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ground

지하철

[실화괴담][37th]지하철의 할머니

실화 괴담 2011. 8. 16. 18:09
320x100



*방명록이나 vkrko@tistory.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만웅님이 투고해주신 이야기입니다.



1주일 정도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저는 신촌역에서 신도림 방면으로 지하철을 타고 가고 있었습니다.

자리가 없어서 서서 가고 있었구요.



제 앞자리에는 웬 머리 긴 여자가 분홍색 범퍼 케이스를 씌운 아이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모든 것은 그저 평범했죠.

평소 지나쳐왔던 평범한 저녁의 지하철 풍경이었습니다.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습니다.

겨우 홍대 입구를 조금 지났을 때였을까요?

갑자기 여기서 빠져 나가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온 몸이 갑자기 답답해지며, [아, 여기선 못 있겠다. 무조건 옆 칸으로 가야해.] 라는 생각이 들었죠.

만약 제가 겪은 사건이 제가 서서 자면서 꾼 꿈이라면 아마 이 때부터 꿈을 꾸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너무 답답했던 저는 무조건 옆 칸으로 가야한다는 본능에 의지해 옆 칸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런데 지하철의 칸과 칸을 연결하는 문 사이 공간에 어떤 할머니 한 분이 기댄채 서 계셨습니다.

저는 [왜 이런 곳에 할머니가 계시지?] 하면서 그냥 살짝 옆으로 비켜 지나갔죠.

다행히 옆 칸에 들어서자 그 때까지 느껴지던 갑갑함이 사라졌습니다.



마음을 놓고 편히 서 있는데, 무언가 이상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리저리 살피고 있는데, 시선이 향한 곳에 아까 그 할머니가 앉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객차의 양 가장자리에 있는 팔걸이가 달린 자리였죠.



분명 제가 칸을 이동할 때만 해도 문과 문 사이에 있었고, 제가 이동한 후에 다른 사람이 오지 않았는데도 할머니는 그 자리에 앉아 계셨습니다.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았죠.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할머니가 저를 보며 뭐라고 중얼거리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놀란 저는 그 순간 [으악!] 하고 소리를 지르며 정신을 차렸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할머니가 앉아 계시던 자리는 빈 자리였고, 주위 사람들은 서 있는 채로 갑자기 비명을 지른 저를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더군요.



지하철 역을 확인하니 이제 막 합정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결국 저는 한 정거장을 겨우 지나갈 동안의 시간에 그 일들을 겪은 셈이었습니다.

그런데 집에 와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이 일은 꿈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우선 제 앞에 앉아 있던 아이폰을 들고 있던 여자가 사라졌습니다.

그 대신 왠 중년의 아저씨가 앉아 계셨죠.

홍대 입구에서만 해도 그녀는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결국 이건 둘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 여자가 합정역에서 내리고 아저씨가 그 자리에 앉았거나, 아니면 제가 정말로 지하철 옆칸으로 이동했거나요.

두번째로는 할머니가 제게 했던 말이었습니다.



정신을 차린 후에도 계속 그 할머니가 생각나서 유심히 그 입모양을 떠올렸더니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 할머니는 제게 [너, 나 봤지?] 라고 말하고 있던 거였죠.

이제 1주일이 지나갔지만, 저에게는 정말 무섭고 생생했던 경험이었습니다.



과연 저는 지하철에서 서서 자면서 이상한 꿈을 꾸었던 것일까요?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기묘한 체험을 한 것일까요?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 글을 읽으신 후 하단의 손가락 버튼 한 번씩 클릭 해주시면 번역자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
320x100

'실화 괴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화괴담][39th]UFO  (25) 2011.08.23
[실화괴담][38th]수호령  (8) 2011.08.20
[실화괴담][36th]데려갈 수 있었는데  (18) 2011.08.05
[실화괴담][35th]귓가의 속삭임  (7) 2011.08.02
[실화괴담][34th]생령  (3) 2011.07.27

[번역괴담][2ch괴담][217th]미소

괴담 번역 2011. 7. 26. 19:39
320x100



무섭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직접 겪은 일이다.

그 날 나는 역의 홈에서 전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홈에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았는데, 내 옆에서 5m 정도 떨어진 곳에 한 커플이 있었다.



그들 역시 나처럼 아슬아슬하게 홈의 노란색 선 안 쪽에 서 있었다.

그 커플은 즐거운 듯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여자 아이가 꽤 귀여운 인상이었기 때문에, 나는 부러운 기분으로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사이가 역을 통과하는 열차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 시선은 저절로 열차 쪽으로 향했다.

전철이 들어오는 쪽에 그 커플이 있었기 때문에, 여전히 그 커플도 시선에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전철이 커플 앞을 지나칠 무렵, 여자 아이가 남자 친구를 보며 얼굴 가득 미소를 지은채 전철로 뛰어들었다.

쾅하고 딱딱한 물건에 무엇인가가 부딪히는 소리가 나고, 뒤를 이어 전철이 엄청난 브레이크 소리를 내며 멈춰 섰다.

멈췄다고는 해도 역을 통과해서 지나가는 열차였다보니 워낙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던 터라 역을 완전히 통과한 후였다.



선로에는 여자 아이의 잔해 같은 것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지만, 결코 바라보고 싶지는 않았다.

남자 친구는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나는 혼란스러워서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그런거지?

아까까지 분명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심지어 뛰어드는 순간마저도 즐거워 보였는데...



전혀 이유를 알 수가 없어서 그저 멍하니 서 있는데, 역무원 몇 명이 달려 왔다.

그 중 한 사람이 내게 말을 걸었다.

[죄송합니다만 혹시 사고를 목격하셨습니까?]



나는 혼란스러웠던 탓에 말을 더듬으며 [네, 네...] 라고 겨우 대답했다.

그러자 역무원은 [그러십니까... 저, 바쁘신 와중에 죄송합니다만 경찰이 오면 사고 상황을 증언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라고 물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전철에서 인명 사고가 날 경우, 자살 사고 외에도 살인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경찰의 현장 검증과 목격자의 증언이 필요하다고 한다.



고개를 돌려보니 남자 친구에게도 역무원이 말을 걸고 있다.

남자 친구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인지 완전히 혼이 빠진 것 같은 모습이었다.

나는 증언을 하기로 하고, 역 사무실로 안내되었다.



[경찰이 올 때까지 여기 앉아서 기다려 주세요.]

역무원의 안내를 받아 나는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곧 역무원 두 사람의 부축을 받으며 얼굴이 하얗게 질린 남자 친구가 사무실에 들어왔다.



그대로 사무실 안 쪽으로 데려가져서, 나에게는 그가 보이지 않았다.

잠시 뒤 경찰이 도착했다.

[수고가 많으십니다. 상황을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나는 정직하게 본 것을 그대로 말했다.

여자 아이는 자기가 열차로 뛰쳐들었기 때문에 사고가 아니라 자살이다.

남자 친구는 물론이고 그 누구도 밀치거나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인도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전철로 뛰어들던 여자 아이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이었다.

나는 이해를 할 수 없었지만 어쨌거나 여자 아이가 미소를 지으며 뛰어들었다고 경찰에게 설명했다.

그렇지만 경찰은 그다지 이상하게 생각하지도 않는 듯 [네, 감사합니다.] 라고 수긍할 뿐이었다.



방 안 쪽에서 남자 친구의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너무나도 냉정한 경찰의 태도가 마음에 걸려서 질문을 해보기로 했다.

[자살 사건의 경우에는 모두 이런 상황입니까?]



경찰은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종종 이런 상황이 있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경찰의 말에 의하면, 자살할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는데도 갑작스레 죽음을 택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모양이다.

그런 사람들을 모두 밝은 얼굴로, 마치 산책이라도 가듯 자살해버리기 때문에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죽는다고 마음 속에서 결정해버렸기 때문에 들뜨는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다른 무엇에 홀려버린 것일까?

하지만 내가 보았던 전철에 뛰쳐드는 그 모습은 무엇인가에 끌려 들어갔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 글을 읽으신 후 하단의 손가락 버튼 한 번씩 클릭 해주시면 번역자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