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이나 vkrko@tistory.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이매망량님이 방명록에 적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군 복무 시절 겪은 일입니다.
전역 전날, 숨어서 삐대다가 그만 잠이 들어 저녁점호 때까지 취사장에 박혀있던 적이 있습니다.
저희 부대는 해안 경계부대였는데 아무도 신경을 안 써주더라고요.
말년 휴가 복귀해서 다음 날이면 전역할 예비 민간인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요.
애당초에 부대 분위기도 널널했기에, 원래 말년들은 점호에 자주 빠지곤 했습니다.
점호를 맡는 소초장도 신경 안 썼어요.
"또 말년 하나 땡땡이치고 있구나." 하고, 부대 안에 있기만 하면 뭐라고 말도 안 하고 넘어가곤 했습니다.
저는 그 날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 날만은 달랐습니다.
자는데 갑자기 소초장이 절 막무가내로 끌고 나오는 겁니다.
그리고는 취사장을 지나 연병장 근처까지 가서야 절 내팽개쳤습니다.
그래놓고서는 말 한마디 없이 취사장을 바라보더니, 곧 몸서리를 치고 가버리더라고요.
황당한 사태에 전 아무런 저항도 못 했죠.
다음날, 전역신고를 마친 후 소초장이 저를 불렀습니다.
이제 민간인이겠다, 저는 편하게 말을 놨죠.
[형, 불렀어요?]
[어.... 왔냐.]
[무슨 일 있어요?]
소초장 형은 힘겹게 말을 이었습니다.
[너... 어젯밤 아무 기억도 안 나냐?]
[형이 나 끌어낸 거? 그렇고 보니 왜 그런 거야?]
소초장 형은 잠시 입을 다물더니,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밤... 네 뒤에 얼굴 일그러진 꼬마가 칼 들고 웃고 있더라...]
순간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습니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지만, 소초장 형이 거짓말을 할 사람도 아니니까요.
무엇보다 전날 밤 잘 때, 한여름인데도 한기가 느껴졌던 게 떠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만약 그 밤, 소초장 형이 절 끌어내지 않았다면 전 어떻게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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