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정도 전의 일이다.
신주쿠의 어느 백화점에는 대형 서점으로 이어진 지하도가 있다.
나는 그 길을 걷고 있었다.
지하도에 들어서 잠시 걷고 있는데, 바닥과 벽 사이에서 인간의 손이 보였다.
벽에서부터 손목이 손가락 끝까지 생생하게 나와 있었다.
결코 놓여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가짜 같지도 않았고, 대단히 생생해서 당장이라도 움직일 것 같은 손이었다.
하지만 핏자국 같은 것도 없고, 그저 벽 아래 쪽에 손이 축 쳐져 있는 것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기분 나쁘네. 누가 저런 장난을 친거야?] 라고 생각하며 그냥 지나쳐 갔다.
그 날은 그것 외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
그리고 일주일쯤 지나 그런 일도 잊어먹고 있었을 무렵, 나는 또 그 지하도를 통해 서점에 가게 되었다.
지하도는 조금 외진 곳에 있어서 평소에는 사람이 적은 편이지만, 그 날은 내 앞 쪽에 20대 중반 정도의 여자가 걷고 있었다.
서점 쪽 출구는 지상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여서, 여자가 나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타버리면 꽤 오래 기다려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여자를 따라잡기 위해 걸음을 바삐 움직였다.
그리고 그 와중에 나는 이상한 점을 알아 차렸다.
그 여자는 왼쪽 손목이 없었던 것이다.
나는 이전의 그 손을 떠올렸지만, [설마, 우연이겠지.] 라고 생각하며 그대로 여자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 탔다.
나는 1층의 버튼을 눌렀지만, 그 여자는 그저 서 있을 뿐이다.
[아마 나처럼 1층에서 내리나보네.] 라고 생각하고 1층까지 가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무엇인가 이상하다.
평소라면 1층까지 가는데는 30초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만 시간이 지나도 1층에 도착하지를 않는다.
[이상하네?] 라고 생각하면서 천장으로 시선을 돌리자, 내 뒤 쪽에 있던 여자가 갑자기 소근소근 무엇인가를 중얼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잘 들리지 않아서 [뭐야, 기분 나쁘게.] 라고 생각했을 뿐이었지만, 여자의 작은 목소리가 점점 켜져서 확실하게 알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여자는 계속 내 뒤에서 [왜 왼손이 없는지 알고 싶니?] 라고 되풀이하며 중얼대고 있었다.
나는 필사적으로 모르는 척하고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엘리베이터는 계속 1층에 도착하지 않았다.
이미 1분은 족히 된 때였다.
분명히 이상한 상황에 처한 나는 전신에 식은 땀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빨리 1층에 도착해!] 라고 마음 속으로 되뇌이고 있었다.
그로부터 1분 정도 이 상태가 유지되었다.
하지만 결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식은 땀을 흘리면서 1층 버튼을 몇번씩 계속 눌렀다.
그러자 이제 여자는 등 뒤에서 낄낄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나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뭐하는거예요!] 라고 외치면서 뒤를 돌아봤다.
상당히 강하게 말했지만 여자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계속 웃고 있다.
그리고 그 때, 드디어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해서 문이 열렸다.
나는 살았다고 생각하며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여자는 내가 떠나기 직전 이렇게 중얼거렸다.
[내 왼손 봤지?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해?] 라고.
순간 섬찟했지만, 그 후 3개월 간 나에게 특별히 이상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날 이후 그 지하도로는 절대 지나가지 않고 있다.
도대체 그 여자가 사람이었던지 아니면 귀신이었던지도 모를 기묘한 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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