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정도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저는 신촌역에서 신도림 방면으로 지하철을 타고 가고 있었습니다.
자리가 없어서 서서 가고 있었구요.
그 때까지만 해도 모든 것은 그저 평범했죠.
평소 지나쳐왔던 평범한 저녁의 지하철 풍경이었습니다.
겨우 홍대 입구를 조금 지났을 때였을까요?
갑자기 여기서 빠져 나가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온 몸이 갑자기 답답해지며, [아, 여기선 못 있겠다. 무조건 옆 칸으로 가야해.] 라는 생각이 들었죠.
만약 제가 겪은 사건이 제가 서서 자면서 꾼 꿈이라면 아마 이 때부터 꿈을 꾸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너무 답답했던 저는 무조건 옆 칸으로 가야한다는 본능에 의지해 옆 칸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런데 지하철의 칸과 칸을 연결하는 문 사이 공간에 어떤 할머니 한 분이 기댄채 서 계셨습니다.
저는 [왜 이런 곳에 할머니가 계시지?] 하면서 그냥 살짝 옆으로 비켜 지나갔죠.
다행히 옆 칸에 들어서자 그 때까지 느껴지던 갑갑함이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이리저리 살피고 있는데, 시선이 향한 곳에 아까 그 할머니가 앉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객차의 양 가장자리에 있는 팔걸이가 달린 자리였죠.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았죠.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너무 놀란 저는 그 순간 [으악!] 하고 소리를 지르며 정신을 차렸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할머니가 앉아 계시던 자리는 빈 자리였고, 주위 사람들은 서 있는 채로 갑자기 비명을 지른 저를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더군요.
결국 저는 한 정거장을 겨우 지나갈 동안의 시간에 그 일들을 겪은 셈이었습니다.
그런데 집에 와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이 일은 꿈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우선 제 앞에 앉아 있던 아이폰을 들고 있던 여자가 사라졌습니다.
그 대신 왠 중년의 아저씨가 앉아 계셨죠.
홍대 입구에서만 해도 그녀는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 여자가 합정역에서 내리고 아저씨가 그 자리에 앉았거나, 아니면 제가 정말로 지하철 옆칸으로 이동했거나요.
두번째로는 할머니가 제게 했던 말이었습니다.
그 할머니는 제게 [너, 나 봤지?] 라고 말하고 있던 거였죠.
이제 1주일이 지나갔지만, 저에게는 정말 무섭고 생생했던 경험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기묘한 체험을 한 것일까요?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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