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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정 이유가 홍문관에 있을 때의 이야기다.
하루는 종묘 담 밖에 있는 순라곡을 지나가게 되었다.
그 때 마침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밀짚모자를 쓰고 도롱이를 입은 사람이 보였다.
두 눈이 횃불 같이 빛나는데 외발로 폴짝폴짝 뛰고 있었다.
이유와 시종들이 그 모습을 보고 이상하게 여기는데, 이유가 갑자기 시종에게 물었다.
[지나 오면서 혹시 가마 한 대를 보지 못했느냐?]
[못 봤습니다.]
그 사이 외발로 뛰던 이는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
이유가 오다가 제생동 입구에서 가마 하나를 만났던 것이 떠올랐기에, 바로 그 뒤를 쫓아 제생동으로 갔다.
마침내 제생동에 있는 어느 집에 도착했는데 그 집은 이유의 먼 친척집이었다.
그 집 며느리가 괴질에 걸려 여러 달이 되어서 사경을 헤매고 있었는데, 그 날은 제생동 친척 집에서 요양하고 있었다.
이유는 말에서 내려 그 집으로 들어가 주인을 만났다.
그리고 자기가 길에서 보았던 것들을 말하고 방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부탁했다.
방에 들어갔더니 조금 전 길에서 만났던 그 귀신이 부인의 머리맡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이유는 아무 말 없이 귀신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러자 곧 그 귀신은 밖으로 나가서 마당 한 가운데에 섰다.
이유가 따라나가 또 바라보았더니 귀신은 다시 용마루 위로 올라갔다.
이유가 계속해서 올려다보자 그 귀신은 결국 공중으로 날아가 사라져버렸다.
그러자 아파서 정신도 못 차리고 있던 며느리가 갑자기 정신을 차렸는데, 마치 전혀 아프지 않았던 사람 같았다.
그렇지만 이유가 그 집을 떠나자 며느리는 곧바로 다시 앓아 누웠다.
결국 이유는 종이를 백장 정도 구해서 손수 서명을 하고 방 안 가득히 그 종이를 붙였다.
그러자 드디어 귀신이 물러나고 며느리의 병도 씻은 듯이 나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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