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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실화괴담][99th]왜관터널의 원혼

실화 괴담 2017. 7. 23.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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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Jiwoojeon님이 방명록에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칠곡군 왜관읍이라는 곳에 가면 폐터널이 있다. 


일제시대에 기차가 지나다니다 새로운 철도가 건설되면서 자연스럽게 버려진 곳인데, 중학교 2학년 시절 이맘때쯤 그 곳에서 겪은 일이다.


그때 난 왜관에서 친한 형과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봉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시간까지 여유가 좀 생기게 되자, 난 오래 전부터 존재를 알고 있었던 그 터널에 담력시험 삼아 가보자는 이야기를 꺼냈다. 


몇년간 동자승 생활을 한 적이 있다는 형은 재미있겠다는 듯 좋다고 했고, 그렇게 우리는 버려진 터널로 들어가게 되었다.


해가 완전히 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도로에서 좀 비껴난 곳에 있는 터널은 빛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음산했다. 




터널 반대편은 아파트 공사를 하다가 붕괴되었던가 하는 이유로 막혀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안으로 들어가는 와중에도 끝없는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증기 기관차가 지나다니며 천장에 남기기라도 했는지, 그을음이 여기저기 보였다.


이곳저곳 사진을 찍으며 흙으로 가득 찬 터널의 끝에 도착할 무렵, 갑자기 그 형이 내 팔목을 잡더니 입을 열었다.




[나가자.]


[네?]


[나가서 설명해줄테니까, 일단 나가자.]




나지막한 목소리와 달리, 내 팔목을 잡고 입구로 향하는 형의 발은 점점 빨라졌다. 


귀신은 커녕 아무런 느낌도 느끼지 못했던터라, 나는 어리둥절하면서 그대로 터널 밖까지 끌려나왔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형은 숨을 고르더니 자초지종을 설명해 줬다.




[모래가 쌓여있던 부분 윗쪽에 새하얀 무언가가 떠다니고 있었어. 그걸 보니까 머리가 점점 아파와서 계속 있었다간 위험할 것 같아서 나온거야.]


[에이, 거짓말. 전 아무것도 못 느꼈는데요?]


[아무나 그런 걸 다 느낄수 있는게 아니야. 믿건 말건 네 자유지만... 이제 돌아가자.]




결국 터널을 다 둘러보지도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종일 걸어다녀서 몸이 피곤했던건지, 터널 안에서 찍은 사진을 카톡으로 형에게 보내고 난 뒤 얼마 되지 않아 난 잠이 들었다.


그날 밤, 이상한 꿈을 꾸었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터널을 계속 뛰어다니는 꿈이었다. 


뒤에서 무언가가 쫓아오는 듯한 느낌이 들어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계속 뛰는데, 이상하게 아무리 가도 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꿈에서 깼을 땐 온몸이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고, 잠을 다시 청하면서도 찝찝한 기분이 가시질 않았다.




다음날 아침, 형에게서 답장이 왔다. 


형은 사진을 한장 보내왔다. 


어두운 터널 안을 찍은 사진이었는데, 바닥 부분에 빨간 동그라미가 쳐져있었다. 




형이 그린 듯한 동그라미였는데, 이게 뭐냐고 답장을 보내려던 순간, 다음 메시지가 왔다.


"찍은 사진들 다 지워라."


"한놈 기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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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이황 선생의 외할아버지는 경상도 상주에 살았다.


집이 부유하고 그의 사람됨이 후덕하여 조화를 이루었으니, 고을에서는 그를 영남의 선생님이라 불렀다.


그러던 어느 날, 바람이 몹시 불고 눈이 많이 내린 엄동설한이었다.




퇴계 선생의 외할아버지 댁 문 밖에서 한 아병을 앓는 여자가 남루한 옷을 입고 하룻밤 재워 주기를 간청하였다.


그녀의 모습과 행동거지가 어찌나 흉악하고 추하던지, 사람들은 모두 코를 막고 얼굴을 돌렸다.


온 집안의 모든 사람들이 손을 내저어 그녀를 몰아 쫓아내고, 문 밖에서 한 발자국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였다.




그러자 퇴계 선생의 외할아버지가 말하였다.


[그 여자를 쫓아내지 말거라. 저 여자가 비록 안 좋은 병을 앓고 있다지만, 날이 저문데다 이런 엄동설한에 어찌 사람을 내쫓는단말이냐? 만약 우리 집에서 이 사람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어느 집에서 받아주겠느냐.]


밤이 깊어지자 그 여자는 추워 죽겠다고 울부짖었다.




노인은 차마 그 모습을 그냥 보고 있을 수 없어 그녀를 자신의 방 안으로 들여 윗목에서 자게 하였다.


그 여자는 노인이 잠든 틈을 타 조금씩 아랫목으로 내려오더니, 발을 노인의 이불 속에 넣기도 하였다.


그 때마다 노인은 잠에서 깨어나 양손으로 조심스레 그 여자의 발을 들어 이불 밖으로 내놓았는데, 그것이 서너차례 이어졌다.




날이 밝자 그 여자는 간다는 말 한마디 없이 그대로 가버렸다 며칠 뒤 다시 왔다.


하지만 노인은 조금도 안 좋은 기색은 내비치지 않고 여전히 여자를 자신의 방에서 재웠으니, 온 집안 사람들이 이 일을 두고 몹시 걱정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그 여자가 다시 찾아왔는데, 갑자기 아름다운 여자의 모습으로 나타나서 이전에 문둥병 걸리고 남루한 차름새는 온데간데 없었다.




노인 역시 놀라서 물었더니 여자가 대답했다.


[나는 사람이 아니라 천상의 선녀입니다. 잠시 선생님 댁에 들러 선생님의 마음가짐을 시험해 보았을 뿐, 다른 뜻은 없었습니다.]


노인이 놀라서 선녀를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하니 여자가 말했다.




[저번에 며칠 밤을 이불 속에서 손과 발이 마주쳤는데 어찌하여 제 얼굴도 제대로 못 보십니까? 저는 이미 선생님과 전생에 인연이 있었으니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리고 노인과 선녀는 함께 동침하였다.


이렇게 열흘 정도를 지내자 온 집안 사람들은 모두 이상하게 여겼고, 혹자는 여자가 도깨비가 아니냐는 말을 했으나 노인은 동요되지 않고 한결 같이 성심껏 대하였다.




그러다 하루는 여자가 말했다.


[오늘 나는 선생님과 헤어져야만 합니다.]


노인이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인간 세계에 귀양 온 기한이 다 차기라도 했소? 아니면 나의 정성과 예의가 처음만 못해서요?]


여자가 말했다.


[모두 아닙니다. 그러나 모든 사정을 말씀 드릴 수는 없으니 한 가지만 알려드리겠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반드시 이를 지켜주셔야만 합니다.]




다짐을 받은 뒤 여자가 말했다.


[안뜰에 산을 등지고 집을 한 칸 지어 정결하게 도배한 뒤, 굳게 자물쇠를 채워 사람들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반드시 선생님과 같은 성씨의 임산부가 아이를 낳으려 할 때 그 자물쇠를 열고 산실로 사용하게 하십시오.]


여자는 말을 마치고 문을 나섰는데, 곧 보이지 않게 되었다.




노인은 이 일을 기묘하게 여기고 그녀의 말을 따라 안뜰에 산을 등지고 집을 한 칸 지었다.


비록 급하거나 절박한 일이 있어도 그 곳에 들어가지 않았는데, 자손 중 임신하여 해산에 임박한 사람이 있으면 그 안에 들어가 있게 하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들은 어김없이 몹시 고통스러워 하며 아이를 낳지 못했고, 다른 방으로 옮기고 나서야 비로소 아이를 낳았다.




노인은 여자의 말이 맞지 않음을 이상하게 여겼으나, 그럼에도 그 집을 마음대로 이용하지는 않았다.


노인의 사위는 경상도 안동 사람이었다.


노인의 딸이 처음 임신을 하여 아이를 낳을 때쯤, 사위는 아내를 데리고 처가로 왔다.




노인은 그들을 맞아 집 안에서 거처하게 하였는데, 아이를 낳을 때가 되자 갑자기 딸의 몸에 병이 생겨 앓아 누웠다.


온갖 약을 써서 치료하려 하였으나 효과가 있는 것이 하나도 없어서 온 집안 사람들은 당황했다.


그런데 하루는 딸이 아버지에게 청하였다.




[제가 어릴 때 들었는데, 선녀가 우리 집에 내려왔을 때 산실을 하나 지어 놓으라고 했다면서요? 지금 제가 아이를 낳을 때가 됐지만 병에 걸려 살 도리가 안 보입니다. 하지만 혹시 그 방에 들어가면 살아날 길이 있는 건 아닐까요? 저를 그 방으로 옮겨주세요, 아버지.]


노인이 곰곰히 생각해보니 선녀가 옛날에 말했던 [선생님과 같은 성씨의 임산부]란 바로 자기 딸이었다.


비록 며느리와 손자 며느리일지라도 그들은 모두 자신과는 성이 달랐기 때문에 그 산실에 들어가서도 아이를 낳지 못하고 고통에만 시달렸던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딸은 비록 다른 집에 시집을 갔더라도 본래 성이 자신과 같으니, 분명 효험이 있을 것만 같았다.


그제야 노인은 선녀의 말이 바로 딸을 가리켰던 것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하여 딸을 마당의 산실로 옮기니, 들어간지 며칠 만에 몸의 병이 나았다.




또 순산하여 아들을 얻었으니 그가 바로 퇴계 이황 선생인 것이다.


퇴계 선생은 동양의 위대한 유학자가 되어 문묘에 배향되었으니, 위대한 현인이 태어날 때는 이처럼 평범한 사람과는 큰 차이가 있는 법이다.




원문 및 번역본 :  http://koreandb.nate.com/life/yadam/detail?sn=73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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