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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소설

진실을 알려주어선 안 된다

이상한 옴니버스 창작단편 2017. 8. 30.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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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이야기는 창작이므로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모든 것들은 사실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 본 이야기는 출처 미 언급 및 상업적 용도 사용을 제외하곤 자유로운 사용과 재생산을 장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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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알려주어선 안 된다




여기 흔하디흔한 관용어구가 있다.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해.' 이 관용어구가 흔하디흔한 이유는 실로 간단하다. 누구나 저마다 한 번씩은 경험한 거니까. 그리고 내게 있어 '1981년 2월'은 그러한 관용어구에 가장 부합하는 기억이다.



"이봐요, 애리조나 총각. 폼 나는데?"







어색한 새 슈트 차림(맙소사, 졸업 무도회에 나가는 꼴이군)에다 팔에 롱코트를 얹은 채 현관 앞에 서 있는 나를 보고 제니가 너스레를 떨었다.



"로라는?"



쑥스러움에 잠시 쓸데없이 안경을 고쳐 쓰던 나는 막 걸음마를 뗀 딸아이의 방문 쪽을 눈짓하며 물었다.



"아직 자. 어젯밤에 미리 키스 받았으니까 하루만 참아. 빠뜨린 거 없지? 컨퍼런스 끝나면 전화하고."


"당신도 같이 가면 좋은데."


"그러게 말이야, 워싱턴 D.C.라니! 노인네(편모 가정에서 자란 아내는 기분이 좋을 때면 자기 엄마를 노인네라고 불렀다) 생일 따윈 내팽개치고 가버릴까?"



제니, 내 아내 제니. 내 입으로 당당하게 올릴만한 얘기는 아니다만 그간 우리의 결혼생활은 결코 물질적으로 풍족했다고 할 수 없었다. 그 주된 이유는 단연코 남편인 나였다. (젠장, 어느 집안이나 그렇지) 내가 작가의 꿈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평일마다 고등학교에서 언어학 시간강사 일을, 평일 밤과 주말에는 원고작업에 몰두했다. 그리고 그러한 원고는 금발 여인네들이 유방을 드러내놓은 사진들 뒷부분에 이른바 구색 맞추기 식으로 실리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렇다. 내게 원고료를 지불해주는 곳은 성인을 대상으로(보다 정확히는, 끝도 없이 차도를 타다 나타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읽을거리'를 갈망하는 트럭 운전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잡지사들이었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신 이래 나를 친아들처럼 돌봐주었던 마샤 고모는 그런 잡지들을 볼 때마다 '찌찌 사진책'이라며 금방이라도 침을 뱉을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고 내가 쓰는 글들까지도 그렇고 그런 내용의 것은 아니었다. 나는 늘상 미스터리 내지 불가사의한 사건에 대한 글을 썼고(그게 내가 제일 잘 하는 거였으니까), 그러한 내용의 원고를 기꺼이 실어주는 곳은 찌찌 사진책을 내는 잡지사들뿐이었다.


따라서 우리의 결혼생활은 내내 풍족할 기회가 없었다. 처음 아내가 중고차 판매장(근방에서 가장 큰 곳이었다)에서 회계업무를 보았을 때만 해도 우리 부부는 한 달에 한 번 깨끗한 곳에서 외식도 하며 나름 호사를 누릴 수가 있었다. 하지만 로라가 생긴 이래 아내는 더 가까운 식당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해야 했고 꿈을 버리지 못한 나는 여전히 시간강사를 전전하면서 우리는 비버리 힐빌리즈 속 크램펫 부부 꼴이 되어버렸다. 그런 생활 속에서 정말 상황이 좋지 않을 때에는(안 좋은 상황 중에서도 더 안 좋은 상황은 늘 있는 법이다) 밤마다 머리를 쥐어뜯어야 했다. 숨이 턱 끝을 밀어내느라 밤잠을 못 이루는 그 기분을 몇이나 알려는가? (아니, 의외로 많을지도 모르겠군) 당시 나는 생각했다. 뉘른베르크 놈들도 결국엔 주택담보대출금 때문에 그랬던 거라고. 아니, 이건 진짜다. '그깟 유대인들!' 라고 옹호한 적도 있다. 불안감이 사람의 신념을 움직이는 것이다.


차라리 매일이 최악이었으면 진즉에 꿈을 버리고서 좀 더 나은 생활을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가끔씩'이 문제였다. 이 '가끔씩'이라는 게 바로 우리 인생을 좀 먹는 거다. 가끔씩 내셔널 인콰이어러 같은 곳에서 원고료로 수백 달러짜리 수표를 보내오면 옆집에 로라를 맡기고선 아내와 함께 제법 낭만적인 밤을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가끔씩 그럴 때면 두툼하게 남은 현금을 몇 번씩이나 흘끗거리며 스스로 만족하고 스스로를 위안했다. 세상 사람의 반 이상이 나보다도 어렵게 사는데 뭐,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런 나를 구한 건 마샤 고모였다. 아니, 정확히는 마샤 고모가 우리 가족을 구했다.





재작년 이맘때쯤, 결국 고모가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어쩔 수 없었다. 뭐든 지나친 건 안 좋은 것이고 고모는 지나치게 지나쳤다. 지금도 눈에 선하다. 자기 나이보다도 많은 금연 약속에 또다시 실패했던 날, 부끄러움 바깥으로 뻔뻔한 표정을 무장한 고모가 나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던 게.



"그래, 이번에도야. 미안하구나. 하지만 얘야, 인생이란 즐겁진 못하더라도 괴로워서는 안 되는 거란다. 내가 지금 이 나이에 무슨 욕심이 더 있겠니? 그저 죽을 때까지 괴롭지는 않았으면 할 뿐이란다."



고모의 유품을 정리하러 뉴멕시코주 코로나의 저택을 방문한 자리에서 나는 '그것'을 발견했다. 사용 안 한 지 족히 2-30년은 될 별채 창고에서였다. 창고에는 내가 어릴 때 처음으로 탔던 자전거서부터 시작해 말 그대로 내 역사가 고스란히 보존되고 있었다. 딱히 고모가 감상적인 연유로 그러한 게 아니라서 물건들은 방치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꼴들을 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두 번째 세계 대전에게 남편을 잃고선 평생 억척같이 살아왔던 우리 마샤 여사는 사소한 부분에서 게을렀다)


한참을 별 의미 없이 창고 이곳저곳을 들춰보던 때였다. 오래되어 색까지 변조된 코로나 지역신문 더미들 사이로 인접 지역인 로스웰에서 발간된 지역신문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1947년 7월 8일 자 로스웰 데일리 레코드 신문이었다. 해당 신문 1면으론 다음과 같은 헤드라인이 큼지막하게 적혀있었다.





로스웰 육군비행장이 로스웰 지역 목장에서 비행접시를 포획



신문의 내용은 고모가 평소 입버릇처럼 하던 말을 빌려 놀랄 노자였다. 정리하자면, 로스웰 지역에서 목장 관리를 해오던 농부가 비행접시 잔해를 발견해 보안관에게 신고했고 곧 근처 폭격부대 정보과에서 잔해를 회수해 상급사령부로 이관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순간 내 깊은 곳 어딘가에는 존재하리라 믿었던 작가본능이 발작적으로 꿈틀거림을 느꼈다. 그렇게 이 오래된 사건을 몇 개월에 걸쳐 발로 뛰며 조사한 끝에 당시 현장에서 비행접시 회수를 담당했던 정보장교를 만날 수 있었다. 그 정보장교가 해준 이야기는 내가 살면서 들은 것 중 가장 충격적인 것이었다.


그날 그는 장교회관에서 점심을 먹던 중 정보과 책임자를 찾는 지역보안관의 전화를 받는다. 보안관은 지역주민이 비행접시 잔해를 발견했노라고 신고해왔다며 정보장교인 그에게 신고자를 만나볼 것을 요청했다. 신고자와 면담을 가진 그는 흥미가 동한 동시에 이게 그저 웃어넘길 일만은 아니라고 여겨 부대장에게 보고를 올렸다. 그리고 부대장 또한 이를 받아들이면서 그에게 CIC 요원을 붙여주고는 현장방문을 지시했다. 당시는 한창 냉전 중이었으므로 혹시 소련의 정찰기가 불시착한 걸 수도 있다고 여긴 것이다.


현장에는 300야드에 걸쳐 손바닥만 한 잔해 수백 개가 널브러져 있었다. 잔해들은 모두 생전 처음 보는 종류의 것들이었으며 대부분 금속으로 보이는 파편이었다. 이러한 잔해들은 신기하게도 불로 태우거나 해머로 내리쳐도 물리적 손상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또, 직사각형 기둥 모양을 한 잔해에는 마치 중국어처럼 보이는 상형문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한편 회수작업을 마친 그가 지시에 따라 잔해들을 상급사령부로 이관하는 자리에서, 사령부 공군 지휘관이 자신에게 입단속을 시키고는 모여있던 기자들에게 엉뚱한 기상 관측 기구의 잔해를 보여주며 비행접시가 아니었다는 회견을 열었다.





이 정보장교의 증언에 이어 나는 사건 당시 로스웰 주변 막달레나 마을에서 잠시 돌았던 소문도 캐치할 수 있었다. 마을의 한 토목기사(그는 정부의 토양 보존 사업 토목기사였다)가 생전 자신의 아내에게 귀띔해주었다는 이야기가 그것이었다.


정보장교가 비행접시 잔해를 회수하기 며칠 전, 그 토목기사는 업무차 이른 아침에 길을 나섰다가 멀리서 대형 금속 물체에 반사되는 빛을 목격한다. 이에 그는 밤사이 비행기가 추락했다고 여겨 빛의 발원지인 사막지대로 향했다. 그러나 도착한 곳에서 그가 본 것은 날개 달린 비행기가 아니었다. 추락해있던 물체는 30피트가량의 금속성 원반이었다. 이 금속성 원반은 무언가 폭발이 있었는지 마치 더러운 스테인리스 같은 꼴을 하고 있었다.


원반 가까이로 다가가자 그 주변으로 시체 몇 구가 눈에 들어왔다. 시체들은 마치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으며 민머리에다 작은 두 눈은 기묘하리만큼 서로 떨어져 있었다. 또, 시신들은 모두 그 신체에 비해 다소 큰 머리를 지니고 있었으며 흰색 계열의 일체형 의복을 착용 중이었다.


그렇게 넋을 놓고 구경하던 중 멀리서 한 군 장교가 운전병 딸린 군용트럭을 타고 왔으며 트럭에서 내린 군인들이 곧 현장을 접수했다. 이어 그 군 장교가 다가와 자신의 신상을 상세히 파악한 뒤 현장을 떠날 것을 지시했다.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고는.



"선생, 이 경우 애국자의 의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오? 애국자의 의무는 필요할 경우 나라를 위해 침묵을 지키는 것이오. 오늘 선생이 본 것을 누구에게도, 그리고 어떠한 경우에라도 말하지 마시오. 당신이 이 나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가 지켜보겠소."



다음 해, 나는 내가 얻은 취재의 결과물을 바탕으로 논픽션물을 출간했다. 처음에 반응은 반반이었다. 그때껏 없었던 'UFO 대한 정부의 은폐'라는 주제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저 유치하고 질 낮은 농담일 뿐이라며 평가절하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반응들은 내가 취재했던 정보장교가 실제로 사건 당시 현장 책임자였다는 게 확인되면서 곧 열광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느냐고? 작년 한 해에만 내 책이 수십만 부가 팔려나갔고 온갖 라디오쇼에 초청되었다. 또, 내 아내 제니는 이제 맘 편히 종일 로라 옆에 있을 수 있게 되었다. 주말에는 나와 외출하면서 로라를 옆집이 아니라 베이비시터에게 맡기고 말이다.


그리고 지금은 워싱턴 D. C. 스미스소니언 협회로 향한다. UFO 연구단체들(각각 회원 만 명 이상을 보유한)이 주최하는 UFO 컨퍼런스에 특별 내빈으로 초청받아서 말이다. 커피 얼룩 묻은 테이블보가 덮인 나무탁자(이런 탁자들은 꼭 한쪽이 삐걱거리지)가 즐비한 마을 회관에서가 아니라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협회에서 열리는 정식 컨퍼런스에 초청받은 것이다. 게다가 비행기 표랑 숙박비도 모두 그들이 계산해주고 말이다. 돌아오는 길에는 네브래스카 오마하에서 라디오쇼 출연도 기다리고 있다. 우리 집에서 워싱턴 D. C.까지는 3,000km나 떨어져 있으니 나는 거의 지구를 80바퀴는 도는 셈이다. 바로 이 모든 게 고모네 별채에 방치되어 있던 신문에서 시작된 것이다. 크램펫 부부에게 유전을!



"자기, 비행기 시간 늦겠다. 빠뜨린 거 없지?"


"어? ..응, 다 확인했어."


"컨퍼런스 끝나고서 우리 엄마 집으로 전화해. 그때쯤이면 도착했을 테니까. 그리고, 내일 저녁 식사모임에 절대 늦으면 안 되는 거 알지?"


"물론이지."



워싱턴 D. C.에서의 일은 대만족이었다. 컨퍼런스에 모인 이들 모두 이 애리조나 촌놈에게 마음을 빼앗겨선 '선생, 선생' 거리며 어미 새 쫓듯 했으니까. 저녁 만찬도 훌륭했다. 엿 같은 추위만 빼면 그야말로 모든 게 완벽했다.


다음날 점심 무렵 오마하에서의 라디오쇼도 무난하게 마무리 지어졌다. 문제는 쇼가 끝나고 로비에서 짐을 챙기던 때 발생했다. 라디오 방송국 직원이 어떤 남자가 찾는다며 전화기를 건넸다. 의아해하며 전화를 건네받자 처음 듣는 목소리의 남자가 말했다.



"빌 프리드먼 씨, 맞죠?"


"네, 누구시죠?"


"프리드먼 씨, 우리는 당신이 이 주제에 대해 그게 무얼 뜻하는지 알아들을 유일한 사람이라고 들었습니다."


"네? 뭐라고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소. 우리는 정부가 UFO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은폐하는 것에 거북함을 느끼는 사람이오. 우리는 그런 사람들로 이루어진 소규모 그룹이며 대중에게 UFO에 대한 정보를 유포하길 원한다오."


"이봐요, 올해 내가 들어본 농담 중에 두 번째로 웃기는 거군요. 첫 번째는 뭔지 아시오? 옆 마을에서 애들한테 떨을 팔아제끼는 인디언 하나가 대통령이 곧 죽을 거라고 나불거린 거요! 무슨 저주가 어쩌구.. 당신, 누구 재밌자고 이런 장난을 치는지 모르겠지만.."


"선생이 폭격부대 정보장교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처음엔 사람들이 그랬었소. 하지만 말이오, 때론 진실이란 우스꽝스러운 법 아니겠소? 가끔은 애들 모래 장난 같기도 하고. 당신도 이번에 배웠을 것 아니오."


"뭐요?"


"프리드먼 씨, 당신이 믿든 말든 그건 당신의 선택에 달린 거요. 허나 우리가 선택한 사람은 선생뿐이오. 나머지 후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지. 그러니 당신의 선택 여하에 따라 진실이 묻힐 수도 있다는 걸 알아두시오."


"그게 무슨.. 이봐요, 나를 선택했다니? 후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또 무슨 말입니까?"


"그 말은, 우리가 보유한 정보가 반드시 선생에 의해 유포되어야 한다는 말이오."


"도통 무슨 말인지.."


"그건 당신이 작가이기 때문이요. 대중은 누구보다 작가의 말에 귀 기울이지. 그리고 당신은 이미 한 차례 진실을 유포시킨 전적이 있소. 정보장교의 증언 말이오. 그러니 사람들은 당신이 하는 말에 장차 의구심을 품지 않을 것 아니겠소?"


"..좋아요, 이야기를 들어보죠. 당신 누굽니까? 무슨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겁니까?"


"좋소, 당신을 믿고 말하리다. 우리는 커트랜드 공군기지 사람이오. 정부산하 극비 정보기관 소속이지. 우리는 정부가 취급하는 높은 수준의 UFO 프로젝트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소. 그리고 내가 속한 정보기관 내에는 나처럼 진실을 유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오. 우리는 바로 그런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소."


"..알겠습니다. 그래서 원하는 게 뭡니까?"


"중요한 정보가 있으니 만나서 직접 확인하시오."


"..좋습니다. 언제, 어디서 만날까요?"


"금일 오후 4시 정각, JFK공항 3번 터미널 공중전화 부스 가운데 칸에서 전화가 울릴 거요. 그때 더 자세히 말해주겠소."


"뭐요? 이봐요, 공중전화가 뭐? 아니, 오늘 뉴욕에서 보자고? 커트랜드 공군기지 사람이라면서요? 그거 뉴멕시코 앨버커키에 있는 거잖습니까. 나도 저녁때 그 근방에 일이 있으니 그곳에서 봅시다."


"오후 4시 정각에 울릴 테니 준비하시오."


"뭐? 이봐요! 약속이 있다니까!"


"당신이 받게 될 정보보다 중요한 약속이오?"


"뭐?"


"오후 4시 정각, 3번 터미널 가운데 부스. 잊지 마시오."



남자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전화를 끊어버렸고 나는 흥분해선 끊어진 수화기에 대고 외쳤다.



"젠장! 장모 생일이란 말이야!"



아내에게 비보를 전해야 하는 남편의 임무만큼 남자를 초라하게 만드는 게 또 있을까? 모르겠다. 나는 아직까지 그것보다 더한 것은 본 적이 없다.



"여보세요?"


"처제, 나야."


"빌! 어디에요 지금? 연락도 없어서 언니랑 엄마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뉴욕이야 지금.."


"뉴욕? 거긴 왜요?"


"처제, 제니 좀 바꿔.."


"빌, 나야. 당신 대체 어디서 뭐 하고 있는 거야?"


"제니.. 일이 생겼어."


"무슨 일?"


"그러니까.. 어떤 남자가.. 그 남잔 군 관련자인데 나한테 줄 정보가 있다고 해서.. 그래서 지금 뉴욕 북부에 있는 모텔에서 기다리는 중이야. 미안해, 여보."


"..당신, 괜찮은 거지?"


"그럼, 그럼. 위험한 거 아니야. 근데 정말 중요한 거라서.. 정말 미안해.. 장모님한테도 잘 좀 말해줘."


"..언제 오는 거야?"


"오늘 밤 비행기로 최대한 빨리 갈게. 그러니 장모님 집에 있어. 아마 너무 늦지는 않을 거야, 로라는?"


"당신 장모님이랑 잘 놀고 있지."


"미안해. 가서 자세히 얘기해줄게, 알았지? 미안해, 제니."



약속한 시각이 되자 모텔방 문 너머로 희미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정직한 걸음걸이, 보폭이 일정한. 빠르고 조용하게 두들기는 노크 소리에 걸쇠 걸린 문을 반쯤 열었더니 그곳엔 야구모자를 눌러 쓴 털 달린 코듀로이 재킷 차림새의 사내가 서 있었다. 사내는 복장도 그렇고 생각보다 젊은 얼굴이었기에 여러모로 내 상상과 다른 모습이었다.



"프리드먼 씨?"


"맞아요.. 들어오세요."



목소리로 보아 내게 전화를 걸었던 남자와 다른 사람이라는 걸 대번에 알 수 있었다. 사내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품에서 꺼낸 갈색 봉투를 내밀며 초조하게 말했다. 마치, 준비한 대사를 서둘러 읊듯이.



"프리드먼 씨, 당신과 제겐 정확히 29분의 시간이 있습니다. 그동안은 이걸 가지고서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하세요. 하지만 시간이 다 되면 저는 이걸 챙겨서 돌아가야 합니다. 어쨌든 이후에 당신이 이걸로 무얼 하든 당신 자유입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내밀고 있는 사내를 한 번 쳐다보고는 봉투를 받아 안의 내용물을 꺼내기 시작했다. 동시에 내 입에선 '세상에나!'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그것은 정부의 일급 기밀문서였다. 예전에 원고작업을 위해 몇 차례 기밀 해제된 정부 문서를 조사했던 적이 있는데 사내가 건넨 문서는 그 양식으로 보아 위조가 아닌 진짜 정부 문서였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사내에게 물었다.



"이봐요.. 이 문서들.. 사진 촬영해도 됩니까?"



사내는 가늘게 두어 번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컨퍼런스에서 사용했던 사진기를 꺼내 촬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방 안이 너무 어두운 데다 비치되어있던 램프 역시 플래시로는 적합하지 않은 듯해 사내에게 재차 다급히 물었다.






"녹음기 사용해도 됩니까? 그러니까.. 이 문서 내용을 읽는 걸 녹음해도 됩니까?"



사내가 다소 침착해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모두 허용됩니다. 그리고 프리드먼 씨, 27분 남았어요."



나는 혹시 컨퍼런스에서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챙겨왔던 녹음기를 부리나케 꺼내 들었다. 그리곤 구두점 하나하나까지 소리 내어 읽기 시작했다.



"일급기밀. 분류 및 배포 명령. TS/ORCON. 본 문서에 포함된 정보는 일급기밀과 함께 ORCON으로 분류한다. 본 문서는 브리핑 이후 파기될 것이다. 브리핑 간에는 메모, 촬영, 녹음이 허용되지 않는다.


본 문서에는 미합중국이 조사한 이래 수집된 UFO 및 IAC 정보 16가지가 포함되어.. 오, 맙소사! 본 프로젝트는 본래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지시로 1953년에 설립되었으며 NSC와...


1966년 프로젝트의 명칭이 프로젝트 Gleem에서 프로젝트 Aquarius로 변경되었다. 본 프로젝트는 CIA의 기밀자금으로부터 비세출의 지원을 받는다. 프로젝트 Aquarius의 목적은 UFO/IAC 목격 및 외계 생명체와의 접촉으로부터 과학, 기술, 의학, 그리고 군사정보를 모두 수집하는 것이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들은 정리되어 미합중국의 우주 프로그램 발전에 사용되어왔다. 세상에!


1947년에 외계에 기원을 둔 우주선이 뉴멕시코 사막에 추락했다. 우주선은 군에 의해 회수되었다. 네 구의 호모사피엔스가 아닌 시신은 우주선 잔해 속에서 회수되었다. 이 시신은 인간과 연관성이 없는 생명체로 판명되었다.{첨부 1}. 맙소사.. 외계 우주선이 미합중국에 추락했고 군은 일부가 온전한 상태의 우주선을 회수했다. 이 추락에서 외계에 기원을 둔 외계인 하나가 살아남았다. 살아남은 외계인은 남성이었으며 스스로를 EBE라고 칭했다."



나는 이 대목에 이르러 고개를 들곤 사내를 쳐다보았다. 구석에서 초조히 시계를 들여다보던 사내 역시 방 안에 침묵이 돌자 이내 나를 쳐다보았다. 이윽고 사내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EBE는 알 수 없는 질병으로 1952년 6월 18일에 사망했다. EBE는 생존해있는 동안 우주 공학, 우주의 기원, 그리고 우주 생물학상의 문제와 관련한 귀중한 정보들을 제공했다. 더 많은 자료는 첨부 2에 기재.


외계인 우주선 회수는 외계인이 우리의 국가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지를 알아내기 위한 미합중국의 광범위한 조사 프로그램으로 이끌었다. 1947년에 공군은 UFOs와 관련된 사건들을 조사하는 프로그램 신설에 착수했다. 이 프로그램은 각기 다른 세 가지 코드 네임 하에 운영되었다: Grudge, Sign, 그리고 마지막으로 Blue Book. 


공군 프로그램의 본래 미션은 UFOs와 관련된 모든 목격 내지 사건 보고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과 더불어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미합중국의 안보와 관련 있는 어떠한 사항에라도 지장이 있을지 여부를 알아내고자 하는 것이었다. 몇몇 정보는 우리의 독자적인 우주 공학 및 미래의 우주 프로그램 발전에 이득이 되는 데이터로 평가되었다. 


1953년에 UFOs가 미합중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을 준다는 믿음을 가진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프로젝트 Gleem이 착수되었다. 프로젝트 Gleem은 1966년에 프로젝트 Aquarius로 바뀌었고, UFO 목격 및 사건들에 대한 유사한 보고가 이루어졌다.


우주선은 미합중국 과학자들에 의해 경이적인 기술로 이루어졌다고 고찰되었다. 그러나 우주선의 기기 운용은 우리의 과학자들이 건드리기에는 너무도 복잡했다. 우주선은 일급기밀 지역에 보관되어 여러 해에 걸쳐 우리의 최고 항공우주 과학자들에 의해 분석되었다. 미합중국은 외계인 우주선 회수로부터 다량의 기술상 데이터를 얻었다. 우주선에 대한 상세한 묘사 및 더 많은 정보는 첨부 3에 설명.


공군은 그들의 UFOs 조사를 공식적으로 끝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 결정은 1966년 NPNN 미팅{첨부 4} 동안에 도출된 것이다. 이는 이중적인 이유에서였다. 먼저 미합중국이 외계인과 교신을 했기 때문이다. 미합중국은 외계인의 지구탐사가 비교적 비공격적이며 비적대적이란 것을 느꼈다. 또한 외계인의 존재가 미합중국의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음이 확고했다.


NSC는 UFO 목격 및 사건의 조사가 어느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는 채 비밀 유지가 되어야 한다고 느꼈다. 그 결정 이면의 추론 과정에는 이러한 것이 있었다: 만약 공군이 UFOs 조사를 지속할 경우 결국에는 어떤 불분명하고 보고되지 않은 공군 내지 국방부 내 민간 공무원이 프로젝트 Aquarius 이면의 진실을 입수할 수 있다. 분명히 {운영상의 보안을 이유로} 이것은 허용되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주목: 외계인은 우리의 핵무기 및 핵 개발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군에서 보고된 많은 목격 및 사건들이 핵무기 기지에 걸쳐 발생했다. 외계인의 관심사는 우리의 핵무기가 미래 지구에 핵전쟁의 위협이 될 수 있는지에만 기인한다. 공군은 외계인의 절도와 파괴로부터 핵무기 보안을 보증할 조치에 착수했다}.


외계인의 우리 태양계 탐사가 평화적 목적에서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외계인의 향후 계획에 우리의 국가 안보 또는 지구의 문명에 위협이 되는 것이 포함되어있지 않다고 확정 날 때까지 우리는 그들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추적하는 것을 반드시 지속해야 한다. 


외계인의 기술이 미합중국의 기술보다 수 천 년 앞서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고했다{첨부 6}. 우리 과학자들은 우리의 기술이 외계인과 동등한 레벨로 발전할 때까지는 미합중국이 외계인으로부터 이미 얻었던 다량의 과학정보를 이해할 수가 없다고 추측했다.


프로젝트 BANDO: {PROWORD: RISK} 본래 1949년에 설립되었다. 미션은 살아남은 외계인 생명체 및 회수한 외계인 시신으로부터 의학 정보를 수집하고 감정하는 것이었다. 프로젝트는 EBE를 의학적으로 조사하고 미합중국 의학 연구자들에게 진화론에 대한 확실한 해답을 제공했다.


프로젝트 SIGMA: {PROWORD: MIDNIGHT}. 본래 1954년에 프로젝트 Gleem의 일환으로 설립되었다가 1976년 분리되었다. 미션은 외계인과 교신하는 것이었다. 프로젝트는 1959년에 미합중국이 외계인과 원시적인 교신을 이룩하며 긍정적인 성과를 얻었다. 1964년 4월 25일 USAF 정보장교가 사전협의에 따라 뉴멕시코 사막에서 두 명의 외계인을 만났다. 접촉은 3시간가량 지속되었다. 외계인의 언어 기반이 EBE에 의해 주어졌으며 공군 장교가 두 명의 외계인과 간신히 기본적인 정보를 교환했다{첨부 7}. 


프로젝트 SNOWBIRD: {PROWORD: CETUS}. 본래 1972년에 설립되었다. 미션은 회수한 외계 우주선의 시험비행이었다. 프로젝트는 네바다에서 지속되고 있다.


프로젝트 POUNCE: {PROWORD: DIXIE}. 본래 1968년에 설립되었다. 미션은 UFO/IAC의 우주 공학과 관련 있는 모든 정보를 감정하는 것이었다. 프로젝트 POUNCE는 지속되고 있다.


EBE로부터 입수한 또 다른 정보 역시 민감하고 대중에 공개할만한 것이 아니라고 여겨졌다. 특히 약 5,000년 전 외계인의 첫 지구 방문을 추적하는 것과 관련된 내용이 실린 프로젝트 물병자리 볼륨 9가 그러했다.


EBE는 2,000년 전 지구 거주민의 문명 발전을 돕고자 그들의 선조가 인간 생명체 중에 심어졌었노라고 전했다. 뭣!


이 정보는 모호할 뿐이며 해당 호모사피엔의 정확한 정체 내지 배경정보는 얻지 못했다. 의심의 여지 없이 만약 이 정보가 대중에 공개된다면 전 세계에 종교적 패닉을 일으킬 것이다. 하느님 맙소사.."



표지까지 합쳐 총 11장의 문서를 읽어내린 나는 망연자실한 채 멍하니 전방에다 시선을 둘 뿐이었다. 주로 뽕 판매로 삶을 연명하는 홈리스들이나 아지트로 사용할법한 싸구려 모텔방 안은 때때로 내리치는 성난 바람을 막아줄 뿐 실외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어서 빨리 애리조나의 겨울 날씨를 누리고 싶으면서도 나는 등 뒤로 송글하게 맺힌 땀방울들의 간지럽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다 현관문 오른편 지저분한 벽지 사이로 더 지저분한 얼룩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무언가에 문대져 생긴듯한 얼룩은 아마 이 모텔이 들어서고서부터 그 역사를 같이한 듯해 보였다. 아마 몇 년 뒤에도 얼룩은 저 모습 그대로 제 자리에 남아있으리라.



"이봐요, 그러니까.. 이런, 내가 그쪽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사내는 예상 못 한 질문이라는 듯 몇 초간 눈알을 굴려대고는 말했다.



"..디키."


"디키?"


"네, 돌아가신 할머니가 어릴 때부터 그렇게 불렀거든요. 내 친구들은 전부 그렇게 불러요."


"그렇군요. 디키, 지금 몇 분이나 남았죠?"


"프리드먼 씨, 이제 10분 조금 넘게 남았어요."


"좋아요. 문서는 이제 됐어요. 녹음도 다 끝났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디키는 침대 위의 문서들을 반복해서 세어보고는 다시금 갈색 봉투 안으로 추려 넣기 시작했다. 나는 디키가 티셔츠를 걷어 올리곤 그 봉투를 벨트 안쪽 배 부분에다 고정하는 것을 기다린 뒤 말했다.



"디키."


"예? ..네, 프리드먼 씨."


"물어볼 게 있어요."


"젠장, 프리드먼 씨. 나는 아무것도 말해줄 게 없어요. 문서를 보여주고, 다시 가져가고, 그게 끝입니다."


"압니다. 나는 그게 아니라.. 디키, 신을 믿나요?"


"뭐요? ..그래요, 믿어요. 어릴 때 세례도 받은 적 있어요."


"그럼 이 문서를 납득할 수가 있던가요? 이건.. 이건..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성서에 위배된다?"


"..말하자면요."


"글쎄요, 난 근본주의자가 아니니까. 게다가 특별히 신앙적인 삶을 살았다거나.. 그냥.. 프리드먼 씨, 이건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것뿐이잖아요. 이건 죄악도 뭐도 아니고 금단의 사과도 아니에요. 그저 우리가 모르고 있었을 뿐이라고요. 아주 오래도록 모르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놀라는 거고. 그냥.. 그뿐인 거예요. 그리고 그런 것들은 세상에 얼마든지 더 있겠죠. 내 말은.. EBE들이 악한 존재가 아니라는 거예요. 우리에게 해가 되는 존재가 아니라는 거죠. 그들은 십계명을 어긴 적도 없고 젖소 같은 것도 납치하거나 한 적도 없죠. 그들이 존재한다는 건 신이 그들을 만들었다는 말이잖아요. 그리고 그들은 사탄 같은 존재가 아니고요. 한마디로 그들도 양 떼인 거죠. 같은 양 떼인 거예요, 프리드먼 씨. 우리가 주님께서 무언가 창조할 자유를 제한할 수는 없는 법 아니겠어요?"



말을 마친 디키는 옷매무시를 한 번 정돈하고는 한 손으로 배 위를 조심스레 감싸고서 현관문 쪽으로 향했다.



"디키."


"젠장. 왜요, 프리드먼 씨."


"아직 8분 남았습니다."



디키는 입을 헤 벌린 얼굴로 두 손을 과장스레 펼쳐 보이고는 고개를 살짝 흔들어댔다.



"디키, 당신네들은 내가 작가라서 후보로 선택했다고 했죠. 하지만 나는 어쨌든 신입 작가에 불과해요. 이름보다 책 제목이 더 잘 알려진 작가죠. 나는.. 나는 지금까지 학생 애들을 가르치던 시간강사였어요. 그리고.. 제기랄, 나는 언어학과 인문학을 가르쳤다고요! 왜 내가 뽑힌 거죠? 그 정보장교의 증언을 알렸기 때문에? 이봐요, 고작 그 정도 이유로 내게 인류 최대의 비밀을 알려준 거라곤 하지 맙시다."



디키는 내 말이 다 끝난 것인지를 확인하는 양 잠시간 나를 바라보고는 천천히 입을 뗐다.



"첫째는 프리드먼 씨가 작가이기 때문이었고, 두 번째는 그 정보장교의 증언을 알렸기 때문이죠."


"이봐요, 디키!"


"그 정보장교의 증언은! 그 증언은, 우리와 EBE 간의 비밀과 관련해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에요. 우리가 EBE의 존재를 알게 된 계기니까요.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어요? 다른 작가들이 UFO이니, 외계인이니 장난질 치고 거짓말을 늘어놓을 때 당신은 그 정보장교의 증언을 알린 거예요."


"그게 정확히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거죠?"


"프리드먼 씨, 우리가 은폐 중인 비밀들이 언제까지 보안유지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글쎄요, 상당히 오래? 어쩌면 영원히?"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죠?"


"당신네같이 위험을 무릅쓰고 나설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내가 이걸 폭로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얼마나 믿을지도 모르고. 아마 내가 돈맛을 봐서라고 여기겠죠. 그리고 내 폭로로 인해 정부에서는 더욱 단속을 심하게 할 테고 재수 없으면 당신네 소행이 들통나면서 처분이 내려질지도 모르죠. 그럼 이제 아무도 용감히 나서지 않을 거고요."



내 대답에 디키는 발작적인 웃음을 터뜨렸다. 그건 성인이 된 지 얼마 안 된 남자애들이 으레 터뜨리곤 하는 종류의 웃음소리였기에 나는 그의 연령대를 더욱 자세히 파악할 수 있었다.



"이런, 프리드먼 씨. 웃어서 미안해요."


"괜찮아요."


"프리드먼 씨, 프리드먼 씨는 우리가 기밀을 유출한 게 들통나면 아무도 모르게 총살당한 뒤 그 시체는 네바다 사막 어딘가에 파묻힐 거라 생각하나요?"


"..보통은 그런 식이겠죠."


"세상에나, 영화를 너무 많이 봤군요. 우리가 무슨 30년대 시카고 마피아인 줄 아세요? 맙소사.. 프리드먼 씨, 마피아들이 왜 밀고자나 배신자들을 처형하는 줄 아세요?"


"그야.. 그들 입장에서 가장 용서할 수 없는 짓을 저지른 거니까.."


"그래요, 가장 용납할 수 없는 짓을 저질렀기 때문에 처형하는 거죠. 본보기로 말이죠. 하지만 그게 포인트는 아니에요. '왜 처형을 시킬까?'가 포인트죠."


"..무슨 말이죠?"


"그들이 처형을 시키는 건, '생존권'을 박탈시키기 위해서예요. 무슨 말인지 이해하나요? 명예니 체면이니 그런 건 부차적인 거라고요. 마피아들은 목숨을 잃지 않는 한 어디서든 살아갈 수가 있죠. 무슨 짓이든 해서라도. 범법자니까요. 바퀴벌레 같은 거죠. 그래서 살아갈 길을 끊어놓기 위해 처형을 시키는 거예요. 그들에게는 그게 '벌'인 거죠. 그들에겐 서로 공생이란 게 없는 거니까요. 쫓아내도 언젠가 조직에 피해를 입힐 거라면 그런 식으로 추방하는 거죠."


"그럼, 당신네들은요?"


"우린 정부 요원들이잖아요."


"그게 무슨 차이가.."


"잠깐, 지금 품위나 교양, 상식 같은 걸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에요. 생각해봐요. 우리는 추방을 위해 번거롭게 사람을 죽이거나 할 필요가 없어요. 그냥 쫓아내면 그만이죠. 파직시키면 되는 거예요. 이건 우리의 시스템 덕분이죠. 무슨 말인고 하면, EBE에 대한 접근 권한 시스템은 3단계로 나누어져 있어요. 대통령, 그 밑의 직속 관리원 몇 명,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같이 각 정보기관 부처 내에 은밀하게 존재하는 비밀요원들. 이 EBE에 대한 완전한 접근 권한은 대통령과 직속 관리원들에게만 해당하죠. 우리는 기껏해야 지시에 따라 부분적인 퍼즐 조각들만을 손으로 더듬을 뿐이에요. 우리는 전체 그림을 파악조차 못 하고 있죠. 물론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프리드먼 씨에게 보여준 이 문서들도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증거물입니다. 고작 종이 쪼가리 몇 장, 그게 전부죠."



디키는 짧은 숨 고르기 후에 말을 이어갔다.



"자, 그럼 핵심으로 들어가 볼까요? 우리가 얻은 이 문서들을 우리 중 누군가가 나서서 직접 폭로했다고 칩시다. 그 누군가가 암만 자신의 신분을 내세우며 주장해봤자 사람들은 믿지 않아요. 왜냐, 그 신분은 실제로 공식적으론 존재하지 않는 직책이니까요. 즉, 공식적으로 우리는 공군기지 소속 군인일 뿐이라는 거죠. 이런 군인이 출처도 불분명한 종이 쪼가리를 흔들어댄다고 사람들이 얼마나 관심을 쏟겠어요? 끽해야 라디오 전파 수신기로 가득한 집의 편집증 걸린 음모론자들이나 달려들겠죠. 운 좋아 봐야 시골 케이블 방송사 정도나 관심을 보일 거고요. 반면 폭로한 우리는요? 즉각 어떤 이유로든 불명예제대 처리되겠죠. 빈털터리로 영원히 쫓겨나는 겁니다. 입김이 닿는 모든 곳에서 추방당하는 거예요. 그럼 이제 그때부터는 동네 캐셔일이나 알아봐야겠죠. 프리드먼 씨, 바로 그러다가 집에서도 쫓겨나 트레일러를 전전하게 되는 겁니다. 상황이 그렇게 되면 우리가 얻는 게 뭐죠? 진실을 어느 누가 알아준다고요?"



디키는 이번엔 내 얼굴을 잠시 훑고는 다시금 말을 이었다.



"애석하게도 우리 중 처가가 부자인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리고 모두 직업과 계급이라는 군인의 명예 부분에 있어 타인의 시선에 예민할 수밖에 없고요. 나도 마찬가지예요. 비록 나는 젋지만.. 군인 집안에서 태어났고 이제 곧 결혼할 여자도 있어요. 그리고 내 아이도 생기겠죠? 자, 프리드먼 씨. 이게 바로 마피아들의 시스템과 달리 우리 시스템이 갖는 추방이라는 겁니다. 내 삶과 진실 중 중요한 게 뭐라 생각하세요? ..바로 그런 거죠. 애초에 대통령과 그 직속 관리원들은 추방당할 수 없는 처지의 사람을 뽑는 거예요. 그럼 이제 그들이 스스로 고백하기를 기다려야 할까요? 오, 하지만 그들은 괴물이에요. 애국 괴물들이죠. 그들은 미국, 그리고 더 나아가 지구를 위한 게 비밀을 은폐하는 것이라 믿어요. 사도가 예수를 따르는 것처럼 믿음이 충만하죠. 뭐, 그들의 믿음이 맞는 걸지도 몰라요. 하지만 모두가 진실을 알 권리는 있는 거예요. 이건 군 기밀이 아니니까요.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하는 진실인 겁니다. 다만, 우리도 그 시기가 지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사람들이 한 번에 모든 걸 알게 해선 안 되니까요. 어차피 그게 가능하지도 않지만. 어쨌든, 그러면 사람들은 받아들일 수가 없게 돼요. 진실의 양이 너무 크거든요. 그리고 또 다른 이유도 있고. 그래서 프리드먼 씨가 선택된 겁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왜 작가인 자기를 선택했느냐고 물었죠? 우리가 하려는 일은 단순히 사람들에게 진실을 폭로하려는 게 아니에요. 뭣보다 우리가 아는 진실도 고작 전체 진실의 어느 정도나 될지도 모르고요. 우리의 목표는 이겁니다. '순차적으로 진실이 드러나면서 결국엔 정부가 모든 진실을 토해내야 하는 상황'"


"이해가 잘 안 되는군요."


"프리드먼 씨가 어떤 방법으로 이 문서를 폭로하든 사람들은 믿지 않아요. 그저 '로스웰에서의 정보장교 증언을 폭로했던 작가가 또 다른 주장을 내놓았다.'에 그칠 뿐이죠. 하지만 그게 중요한 거예요. 프리드먼 씨는 지금껏 거짓말을 한 적이 없어요. 게다가 정보장교의 증언은 EBE 비밀의 단초라 할 수 있죠. 그렇죠?"


"그런 셈이겠죠."


"프리드먼 씨, 언젠간 EBE에 대한 비밀도 새어나갈 겁니다. 또, 언젠가는 사람들이 믿어줄 만한 물적증거와 함께 말이죠. 그리고 그러한 건 시스템상 전체 진실의 아주 사소한 일부분이겠죠. 바로 그때 프리드먼 씨의 과거 폭로가 힘을 발휘하는 겁니다. 우리가 전달한 문서의 내용은 물적 증거는 없어도 상당한 양의 진실을 포함하고 있어요. 아마 정보요원 중 이만큼의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럼 이제 사람들이 EBE의 진실에 대해 진지해졌다고 가정해봅시다. K마트에서 외계인 인형을 사는 심정과는 다르게 말이죠. 모든 사람이 프리드먼 씨가 했었던 폭로에 귀 기울이게 될 거예요. 로스웰에 대해 폭로했던 작가, 그 작가가 이후 터뜨린 EBE의 존재. 그 모든 게 진실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거죠. 그럼 이제 여론은 정부를 위협하게 됩니다. 정부가 모든 진실을 쏟아낼 때까지요. 그리고 이러한 여론이야말로 EBE의 완전한 그림을 들춰낼 유일한 수단입니다. 아시겠어요? 프리드먼 씨,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려주어선 안 되는 겁니다. 사람들이 진실을 알고자 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거죠."


"...."


"이제, 우리가 왜 프리드먼 씨를 선택했는지 알겠죠? 우리는 결코 거짓말을 한 적 없는 진짜 폭로자가 필요했던 거예요."


"..디키."


"네."


"내가 만약 이대로 침묵을 지킨다면요? 그게 애국이라고 여긴다면요? EBE는 우리에게 적대적이지가 않다면서요? 그러니 세상 사람들은 모르는 편이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면요?"


"프리드먼 씨, 당신은 그러지 않아요."


"어떻게 확신.."


"당신은 작가니까요.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가 사람들을 열광시켰었으니까. 그러니 당신은 분명 또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될 거예요. 당신이 정말 이걸 품 안에 지니고만 있을 거라고요? 얼마나요? 일 년? 이 년? 아뇨, 당신은 그러지 못해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당신을 선택한 겁니다. 사실, 당신 외에는 후보가 될만한 사람도 없어요."


"...."


"하지만 프리드먼 씨, 지금 당신의 손에 들어간 것은 단순히 진실 하나가 아닙니다. 훗날 사람들에게 반드시 진실이 알려져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래요, 모르는 거죠. 그리고 그때는 무엇보다 지금 당신이 쥐게 된 진실이 필요하게 될 겁니다. '너희는 듣기만 하여 자신을 속이는 자가 되지 말 것이며 행하는 자가 되어라.'"



나는 멍하니 현관문 오른편 벽지의 얼룩을 바라보았다. 그럴 리가 없는데 분명 좀 전보다 얼룩이 진해진 듯했다.



"..이제 정말 가봐야 돼요, 프리드먼 씨."


"디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건가요? 당신이 만약 나였다면.."



디키는 등을 돌려 현관문을 열어젖히는 것과 동시에 다음과 같은 말을 마지막으로 모습을 감췄다.



"자신한테 가장 소중한 것을 우선시하겠죠."



 



밖을 나오자 어느새 하늘은 어둠으로 두터웠고, 찬바람이 이는 '윙윙' 소리 가운데서 홀로 모텔을 올려다보고 있자니 모든 게 부질없이 느껴졌다. 그저, 이 엿 같은 추위만 피할 수 있다면 다른 건 아무래도 좋을 뿐이었다.



"젠장, 제니가 단단히 골이 나 있겠군."



내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만약 당신이 나였다면 어떻게 했겠는가? 나? 나는 일단 디키의 조언을 따랐다. 최대한 빠른 비행기 편을 잡아타선 장모님 집으로 가 제니와 로라를 힘껏 껴안았다. 다른 건 전혀 생각하지 않고서.





-fin-




















후기



이 이야기는 그 악명 높은 'MJ-12' 사건과 그 일련의 과정을 모델로 하고 있다. UFO 및 외계인 사건 역사에서 으뜸으로 꼽는 사건이라면 모두들 로스웰 UFO 사건을 택할 것이다. 그리고 MJ-12 사건은 이 로스웰 UFO 사건을 처음으로 '재생산'한 빌 무어(UFO 연구가였던 그는 동료 연구가였던 스탠튼 프리드먼의 도움으로 해당 사건에 대한 서적을 출간했다, 여담으로 공동집필자는 미스터리 업계의 전설로 일컬어지는 찰스 벌리츠였다)가 공모했던 사기극이었다.


아, 물론 로스웰 UFO 사건 역시 각각의 사욕들이 얽히고 뒤엉킨 엉터리 사기극에 불과하시다. 하지만 이미 성전이 되어버린 로스웰 UFO 사건에 대해 이제는 그 진실을 말하기가 영 껄끄러운 상황까지 와버렸다. 그러나 믿음의 양이 곧 진실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로스웰 UFO 사건은 분명 역사상 가장 유명한 UFO 사건인 동시에 가장 질 나쁜 UFO 사기극이다. 이러한 신성모독에 화가 난다면, 그리고 호기심이 일었다면, 최근 내가 출간한 논픽션물 <세기의 음모론과 그 진실>을 정독하시길 바란다. 하하.


해당 이야기에서 나는 극의 진행을 상당 부분 대화문에 맡겼다. 이 방식을 고루하고 수준 낮은 형식으로 여기는 분들이 많겠으나 SF&외계인 이야기에 아날로그 방식 말고 무엇이 또 어울리겠는가? 게다가 나는 읽는 이로 하여금 조금이라도 더 현장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고, 미약한 재주의 내게 있어 해당 방식이 최선이었다. 뭐, 논외로 대화문 진행 방식이 꼭 수준 떨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그건 코맥 매카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잘 증명해주고 있다. 영화보다 더 살벌한 분위기를 체감하게 해주지 않는가.


어쨌건, 외계인 이야기에 환장하는 이라면 분명 이 이야기를 아주 재미있게 감상했을 것이다. 나부터가 그러하니까. 그리고 그러한 괴짜들(아주 소수의)이 만족했다면 나는 더 바랄 게 없겠다. 그들을 위한 이야기였으니까. 그러므로 글의 형식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으련다. 클린턴도 말했잖은가. "중요한 건 이야기야, 멍청아!"




http://blog.naver.com/medeiason/221085498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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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

이상한 옴니버스 창작단편 2017. 8. 1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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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이야기는 창작이므로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모든 것들은 사실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 본 이야기는 출처 미 언급 및 상업적 용도 사용을 제외하곤 자유로운 사용과 재생산을 장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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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



 

"오, 하늘에 계신 하느님!"



네이트의 입에서 탄성처럼 말이 튀어나왔다. 네이트는 그 말이 어쩐지 다른 사람의 입에서 나온 것처럼만 느껴졌다. 적어도, 1973년 그날의 네이트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이제 와 그분을 찾다니. 더 일찍 좀 찾았다면 그간 아내한테 주말마다 바가지 긁힐 일도 없었을 텐데. 허나 별수 있으랴. 불신자들에게 있어 '그분'이란 항상 일이 다 끝난 뒤에야 머리를 디미는,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 아니던가. 그러고선 뻔뻔하게도 품평을 늘어놓지. 파티 뒷정리는 조금도 도우려 들지 않으면서.


네이트는 연신 뜬눈으로 고개를 휘저어댔다.



그래도 조는 아니잖아. 시카고에서 조만큼 미사를 열심히 드렸던 자가 있던가? 남쪽 놈들은 당신보다야 메리 제인 여사를 찾고 나머지 여피족 놈들도 스스로를 당신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족속들 아니던가. 하지만 조는 아니었다고.



네이트는 굽혀진 무릎을 펼 여력이 없었다. 날마다 링컨공원을 뛰어다닌 끝에(물론, 그분을 찾아봬야 할 시간에도) 생후 10개월짜리 코끼리의 뒷다리만 한 하체를 가지게 되었지만 네이트가 자리에서 꼼짝할 수 없던 건 그저 맥이 풀려서였다. 그러다 문득 이 사실을 아내에게 무어라 전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이혼 조정 기간이 아니고서야(그리고 아내가 아르마니 수트의 변호사 놈을 대동하지 않고서야) 그 어떤 남편이 아내를 슬픔에 빠뜨리고선 기분이 찝찝하지 않겠는가. 비록, 그 슬픔이 몇 시간짜리밖에 되지 않는다 해도.


네이트는 아예 엉덩이를 깔고서 자리에 앉아버렸다. 어차피 쏟아진 물이 아니던가. 네이트는 다음 일들을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곤 아내에겐 이 사실을 내일 저녁을 먹은 뒤 잠자리에서 말해주어야겠노라고 결심했다. 오늘 같은 기분에선 '어째서 조 같은 사람이..'라며 흐느낄 아내 면전에다 화풀이할 것만 같아서였다.



어째서긴! 이게 모두 다 그분의 계획이지! 언제나처럼! 늘 그래 왔거든! 왜냐고? 그야 자기 멋대로 해도 뭐라 할 사람이 없으니까!



조는 분명 조금 별난 사람이었다. 아니, 사실 그를 그처럼 관대하게 표현하는 건 네이트네 부부뿐이었다. 모두들 조를 싫어했다. 그리고 모두 조를 유령처럼 취급했다. 한편으론 이해가 갔다. 조는 항상 같은 옷을 걸치고 다녔으며(게다가 값비싼 옷도 아니었다), 쓰레기장을 뒤지는 게 하루의 일과였고, 그 역시 다른 이들을 유령처럼 취급했으니까. 맙소사, 설상가상으로 그는 한쪽 다리를 절기까지 했다. 하나 더? 그가 노인이었다는 거였다. 쓰레기를 뒤지는 단벌 노인네를 그 누가 동정하겠는가. 적어도 이곳 시카고에서는 아니다.


그래도 네이트는 사람들이 조금은 비열하다고 여겨졌다. 그건 값싼 동정심에서 우러나오는 비겁한 우월감은 아니었다. 그저, 썩 잘나가는 포토그래퍼의(자식놈 셋과 아내 하나를 여태껏 굶주리게 한 적 없으니, 제법이잖은가!) 관찰안에서 나온 지극히 합당한 결론이었다.


조는 비록 1년 내내 단벌 행색이었지만, 쓰레기를 뒤질 땐 항상 겉옷을 야무지게 개서는 근처 땅바닥 중 가장 깨끗한 곳에다가 조심스레 모셨다. 또, 그에게선 생각과 달리 어떠한 기분 나쁜 악취도 나지 않았다. (뭐, 쓰레기를 뒤지고 있는 도중에야 모르겠다만) 이 쓰레기 뒤지기 일과는 그가 일요일을 제외하곤 매일마다 출근하는 직장 일(그는 지역 병원에서 네이트의 나이만큼이나 오래된 청소부였다)이 끝난 뒤에야 이루어지는 일이었다. 말인즉슨, 하루 내내 스스로를 기꺼이 구렁텅이로 밀어넣는 호로잡놈들과는 명백히 달랐다는 뜻이겠다. 그는 스스로를 돕는 사람이었다.


쓰레기를 뒤지는 게 뭐 어떤가? 우리 모두도 조금씩은 쓰레기를 뒤지며 살지 않는가. 그저 남의 눈에 띄지 않게 하고 있을 뿐. 그리고 다리를 저는 거? 그게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노인네가 온전한 몸뚱이를 지니고 있다면 그건 그자가 지독한 악당임을 나타내는 거니까.


사람들이 처음부터 조를 '격렬하게' 싫어했던 것은 아니다. 다만, 그에 대해 좋지 못한 소문이 나돌면서부터 급격히 여론이 악하되었다고 할까. 늘 그런 법이다. 언제나 그놈의 소문이 문제다. 조와 관련한 대표적인 소문 두 가지는 다음과 같았다. 하나는, 그가 정신병원에서 도망 나와 이곳 시카고 일대를 돌던 떠돌이였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밤마다 그가 집안에서 각기 다른 목소리들을 내며 끊임없이 미친 사람처럼 떠들어댄다는 것이었다.


허나 네이트는 조가 제법 마음에 들었다. 조는 벌써 10년 넘도록 네이트가 세놓은 6평짜리 아파트 방(네이트가 대학을 졸업하고 시카고로 와 처음 세 들었던 방이었다)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월세를 밀린 적이 없었다. 단 한 번도. 일리노이 주에서 그토록 계약을 잘 이행하는 사내는 아마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이전 세입자들마냥 거렁뱅이들을 끌고 와 떨을 피워대곤 체 게바라 흉내를 내며 이웃집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펼치지도 않았다.


조는 또한 지독한 신사도를 갖추고 있었다. 간혹 이웃 주민이 화풀이할 요량으로 면전에다 이유 없이 치졸한 비난을 퍼부어대도 그저 수줍은 미소로 이렇게 답하기 일쑤였다. 그것은 근사한 무시 표명인 동시에 상대의 품위를 나락으로 떨구는 기발한 인사법이었다.



"안녕하시오. 내일은 아침부터 비가 올 것 같구려. 우산을 꼭 챙기시오."



사실, 네이트와 조가 사적으로 친해진 것은(적어도 네이트가 조에게 말을 걸면 다음 날 기상예보를 답변으로 듣거나 하진 않았으니까) 1년 전이었다. 정확히 1년 전.


네이트는 큰 목소리로 웃어젖히며 시답잖은 농담과 함께 상대에게 마음을 여는(그건 비겁한 기만일 뿐이다) 남자가 아니었다. 네이트의 천성은 접근하는 게 아니라 관찰하는 것이었으니까. 처음 그건 그저 변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날은 아마 수요일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목요일이었거나. 확실한 건, 1972년 4월 12일이었다. 네이트는 퇴근 중이던 조와 마주친 자리에서 자못 유쾌한 어조로 물었다.



"풀먼 씨, 퇴근하나 봐요? 이제 보물섬에 가겠군요."

 

그러자 조가 대답했다.

 

"아니, 오늘은 일 없다네."

 

"예? 어째서요?"

 

"오늘은, 오늘은 내 생일이거든. 그래서 퇴근 후의 일은 하루 쉬려고 하네."



네이트는 그 짧은 순간 자신의 머릿속에서 그날 남은 6시간을 조가 어찌 보낼지가 그려졌다. 생일날 거실 한가운데에서(거실이 따로 있겠느냐마는) 폴란드인이 만든 콘독을 씹어대는 조. 그래도 생일이라고 호사를 부려 큰맘 먹고 산 눅눅한 프라이드 포테이토가 풍미를 더해주겠지만, 어쨌든. 그건 너무도 불공평한 처사였다. 적어도 네이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네이트는 그날 조를 끌고 가다시피 해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네이트의 아내는 갑작스러운 손님의 방문에(그것도 네이트의 손님이), 특히 조가 바로 그 '조'라는 것을 알고선 꽤나 놀라워했다. 허나 그건 경멸에서 비롯되는 놀라움은 아니었다. 아이가 비에 쫄딱 젖은 들고양이를 당당히 집에 데려왔을 때 엄마가 품는 그런 감정도 아니었다. 다만, 정신병원을 탈출해 밤마다 잡아먹을 아이를 찾아 나선다는(아이가 없다면 길가의 새라도) 이 허튼 소문의 절름발이 노인네를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그게 다였다. 그녀는 조에게 생일을 축하해주면서도, 미처 준비할 틈이 없어 네이트 家 식의 전형적인 기름진 저녁 식사를 대접하는 것에 대해 그에게 사과했다. 그것은 진실된 사과였다. 그녀가 간혹 네이트의 누이 도로시에게 하곤 했던 사과와는 달랐다.


저녁 식사 후, 네이트는 생일 케이크를 대신해(허긴, 조가 어느 생일에 케이크를 먹었겠느냐마는) 싸구려 와인 하나를 땄다. 그 와인은 얼마 전 아내와의 외식에서 돌아오는 길에 근처 식료품점에서 충동적으로 구매한 것이었다. 종이 재질 포장곽의. 조는 제법 위트가 있는 사람이었다. 덕분에 즐거운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고 네이트의 아내는 남편이 자신의 동의도 없이 와인을 딴 것에도 개의치 않아 했다.


그래도 가장 기분이 좋아 보이는 건 조였다. 그는 와인을 한 모금, 두 모금, 세 모금 넘기더니 이내 답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 노래는 네이트 부부가 그때껏 들어본 적 없던 것으로 어느 지방의 마더구스를 비튼듯한 노래였다. 노래를 읊는 조의 목소리가 깜짝 놀랄 정도로 미성이었던지라 네이트 부부는 마치 크리스마스날 소년소녀 합창단 앞에 선 기분이었다.



"옌장할...."



자리에 주저앉은 채 한참을 한탄하던 네이트는 아파트 단지를 나와 공중전화가 있는 곳까지 기어가듯 걸어나갔다. 조의 집엔 당연히 전화 따위는 설치되어있지 않았고 그의 이웃들에게 들러 전화를 빌리기도 싫었기 때문이다.



조의 소식을 내 입으로 그런 불한당들에게 알릴 수야 없지.



그렇다. 적어도 이 사태가 정리될 때까지는. 네이트가 수화기 너머의 상대에게 침통한 어조로 내뱉었다.



"여기 사람이 죽었습니다. 사건 따위가 아니니까 최대한 조용히 와주세요."



비록 마피아의 궁둥이를 봐주는 시카고 경찰이라지만 그들도 이러한 케이스에선 유능함을 발휘했다. 조는 죽을 때가 되어 죽은 것이었다. 속병 몇 개 정도는 훈장처럼 가지고 있는 나이였으니까. 또, 조는 하늘 아래 혼자였다. 아내가 있었던 적도 없었으며 당연히 자식 또한 없었다. 그는 이미 어린 시절 고아였고 끝내 고아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것도 생일날 아침 이 골방 한구석에서. 어쩌면, 조는 그 날 처음으로 생일 케이크와 선물을 받았을 것이다. 그분의 빌어먹을 계획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나단 문 씨, 집주인 되시죠?"

 

"네, 그리고 신고자죠."

 

"사망하신 분과는 관계가 어떻게 되나요?"

 

"..친구입니다."

 

"이분이 당신 앞으로 유서를 남겼네요."

 

유서라니, 마지막에 가서야 그렇게 보통 사람 흉내를 내는구먼.

 

"무슨 내용이죠?"

 

"뭐, 아무래도 유서다 보니 여러 내용이 있지 않겠습니까? 나중에 정식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잠깐 보기만 해도 될까요?"



경관은 잠시 네이트를 바라보더니 곧 그러라고 허락했다. 아마, 그는 돈을 받지 않고 부탁을 들어준 최초의 시카고 경찰이었을 것이다. 네이트는 조가 자신 앞으로 남긴 유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몸 한번 뒤척이지 않고선 읽어내렸다. 경관의 말대로 여러 내용이 든 유서였다. 그리고, 그 내용은 정말이지 예상 못 한 것이었다.


아니, 아니지. 그 내용은 계시였다. 네이트는 지난 40년 넘도록 잊고 있었던 성경 구절 하나가 떠올랐다. 그것은 어린 시절 교회(부모를 따라 다니던)에서 주최한 성경 암송 대회를 위해 외웠던 구절이었다. (어떤 기억은 어린 시절의 것이 더 선명하게 남아있기도 한 법이다) 당시 네이트는 1등을 해 가죽 커버로 된 조그마한 성경책을 받았는데 아마 상품이 뭔지 알았다면 그토록 열심히 성경 구절들을 외우진 않았을 것이다. 어쨌건, 그토록 오랜 세월 잊고 지내던 다음의 구절 하나가 네이트의 머리를 강타했다.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그건, 네이트가 처음으로 그분의 계획을 신임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적어도 그 주 주말엔 자발적으로 교회에 나갔으니 말이다.



나단 문에게.

 

자네에게 내 모든 것을 남기겠네. 그런데 그러려면 먼저 사과를 해야할 것 같군. 이건, 엄밀히 말해 그냥 종이 더미이거든. 그러나 이보게, 네이트. (내가 자네를 이렇게 부르는 것을 용서해주게나) 이건 내게 가장 소중하고 또 가장 값진 물건이라네. 그래서 어쩌면 자네도 이걸 마음에 들어 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네. 쓰레기를 뒤지는 노인네에게 관심을 갖는 자네니까 말일세.

 

이 종이 더미는,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15,145페이지짜리 동화라네. 내가 50년 넘게 써 내려간 이야기이지. 궁금하면 읽어봐도 좋네. 어차피 자네만 원한다면 이건 이제 자네 것이니까.

 

네이트, 내 자네에게도 왜 날마다 쓰레기를 뒤지는지 말해주지 않았지. 학교도 변변찮이 못 나온 이 노인네가 별수 있었겠나? 이야기를 쓰기 위해 스스로 자료를 찾고 나설 수밖에. 나는 나를 받아줄 선생과 조언자가 필요했던 거라네.

 

그리고 이보게, 네이트. 이 변변찮은 노인네가 그래도 자네에게 하나 알려줄 게 생겼으니, 그건 스스로를 도울 것들은 그 어디에서든 찾을 수가 있다는 걸세. 구하라! 그럴 지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니.

 

이보게, 네이트. 나는 걸음마를 뗄 때부터 혼자였네. 내 옆엔 절름발이 아버지(웃기지 않나?) 하나뿐이었지. 내 아버지는 내가 다 자라기도 전에 세상을 떠나버렸다네. 나는 완전히 혼자가 된 거였지. 그때부터 지금껏 나는 노인네였네. 사람들 사이를 떠도는 유령, 누구와도 영혼을 나누지 못하는 이방인. 그렇게 나는 어릴 때부터 지금의 삶을 살아왔네. 내게는 어린 시절이 없는 것이지. 그래서 나는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네.

 

자네는 어린 시절 어른이 되고 싶었는가? 그랬겠지. 모두들 그러니까. 그런데 나는 아니었네. 애초에 내겐 어린 시절이라는 게 없었으니까. 나는 단 한 번도 진정으로 어른이 되고 싶었던 적이 없었네. 한 번이라도 좋으니 어린아이가 되고 싶었지. 그래서 이야기를 만들었고 그 이야기가 펼쳐질 세계를 창조한 거라네.

 

이야기의 주인공은 비비안이라는 이름의 소녀일세. 용맹함과 不死라는 축복을 받은 아이이지. 그녀는 아이들을 노예로 부리는 이웃의 군사 국가와 싸우기로 결심했네. 대단하지 않나? 정면으로 시스템에 맞서 싸울 생각을 하다니 말일세.


네이트, 이 이야기는 내 영혼을 풍요롭게 하는 휴식처였네. 그래서 이렇게 꽁꽁 숨겨왔던 것이지. 누구든 힘든 하루를 끝내고선 자기만 사용하는 해먹에다 몸을 뉘일 권리가 있는 게 아니겠나. 그러나 이제는 이 해먹을 자네에게 선물하겠네. 말했듯 이 이야기는 이제 자네 것이고 자네의 권리이니 오롯이 자네의 뜻대로 하게나. 이미 그 값은 내 생일날 와인으로 지불이 끝났으니 말일세.


자네 부부에게 주님의 은총과 자애가 항상 함께하길 기도하겠네.


추신. 이미 몇 년도 전부터 내가 이 이야기를 끝까지 써내려갈 수 있을까 의심했네. 내 육체는 진즉에 죽어버려 주님꼐서 걷어가셨으니 말일세. 그렇지만 여기까지 버텨냈고 이제 끝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있네. 자비로우신 마리아께서 내 영혼을 기다려주기로 하신 거지. 아마, 내년 이맘때즈음 비비안의 여정과 함께 나 조 풀만의 삶도 마침표를 찍게 되겠지. 네이트, 고마웠네. 자네 부인에게도 안부 전해주게나.


1972년 4월 12일 조가




 
 
 
-fin-



















후기

이 이야기 속 조 풀먼은 실제 모델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1892년생인 헨리 다거가 그 주인공으로, 그는 10대 후반 무렵 이미 고아였고 고향인 시카고로 건너 와(물론, 걸어서) 평생을 병원 청소부로 일했다. 그리고 그는 죽을 때까지 청소부 일과 미사를(물론, 쓰레기를 뒤지는 일과도) 제외하곤 아파트 방에서 은거하며 동화책 <The Story of the Vivivan Girls, in What Is Know as the Realms of the Unreal, of the Glandeco-Angelinnian War Storm, Caused by the Child Slave Rebellion>을 집필한다.

그는 죽기 전 자신의 소지품 처분 여부를 묻는 집주인 사진작가 나단 러너 에게 그 권리를 이양했고, 그렇게 훗날 상업적 가치로 100만 달러가 넘게되는 이 세상에서 가장 긴 장편은 나단 부부에 의해 세상의 빛을 보게 된다. (그들은 헨리 다거의 방을 보존하는 한편, 그의 작품들을 각종 컬렉션 및 전시회에 출품한다.

전편인 <창백한 유령>과 마찬가지로 해당 이야기에도 목회적 분위기가 첨가되어있다. 사실 기독교 국가인 미국을 배경으로 한 창작에 그러한 게 빠질수가 없기때문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론 세대가 지나면서 종교로 인해 파생되는 문학적 색체에 나 개인이 적잖은 흥미를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헨리 다거는 해당 장편의 자료 수집 및 삽화를 위해 매일마다 쓰레기를 뒤지며 잡지 등을 스크랩했다. 말 그대로 평생을 글쓰기에 쏟아부은 셈이다. 글쓰기는 그에게 있어 삶의 방식이었던 것이다.

나는 해당 이야기에 아주아주 진부한 제목을 붙였다. 그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제목 외에는 다른 게 떠오를 수가 없어서였다.





http://blog.naver.com/medeiason/221072979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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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유령

이상한 옴니버스 창작단편 2017. 8. 6.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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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이야기는 창작이므로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모든 것들은 사실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 본 이야기는 출처 미 언급 및 상업적 용도 사용을 제외하곤 자유로운 사용과 재생산을 장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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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유령




문득 그대를 생각하면 마음이 부자가 되니 나는 내 신세를 왕과도 바꾸지 않으리.

- 셰익스피어





나는 지금 40년도 더 된 과거의 일을 이야기하려 한다. (노인네가 달리할 게 옛날이야기 말고 뭐가 있겠는가) 그건 내 이마 위 검버섯들이 있는 곳에 머리카락이라 불리우던 것들이 자리하고 있었을 무렵의 이야기이다. 그때가 언제인고 허면.. 그래, 제퍼슨당의 먼로가 재선한 해였다. 우리 버지니아의 자랑스러운 아들 제퍼슨과 먼로에게 신의 가호를!


당시 나는 린치버그에서 워싱턴이라는 이름의 자그마한 여행자 호텔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곳은 제퍼슨이 말하곤 하던 곳이었다. '린치버그는 버지니아에서 가장 흥미로운 곳이요, 린치버그 마을에 도움을 주는 것보다 더 큰 즐거움은 없나니.' 그 무렵 린치버그는 교통의 요충지이자 담배 교역으로 입방아에 오르던 상업지였다. 하여지건 미국에서 가장 발전 중인 곳이었으니까.


어쨌건, 나는 제퍼슨이 이따금 거닐던 포플러 숲의 근방에서 호텔을 운영하던 자였다. 그리고 실로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내 호텔을 지나쳐갔다.


그 남자가 처음으로 내 호텔에 들린 건 1820년이 되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호텔에 머물던 대부분의 사람처럼 그 역시 선금을 내곤 장기투숙을 하겠다고 했다. 그는 아주 잘 그을린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또, 다부지고 말투와 행동 하나하나에 힘이 실려있었는데 그럼에도 결코 오만함이 느껴지지 않던 사내였다. 나는 그를 처음 보고 아마 다른 많은 치들처럼 새로이 교역에 뛰어든 개척자이겠거니 생각했다. 그게 전부였다. 사실, 그는 그저 내 호텔을 지나쳐갈 숫자 중 하나에 불과했었으므로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말이다, 그가 명부에 이름을 'Thomas J. Beale'이라고 써넣는 게 아니겠나? 오, 젊은이들. 그땐 말이다, 미들네임을 쓰는 사람의 수가 연방당을 지지하는 놈들만큼도 안되었었다. 나는 대뜸 그에게 물었다.



"여보시오, 그 가운데 J는 대관절 뭐의 J요?"



그러자 그가 하얀 이들을 고스란히 드러내어 미소 짓고는 대답했다.



"제퍼슨, 제퍼슨의 J입니다."


"뭐요? 그럼, 토머스 제퍼슨 빌이라는 게요?"



그는 재차 미소 지었고 나는 단박에 그가 마음에 들어버렸다. 왜냐고? 이름이 토머스 제퍼슨 빌이라는데 내가 어찌 마음에 들지 않아 하겠는가? 그 역시 내가 제법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우린 제법 잘 맞는 구석이 있었으니까. 그는 곧 '모리스 씨, 제가 당신을 클린트라고 불러도 될까요?'라고 물어왔다. 그래서 대답했다. '물론이네. 그럼 나는 자네를 토머스 제퍼슨이라고 불러도 될까?'


토머스는 한마디로 매력 있는 사람이었다. 매력 있으면서도 결코 티 내지 않는 타입이었다. 호텔 내의 사람들 모두가 토머스를 좋아했다. 특히나, 여자들이. 우리는 인정할 필요가 있다. 여인네들이 사람을 더 깊게 들여다볼 줄 안다는 사실을. 그래서 그네들은 우리와 달리 사랑엔 배신당해도 사람에게 배신당하지 않는다. 아마, 그들은 토머스가 이따금 풍기는 무언의 눈빛에서 그 가치를 발견하곤 했던 것 같다.


토머스가 언젠가는 로렌이라는 여성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녀는 영국에서 온 여류작가로, 다른 모든 작가가 그러하듯 그럴듯해 보이는 필명 하나를 내세워 자기 자신을 포장하던 치였다. 그래도 이건 인정해야겠다. 풍성하고 맵시 있는 적발을 지니고 있던 그녀는 분명 우아하고 인텔리하면서도 자못 세속적이지 않은 여인이었음을. 물론 그녀 역시 여인네였기에 아름다운 것에 아이마냥 열광하곤 했지만, 사실 아름다운 걸 좇는 게 천박한 것만은 아니잖은가.


그녀는 매우 진취적인 여성으로, 미국의 여인네들이 기회를 박탈당한 채 재봉 따위나 배우며 자기 목소리를 피력할 수 없는 풍토를 개탄해 했다. 또, 그녀는 여인네들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에게 의지하지 못해 조혼해야만 하는 관습에 분개하기도 했다. 그녀는 서른이 다 된 나이에 드물게 미혼이었는데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그 연유를 묻는 남정네들에게 이렇게 대답하곤 했다.



"환장하겠군! 잘 들어, 길가다 처음 눈에 보이는 사람과 결혼하는 수준의 무신경함이 내게는 없다고. 난 기꺼이 내 삶을 바치지 못할 치들과는 결코 평생을 함께하지 않을 거야."



그런 그녀가 토머스를 붙들고선 세상에 대한 불평을 쏟아내던 때였다. 말미에 그녀는 영국 내 여류작가들이 책을 팔기 위해 여성향의 소설들에만 매진해야 하는 현실과 함께 자신 역시 도리가 없음을 토로했고(그녀는 극렬히 반대하는 출판사를 뒤로 한 채 개척자들에 대한 소설을 구상하고자 이곳을 찾았었다), 그때껏 턱을 괸 채 귀담아듣던 토마스는 다음과 같이 다독였다.



"조금만 더 기다려봅시다, 로렌. 하나님은 본디 골치 아픈 일을 나중에 처리하거든요. 철은 뜨거울 때 쳐야 하는 법입니다."



동시에 천상의 미소를 한 토머스가 그녀의 손을 움켜잡았고, 그 행동이 너무도 천진했던지라 평소 까탈스러울 만큼 교양을 따져대던 그녀 역시 그저 너털웃음을 지어 보일 뿐이었다. 그래도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았던지 그녀는 그날 군말 없이 토머스의 술값까지 지불했다.


토머스는 기꺼이 모두와 어울렸다. 하지만 실지론 누구와도 영혼을 나누지 않았다. 그저, 잘 웃어주는 법을 아는 사람이었던 게다. 토머스는, 마치 짙게 깔린 어둠 속에 홀로 서 있는 창백한 유령과도 같았다.


토머스가 정확히 무슨 일 때문에 호텔에 머무르는지 나는 몰랐다. 그저 호텔 주변을 거닐며 사람들과 인사하거나 나와 농담 따먹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고, 이따금 며칠씩 어딘가를 다녀오는 게 전부였으니까.


그러던 3월이었다. 3월 말, 대통령 선거 직전이었다. 토머스는 쪽지 하나만을 남기고선 홀연히 사라졌다. 처음 나타났을 때처럼. 쪽지엔 이렇게 적혀있었다.



클린트, 예정보다 일찍 떠나게 됐네요. 서둘러 가야 했던 저를 이해해주시길. 잔금은 제가 당신께 사는 술이라고 생각해줘요. 클린트, 늙은 토머스 제퍼슨이 틀렸어요. 그는 버지니아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 리치몬드이고 그다음이 린치버그라고 했죠.



남자에게 있어 말동무 하나가 사라지는 건 제법.. 유감스러운 일이다. 허나 별수 있겠는가? 아쉬운 건 아쉬운 거고 내게 주어진 일은 해야하는 법이지. 바울도 그랬잖는가. '하나님을 속일 수는 없소. 사람은 자기가 심은 대로 거둘 것이니.'


그렇게 한 해가 가고 다시 또 한 해가 흘러 새로운 해가 시작되었을 때였다. 젊은 토머스 제퍼슨이 호텔에 나타났다. 예의 그 사람 홀리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이다. 우리는 다시 둘도 없는 말동무가 되었다. 토머스와 함께 이야기를 나눈 때면 나는 어쩐지 소년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허나 나는 토머스에게 개인적인 일들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거나 하진 않았다. 그건 토머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말하자면, 우리 사이의 그러한 암묵적인 룰이 서로의 관계를 지탱했던 것이다.


토머스는 처음 호텔에 왔을 때와 다름이 없었다. 주로 호텔 주변을 거닐며 사람들과 인사하거나 나와 농치기를 하며 시간을 축냈고, 이따금 며칠씩 어딘가를 다녀오곤 할 뿐이었다.


겨울기 가고 봄이 올 무렵이었다. 어느 밤, 토머스가 나를 찾아왔다. 아마 그 전날까지 며칠 동안을 어딘갈 다녀온 뒤였던 거로 기억한다. 토머스는 무언가를 계속 주저하던 끝에 말했다.



"클린트, 저 지금 떠납니다."


"뭐? 이봐, 토머스.."


"클린트, 미안해요. 본래는 어제 호텔로 돌아오지 않고서 그대로 떠나려던 거였어요."


"토머스, 우린 서로 개인사에 대해선 함구했었지. 그렇지만 말이야, 정말 내게 말해줄 게 없나?"



토머스가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들여다봤다는 게 더 맞는 말이겠다.



"클린트, 내겐 친구가 없어요. 가족도요. 그저, 같이 일하는 동료가 전부죠. 검은 자두도 흰 자두만큼이나 달다지만.. 내가 진정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는 걸까요?"


"이보게, 토머스. 하나님께서 창세 무렵에 말씀하셨잖은가. '사람이 독처하는 것은 좋지 못하니.' 비록 그 말이 있고서 아담이 자기 갈비를 내줘야했지만 말일세."



토머스는 내가 과장되게 옆구리를 두드리며 말하자 크게 웃어젖히더니, 잠시 기다려달라고 하고는 한참 후에야 짐을 챙겨 나왔다.



"클린트, 당신이라면 뱀의 속삭임에 넘어가거나 하지 않겠죠. 이 상자를.. 보관을 부탁할게요. 제게 아주 중요한 서류가 들어있는 상자예요. 곧 다시 찾으러 올 테니 그때까지만 맡아주세요."







토머스가 내민 상자는 꽤나 전형적인 외형의 금속 상자였다. 가운데에 자물쇠가 달린. 토머스는 그대로 짐을 동여맨 채 어둠 속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게 우리의 마지막이었다. 곧 상자를 찾으러 온다던 토머스는 대신 그해 여름에 편지 하나를 보내왔다.



친애하는 클린트에게. 클린트, 제가 맡긴 상자에는 저와 동료들 모두의 재산과 관련한 아주 중요한 서류가 들어있습니다. 만약 아무도 상자를 찾으러 오지 않는다면 이 편지의 날짜로부터 10년간 상자를 보관해주세요. 그 10년 동안 저 또는 제게 위임된 자가 상자의 반환을 요구해오지 않을 경우에는 자물쇠를 파괴하고 상자를 열어주었으면 합니다.


내 친구 클린트, 당신에게 항상 신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나는 기꺼이 친구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그래서 금고 깊숙이 상자를 보관했다. 토머스의 말대로 그 혹은 그가 위임한 자가 찾아올 때까지 말이다. 그렇게 10년을 보관했건만, 상자를 찾으러 오는 이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상자를 계속해서 보관했다. 글쎄다. 어쩌면 토머스를 기다렸던 건 상자만이 아니었던가 보다.


토마스가 내게 상자를 맡긴 뒤로 23년이 흘러, 나는 호텔을 넘기고서 은퇴를 준비하며 마침내 상자를 열어보기로 마음먹었다. 가히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지 않은가? 세상만사가 모두 그런 법이다. 결심하기까지가 어려운 거. 자물쇠를 깨부수고 상자를 열어보니 안에는 문서 석 장과 쪽지 하나가 덩그러니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쪽지엔 이렇게 적혀있었다.



클린트, 저는 지금 당신에게 제 비밀을 말하고자 합니다. 누구에게도 말 못 할 커다란 비밀을요.


1819년 3월, 저와 제 동료들은 뉴멕시코 산타페를 따라 버펄로 사냥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저희는 이름 모를 계곡에서 야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우연찮게 발견한 겁니다. 황금을요.


우리는 준비를 마치고선 이내 채굴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얼마간이 지나고서 잠시 채굴을 중단해야 했죠. 그때껏 채굴한 황금들을 보다 안전하도록 비밀장소에 숨길 필요에서였습니다. 그래서 마땅한 장소를 물색하던 저는 린치버그까지 흘러들어왔던 겁니다. 최초로 클린트 당신과 알게 된 게 바로 이때입니다.


마침내 안전한 장소를 찾은 우리는 다시금 채굴을 재개했고 저는 주기적으로 황금을 비밀장소에다 은닉했습니다. 그렇게 2년 넘게 작업한 결과 우리는 대량의 금과 은들을 손에 넣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것들 모두 은닉장소에 보관 중이고요. 그리고 저는 지금 재차 동료들에게 합류해 채굴을 지속할 예정입니다.


제가 당신에게 이 상자를 맡긴 이유는 혹여 모를 불의의 사태에 대비하고자 입니다. 유다는 고작 은화 서른 개에 예수를 넘겼다죠. 지금 우리 앞에 놓여진 것은 분명 그보다 많답니다. 하여 저는 신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이 황금과 관련한 문서를 맡기고자 합니다. 그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란, 바로 클린트 당신이에요.


여기 이 석 장의 문서에는 각각 황금의 내역, 황금을 분배받을 사람, 은닉 장소가 적혀있답니다. 물론, 암호로 말이죠. 이 암호들은 암호 자체만으론 해독이 불가능합니다. 추가로 단서가 있어야만이 해독이 가능해요. 해독에 필요한 각각의 암호 단서는, 불행히도 일이 틀어질 경우에 제가 서신 또는 사람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당신의 친구, 토머스가.



암호가 적혀있다던 문서들을 보니 웬 숫자들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토머스의 말대로 단서가 없으면 애초에 암호를 풀 수가 없도록 만들어진 거였다. 그래서, 뭐? 난 은퇴한 뒷방 노인네였다고! 내게 주어진 건 시간뿐이었다. 곧 나는 그 단서가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생각해볼 건 하나였다. 토머스는 어느 날 갑자기 감당 못 할 비밀을 얻게 된 젊은이였다. 과연, 그가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밝혔을까? 그렇다면, 토머스가 '토머스 제퍼슨 빌'이라는 이름을 꾸며낸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지 않을까? 내 말은, 왜 하필 토머스 제퍼슨이었느냐는 게다. 혹시, 토머스에게 있어 생전 그 이름은 의미 있고 상징적인 존재였던 게 아닐까?


생각이 거기에 미친 나는 집에 모셔두던 독립선언문을 오랜만에 꺼내 들었다. 그리곤 문서들 속 숫자들을 독립선언문에 이리저리 꿰맞추어 보았다. 유레카! 독립선언문은 나를 세 문서 중 첫 번째 문서의 일부 숫자들로부터 의미심장한 단어들로 인도했다. (언제나 독립선언문은 옳은 법이다) 그 단어는 '금', '은', '채굴장'이었다.


나는 흥분하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오랜만의 흥분이었다. 헌데 몇 시간을 해독해도 단어들만 나올 뿐 제대로 된 문장은 나오지가 않았다. 왜일까, 한참을 생각하다 깨달았다. 암호문은 독립선언문 원문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었음을. 그 뒤로 며칠동안 온갖 독립선언문들을 모은 끝에야 비로소 첫 번째 문서의 암호문을 해독할 수 있었다.




 



동봉 문서 3에 적어놓은 채굴장에다 지면으로부터 6피트 깊이에 이하의 것들을 묻어놓았다.


금 2,921파운드, 은 5,100파운드, 수송상의 안전을 기하고자 은과 교환한 13,000달러 상당의 보석.


상기의 것들은 철 용기에 넣은 뒤 철제 뚜껑으로 봉했다. 채굴장은 비록 엉성한 돌담처럼 보일지라도 용기는 제대로 돌을 쌓아 은폐해 놓았다.



허나 이게 다였다. 첫 번째 문서의 단서가 독립선언문인 건 알아냈으나 두 번째, 세 번째 문서의 경우 감도 안 잡혔다. 게다가 독립선언문이야 성격상 각각의 것들마다 차이가 미미하다손 쳐도, 다른 문서에 단서로 사용되었을 서적들은 그 개체마다 차이가 어마무지할 거 아니겠는가. 그렇게, 나는 나머지 암호문을 끝내 포기해야 했다.


그 이후로 나는 20여 년간 이 문서들을 소중히 보관해왔다. 그리고 그간 문서들은 내게 좋은 꿈을 꾸게 해주었다. 이제는 가누기 힘든 몸뚱어릴 안마당 오크나무 의자에다 쑤셔놓고는 눈을 감고서 떠올리는 거다. 날마다 야생을 누비며 짐승과 대치하는 젊음, 어느 날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찬란한 황금빛. 서로 노래를 주고받으며 황금을 채굴하는 젊은이들. 그렇게 상상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무리로 나도 함께 노래하고 있게 된다. 젊은 시절의 클린트 모리스가 말이다.





-fin-




















후기



이 이야기는 내가 처음으로 쓴 본격적인 창작단편이기에 남다른 애정이 간다. 특히나, 제목인 '창백한 유령'이 나는 아주 마음에 든다. 배경 또한 적잖게. 혼란스러운 시기에 사건이 일어나는 법이다.


등장인물 중 가장 신경을 쓴 건 로렌이다. 주인공들이 지나쳐가는 인물이 생기있을수록 언제나 이야기가 사는 거 아니겠는가. 나는 어쨌건 그렇게 생각한다.


이 이야기의 주요 소재인 '보물'은 현실에 모델을 두고 있다. 이야기 속 배경과 같은 때에 빌이라는 한 젊은이가 호텔 주인인 로버트 모리스에게 상자를 맡겼던 게 그것으로, 그 안에는 보물에 대한 정보가 담긴 암호문서가 있었다고 한다. 허나 현실에서도 끝내 암호문은 일부만이 해독되었을 뿐이다.


빌의 암호문서를 둘러싸고서 치열한 진위공방이 존재해왔다. 그리고 그러한 무게추는 회의적인 시선 쪽으로 크게 기울어져 있고. 하지만 여기선 그러한 것들을 소개하지 않겠다. 이 글을 읽은 당신이 오늘 하루는 의자에 기대어 꿈을 꿀 수 있도록.




http://blog.naver.com/medeiason/221067547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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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카테고리에는 네이버 블로그와 피키캐스트에서 "이상한 옴니버스" 로 활동하고 계신 메데아님의 창작 단편 괴담이 게시됩니다.

저와는 미스테리 매거진을 함께 작업한 사이기도 하고, 미스테리에 관해서는 국내에서도 손꼽힐 전문가이십니다.

과연 메데아님이 어떤 이야기들을 풀어내주실지, 저도 여러분과 함께 두근거리며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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