센소지 신사도 따로 붙어 있습니다.

규모가 작아서 저도 슬쩍 구경만 하고 지나왔지만요.

아사쿠사의 상징과도 같은 절입니다만,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봉은사처럼 도심 한가운데에 있어서 유명한 절일 뿐입니다.

일본 전통 느낌을 받고 싶어도 관동대지진과 도쿄대공습 거치면서 폭삭 무너진 걸 다시 지은 것 뿐이라 그리 큰 감명 받기는 힘들더라고요.

아예 문화권이 다른 서양 사람들이라면 다른 느낌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정작 불상은 절 밖에 더 많드라고요.





아무튼간에 온 만큼 여기저기 구경은 열심히 했습니다.

저 커다란 짚신은 야마가타현에서 꼬아서 공물로 바친 거라고 하더라고요.

향 피우는 곳에서는 피운 향의 연기를 맞으면 무병장수한다는 전설이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바글바글했습니다.

여기저기 기모노 입고 다니는 분들이 계셨는데, 대부분 중국인 관광객들이더라고요.

우리나라도 광화문 가면 한복 빌려입고 경복궁 가는 관광 코스가 있듯, 여기도 비슷하겠지요.





센소지 앞으로 쫙 펼쳐져 있는 나카미세도리가 참 유명합니다만, 거기 말고 옆쪽으로도 상업 지구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주변을 돌아다니다 닌자랑 부엉이를 만났어요.

지금 와서 보니까 부엉이 카페에는 부엉이 말고도 다른 동물들도 많나 보네요.

닌자 옷 입으신 분은 외국인 상대로 닌자 코스프레 세트를 판매하는 직원인데, 사진 찍으려니까 포즈를 잡아주셔서 참 감사했습니다.

닌자 코스프레 세트는 어마어마하게 비싸드라고요...


쇼와 20년, 그러니까 1945년부터 장사를 해왔다는 카게츠도, 화월당이라는 빵집에서 메론빵을 샀습니다.

200엔이었는데,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갓 구운 빵이라 참 맛있었어요.

메론빵은 생긴게 메론처럼 겉이 갈라진 모습이라 메론빵이고, 실제 메론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합니다.

간식도 먹었으니 다음 행선지는 스카이트리!





센소지에서 스카이트리까지는 걸어서 20분 정도가 걸립니다.

비싼 교통비를 아끼려면 가난한 여행자는 열심히 걸어야죠.

스미다 강을 건너는데,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더랍니다.

고작 오후 3시 15분인데.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남쪽이라 그런지, 훨씬 따뜻한 대신 해가 진짜 빨리 지더라고요.

스카이트리 근처로 다가가니 마리오가 보이길래 부탁해서 사진 한장 찰칵.


스카이트리는 높았습니다.

전망대는 올라가지 않았기에 밑에서만 봤지만요.

2012년 완공 이래 현재까지도 도쿄 최고 높이의 건물로 자리잡고 있는, 634m의 초고층 건물입니다.

내부 기념품점에서 흥미로웠던 건 사진에 나와있는 이름 스탬프였어요.

흔한 이름들을 히라가나로 적어서 스탬프를 만들어 팔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여길 왜 찾아갔느냐 하면 포켓몬 센터 때문입니다.

스카이트리 지점은 가장 높은 곳이라는 점에 착안해, 천공의 지배자 레쿠쟈가 이미지 캐릭터더군요.

점내에도 그냥 레쿠쟈와 메가 레쿠쟈 조형물이 모두 있습니다.

시리즈 최신작 울트라썬/울트라문 출시 직후라서 관련 상품들이 열심히 팔리고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노린 인형들과 모바일게임 튀어올라라! 잉어킹 관련 상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물건들이라 참 여러모로 탐이 나더라고요 ㅠㅠ

특히 봉제인형들은 상대적으로 마이너하다고 느껴지는 포켓몬들도 잔뜩 만들어놔서 그저 부러웠습니다.

아케이드로 돌아가는 폿권, 나아아아아아시 몬코레...

1997년부터 연재되고 있는 만화 포켓몬스터 스페셜도 20주년을 맞이했더군요.





3DS용 게임 소프트들과 포켓몬 GO 배지, 꼬리선 인형과 따라큐 인형...

따라큐는 7세대 간판이자 최고 인기 포켓몬답게, 혼자 특별한 색 인형도 따로 만들어놓은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정작 제가 산 거는 나노블록이랑 나노비즈 뿐이지만요 ㅠㅠ

방문 기간에는 울트라썬/울트라문 대상으로 인-게임 아이템 배포도 시행 중이었는데, 다행히 로컬 배포라서 한국어판 3DS로도 받을 수가 있었습니다.

뭔가 득 본 기분이더라고요.





다시 나와서 스카이트리를 다시 한번 올려다봅니다.

아래에는 노점들이 열려 있는데,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고 있더라고요.

일본 사람들은 축제나 예쁜 걸 참 좋아하는 거 같더라고요.

크리스마스가 공휴일도 아니고, 기독교 인구가 많은 나라도 아닌데 가는 곳마다 트리가 보이는 게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아기 예수님을 일본에서 볼 줄이야.





아무튼 해도 졌겠다, 또 예쁜 걸 보러 이동했습니다.

신주쿠 근처 상점가인 테라스 시티에서 일루미네이션을 개최하고 있었거든요.

여기저기 보랏빛으로 물들어서 거리가 참 예뻤습니다.

일본 가서 참 인상 깊은 것 중 하나였습니다.

일본은 일루미네이션 행사가 여기저기서, 큰 규모로 열리고 있더라고요.





이제 저녁을 먹어야겠죠.

신주쿠 여기저기를 돌아다녀봅니다.

가수 생활 25주년을 맞아 은퇴를 선언한 아무로 나미에 광고판도 보이고, 스페이스 인베이더를 그려놓은 타이토 오락실도 보이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밥집이 보이길래 그냥 들어갔어요.

주문은 돼지고기 생강구이 정식.

밥은 오오모리 공짜로 된다길래 덥썩 주문했더니 고기에 비해 밥이 너무 많았습니다...

레몬사와도 한잔 시켜서 와구와구 집어먹었습니다.





먹고 또 소화도 시킬겸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합니다.

일본에서 롯데리아 보니까 묘하게 반갑더라고요.

물론 들어가지는 않았습니다만.

신주쿠역 동쪽 출구에서 서쪽 출구로 넘어간 뒤, 다음 행선지는 도쿄도청.





왜 도쿄까지 와서 난데없이 도청을 찾아가느냐, 그것은 도청이 어마어마하게 크기 때문입니다.

1980년대 일본 거품 경제에서 착공한 탓에, 무려 243m라는 높이의 건물이거든요.

워낙 높다보니 전망대로 기능하는데, 일반 입장이 무료라는 게 포인트입니다.

다만 워낙 일본에 전망대로 유명한 곳이 많다보니까 여길 찾아오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덕분에 참 편하게 야경을 봤습니다.





온 김에 스탬프도 쾅!

개인적으로 이런 스탬프 찍는 걸 좋아해서, 이번에는 아예 스탬프를 찍어갈 노트를 한 권 들고 왔습니다.





이제 굵직하게 돌아볼 곳은 다 돌아봤으니, 천천히 신주쿠에서 돌아다녔습니다.

커다란 북오프가 있길래 잠깐 들어가봤죠.

북오프는 중고 서점으로 시작한 체인점인데, 지금은 음반, 게임, 취미용품 등으로 발을 넓힌 프랜차이즈입니다.

아예 취미 용품만 다루는 하비 오프, 가전제품 전문 매장 하드 오프 등으로 분화된 매장이 따로 있을 정도죠.

우리나라에도 잠깐 들어왔습니다만, 매입가도 약한데다 알라딘 중고서점에 밀려버렸고, 가게 들어가면 "이랏샤이마세" 하고 일본어로 인사하는 게 오그라들던 탓에 망했습니다.

원서 살 때 신촌점이 참 좋았는데 흑흑...


아무튼간에 책을 좀 살펴보기는 했는데, 본토라서 그런지 상태 좋은 책들은 상당히 비싸더라고요.

세로쓰기 문고본을 300엔 이상 주고 사기에는 제가 너무 거지라서 과감히 구경만 했습니다.

윗층에는 게임이나 취미용품 판매도 하고 있었는데, 제가 산거는 왼쪽 상단의 아이돌마스터 히비키 피규어 하나였습니다.

중고라는 점을 감안하면 피규어나 음반 같은 거는 건질만한 게 꽤 있는 편이더라고요 그래도.

돈이 많고 취미가 있더라면 꽤 샀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둘 다 아니라서...





신주쿠역 주변을 잠시 돌아보는 것으로 이날 일정은 마무리했습니다.

유명한 쇼핑몰 돈키호테도 들어가보고, 가부키쵸도 앞에만 슬쩍 돌아보고.

가부키쵸의 경우 일본에서도 손에 꼽히는 환락가입니다.

파칭코, 술집, 풍속점 등 온갖 밤놀이로 유명한 곳이죠.

용과 같이나 사채꾼 우시지마 같은 매체에서도 자주 배경으로 등장하니 익숙한 분도 있으실 거 같네요.





신주쿠에서 숙소까지는 환승 없이 지하철 한번에 가서 참 좋았어요.

오다가 세븐 일레븐에서 사 온 돈베 키츠네 우동이랑 슈크림을 야식으로 먹었습니다.


키츠네 우동은 요시오카 리호랑 호시노 겐이 출연한 CF로 유명한데, 맛도 있더라고요.

우리나라 튀김우동 같은 느낌인데, 위에 올려진 유부가 국물을 머금어서 푹신푹신하고 정말 맛있었습니다.

슈크림도 생크림이랑 커스타드 크림이 반반 들어가 있는데 만족스러웠어요.





지금 와서 3DS 발자취 수첩을 켜봤는데, 이날 23,617 걸음을 걸었네요...

여행 내내 이렇게 무식하게 걸어다녔습니다 흑흑.

여행기는 2일차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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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나라 간 얽히고 얽힌 수많은 관계 중에서도, 한국과 북한, 그리고 일본 3국의 관계는 정말 복잡하기 그지 없습니다. 

일제강점기와 남북분단이라는 현대사의 큰 곡절을 넘어오면서, 이 세 나라는 서로 적대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알음알음 협력하는 관계를 이어왔죠. 

그런데 이런 세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사랑 받고, 또 금지되었던 노래가 있습니다. 

바로 임진강이라는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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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히 아시겠지만 임진강은 황해도와 경기도를 가로지르는, 남북의 자연경계선 중 하나입니다.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남과 북이 갈려져 있는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입니다. 

경기도 출신의 월북시인 박세영은 이런 임진강을 주제로 한편의 시를 쓰게 됩니다. 

1950년대 쓰여진 이 시는, 북쪽에서 임진강 너머 남한을 보며 고향을 그리워하는 애달픈 마음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후 1957년, 고종한이 작곡을 해 노래가 만들어지면서 북한 사회에서 큰 히트곡이 됩니다.





림진강 맑은 물은 흘러흘러 내리고 
뭇 새들 자유로이 넘나들며 날건만
내 고향 남쪽땅 가곺아도 못 가니 
림진강 흐름아 원한 싣고 흐르느냐

강 건너 갈밭에선 갈새만 슬피 울고
메마른 들판에선 풀뿌리를 캐건만 
협동벌 이삭 바다 물결 우에 춤추니
림진강 흐름을 가르지는 못하리라

내 고향 남쪽땅 가곺아도 못가니
림진강 흐름아 원한 싣고 흐르느냐



허나 이 시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는데, 시를 쓴 작가 박세영이 공산주의 찬양에 앞장서던 인물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박세영은 일제 강점기 시절 KAPF 소속으로 활동하며 수많은 공산주의 관련 시를 써냈던 인물입니다. 

해방 후에는 월북해서 북한 문단의 거물로 자리잡았고, 현재까지도 국가로 사용되고 있는 북한판 애국가의 작사 또한 맡았습니다. 

그 공으로 북한 공훈예술가의 자리에도 올랐죠. 



이런 그의 사상적 기반은 임진강의 2연에도 드러납니다. 

북쪽에서 남쪽을 보는데, 들판이 메말라 풀뿌리나 캐먹고 있습니다. 

북쪽은 협동벌에 이삭이 가득해 바다물결 춤추듯 하는데 말이죠. 

이는 당시 천리마 운동으로 한참 북한이 남한보다 잘 나갈 무렵이라는 걸 돌려 표현한 셈입니다. 



그리하여 이 체제 찬양적인 노래가 북한에서 히트를 친 건 좋은데... 

정작 시대가 변하면서 북한 정권에서는 이 노래를 금지곡으로 처리하게 됩니다. 

남한에 두고온 고향을 그리워한다는 감상적인 내용이, 체제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뜻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음에 따라서였죠. 

결국 북한에서는 60년대 후반부터 이 노래를 들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노래가 어떻게 일본, 그리고 한국으로 전래되게 되었을까요? 

일본에서 처음 임진강 노래를 취입한 그룹은 포크 그룹 더 포크 크루세이더즈입니다. 

1960년대를 풍미한 포크송 그룹으로, 긴 휴지기가 있었지만 현재도 활동 중인 전설적인 그룹이죠. 

당시 이들에게 가사를 써주던 작사가 마츠야마 타케시가 이 노래를 추천해주고 일본어로 가사를 번안해주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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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야마 타케시는 교토 출신인데, 당시 교토에서는 일본인과 재일 한국인 간의 사이가 극단적으로 나빴다고 합니다. 


고등학생 사이에도 패싸움이 줄을 이었다고 하고요. 


그래서 1961년, 당시 고등학생이던 마츠야마 타케시는 이런 갈등을 스포츠로 해결하고자, 조총련계 학교와의 축구 친선전을 학교에 제의했다고 합니다. 


친선전은 성황리에 치뤄졌는데, 당시 이 경기에서 조총련계 학생들이 응원가로 불렀던 노래가 바로 임진강이었습니다. 


이 노래를 감명깊게 들은 마츠야마 타케시는 오랫동안 그 곡조를 기억하고 있다가 더 포크 크루세이더즈에게 전해주게 된 것이죠.




 



임진강은 더 포크 크루세이더즈의 두번째 싱글로 1968년 2월 21일 발매됩니다. 


하지만 공연에서 워낙 호평을 받았던 곡임에도, 임진강 싱글은 곧 판매중지 조치를 받게됩니다. 


조총련 측에서 원곡이 북한 노래임을 알리고, 작사자와 작곡가를 명확히 할 것, 그리고 원곡의 번역을 그대로 살릴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츠야마 타케시는 가사를 번역하면서 2연의 정치적 내용을 들어내고, 그 부분에 민족의 아픔을 담아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조총련 측의 항의로 인해, 북한 체제의 찬양적 내용이 있다는 게 드러나자 결국 정치적 이유로 이 곡은 일본에서도 금지곡이 됩니다. 


막 한일협정으로 국교를 정상화한 터였기에, 북한 노래가 널리 불리는 것을 한국 정부에서 원치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이후 더 포크 크루세이더즈는 임진강의 멜로디를 역재생해서 너무 슬퍼 참을 수 없다라는 곡을 싱글로 내기도 했습니다. 


일본 학생운동에서도 자주 부르던 노래였지만, 학생운동 바람이 잦아들면서 임진강 또한 잊혀져 갔죠. 


이 노래가 다시 빛을 볼 수 있었던 것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진 이후에서였습니다. 


2002년 재발매 된 더 포크 크루세이더즈의 임진강 싱글은, 2002년 오리콘 순위에서 연간 14위를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국내에 이 노래가 알려지게 된 것은, 또 한참 후의 일입니다. 


군사정권 내내 북한 체제 찬양을 이유로 들을 수가 없었거든요. 


제대로 임진강이라는 노래가 알려지게 된 것은, 90년대 들어서 일본에서 큰 인기를 몰았던 김연자 덕분이었습니다. 


김연자는 이 노래를 2001년 홍백가합전에서도 부르며, 오랫동안 잊혀져 있던 노래를 발굴해내는 데 큰 역할을 했죠. 


김연자 버전은 더 포크 크루세이더즈와 다르게, 남북분단 현실을 직접 이해하고 있기 때문인지 더 절절하게 가사를 번안하기도 했고요.




 



더불어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이 노래는 2004년작 영화 パッチギ!(박치기!)의 OST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영화의 원작은 더 포크 크루세이더즈판 임진강의 작사가, 마츠야마 타케시가 쓴 소년 M의 임진강(少年Mのイムジン河) 이라는 작품입니다. 


60년대 재일 한국인의 삶을 담아낸 영화 안에서, 임진강은 그 애환을 그대로 드러내는 매개체로 나타납니다. 


한일 양국에서 다시 한번 이 노래가 조명받는 계기가 되기도 했죠.



 



오랜 세월 한국, 북한, 일본 세 나라에서 참 고초도 많았고 사랑도 받았던 노래입니다만, 고향을 그리워하는 그 마음은 모두가 하나였을 겁니다. 


남에서는 북을, 북에서는 남을, 일본에서는 이제 다시 돌아가지 못하게 된 고국을. 


그 시절 사람들의 마음이 담긴 노래라고 생각하면, 들을 때마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리곤 합니다. 


음악으로나마 그 마음들이 하나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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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공명을 찾아서 - 용산구 보광사

잡동사니 2017. 1. 1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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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용산구로 이사를 왔습니다.


살다보니 느끼게 되는게, 이상하게 이 동네에는 점집이 많더라고요.


집 근방 5km 안에 정말 점집만 30개는 넘게 있는 거 같습니다.


가끔 한강에 나가서 걷다보면, 한남동 쪽에 있는 신목 앞에서 굿판이 벌어지고 있을 때도 있고요.




알아보니 한강 근처기 때문에 예로부터 교역이 많아서 온갖 신을 모시는 믿음이 생겼다고 합니다.


용산구청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문화재로 등록된 무속 관련 시설과 거기서 모시는 신만 해도 한가득이더라고요.


조선 태조 이성계, 임경업, 김유신, 남이, 단군왕검, 그리고 수많은 동네 부군님들...


지금은 동작구로 옮겼지만, 관우를 모시던 남관왕묘도 원래 용산에 있었고요.





그 많고 많은 신당 중, 집 근처 보광동에 흥미로운 곳이 있더라고요.


바로 촉의 승상이었던 제갈공명을 모시는 보광사였습니다.


사실 관우 신앙이야 워낙에 유명할 뿐 아니라, 당장 동관왕묘가 떡하니 서울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으니 누구나 알고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제갈량을 신으로 모시는 곳은 그리 많이 보질 못했습니다.


저도 여기말고는 남산 자락에 있는 목멱산 와룡묘 밖에 못 본 거 같아요.


사당이 있다는 건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오늘에야 발걸음을 옮겨봤습니다.





전화로 먼저 연락을 드리고 찾아갔는데, 흔쾌히 와도 된다고 말씀해주시고 반갑게 맞아주셔서 참 감사했습니다.


주한 브루나이 대사관저 맞은편으로 언덕길을 조금 올라가니 금세 나오더라고요.


큰 규모는 아니고, 한칸짜리 사당이 있는 게 전부입니다.


무후묘라는 간판이 있어 바로 알아볼 수 있더라고요.




중앙에는 제갈공명 존영이 모셔져 있고, 양옆에도 둘씩 다른 신들이 모셔져 있었습니다.


좌측 신들은 동네 부군인 거 같은데, 우측 신은 장수 생김새에 무기를 들고 있는 걸 보면 역시 삼국지에 관련된 이들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뒤에서 빛이 비쳐서 제대로 된 제갈공명 사진을 찍지 못한게 못내 아쉽습니다.


향 한개피 피워 올리고, 올 한해 건강하고 무탈하게 보낼 수 있기를, 그리고 지력 100 중 얼마만이라도 좀 나누어주십사 간절히 빌고 왔습니다 ㅠ.ㅠ





개인적으로 삼국지도 좋아하고, 무속 신앙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보니 찾아가보게 됐는데, 상당히 독특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다음번에는 역시 보광동에 있는 김유신 사당이나 이성계를 모신다는 서빙고 부군당에 한번 찾아볼까 싶네요.


혹시나 제갈공명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존경하시는 분이라면 남산 와룡묘와 더불어 한번쯤은 찾아가 보셔도 좋을 거 같습니다.


승상님의 기운을 받았으니 이제 저도 조금은 똑똑해졌으면 좋겠네요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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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

굳이 설명이 필요없을 위대한 이야기꾼이자, 이름 그대로 영미 대중소설계의 왕이라 칭해도 부족함이 없을 작가입니다.

수많은 명작을 써냈고, 그 중 상당수가 영상화 되어 또다른 전설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국내에도 수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최고 작가 중 한 명이죠.

태어나서 지금까지 메인주에서만 살고 있는 메인주 토박이이기도 하구요.



스티븐 킹의 소설은 대부분 2003년 이후 황금가지가 그의 작품들을 정식으로 소개한 이후부터 국내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도 국내에 소개됐던 스티븐 킹 작품은 당연히 있었죠.

그리고 그 작품 중 상당수는 지금 와서는 구할래야 구할 방법이 없습니다.

해적판으로 출간된 작품도 꽤 있고, 출판사가 망했거나 책이 절판된 경우도 있거든요.



그래서 더는 구할 수 없지만 꼭 다시 출판되었으면 하는 스티븐 킹 작품 5개를 골라보기로 했습니다.

황금가지님 제발 이 책들 좀 다시 내주세요!






1. 쿠조(Cujo)

쿠조는 1981년에 발간된 스티븐 킹의 초기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토끼를 쫓아가던 순한 세인트버나드 멍멍이 쿠조가, 동굴에서 박쥐에게 물린 후 악마 들린 개가 된다는 내용의 소설입니다.

이렇게만 써 놓으면 황당하기 그지 없는 설정 같지만, 스티븐 킹은 이 작품에서 선한 본성을 가지고 있던 개 쿠조가 타락해가는 과정을 소름끼치는 묘사로 나타냅니다.

"내 안에 무언가 악한 것이 느껴져!" 라는 감정을 독자가 공유하게 할 뿐 아니라, 서서히 변해가는 쿠조의 모습을 보며 겁에 질리게 만들죠.

이후 스티븐 킹 작품에서 허구한날 배경이 되는 저주받은 동네, 메인주 캐슬록이 작품의 무대가 됩니다.



사실 이 작품은 설정이 너무 황당하다거나, 구성이 단순하다는 이유로 독자에 따라 평가가 갈리는 편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작품 자체의 속도감과 위압감이 너무나도 강렬할 뿐 아니라, 가장 믿을 수 있는 존재였던 우리집 강아지가 미쳐 날뛰는 모습을 보며 느끼게 되는 공포는 정말 어마어마한 수준입니다.




쿠조의 경우 지난 1992년, 두 출판사를 통해 국내에 소개된 바 있습니다.

밝은세상에서 '쿠조'라는 제목으로, 홍원출판사에서 '공중그네'라는 제목으로 발간된 바 있죠.

개중 홍원출판사 쪽은 확실한 해적판으로, 심지어 스티븐 킹을 프랑스 출신 작가로 소개하는 무리수까지 저질렀습니다.




1983년에는 루이스 티그 감독, 디 월리스 주연으로 영화화되기도 했습니다.

사실 사람보다는 주연 견공의 연기가 더 출중하다고 칭찬이 자자하더군요 -.-;






2. 토미노커(The Tommyknockers)

1987년작인 토미노커는, 스티븐 킹의 장편 소설 중 드물게 SF 장르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우연히 땅에서 발견한 우주선 조각을 파내는 것을 시작으로, 점차 그 우주선의 힘 때문에 개판이 되어가는 마을 이야기를 다루고 있죠.

스티븐 킹의 말에 따르면 러브크래프트의 '우주에서 온 색채'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하네요.

이 작가양반은 자기가 사는 동네에 원한이라도 있는지, 이 작품 역시 메인주 헤이븐이라는 가상의 마을을 기반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스티븐 킹이 코카인 중독 때문에 힘들어하던 시기 쓴 작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 본인은 "끔찍한 소설" 이라고 평가하기도 했고, 자신이 뭘 썼는지 기억도 잘 안 난다고 언급하기도 했죠.

더불어 무력한 주인공들과 질질 끄는 서술 등의 이유로 팬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지만...

우주선의 힘 때문에 일어나는 온갖 이상한 일들과, 마굴로 변해가는 헤이븐의 모습은 충분히 소름끼칩니다.

보기 힘든 스티븐 킹의 SF 소설이라는 가치도 있구요.




토미노커는 1994년, 교원문고를 통해 총 3권짜리 책으로 국내에 출간되었었습니다.

지금 와서는 절판되서 구하기 힘든 상황이지만요.





더불어 1993년, TV 미니시리즈로 영상화가 됐었는데...

이 쪽은 영 좋지 못한 평가만 있네요.



추억의 영화들을 비평하는 것으로 유명한 비평가 Nostalgia Critic이 해당 영화를 다루기도 했습니다.

국내에는 비디오로 출시되기도 했습니다.






3. 캐슬록의 비밀(Needful Things)

원제는 니드풀 씽즈, 필요한 것들 정도인데, 국내 출간명은 캐슬록의 비밀이 됐습니다.

1991년 작품으로, '쿠조'의 배경이었던 메인주 캐슬록이 또 나옵니다.

'The last Castle Rock story'라는 부제를 달고 나왔듯, 스티븐 킹의 장편작품 중에서는 마지막으로 캐슬록이 등장한 소설이기도 하구요.



어느날 갑자기 캐슬록에 새로 생긴 가게, 니드풀 씽즈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입니다.

별 관심 없이 쓱 둘러보던 마을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필요하고 원하는 물건을 니드풀 씽즈에서 발견하게 됩니다.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가게.

하지만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합니다.

마지막 캐슬록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나왔듯, 욕망에 가득찬 주민들이 빚어낸 참상이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소설입니다.




국내에는 이미 언급했듯 캐슬록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1992년 대성출판사에서 총 3권이 출간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분량이 삭제된 편집본일 뿐 아니라, 해적판으로 출간됐던터라 지금 와서는 도서관을 뒤져야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죠.




1993년 프레이저 클락 헤스톤 감독, 막스 본 시도우, 에드 해리스 주연으로 영화화되기도 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했다고 하니 영화로 접해보시는 것도 괜찮겠네요.






4. 미스터리 환상특급(Four past Midnight)

1990년 출간된 미스터리 환상특급은, 4가지 중편 소설이 2권의 책으로 나뉘어 발간된 작품입니다.

스티븐 킹은 1982년 이미 '사계'라는 제목으로 같은 시도를 했었던 바 있었죠.

작가의 말에 따르면, '사계'에는 공포 장르 이외의 작품을 담으려 했고, 환상특급 쪽에는 공포와 초자연적인 장르에 중점을 뒀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말에 걸맞게, 환상특급 수록작들은 충분히 공포스럽습니다!



첫번째 작품, '소설을 훔친 남자(Secret Window, Secret Garden)'는 한 작가의 파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내가 바람을 피워 이혼해 안 그래도 우울한데, 거기 누가 자기 작품을 표절했다고 찾아온다면?

점차 무너져가는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특히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두번째 작품 '멈춰버린 시간(The Langoliers)'은 비행기 안에서 자고 일어났더니 다른 승객들은 다 사라지고 고작 11명 남은 말도 안되는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비행기는 메인주 벵고어 국제공항에 착륙합니다.

어째서 11명만이 남게 된 것인지, 그들이 맞이하게 되는 것은 무엇인지...

이어지는 의문들이 풀려나가면서 더욱 흥미진진해지는 독특한 작품입니다.

시간이라는 소재를 아주 잘 활용했을 뿐더러, 스티븐 킹의 스타일이 잘 드러난 재미있는 소설이죠.



세번째 작품인 '사라진 도서관(The Library Policeman)'은 도서관에서 연체하는 사람들이 대경실색할 이야기입니다.

책을 반납하지 않으면 도서관 경찰이 찾아와 경을 친다니!

게다가 알고보니 그 도서관이 실재하지 않는 곳이라면...?

탁월한 심리묘사와 독특한 설정이 어우러진 오싹한 작품입니다.



네번째 작품 '환상카메라 660(The Sun Dog)'은, 지금은 한물 간 폴라로이드 카메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사진 속에 있는 개가 점점 다가오는 기묘한 카메라...

사진 속의 개가 점점 다가올 뿐인데, 그 공포감은 어마어마하죠.

위에 언급한 쿠조와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스티븐 킹 작품에 나오는 개는 대개 귀신보다 더 무서운 듯 합니다.




국내에는 고려원이 1993년 1, 2권을 정식으로 발매했습니다.

하지만 고려원 회사 자체가 망한 지금 와서는 구할래야 구할 방도가 없군요.





이 네 작품 중, 1권에 수록된 '소설을 훔친 남자'와 '멈춰버린 시간'은 각각 영화화 되었습니다.

'소설을 훔친 남자'는 조니 뎁이 주연을 맡아 시크릿 윈도우라는 제목으로 영화가 만들어졌고, 국내에서도 개봉했습니다.



'멈춰버린 시간' 역시 1995년 영화로 만들어진 바 있습니다.

이 작품 역시 Nostalgia Critic이 리뷰하기도 했죠.






5. 드림캐처(Dreamcatcher)

이 리스트에 포함된 작품 중 유일하게 21세기에 나온 작품입니다.

2001년작인 드림캐처의 제목은 악몽을 잡아준다는 인디언 풍습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자폐아를 구해준 후 신비한 능력을 받게 된 네 친구와, 그들이 떠난 여행에서 만나게 된 괴물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있죠.

감염이라는 소재를 기반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진행되는 이야기가 매력적인 소설입니다.

4권이라는 분량이 꽤 긴 편이지만, 접해볼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드림캐처는 2001년 창해출판사를 통해 국내에 출간되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절판되었습니다.

지금은 시중에서 구할 수가 없는 상태입니다.





이 작품 역시 2003년 영화화되었는데, 4권짜리 소설을 다 담아내지 못해 결말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모건 프리먼이라는 명배우가 출연하지만, 영화 자체가 그리 좋은 평은 받지 못했고 흥행에도 실패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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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덤 블로그를 타고 돌아다니다 보면

잡동사니 2011. 9. 6.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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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본받을 것이 많은 블로그들이 많습니다.
아직 모자란 곳이지만 저도 하루하루 더 열심히 꾸며나가겠습니다.
더 좋은 블로그를 만들 수 있게 더 노력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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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 메일 100GB, Daum 클라우드 100GB 당첨!

잡동사니 2011. 6. 30.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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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메일 메일 계정으로 티스토리 메일로 바꿨더니 이런 선물이 또 있네요 ㅋ_ㅋ
메일은 네이버 메일을 주로 사용해서 용량 문제가 크게 없었지만, 다음 클라우드 용량이 증설된 건 나중에 포맷할 때 편할 것 같아 기쁩니다.
참고로 새로 바뀐 메일 주소는 vkrko@tistory.com 입니다.
매일 확인하니까 괴담 투고나 축전, 괴담 일러스트 투고는 저 쪽으로 해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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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전은 또 처음 받아보네요 ㅋ_ㅋ
감사합니다 ^^
앞으로도 더 노력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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